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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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Kim
그림/삽화
J.H.Kim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1
최근연재일 :
2020.06.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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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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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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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사연

DUMMY

“저 고등학교 진학 안 할래요.”


그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에, 두 사람의 표정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공포 그 이상의 감정. 세상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왜···.”


“아시잖아요. 두 분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6개월 전의 일이다. 바쁜 두 사람이 각각 일터에 휴가를 내고 학교로 찾아갔다. 마중 나온 선생을 따라 교무실로 따라 들어갔다.


교무실의 분위기는 매우 삭막했다. 이미 여러 학부형들이 모여 있었다. 교사 한 명이 나와서 두 사람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여주 담임인 최도현입니다.”


“예. 선생님. 저희가 바빠서 따로 인사를 못 드렸습니다.”


“아닙니다. 오늘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자, 이쪽으로···.”


교무실의 문이 굳게 닫혔다. 선생 한 명이 문 앞에 서서 문지기를 자행했다. 교무실 내부는 두 사람의 앞에 여러 명의 학부형이 서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다들 쫙 빼입은 듯한 정작과 한껏 멋을 부린 복장이었다.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교장이라는 사람이 입을 열었다.


“에···. 피해학생 학부모입니다.”


“나 참. 애들끼리 장난 좀 친 것 같고 오라 가라. 으휴.”


“우선 사과들부터 드리시고···. 잘 마무리를···.”


교장이라는 사람은 이야기를 제대로 못 하고 쩔쩔매고 있었다. 멋을 부리고 고개를 빳빳하게 든 부모들 쪽이 가해학생들의 부모들이다.


“뭐, 서로 합의 합시다. 얼마면 되겠습니까?”


한 남자 학부형이 지갑을 꺼냈다. 피해자 측 학부형은 놀란 표정으로 멀뚱멀뚱 쳐다만 볼 뿐이었다.


지금 두 사람의 자녀는 집에서 요양 중이다. 큰 부상이 아니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병원에 입원할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큰 소리가 오고 갈 줄 알았던 교무실은 차분한 분위기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가해자 측 부모들은 딱히 반성하는 기미가 없어 보였다.


사건의 발단은 아주 간단했다. 여주가 가해 학생 중 한 명에게 덤벼들었고, 그걸 본 가해 학생 패거리가 몰려와서 여주를 공격한 것이다.


물론 여주는 가해학생 쪽에서 먼저 시비를 건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평소에도 그렇게 친하지 않던 애들이 그날따라 이것저것 들먹이면서 화를 돋운 것이 원흉이었다.


여주는 억울함에 주먹 한 번 휘둘렀다. 오히려 둘러싸여 얻어맞은 게 더욱 억울했다. 먼저 시비를 걸은 건 가해 학생들이었는데, 사건이 이상하게 흘러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게 되어버렸다.


이후 돌아가는 학부형들은 고급 승용차를 끌고 가거나, 운전사가 딸린 차를 타고 학교를 빠져나갔다.


듣기로는 가해자 학부형 중에 시 의원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교장도 쩔쩔 매었던 모양이다.


받아 낸 합의금은 천만 원이었다. 여주 부모님이 놀랐던 것은 교무실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지갑에서 천만 원을 꺼내는 모습이었다.


돈으로 사건을 해결 하는 게 별로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들이었다. 그 날 여주의 집 저녁 식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여주가 중대한 발표를 한 날은 겨울 방학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여주는 더 이상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다고 했다.


부모도 그 사건을 아직 잊지 않아서,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받아 주고 싶지 않은 제안이었다.


이제 졸업하면 고등학생이 된다. 하지만 학업을 중단 한 다면, 평생 중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한다.


“대학까지는 가라고 하지 않으마. 그러니까 고등학교만이라도 마치지 않겠니?”


“우리 형편에 대학. 보내 주실 수 있으세요?”


전세 집. 방 두 개에 부엌과 화장실 하나가 딸린 집이지만, 자가가 아니다. 남의 집에 살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 날의 격투 사건에 언급 된 주제 중 하나 이기도 했다. 맞벌이 부부지만, 남편은 중소기업의 팀장. 아내는 작은 공장에 다니고 있다.


뼈 빠지게 일해서 버는 돈은 차곡차곡 저축을 한다. 그나마 여주네 집이 다행인 것은 빚이 없다는 것이다.


