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자, 다시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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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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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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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DUMMY

대인 길드의 리더인 대태협은 길드의 정보 처리 담당 부서로부터 몇 가지 서류를 넘겨받았다.

넘겨받은 서류엔 세상에서 몇 사람만 알고 있을 매우 중대한 사안부터 길드 내 각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결제 가능한 사소한 것들까지 전부 포함돼 있었다.

대인 길드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대태협이 부서 자체적으로 처리 가능한 사소한 것들까지 일일이 결제할 필요는 없으나 지금은 어떤 정보든 중요할 때, 그래서 대태협은 스스로 길드 내 모든 정보가 자신을 걸치게끔 지시해 두었다.

정보의 절대적인 가치는 정보, 인식에 따라 다르다.

눈앞에 반짝이는 돌이 다이아몬드임을 알기 위해선 다이아몬드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지도 한 장을 보아도 그 지도가 보물 지도임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그 종이를 대하는 태도부터 틀릴 것이다.

대태협은 대형 길드로서 대목을 확립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어떤 정보든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혹시라도 놓칠 보물 지도를 얻기 위해서 말이다.

그가 이토록 정성을 들이는 이유는 국가가 정식으로 길드라는 단체를 인정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한국이란 국가 특성상 초창기 한 번 확립된 기업 간의 격차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역전이 힘들다.

그리고 그 법칙은 기업은 아니나 길드에도 분명히 적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절대적이진 않다.

대태협의 전략은 간단했다.

’공작 길드가 아주 조금 앞선 상황이나 그 격차를 유지한 채 단단한 기반을 확립한다면 후엔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공작 길드 외에 대인 길드를 막아선 적은 없다.

차이도 그리 크지 않으니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저 천천히 기반을 다진다.

대태협은 입에 물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불을 끄며 서류에 눈길 돌렸다.

’어디 한번 볼까.‘

정보부에서 받은 서류엔 정부에서 시행하는 몇 가지 정책과 던전 토벌 결과 보고서 같은 것들도 있었다.

그중 하나를 찬찬히 읽어 보던 그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린다.

“길드 간의 던전 입찰제 시행이라...”

길드 간의 던전 입찰제.

발견된 던전의 우선 토벌권을 한 길드에 모두 넘기는 정책이다.

대태협은 이 입찰제의 특성과 이점에 대해 정확히 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논하기 전에 우선 기반이 되는 것이 있다.

우선 모든 던전의 통제를 국가의 주체인 정부에서 실시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제보가 없으면 던전 존재 자체를 알 수 없고 던전 발견 시 점거의 절차는 오로지 국가만이 할 수 있다고 못 박은 것이다.

또 던전이 발견되면 탐색을 사용해 던전의 종류를 알아내고 거기에 맞춰 토벌금을 책정하는 일련의 과정에 길드는 개입할 수 없다.

물론 탐색 정보와 실제 던전 정보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지만, 그 경우엔 다시 정부 기관에서 토벌 금액을 다시 책정하면 된다.

따라서 토벌금을 주기 위해선 어떠한 기준을 세워야만 했다.

단순히 처치한 마물의 수로 토벌금을 줘선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고블린 백 마리 처치 시 2천만 원을 준다. 가정했을 때 같은 수의 오크를 잡았는데 똑같이 2천만 원을 준다면 누구나 고블린만을 사냥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랭크를 나누고 급을 나눠 차등 지급을 해야만 하고

던전의 크기, 몬스터의 수, 몬스터의 종류 거기에 맞는 형평성을 확립해야만 올바른 토벌금을 선정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정부에 등록된 헌터의 숫자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문제는 그 원인이 각종 인터넷 등에서 나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블린 사냥.‘ 같은 얼빠진 논리라는 점이다.

대태협은 이 논리에 대해선 좋지 않게 보고 있다.

“’누구든지’ 라는 말부터 이미 헌터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섞여 있어.”

상대를 깎아내리는 것은 쉬운 법이다.

실제로 저 논리 덕에 개나 소나 다 헌터를 한다고 나서니 아무 경험 없는 대학생들은 우선 헌터 자격증을 발급받고 보는 추세.

