포옹하며 하는 인사

예쁜 다리를 보니 갑자기 손을 살짝 대고 싶은 충동이 몸 중심으로부터 불끈 솟아올랐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미친놈. 아니 나에게 아직 이런 감정이 남아 있었나?‘ 하며 중얼거리는 미철이를 예쁜이 엄마가 고개를 살짝 쳐들며 쳐다보았다.
‘오라버니 무슨 일 있어요. 왜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떠세요. 어디 아프세요?“ 하며 예쁜이 엄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보았다.
“아니에요. 갑자기 한기를 느껴서. 여하튼 못 만나더라도 가끔씩 연락하자고요.” 하고 미철이 몸을 수습하고 일어나려고 했다.
“조금 더 있어요. 뭐가 그리 급해요. 어차피 오늘 지나면 이제 보기가 힘들 텐데요. 그런데 오라버니는 이일을 계속하실 거예요. 제가 봐도 시간만 허비하시는 거 같아 보여서요. 오라버니는 이런 막무가내 sale이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추 선생도 곧 그만둘 거 같은데.....” 하며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얼굴로 이야기했다.
“아~ 나도 곧 다른 회사로 출근하게 됐어요. 예전에 하던 일로 COME BACK해요.”하고 미철도 새로운 곳에서 정상적인 일을 할거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어머! 정말 축하해요. 그럼 사무실이 어딘데요?” 하며 더 바싹 다가앉는 예쁜이 엄마의 몸에서 풍기는 향수 냄새는 미철의 정신을 다시 혼미하게 하는 것 같았다.
“오늘 내가 왜 이러지 정신 차리자.” 하며 중얼거리는 미철에게 사무실이 어디냐고 예쁜이 엄마가 물었다.
“어머 같은 동네네요. 오라버니 가끔 저녁때 전화해도 되지요. 아이 좋아라. 그럼 저 먼저 갈게요.” 하며 자주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어서인지 예쁜이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라버니 우리 외국 사람처럼 포옹하면서 이별 인사를 해요. 지금 커피숍에 손님도 없으니 괜찮아요.” 하며 미철이 앞으로 다가왔다.
미철은 포옹 인사가 아주 묘한 감정을 갖게 한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었다. 외국에서 상담이 끝나고 바이어들과 헤어질 때 가끔 포옹 인사를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 친구들은 이상하게 친해지고 포옹했던 기억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경험을 여러 번 했었다.
예쁜이 엄마가 미철이를 안았다. 세게 안아서 예쁜이 엄마의 예쁜 가슴이 미철의 가슴에 닿았다. 미철도 세게 안을 수밖에 없었다. 미철이는 자신이 불끈해지는 것이 느껴지며 그것이 예쁜이 엄마 몸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오라버니 전화할게요.” 하며 얼굴이 상기된 예쁜이 엄마는 커피숍을 뛰어나갔다.
자리에 다시 앉은 미철은 자신을 진정시키며 중얼거렸다.
“연락 와도 받지 말아야겠어, 오늘이 동생과 오라버니 관계의 마지막이 되어야해. 이것을 조절 못 하면 인간쓰레기로 전락이 될 수 있어.”
미철은 도박장에 가면 그저 장난으로 한번 해 봤다가 거지가 돼서 떠도는 과거의 부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나이 먹어 감정의 조절 능력이 저하되는 시기에 우연찮게 만난 옛 이성 동창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자주 만나다가 집안이 박살 난 사람들 이야기도 많이 들었었다.
지금 예쁜이 엄마와도 자주 만나다가는 그럴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사람이란 몰라 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확 스쳤다.
자리에서 일어난 미철은 사무실로 걸어갔지만, 정신은 온통 아직도 몸에 맴도는 포옹의 위력에 젖어 있었다.
갑자기 예전에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었던 사람들의 얼굴도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잠시 자리에 앉았다가 창 사장 사무실로 떠나려는 미철에게 점장인 율종이 다가왔다.
“오매 과장님 식사를 같이하려 했은디, 아침에 나가서 점심 식사까지 하고 오셨는가요.”하며 옆에 앉았다.
윤 선생이 새로 들어와 기계를 3대나 팔아서 지점의 생명이 한 달 더 연기됐다며 율종 지점장은 좋아했다.
“지점장님! 어쩌면 나가 보름 후에는 회사를 떠나야 될것 같스라. 나가 다른 데 취업을 해부렀소.” 하고 미철이 이야기하니 율종은 화들짝 놀랐다.
“으매 과장님 떠나면 나의 정신세계는 완전히 흔들려 부르는디. 안 가면 안 되겠소. 나가 그라도 나를 이해하는 옛 상사가 계셔서 요로꼼 하루하루 견디는디.” 하며 실망한 얼굴로 미철을 쳐다보았다.
“으매 나도 같이 있구 싶지라. 그란데 지금 안 떠나면 안 되는 자리가 생겨부러서 쬐게 일찍 사직할 수밖에 없어라.” 하고 미철이 사정 이야기를 했다.
“나가 집에서 쫓겨나고 외롭게 살아도 그라도 나를 잘 아는 과장님을 아침에 보는 것이 그라도 위로가 됐는디. 참말로 내가 왜 그때 그 여시같은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서 이렇게 가정이 파탄 나게 됐는지 지금도 후회를 허벌나게 하지라. 그저 사내는 거시기를 잘 지켜야 하는데 말이지라.” 하며 지난날 실수를 또 후회하고 있었다. 미철은 예전에 그냥 흘려버렸던 율종의 후회가 갑자기 가슴을 찌르는 비수같이 느껴지며 조금 전 포옹의 순간을 지우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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