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재생력 무한의 광전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뇌비우스
작품등록일 :
2020.05.11 11:07
최근연재일 :
2021.06.15 21:09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30,666
추천수 :
1,061
글자수 :
538,971

작성
21.04.11 19:47
조회
297
추천
10
글자
16쪽

서큐버스(5)

DUMMY

우웅- 육필로 쓰여진 추천서.

그 아래 애슐리탄의 노블 링 인장이 각인되었다.

각인이 새겨짐과 동시에 애슐리탄의 망막 위로 이러한 내용의 상태창이 떠올랐다.




【 명성도가 50만큼 하락하였습니다. 】


【 애슐리탄, 베이커 가문 】


- 등급 : 얼터너티브(Alternative)

- 재산 : 1250G

- 명성도 : 507

- 에테르 카르마 : 425

- 보유영토(등급) : 1(중하)




추천서 작성으로 하락한 명성도.

아슬아슬한 점수였다.

이 상태에서 8점만 더 깎인다면 운명이 바뀔 수 있다.

그것도 매우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


명성도 500이하의 최하위 등급 귀족.

서브 프라임 노블로 강등되는 것.


길길이 날뛰었을 것이다.

애슐리탄이 제정신이었다면 말이다.


허나 그의 육체와 정신은 서큐버스 프린세스 잘로위퍼 몽슈슈에게 완전히 종속당한 상태.

오히려 감격에 젖은 듯한 표정이었다.

자신이 섬기는 주인을 위해 미력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커다란 긍지를 느끼는 듯했다.


추천서 작성을 완료한 그는 무너진 집무실 책상 파편을 헤집었다.

드러난 바닥.

안력을 돋아야만 이질감을 느낄 수 있는 정사각형의 홈이 패여져 있었다.


홈의 각 모서리엔 조각들을 배열해서 하나의 그림을 맞추는 미니퍼즐이 있었다.

애슐리탄은 그 미니퍼즐을 능숙한 속도로 풀어갔다.


창 든 오소리, 와인 잔, 왕관을 쓴 그리즐리 베어,

그리고 월계관이 둘러쳐져 있는 황금 화살.


마침내 시계방향 순으로 완성된 그림의 내용은 이러했다.


오소리는 애슐리탄의 가문깃발, 와인 잔은 그가 다스리는 카라콤 시티의 특산물을 상징했다.


왕관을 쓴 그리즐리 베어는,

그가 주군으로 모시는 암레이커 햄프록 뉴 판가이아의 가문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황금 화살은, 그가 있는 제 3제국의 황국기.


맞춰진 네 개의 그림과 함께 ‘투걱’ 소리가 나면서, 패여진 홈이 궤짝의 뚜껑마냥 위로 활짝 열렸다.


그 안엔 눈이 시릴 정도로 번쩍이는 금화가 한 가득 들어 있었다.


“하나... 둘... 셋...”


애슐리탄은 멍한 눈으로 그것들을 하나 하나씩 꺼내 세고 있었다.

이아노의 눈에 조금 우스운 것은,

그의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이었다.


무의식 중의 물욕 때문인 걸까.

역시 귀족다운 눈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있네,”


그렇게 총 500골드가 자루째로 이아노에게 건네졌다.


채권, 부동산, 크레딧 혹은 담보라든지 여타의 처분재산이 있을 테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무려 5억이었다.


에스페랑사처럼 뉴 판가이아의 최고 상단주가 되는 게 목표였다면 더 욕심이 났을 테다.

허나 이아노의 목표는 그런 게 아니었다.

더 욕심 낼 이유가 없었다.


그거, 한번 더 먹어야겠네.


그의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마보니 버거였다.

신경질이 날 정도로 허기가 졌다.


저 날개 달린 요물이 정기를 쏙 빼먹은 덕분이었다.

100kg를 훌쩍 뛰어넘는 평체로 돌아오려면,

마보니 버거를 200개 넘게 먹어도 성에 풀리지 않을 것이다.


잘로위퍼는 그런 이아노의 실쭉한 표정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현상계.


시작이 나쁘지 않았다.

아스트랄계에서도 겪지 못할 짜릿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수확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 재미있는 장난감.


“자기, 이름이 뭐였더라?”


“알 거 없다.”


“진하게 몸 섞은 남자의 이름도 모른다는 거,

나같이 아리따운 숙녀한텐 엄청난 비극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생각하지 않아.”


“후후,”


한결같이 그다운 답변이었다.


“좋아, 천천히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아, 그리고 소원 한 가지 남은 거 알지?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 봐.”


“싸우자.”


“또?”


“그래.”