거기에서 문제가 또 하나 발생 된다.

바로 헌터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낮다는 것.

그것을 정부는 꿰고 있었고 헌터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던전을 토벌하면서 얻을 수 있는 몬스터들의 소재와 토벌 보상 등으로는 헌터를 유지할 수 없다고 정부는 판단했고 몬스터에 따라 난이도를 규정, 그 규정된 난이도에 따라 던전 토벌금을 책정하는 것은 헌터들의 의욕을 증진 시키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형평성을 맞출 필요는 없다.

거기서 길드 입찰제의 시행이 크게 작용한다.

’경쟁을 시켜 가격을 낮추려는 속셈이지.‘

길드 간 경쟁을 부추겨 더 싼 가격을 부르는 길드에 우선 토벌권을 넘긴다.

헌터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을 이를 통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고 국가 예산도 절감시킬 수 있다.

거기다 던전 하나를 통째로 하나의 길드가 맡게 된다면 불필요한 다툼도 억제할 수 있다.

현재 토벌금의 경우 던전 토벌 후 백분율 단위로 서로 논의하여 나누게끔 되어있다.

그 과정에서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길드 하나에 전부 맡긴다면 쓸모없는 일로 싸우진 않으리라.

’정부도 머리를 잘 썼군.‘

앞으로 길드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대태협은 이런 정부의 정책은 썩 마음에 들었다.

이런 일련의 변화는 결국 대인 길드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대태협은 [던전 토벌 보고서] 라 적힌 문서의 표지를 뒤로 넘긴다.

대인 길드는 길드의 확장을 위해 몇몇 헌터를 임시 길드원으로 모집했다.

별다른 기준 없이 대인 길드의 이름을 원하는 이들에게 길드의 이름을 빌려준 것인데 그로 인해 여러 던전의 보고서를 받아 볼 수 있었다.

한 장, 한 장 서류를 넘기는 중 눈에 띄는 보고서가 하나.

’고블린 던전. 119마리 토벌. 총 참가 인원 5명에 시간은 1시간 안팎이라.‘

고블린 숫자야 다소 과장될 수 있다고 해도 현재 고블린 던전 토벌 시간은 평균적으로 약 2일.

아주 빠른 파티도 5시간 이상은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고블린이라고 하나 1시간 동안 고블린 119마리를 토벌했다는 것은 사실상 학살했다는 소리다.

’토벌 인원 중 전투의 달인이라도 있는 건가?‘

수익 배분서도 한 사람이 적은 듯 아주 깔끔했다.

이것은 아무런 다툼이 없었다는 뜻.

보고서를 살피는 중 아래쪽에 돈을 나눈 백분율이 적혀있었다.

“다툼도 없이 10%를 받아간 사람들은 볼 필요도 없겠지. 20%를 받아 간 사람은 그래도 1인분은 했나 보군. 교통비 만원은... 뭔지 모르겠군. 30%씩 나누어 가진 이 두 사람이 주역인가...”

대태협은 이 종이의 글쓴이 생각대로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이름을 볼펜으로 슥슥 그어 없앴다.

그리고 인터폰으로 사람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여기 이 두 사람을 대인 길드로 영입해.”

“예. 알겠습니다.”

대인 길드엔 지금 인재가 필요하다.

길드의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좋은 인재는 필요불가결이고 그 인재들은 또 다른 사람을 불러오리라.

’119마리의 고블린을 1시간이라...‘

대태협 역시 헌터.

명색이 길드장인 그도 길드의 최고만을 모아 간다면 한 시간은커녕 삼십 분도 안 걸린다.

’만약 혼자서 싸운다면...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은 접어두지.‘

아무리 자신 있다고 해도 다수의 몬스터와 혼자서 싸우는 것은 미친놈이나 할 짓이다.

던전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어떤 몬스터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간덩이가 부었거나 정말 정신이 나간 사람이겠지.‘

실없는 생각이라며 고개를 저어 재차 다른 서류에 눈길을 돌렸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했던가.

여기에 그런 사람이 한 사람.