남들 다 있는 자가용도 없다. 대중교통이 이 가족의 이동수단이다. 그 흔한 나들이 한 번 간 적이 없다.


남편과 아내의 회사 근무 시간이 달라서, 가족끼리 식탁 앞에 모이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만 두면. 뭐 하고 살려고? 아무리 그래도 고등학교는 나와야해. 세상에 중졸을 받아 주는 곳이 어디 있는 줄 알아?”


“······.”


현실적인 이야기에 여주는 입을 다물었다.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자신에게 닥친 상황은 아니지만, 뉴스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야기로 알고 있다.


요즘 세상 취직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그래도. 싫어요. 중졸은 검정고시를 보면 고졸 자격을 얻을 수 있잖아요.”


“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부부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들의 성적은 중간 정도 된다. 물론 그것이 고등학교 과정은 아니다.


평범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였다. 조금 더 생각해보자며 부부는 졸업식 때까지 해당 주제에 대해서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여주는 학교 졸업식 날까지 학교를 나가지 않았다. 어차피 출석일 수가 부족하지 않아서 자동으로 졸업은 된다. 하지만 고등학교 진학을 사실상 본인이 포기했기에 그해가 여주에게 있어 마지막 졸업이 되었다.


폭력 사건이 있기 훨씬 전부터 여주는 학급 내에서도 은근히 따돌림을 받고 있었다. 특히나 어떻게 알았는지 여주가 사는 아파트가 전세라는 걸 알아낸 아이들이 소문을 퍼트리고 수군거렸다.


여주는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장난은 도가 넘었다. 한 번 시작 된 장난은 그칠 줄 몰랐다.


아이들끼리 조를 짜서 수행평가를 진행 할 때. 여주에게는 아무 것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유는 전세 집에 산다는 이유에서였다.


크고 작은 일에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갖다 붙이자, 여주는 한계가 왔다. 급기야 일진 비스 무리한 애들은 여주의 부모님 욕까지 시작했다.


그것이 극대화 되어 결국 주먹 한 방. 객기 부렸다가 얻어터지기만 했다. 합의금 천만 원.


여주는 사람이 싫어졌다. 또 가난한 자신의 집이 싫었다. 가끔 부모님이 없는 텅 빈 집은 더더욱 싫었다.


좋아하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여주는 졸업식 이후로 백수가 되었다. 중졸을 받아주기 이전에 17살 소년에게 일을 맡기는 곳이 없었다.


하루는 영상 매체 사이트에서 노래를 듣던 여주는 방문을 걸어 잠갔다. 노래의 가사가 너무도 슬펐기 때문이다.


노래를 부른 가수는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에 여주는 누군가 자신의 상처를 부드럽게 보듬어 주는 느낌을 받았다.


한 바탕 울었더니, 배가 고파졌다. 냉장고에서 반찬들을 꺼내고 끼니를 챙겨 먹던 여주는 TV광고에 정신이 팔렸다.


귀에 착 달라붙는 멜로디. 적당한 시각 효과로 상품을 광고하고 있었다. 이어서 흘러나온 영상은 매우 매력적인 이 세계를 보여주었다.


‘저거라면.’


출시한지 꽤 오래 된 게임의 광고였다. 벌써 5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가상현실 게임. 제작사 이름 그대로 출시 된 게임기‘드림’이었다.


한국 명칭이지만, 개발은 여러 세계적인 게임 회사들이 합작하여 만들었다. 그 중에 한국은 조그마한 중소기업이 개발에 참여해 국내 판매권을 따내고 단숨에 대기업 수준으로 성장한 회사였다.


드림은 사실 외국 회사의 계열사였다. 본사는 해외에 있는 회사로 한국 지사 이름을 본사 이름의 발음을 그대로 따온 회사다.


드림에서 서비스하는 가상현실 게임의 광고를 여주가 보고만 것이다. 조금 촌스러운 이름이지만, 드림 월드는 현재도 꽤 유행하는 게임이었다. 특히 20대 30대 연령층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인들은 바쁜 회사 생활로 게임을 할 시간이 없다. 드림은 그걸 단숨에 해결 할 방법은 제시해 놓은 것이다. 바로 잠을 자면서 게임을 하는 것이다.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드림은 그걸 해냈다.


사람이 자면서 나타나는 주파수의 파장에 주파수를 의도적으로 건드려, 게임 속으로 의식을 옮겨오는 것이다.