잘로위퍼는 잠시 턱을 괸 채 골몰히 생각에 빠졌다.


“안 돼.”


그리곤 해맑은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좀 더 나중에. 아직은 무리니까.”


“내가?”


“응, 당신이.”


잘로위퍼가 입술을 잘근 깨물며 이아노의 몸을 훑어보며 말했다.


“지금도 충분히 재밌을 것 같은데,

나중엔 훨씬 더 재밌을 거 같단 말야.

자기, 순례자가 되고 싶다고 했지?”


“그래.”


“그럼 더 강해질 거야. 지금보다 훨씬 더.”


후우- 잘로위퍼가 분홍색 연기 중 하나를 하트 입자로 만들어 이아노를 향해 날렸다.


“치워라!”


이아노가 예민한 짐승의 앞발처럼 역수단검을 들어 그것을 흩뜨렸다.

몇 번을 맡아도 짜증나게 아찔한 향내였다.


“그때야 말로 정말 재밌게 놀아보자고.”


또각- 또각- 잘로위퍼가 이아노에게서 천천히 멀어졌다.

그리곤 무언가를 쓰다듬듯 섬세한 손길로 공기를 훑었다.


차아아...!! 그러자 그녀의 손길에 따라 커다랗게 일렁이는 푸른색 균열이 생겨났다.

이아노는 그것이 무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아스트랄계로 통하는 포털이었다.


좀 쎈 녀석들은 주문따위 필요없는 모양이군.


종전에 자신의 손에 뒈진 그림록은 아스트랄계로 가기 위해 엄청나게 길고 복잡한 주문을 연신 외워야만 했다.

허나 저 잘로위퍼라는 녀석은 무언령(無言魂)으로 포털을 열었다.


그녀는 은빛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포털을 향해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자, 그럼,”


잘로위퍼가 이아노를 향해 윙크를 날렸다.


“다음에 또 봐, 자기.”


“잠깐,”


사라지는 잘로위퍼의 등에 대고 이아노가 말했다.


“하나만 묻자,”


“그래, 이래야 맞는 얘기지.”


잘로위퍼는 기쁜 얼굴이었다.


“어떻게 나같은 여자한테 궁금한 게 하나도 없나 싶어서 좀 화나던 참이었다고! 좋아. 두 개 물어도 되고 백 개 물어도 돼. 뭐든지 말만 해.”


“얼마나 강하냐?”


이아노가 파도처럼 일렁이는 푸른 역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세계에서 너, 얼마나 강하냐.”


“음...”


잘로위퍼는 이제 조금 실망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런 재미없는 질문말고, 좀더 개인적인 거 물어보면 안 돼? 좋아하는 음식이라든지, 좋아하는...”


스윽- 잘로위퍼가 골반을 쭉 뺀 채 엉덩이를 내밀며 입술을 핥았다.


“자세라든지.”


“묻는 말, 대답해. 그게 내 소원이다.”


“어머, 원래 그렇게 사람이 극단적이야?

뭐 그런 시시한 걸 소원으로 빌어?”


“대답.”


“음...”


하나, 둘, 셋, 넷... 잘로위퍼가 자신의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하며 이런 저런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수 십만 명 중 50위 안에는 들지 않을까?”


“겨우?”


“겨우라니!”


잘로위퍼가 명백한 핀잔투로 이아노를 톡 쏘아붙였다.


“그리고 이 몸은 애초에 싸우는 것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단다. 이 잘로위퍼 몽슈슈 님은 그저, 애욕과 정욕의 화신일 뿐이라고!”


이아노는 잘로위퍼가 이래저래 지껄이는 뒷말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초대륙 뉴 판가이아.

대체적인 수준이 기대 이상이다.

얼음섬에도 별의별 미친 괴인들이 많았다.

헌데 이 잘로위퍼라는 녀석과 싸우고 나니, 여기도 그 못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다.


역시 제대로 싸워보고 싶은데.


잘로위퍼는 확실히 강한 상대였다.

가지고 있는 대응옵션이 많았고 몸놀림이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다.


하지만 질 것 같지는 않았다.

오기에서 기인한 생각따윈 아니었다.

초재생 능력의 가장 큰 장점은 인체의 적응력이다.


인체를 침범하는 모든 외상과 내상에 강한 내성을 가진다.

난생 처음 당해보는 황당한 공격들의 연속이라 몸이 덜 풀렸을 뿐.

이 여자의 공세엔 서서히 적응이 되던 차였다.


압승하는 건 무리겠지만, 계속 싸웠다면 적어도 호적수로는 충분했을 것이다.


잘로위퍼 또한 그걸 잘 알고 있는듯한 표정이었다.


