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자, 다시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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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소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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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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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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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DUMMY

푸른 광채에 휩싸인 박태신이 잠시 후 눈을 뜨자 검보랏빛으로 물든 숲이 보였다.

박태신은 주변의 환경을 보자마자 던전의 몬스터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이건 또 성가신 녀석이 걸렸군.”

너무 유명한 몬스터로 대처법도 상세히 알려진 몬스터.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래에서 온 박태신의 이야기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이런 몬스터와 맞닥뜨리게 된 그들은 운이 없었다.

‘그래도 이놈을 상대로 아직 버티고 있다면 그래도 바보는 아닌가 보군.’

헌터 한 명이 죽고 꽤 시간이 흘렀지만, 추가로 희생자가 생기진 않았다.

그건 올바른 대처를 했다는 뜻이다.

‘멋모르고 덤벼들기만 했다면 그사이 전멸했겠지.’

박태신의 우선 목표는 헌터들의 보호, 그러니 우선 헌터들을 찾아야만 한다.

“자. 그럼 헌터들은 어디에 있으려나.”

원래라면 이런 산속에서 김서방 찾기는 꽤 어려운 일이겠지만, 게이트 내부로 들어오면 꼭 그렇지도 않다.

우선 출발점.

게이트 내부로 들어오면 모두 같은 곳에 떨어지고 거기서 탐색 범위를 넓혀 나가기 마련이다.

거기에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우거진 숲은 사람이 지나가면 반드시 흔적을 남기게 된다.

‘보통 편한 길로 시작해 탐색 범위를 넓히지.’

고갤 돌려 주변을 살펴 가장 편해 보이는 길을 향해 다가가자 역시 거기엔 발자취가 남아있었다.

나뭇가지는 꺾여있고 주변 풀과 작은 나무가 밟혀 있었다.

그것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던 박태신은 전투의 흔적을 발견했다.

늑대의 사체와 헌터 한 명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뒹굴고 있었다.

‘쯧... 목을 물렸군. 보아하니 최류탄을 던지며 달아난 건가.’

주변을 살펴 전황을 짐작하는 박태신.

최류탄을 던졌다면 던진 곳과 반대 방향으로 달아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건가.’

이내 사람의 발자국을 찾은 박태신이 그 흔적을 따라 약 15분 정도 걸었을 때 박태신은 움푹 파인 구멍이에서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들어갈 수 있지만, 위쪽은 덩굴로 가려져 잘 보이진 않았다.

숨죽여 천천히 구덩이 쪽으로 다가가자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힘들더라도 최대한 이동해 보자. 이 어둠에서만 벗어날 수 있다면 활로가 보일 거야.”

‘이런 곳을 잘도 찾아냈군.’

사람이 있음을 확인한 박태신은 주변의 풀과 나무를 일부러 밟아 소리를 내며 구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부스럭.

“으억!”

“뭐야!”

갑자기 떨어진 물체에 당황하며 놀라는 그들.

정작 그들을 놀라게 한 박태신은 태연히 입을 놀렸다.

“황금성에서 연락을 받고 너희를 도우러 온 헌터다.”

황금성이란 말을 듣자 불현듯 이종인은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사인을 하나 했었지.’

황금성에서 의뢰를 받을 때 헌터끼리 서로 도와주는 것이라며 참여를 권하기에 사인을 했었다.

‘솔직히 정말 도움이 될 거라 생각 안 했는데...’

솔직히 진짜 다른 헌터가 도우러 올 것이라 생각하진 못했다.

그야 별도의 돈을 지불한 것도 아니고 그저 이름 석 자를 적어넣은 것이 전부인데 누군가 도와주러 오다니!

하지만 실제로 헌터는 정말 그들을 구하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왔다.

이곳을 살아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샘솟는 순간.

그런데 이상했다.

이종인이 보기에 그는 혼자.

“혹시 여기까지 혼자 온 건가?”

“그래. 다른 헌터들은 전부 바빠서 말이야.”

“정말로 혼자라고?”

“그래. 뭐, 불만 있어?”

다시 한번 되묻자 퉁명스럽게 답하는 박태신.

그리고 그의 대답에 희망이 빛을 잃었다.

‘혼자서 이곳을 왔다고?’

이종인은 속으로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정체불명의 적에 헌터 하나를 잃었다.

그런데 고작 한 명의 지원병이 왔다고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만약 던전을 토벌하지 못한다면 그냥 다 같이 개죽음당할 뿐이야.’

자칫 잘못하면 희생자만 늘어날 뿐.

그런 이종인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박태신은 그들을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상자는 없어 보이는군. 우선 높은 곳으로 가자. 내가 앞장서지.”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다른 헌터 중 하나가 소리쳤다.

“잠깐!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면 난 이곳에 있겠어.”