청담동 압구정 수제 옷 장인들만 모인 커다란 공방.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른다는 그 브랜드는 학벌, 지연, 재력 등등 모두 거두절미하고 오직 바느질 능력 하나로 입성이 가능하다.

그 브랜드 이름은 [샤론]

고풍스러운 이름을 가진 이 특이한 브랜드는 옷 만드는 장인을 수집하듯 샤론이란 이름 안에 장인을 포용한다.

그리고 샤론의 일원으로 인정받은 한 청년은 오늘도 자신의 작업실에서 바느질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작업실 곳곳에 걸려있는 그의 작품들.

옷, 가방, 신발, 장갑 등 모두 그가 만든 것이지만 아직 주인을 찾진 못했다.

샤론의 대부분 장인은 부유하다고 할 수 있다.

모두 실력을 인정받은 진짜배기들이기에 작품성에 따라 손님이 다를 뿐 판매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청년의 옷은 팔리지 않았다.

그의 모든 작품은 가죽으로 만든다.

질 좋은 소가죽이나 양가죽 등으로 만든 제품은 가공방식이나 디자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그가 만든 제품은 볼 것도 없이 전부 명품.

상품의 품질만 보자면 팔리지 않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 모든 제품이 현대판 가죽 갑옷이라면 어떨까.

그는 가죽을 이용해 현대인의 옷에 갑옷을 컨셉으로 수많은 옷을 만들었다.

자신만의 특별한 가죽 가공법을 통해 만든 그 옷들은 일반적인 가죽옷보다 다소 무겁지만, 뛰어난 충격 흡수력과 높은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

외견도 현대인들이 제법 좋아할 다양한 디자인으로 제작했다.

그러나 팔리지 않았다.

분명 나쁘진 않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총탄도 방어할 수 있는 무거운 옷을 구매할 이유가 없었다.

무게는 튼튼한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재킷 형태의 옷 중 가장 무거운 것은 2kg.

이것도 갑옷으로선 경량화의 끝판왕이나 다름없지만, 일반적인 활동에 2kg이라는 무게는 지구와 달의 중력 차이만큼 느낄 수 있을 정도였고 일반인에게 필요치는 않았다.

분명 우수함은 돋보였고 많은 이가 칭찬했지만 많은 이가 사진 않았다.

그렇게 청년의 옷은 그렇게 극히, 정말 극히 일부 사람들만 찾는 옷이 되었다.

이곳 샤론은 옷을 만들기 위한 장인만을 위해 세워졌다.

옷을 판매하는 것도 장인 마음.

판매하지 않는 것도 장인 마음.

어떤 옷을 만들든 장인 마음이나 청년의 심신은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다.

“역시 이런 옷으로는 힘들까...”

무겁지만 튼튼하고 강인한 옷.

그의 이런 작품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긴 했지만, 판매율이 좋진 못하다.

야생동물의 송곳니에도 뚫리지 않을 정도로 두껍게 재단하고 방어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특수 가공도 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을 주로 이루는 현대의 사람들에겐 이런 갑옷은 부담스럽기만 했다.

잘 만든 옷. 그러나 팔리지 않으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청년도 알고 있다.

’이미 여기에는 많은 신세를 졌다. 이 이상 신세 질 수도 없어.‘

샤론은 정말 특이한 곳이었다.

옷이 팔리지 않아 생활고에 허덕이는 그를 위해 주거지와 공방, 심지어 의식주마저 제공해 주었다.

샤론이란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값진 것인데 거기에 이런 도움까지 받은 청년은 은혜를 갚겠다는 일념으로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이런 도움조차 청년을 압박하고 짓눌렀다.

사람은 은혜를 아는 동물이기에, 이제 청년은 세상과 타협점을 찾아야 하나 깊은 고민에 빠졌다.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들지 못하는 건 가슴이 찢어질 듯하나 먹고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더이상 샤론에 기댈 수 없어.‘

청년이 다짐을 다지는, 그때

“짤랑짤랑”

청년의 공방에 찾아온 한 사람.

“안녕하세요.”

바로 박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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