‘젠장맞을.’


그래서 더 약올랐다.


“그럼 자기, 엄한 데서 다치치 말고 무럭무럭 쑥쑥 크고 계세요!”


쪽- 잘로위퍼가 이아노를 향해 손키스를 보냈다.

이아노의 아미가 잔뜩 찌푸려졌다.


“아, 그리고,”


또각- 잘로위퍼가 고개를 살짝 뒤로 한 채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까 그거 말고 다른 소원 생각해둬.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콰아..!! 그녀가 포털 안으로 모습을 감춘 뒤, 그것은 순식간에 소멸했다.

지저분하게 흔적을 남기고 도망 간 그림록에 비하면 후자취까지도 깔끔했다.


“아,”


그러고 나니, 이아노의 머릿속에서 어떠한 조명이 켜진 것처럼 ‘탁’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의 눈 앞엔, 매우 태연스러운 표정으로 악수를 청하고 있는 애슐리탄의 모습이 보였다.


뭐지?


그는 집무실 책상에 앉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 완전 개박살이 나 있었던 그 집무실 책상.

이제는 아예 새것을 들여놓은 것처럼 멀끔했다.


그림록. 그림록의 잘린 목덜미가 집무실 바닥 한 켠에 널브러져 있었다.

하지만 클레니스는 없었다.

클레니스의 몸을 빌어 현신했던 서큐버스 잘로위퍼 또한 없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뒤바뀐 환경이 매우 자연스레 흘러가고 있었다.


“뭐하나?”


애슐리탄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자유민, 이 귀족의 악수가 보이지 않는 것인가? 경우에 맞게 행동하게!”


“아, 음.”


이아노는 얼떨결과 그와 손을 맞잡았다.

남은 손을 들여다보니, 아까 분명 건네받았던 그 묵직한 돈자루가 들려 있었다.

순례자 추천서 또한 이아노의 수중에 있었다.


대체 뭔 일이 일어난 거야?


이아노는 고개를 슬쩍 들어 애슐리탄의 아랫도리를 살펴 보았다.

안 섰네?

그 모습에 애슐리탄이 양 미간을 움찔거렸다.


“무, 뭔가 그 요상한 눈빛은?!”


그리고 옴이라도 붙은 듯 냉큼 이아노의 손을 뿌리쳤다.

아마도 취향이 특이한 쪽으로 오해한 모양이다.


“자, 볼 일 다 봤으면 이제 나가보시게. 서명해야 할 서류들이 산더미니.”


“...알겠소.”


이아노는 아직도 영문을 모른 채 연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거머리같은 놈! 더 빨아먹을 게 남다는 게야?!”


애슐리탄의 성마른 축객령.

더는 무얼 살펴 볼 겨를이 없었다.


“아, 잠깐만!”


문을 열고 나가려는 이아노의 등 뒤에 애슐리탄의 목소리가 들렸다.

찡긋, 돌아본 이아노를 향해, 애슐리탄은 난데없이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다음에 또 봐, 자기.”


“...뭐?”


“헉,”


이아노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애슐리탄이 숨 넘어가는 듯한 ‘헉’소리를 냈다.

동시에 무언가에 팍 깨어난 듯 고개를 흔들었다.

마치 최면에 풀려나기라도 한 것처럼.


“뭐하나? 얼른 나가지 않고?”


그리곤 또다시 부루퉁한 축객령을 내렸다.


“...”


문 밖을 나서는 이아노는 잘로위퍼의 얼굴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다음에 또 만나면, 그땐 진짜 순식간에 죽여 버리겠다고.


*



아스트랄계에서도 귀족적인 삶은 존재했다.

서큐버스와 인큐버스들을 다스리는 여왕, 갈리아나 몽슈슈의 삶이 그러했다.


흘러 넘칠 듯 풍성한 백금발,

그리고 지붕 밑 처마처럼 만곡하게 긴 속눈썹.


피 바른 듯 새빨간 입술,

마지막으로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풍기는 육감적인 몸매.


신조차도 질투할 매혹의 군림자.

그녀는 하늘 보듯 고개를 들어야 보일 정도로 아찔하게 높은 흑요석 대좌에 앉아 있었다.


“케리트,”


“예, 여왕님.”


화악-! 그녀의 부름에 집사,

인큐버스 케리트 비알라쿠가 날개를 펴고 날아왔다.


듬성듬성 자라난 모자란 머리숱, 조화롭지 않게 커다란 매부리코, 주름진 이마.


미의 화신이라고 불리는 인큐버스 종족 치고는 매우 모자란 외모였다.


그렇기에 갈리아나는 케리트를 선호했다.