육체는 잠이 들고, 의식은 게임 속 즉 가상현실에 있게 되는 것이다. 개발 과정에서 두 명의 실험 참가자가 목숨을 잃은 적이 있어 개발이 취소가 될 뻔도 했었다.


다행히 유가족들이 회사를 향해 고소를 하지 않았다. 이것이 사실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떠돌았다. 누군가는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진실은 개발사만 알고 있을 뿐이다.


여주는 드림의 가격을 알아보았다. 크기는 라디오 정도 되는 것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나갔다. 여주네 가계 사정으로는 선뜻 구입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었다.


게임 기계의 가격 이외에도 매달 내야하는 요금이 존재했다. 출시 된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월 100만 원 정도에 육박하는 가격이었다.


지금은 가격이 많이 내려 월 30만 원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주의 현재 입장으로는 게임기의 구매는커녕 요금조차도 낼 수 없다. 넉넉한 집안의 아이였다면 몰라도 여주에게는 하늘의 별과 같았다.


그 날 이후로 여주의 머릿속은 온통 드림 생각뿐이었다. 자주 들락거리는 영상 사이트에서 게이머들이 생방송하는 것만 구경했다.


“자. 여러분 오늘은 사냥을 해볼 겁니다. 뭘 잡냐구요? 투표 받습니다!”


영상에 여러 종류의 선택지가 올라오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번호를 마구 적어 올렸다.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은 선택지가 채택되었다.


“에, 들개 무리가 많이 나왔네요. 댕댕이를 죽이는 심정 여러분이 아시냐고요! 전 동물 애호가지만. 여러분이 택하셨으니. 잡으러 가겠습니다!”


마을로 보이는 곳에서 여러 가지 준비를 마친 방송인이 들개 무리를 잡으러 나섰다. 많은 사람들이 들개 무리를 택한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드림 월드의 들개 무리는 상당히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설정을 바꾸면 사나운 맹수의 모습이 되지만, 방송인은 시청자를 위해 외모 설정을 사용 중이었다.


여주는 그 영상으로 대리 만족을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다. 현실 시간으로 1시간이 게임 속에서는 대략 4시간 정도다.


즉 게임 속에서 하루를 지내면 현실에서는 6시간이다. 반대로 현실에서 하루는 게임 속 시간으로 4일이다.


하루는 특이한 영상이 올라왔다. 생방송으로 누군가 가면을 쓰고 등장해 기부를 요청했다. 이유는 영상 속에 버젓이 쓰여 있었다.


[긴급! 드림 월드 게임기 기부금 모금! 여러분 도와주세요!]


게임기 가격은 천만 원 정도다. 아무리 정신 나간 사람이라도 천만 원을 기부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영상 속의 인물은 천원 이천 원 들어올 때마다 괴상한 춤을 보였다. 그러다가 만 원이 넘어가면 괴성을 지르며 침대위에서 방방 뛰었다.


꼬박 하루 종일 켜놓고 모인 기부금은 12만 3천원이었다. 영상 속의 인물은 내일 또 하겠다면서 방송을 종료했다.


방송이 소문이 났는지 다음 날은 어마어마한 인원이 모였다. 또 거물급 방송인들도 호기심에 들어와서 보고 있었다.


첫 날과는 전혀 다른 금액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기본이 만원, 오만 원 등 금액이 심상치 않다 싶더니 그냥 밤 목표 금액을 채웠다고 남성이 가면을 벗었다.


가면을 벗은 남자는 무릎을 꿇고, 정중히 고개를 숙여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방송을 종료했다.


이틀 뒤 기부금을 모으던 방송인은 드림 월드를 시작한 기념으로 생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방송에서 쓰던 이름을 그대로 써서‘오이’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일명 오이 사건이후 영상 게시 사이트에는 제2의 오이들이 나왔지만, 3대가 허위로 사기를 치는 바람에 사람들의 기부 행렬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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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지룡 vs 뱀신 20.05.24 161 5 12쪽
21 레드 길드 임실장 20.05.23 139 5 11쪽
20 거래와 위기 20.05.22 153 7 12쪽
19 도둑질 20.05.21 145 5 13쪽
18 지룡 20.05.20 159 5 12쪽
17 올바른 스킬 사용 20.05.20 161 6 12쪽
16 주연의 과외 +1 20.05.19 168 6 12쪽
15 그 이름 주연 +1 20.05.19 186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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