헌터의 외침에 박태신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

박태신은 따지자면 극한의 이득충이다.

안 그래도 이채화에게 휘둘려 자꾸 낭비되는 시간이 아까웠다.

그런데 여기서 마저 질질 끌리며 쓸 대 없는 시간 낭비를 하는 건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멍청이도 하지 않을 생각을 말로 내뱉네.”

“뭐?”

“너 말이야. 멍청아.”

박태신의 말에 얼굴이 달군 쇳덩이처럼 벌게진 헌터.

“이 새끼가 뭘 안다고...”

“뭘 알긴, 가만히 있으면 저기에 뒹굴고 있는 시체처럼 될 뿐이다. 너도 죽고 싶은 거냐?”

폭군! 그들이 보기에 박태신은 그야말로 폭군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죽은 헌터를 거론하자 지금 당장이라도 주먹을 휘두를 것처럼 분위기가 격앙되었다.

하지만 박태신의 폭군과 같은 모습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도 있었다.

“넌 여기에 뭐가 있는지 알고 있지?”

그 사람은 이종인, 그의 말 한마디에 격앙된 분위기는 조금 사그러 들었다.

박태신의 행동에서 느껴지는 자신감.

그리고 그게 근거 있는 자신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박태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정보를 우리에게 알려 줄 수는 없나? 그럼 우린 너를 신뢰하지.”

이종인의 말은 언뜻 듣기엔 합리적이었지만,

“내가 왜?”

박태신은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다.

“나는 이 던전을 토벌하러 왔을 뿐이야. 어째서 너희들 교육을 해줘야 하지? 이 이상 시간을 소비할 생각은 없어. 만약 너희가 여기에 있겠다면 나 혼자 끝낼 뿐이야.”

‘교육이라...’

이건 정말로 근거 있는 자신감일까 아니면 그저 자만일까.

솔직히 그저 말로만 내뱉을 뿐이라면 누구든 할 수 있다.

거기다, 만약 자만일 뿐이라면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은 분명 후회하리라.

“모두 일어나. 가자.”

“하... 하지만!”

“지금은 이럴 수밖에 없어. 그의 말대로 여기서 가만있는다고 해결되진 않아.”

그래도 지금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이종인은 판단 내렸다.

동료들은 불안증세를 보이며 그들은 이것의 정체를 전혀 모른다.

정보를 공유해 주진 않을 모양이지만 따라가서 그가 무얼 하는지 보고 유추할 수는 있을 것이다.

만약 그가 실패한다 해도 유추한 정보를 토대로 이 던전을 격파하면 된다고 이종인은 생각했다.

그런 모습에 박태신이 던진 한마디.

“진작 그럴 것이지.”

이곳이 던전이 아니었다면 바로 뒤통수를 후려갈겼을 정도로 싹수가 없었다.

결국,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 그들.

박태신은 먼저 근처의 가장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갔다.

“뭘 하는 거지?”

“낸들 알겠어?”

다른 헌터들은 박태신의 행동이 의아할 뿐.

그가 나무 위로 올라간 이유는 지형을 살피고 가장 중요한 적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튼튼한 가지에 타고 앉아 나뭇잎을 걷어내고 하늘을 보자 훤히 보이는 던전의 내부.

던전은 꽤 넓었지만, 끝은 있었다.

지구는 둥근 세계라면, 이곳은 네모난 세계.

던전의 끝은 땅이 끊겨 단절되어 있거나 어마어마한 절벽으로 가로막혀 있거나 둘 중 하나이다.

이 던전의 끝은 구름 위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절벽이 높게 솟아 있었다.

“언제봐도 신비해. 놈은 어디 있나.”

나무 위에서 봐도 주변은 어두웠는데 유난히 어두운 지역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빛을 흡수하여 반사조차 되지 않는지 검게 보일 뿐인 지역.

“악령 나무는 저기로군.”

악령 나무, 이 몬스터는 일전에 처치했던 암영 비석처럼 광범위의 환경을 조정하는 몬스터이다.

이름에 나무가 있듯 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죽은 몬스터의 마나를 흡수하여 살아 있는 것을 죽인다.

악령 나무는 숲의 넓은 범위에 자신의 영역을 생성할 수 있는데 보시다시피 중심으로 가면 갈수록 어둡다.

따라서 숲 아래에선 눈치채기 힘들지만 높은 곳에 올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위치는 알았으니 처치의 방법이 문제로군.’

까다로운 적이긴 하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인 만큼 처치 방법은 자유롭다.

‘여기보다 낮은 곳에 있고 바람도 저쪽으로 거세게 불고 있군. 잘 됐어.’

그로 선택된 것은 플랜A.

박태신은 나무를 내려가 이종인에게 다가갔다.

“혹시 라이터 있나?”




타닥타닥!