인간이나, 괴물이나,

모자란 것들은 항상 절박하기 마련이다.


인정받기 위한 욕구. 결핍에서 나오는 갈급함.


그것이 이 케리트라는 늙은 마물을 놀랍도록 빠릿빠릿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후,”


갈리아나는 케리트의 홍조띤 얼굴을 보며 즐기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주제에.


너 따위도 날 어떻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모양이구나.


마치 높은 창공 위를 비행하는 꿈을 꾸는 하찮은 벌레같은 마음이었다.

그것이 참 재미있었다.

욕망이라는 것.

그것은 이토록 뻔뻔할 정도로 무서운 거로구나.


“내 오후 스케쥴이 뭐였지?”


“어둠의 기사, 율시퍼 행데드나이트 님과 접견하시기로 했습니다. 간단한 다과와 함께 요정을 걷기로 하셨었죠. 16시에는 리치 킹 아르몬도 두 테레스 님과 지옥 전시물을 관람하기로 하셨고-”


“아르몬도 두 테레스!”


갈리아나가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두 눈빛을 빛냈다.

표현과 표정 하나 하나가 장엄한 연극 속의 위대한 주연 같았다.

그것은 집안 대대로 엄격히 교육받아온 고수준의 에티켓에서 비롯된 몸짓이었다.


“아주 잘 알고 있지! 고양이 리치 킹! 아홉 개의 목숨... 떠오르는 신예...”


“여왕님과 만나뵙기를 세 번이나 청했었죠,”


케리트는 마치 그것이 자신의 일이라도 되는 양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콧대높고 오만하기로 소문난 그로서는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 역시 여왕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 나 당신의 그런 아부 좋아. 당연한 것도 자꾸 말해줘야 돼. 그래야 더 당연해진다고.”


“옳은 말씀이십니다.”


“율시퍼. 율시퍼 행데드나이트의 서열은 몇 위지?”


“최신 갱신도에 따르면-”


“30위권 이하지?”


“네, 그럴 겁니다.”


“그럼 빼.”


갈리아나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우아한 손사래를 쳤다.


“음, 그런데 여왕님. 율시퍼 행데드나이트 님은 이미 여왕님과의 접견을 서른 번 이상 요청하신-”


“케리트.”


“예, 여왕님.”


케리트는 순간 돌변한 갈리아나의 표정에 섬찟함을 느꼈다.


“나, 두 번 말하게 할 거야? 케리트가 내게 있어 그런 위치였니?”


“...아닙니다, 여왕님.”


“그럼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그리 하겠습니다. 스케쥴 삭제... 하겠습니다.”


“옳지.”


그제서야 갈리아나의 표정이 풀어졌다.

하지만 케리트는 속으로 진땀을 흘렸다.


‘율시퍼 그놈 성정, 보통이 아닌데.’


율시퍼 역시 아르몬도 못지 않은 떠오르는 신예.

무엇보다 평소에는 젠틀하지만 한번 화가 나면 괄괄하고 직선적이기로 유명했다.

이번에도 비보를 전한다면 아마 미쳐서 길길이 날뛸 것이다.


화앗! 케리트가 곤마에 빠진 사이, 궁전 한켠에서 교태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응~”


또각- 또각- 활짝 열린 포탈 사이로 들려오는 굽소리.

여왕의 하나밖에 없는 공주, 잘로위퍼 몽슈슈였다.


“어머, 얘! 너 설마?”


그 모습을 보던 갈리아나.

별안간 체통조차 망각한 채 박수를 크게 치며 대좌에서 벌떡 일어났다.


“잘로위퍼 너 설마, 현상계 다녀온 거니?”


“어마마마,”


잘로위퍼가 대좌의 갈리아나에게 몸을 숙이며 인사했다.


“보시다시피. 여러 모로 운이 좋았거든.”


“어머, 축하한다 얘!”


여왕이 자신의 날개를 활짝 펴며 싱긋 웃었다.

사아아- 그와 함께 매우 짙은 분홍색 연기가 피어 올랐다.


‘아아, 기가 막히는구나.’


바로 옆에서 그 연기를 마신 케리트는 죽을 지경이었다.


“이게 무슨 경사 중에 경사니? 자기, 케리트! 우리 말썽쟁이 딸 잘로위퍼가 현상계를 다녀왔대요!”


“경하드리옵니다, 공주님.”


케리트가 발딱 일어선 아랫도리를 슬그머니 가린 채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고마워요, 케리트.”


불쌍한 사람.

잘로위퍼는 케리트를 볼 때마다 모종의 연민을 느꼈다.


“파티라도 해야겠어. 케리트, 오늘 저녁 만찬 준비해줘요. 그 어떤 때보다 더 성대하게! 초대장도 돌리도록 하구요.”


“예, 알겠습니다 여왕님.”


“얘, 잘로위퍼야! 이리 와서 그 세계 이야기를 좀 해보려무나.”


여왕은 현상계에 대해 매우 궁금한 게 많았다.


“얼마나 죽였니? 백 명? 천 명? 아님 만 명? 어떻게 죽였어? 하나도 남김없이 몽땅 먹어치웠겠지?”


여왕이 한껏 달아오른 표정으로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그 모습이 꼭 자신의 딸과 판박이였다.


“한 명,”


“에에?”


여왕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었다.


“하, 한 명이라고?”


“응,”


잘로위퍼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한 명이었어요, 어마마마.”


작가의말

늦은 밤에 상황 봐서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재생력 무한의 광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추천글 감사드립니다. +1 21.05.18 196 0 -
공지 본 작품은 87회작 완결입니다. +3 21.04.11 537 0 -
88 후기. +9 21.06.15 274 5 2쪽
87 갓즈 워리어(4) - 1부 완결. 21.06.15 214 5 14쪽
86 갓즈 워리어(3) 21.06.15 188 2 14쪽
85 갓즈 워리어(2) 21.06.15 183 2 18쪽
84 갓즈 워리어(1) 21.06.15 180 2 12쪽
83 대상단의 서자(3) 21.06.15 180 4 17쪽
82 대상단의 서자(2) 21.06.15 177 3 16쪽
81 대상단의 서자(1) 21.06.15 180 2 14쪽
80 예언의 무녀 21.06.15 186 2 15쪽
79 다섯 손가락 +1 21.06.01 203 5 20쪽
78 시선들(2) 21.05.29 197 5 17쪽
77 시선들(1) +2 21.05.29 199 6 16쪽
76 요정왕국의 분노 +6 21.05.26 219 6 14쪽
75 대망(大望) +1 21.05.23 235 7 15쪽
74 간계(奸計) +3 21.05.20 224 6 14쪽
73 숨겨진 아이 +1 21.05.20 217 4 13쪽
72 격동하는 천하(6) +3 21.05.18 235 8 15쪽
71 격동하는 천하(5) 21.05.16 226 5 13쪽
70 격동하는 천하(4) +1 21.05.14 184 7 12쪽
69 격동하는 천하(3) +2 21.05.13 194 6 16쪽
68 격동하는 천하(2) +2 21.05.11 185 8 15쪽
67 격동하는 천하(1) +3 21.05.08 190 7 14쪽
66 홍염(紅焰)의 변경백(3) +3 21.05.06 222 8 13쪽
65 홍염(紅焰)의 변경백(2) +1 21.05.04 193 7 13쪽
64 홍염(紅焰)의 변경백(1) +1 21.05.03 200 7 14쪽
63 패운의 반지 +3 21.05.02 205 8 15쪽
62 아는 사람들 +1 21.05.02 193 7 14쪽
61 정령왕의 가호 +1 21.04.29 199 8 12쪽
60 정령을 보는 눈 21.04.28 191 7 14쪽
59 전쟁의 씨앗 +1 21.04.27 200 8 11쪽
58 전사의 피 21.04.26 210 7 13쪽
57 이그제미네이터(Examinator)(5) 21.04.25 206 7 14쪽
56 이그제미네이터(Examinator)(4) 21.04.25 236 7 13쪽
55 이그제미네이터(Examinator)(3) 21.04.25 202 7 13쪽
54 이그제미네이터(Examinator)(2) +1 21.04.24 201 7 13쪽
53 이그제미네이터(Examinator)(1) +1 21.04.23 211 7 12쪽
52 크고 아름다운 괴물 +1 21.04.23 210 7 15쪽
51 난전 돌입 21.04.22 229 7 13쪽
50 드워프 21.04.22 221 7 13쪽
49 공중 잠행 21.04.21 228 7 13쪽
48 악당의 청부 21.04.21 221 5 12쪽
47 예언의 전사는 죽어야 한다 +1 21.04.20 220 6 13쪽
46 금서, 그리고 숨겨진 진실 +1 21.04.20 236 7 11쪽
45 500년의 삶 +1 21.04.20 226 6 13쪽
44 오묘한 재회(2) +1 21.04.19 213 7 12쪽
43 오묘한 재회 21.04.18 224 8 12쪽
42 큰 엄마(Big Mother) +1 21.04.18 224 7 13쪽
41 스컴 썬즈(scum sons)(6) +1 21.04.17 241 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