오늘 날짜는 5월 28일로 봄과 여름에 걸쳐 어떤 옷을 입을지 망설이게 되는 날이다.

올해는 그래도 아직 날씨가 선선해 긴 옷을 입는 비율이 제법 높은 편.

그러나 농업인들은 아직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니 뭐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가 내리지 않아 봄가을 특유의 건조함에 피부가 갈라지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그럴까.

뚜두둑! 타악!

섬뜩한 소리를 내며 나무가 타들어 가고 또 쓰러졌다.

이종인은 그가 라이터를 손에 쥐었을 때만 해도 무슨 짓을 저지를지 감이 안 잡혔다.

아니 솔직히 라이터란 도구로 할 수 있는 것은 한정적, 어떤 행동을 할지는 뻔하다.

‘불을 붙이려고 했겠지. 하지만...’

하지만 설마 저것에 불을 붙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눈앞에 활활 타오르고 있는 숲.

박태신은 땅에 있는 나뭇가지를 주워 횃불을 만들고 그 타오르는 횃불로 여기저기 온갖 나무에 불을 지르고 다녔다.

“저... 저 미친 놈!”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그의 동료 하나가 내뱉은 욕지거리.

말릴 새도 없이, 실천된 행동에 숲은 삽시간에 거대한 화염에 집어 삼켜졌다.

다행인 점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어 위쪽에 있는 그들에겐 불길이 닿지 않는다는 점.

하지만 아래로는 그야말로 불바다가 따로 없었다.

바람의 가호를 받은 불은 거침없이 퍼져나간다.

퍼져나간 불에 활활 타오르는 나무는 거대한 횃불이 되고 이내 쓰러지면 다른 나무에 불이 붙어 점점 그 규모를 늘린다.

흡사 도미노를 연상케 하는 모습.

다만 완성되었을 때의 모습은 지옥도일 것이 분명하다.

때때로 돌풍이라도 불면 불꽃은 신나게 춤을 추었다.

‘뜨거워.’

거대한 화마의 뜨거운 열기가 피부를 달구자 그들은 좀 더 위로 올라갔다.

이미 40분이나 지속된 화염에 숫덩이가 된 나무들이 쓰러져 주변이 훤했다.

어둠에 잠식되어 빛이 삼켜진 숲은 마른 장작이 되어 스스로 빛을 내는 나무들에 의해 환했다.

다른 이들이 열기에 목이 타들어 갈 때, 이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은 정말 태평했다.

불을 보면 소변이 마려운 것은 자연의 이치.

이렇게 거대한 불꽃을 본 것은 박태신도 오랜만이라 저기 구석에서 소변을 해결하고 있었다.

이종인도 화장실을 가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다.

‘저 태평함은 본받고 싶군.’

입이 바싹 타들어가는 이종인.

잠시 후 돌아온 박태신은 검을 꺼내 들었다.

“이제 남은 늑대를 해치우면 되겠군.”

이종인이 주변을 둘러보니 어둠은 이미 걷혀있었다.




한바탕 불구경을 끝내고 바깥으로 나오자 시원한 바람이 그들을 감싸주었다.

불바다가 된 숲에서의 남은 늑대 토벌은 정말 쉽게 끝났다.

개과 종류의 몬스터는 후각이 예민하다.

원래라면 그런 구덩이에 숨어 있더라도 박태신이 오기 전에 당했으리라.

그런데 도망갈 때 투척했던 최루탄에 늑대들은 정상이 아니었고 심한 경우 중상인 녀석도 있었다.

만약 최루탄을 던지지 않았다면 박태신이 오기까지 버티지 못했을 수도 있다.

거기에 대화재까지 늑대를 덮쳤으니 컨디션이 정상인 늑대를 찾는 게 더 힘들 정도였다.

“도와줘서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이종인이 박태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로선 이런 방법은 쉽사리 생각하지 못할 방법이었고 그 덕에 손쉽게 던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마 박태신이 오지 않았다면 힘든 싸움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팀원의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었고 명확한 해결책도 없었으니 분명 더 큰 희생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이종인이 고개를 숙이자 처음에 다른 헌터도 고개를 숙였다.

“아깐... 미안했다. 머리에 피가 쏠렸었어.”

거기에 박태신이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다리를 움직여 자신의 차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본 이종인은 다급히 그를 붙잡았다.

“잠깐! 토벌금은 어쩔 거지?”

돈은 중요하다.

그 돈 때문에 그들은 모였고 또 지금 한 명의 헌터가 안타까운 일을 당했다.

하지만 박태신은 크게 관심 없는 듯 차 문을 열었다.

“나는 황금성 요청으로 너희를 도우러 온 것뿐이야. 나도 위험할 때가 있겠지. 그때 갚던가.”

밑도 끝도 없는 대답만 남기고 그대로 차에 탑승, 시동을 걸고 그곳을 빠져나갔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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