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자고 일어나니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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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타
작품등록일 :
2020.05.11 11:41
최근연재일 :
2020.06.12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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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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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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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마지막 통과면 완벽하다

DUMMY

미소는 오디션 지원서를 들고 전신 거울 앞에 섰다.

주말이면 김민수 감독과 단둘이, 독대한다. 이 지원서는 김민수 감독에게 보내는 지원서다. 그날 미소는 담판을 낼 것이다. 여주인공, 이소희 캐릭터를 모두 다 훔쳐낼 것이다. 말투부터 사소한 버릇까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욕망이 있는지, 잠잘 때 버릇부터 은밀한 기호까지 모두다.


완벽하게 이소희가 되어 오디션 날 김민수 앞에 나타날 것이다.


‘김민수 감독님, 당신은 나랑 작업 하게 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



“야, 얘 아직도 안 왔냐? 연락해 봤어?”


커피숍 점장이 씩씩거리며 매장을 휘저어 다녔다.

왕 알바녀와 초짜 알바녀가 안절부절.


“지금 방금 역에 도착했다는데, 금방 들어올 거래요.”

“어, 그래? 참 일찍도 온다 그치? 마감 다 할 때 끼 와서... 청소하고! 마감치라고 내가 월급 주는 줄 알아! 오늘은 내가 아주 그냥!”


50대 아줌마가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점장은 손님이 들어온 줄 알고 알바생들에게 목소리를 낮춰서 윽박질렀다.


“오늘 내가 이 녀석을 반드시 잘라버리겠어!”


50대 아주머니가 카운터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초짜 알바생이 위축된 목소리로 주문을 받았다.

그런데 아줌마가 갑자기 카운터 안으로 불쑥 들어가 알바 앞치마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걸치기 시작했다.

점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저, 저... 아줌마? 뭐 하세요?”


미소가 앞치마를 걸치고 돌아서며


“지 딸년이 사정이 생겨 갖고 지가 대신 왔슈.”

“네?”

“죄송해유.”

“미, 미소 어머니?”

“잉, 그라쥬. 갸가 내 딸년이유, 그라고 거거거 짜른단 말은 그만 좀 씨부리슈.”

“아, 씨부리... 일단, 안녕하세요. 그리고 짜, 짜른다는 건 제가 쫌 화가 나서 한 얘기고요.”

“인상 참 좋으신 분이 그라문 안 되쥬?”

“아, 네...”

“뭐혀? 어여 일 혀.”


미소가 왕 알바녀와 초짜 알바녀에게 손짓했다.

당황한 점장이


“저, 어머니? 알았으니까, 어서 이리 나오세요.”

“왜유? 지가 못할까 봐유? 한 번 볼 텨?”


하면서 커피 머신기를 장난감 다루듯이 다뤘다.


“지가 왕년에 다방에서 일 좀 했슈.”

“윽... 다, 다방!”

“요새 다방도 이런 거 다 있슈, 무시하지 말아유.”

“아니, 그게 아니라... 잘하시네요.”

“그쥬? 잘하쥬?”


미소 손놀림은 최고였다. 당연했다. 지난 1년 동안 여기, 이 자리에서 뼈 빠지게 일했으니까. 뜨거운 스팀 분사구에서 튀긴 물에 수차례 데어보면 도사가 안 될 수가 없다.


“저, 어머니, 알았으니까 그만하시고요, 여기 앉아 계세요.”

“아유, 우리 이쁜 언니가 여기 대빵인가? 얘기 많이 들었어요?”

“아, 네.”

“쟈는 초짜 알바구?”

“네, 안녕하세요? 미소 언니가 어머니를 많이 닮았네요?”


‘뭐야? 좀 티 나나? 저 어리버리가 눈썰미는 살짝 있었네?’


왕 알바녀와 초짜 알바녀가 불편한 기색으로 의자를 가져와 내밀었다.


“놀러 온 거 아닝께 같이 일해유, 쓰레기 버리고 마감은 이 아줌마가 다 칠꺼니까.”

“네? 네...”


‘됐다. 완벽해, 몰라보고 있어. 아이, 이거 왜케 재밌냐? 점장 표정 봐라... 자, 마지막만 통과하면 완벽하다.’



“여기 아메리카노 한잔이요.”

“네.”


‘아, 참.’


미소가 깜빡하고 자기 목소리를 냈다. 슬쩍 돌아봤다. 왕 알바녀와 초짜 알바녀가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이그, 처녀처럼 목소리 내야 할 거 아녀? 그래야 총각들이 좋아하지, 안 그랴?”

“아, 네... 잘 하시네요. 어머니...”

“그랴 그랴, 어이 총각 뭐라고? 내 귀가 안 좋아서 다시!”


하고 자세히 보면, 아메리카노 그 남자였다.


‘짜식, 오늘 출연해 줘서 고마웠다. 뭐, 넌 잘 모르겠지만...’


“아메리카노라고요. 이젠 들으셨어요?”

“아, 아메리카노, 오케이 오케이, 잠깐 기둘려. 근데 총각, 시간 좀 있나?”

“... 뭔 시간요?”

“뭔 시간이것어? 데이트할 시간이제.”

“누구랑요?”

“나랑이제.”

“그리고 나랑?”

“그쟈.”

“왜요?”

“왜긴! 그쪽, 쪼까 맴에 들어서 그라제.”

“훗, 재밌는 분이네?”

“시간 없슈?”

“저 연애할 시간 없어요.”

“음마? 가시나들은 신나게 꼬시더만?”

“이쁜 가시나는 꼬시죠.”

“내는?”

“아, 나 지금 아줌마랑 뭐하냐, 저기요... 아주머니, 저 시간 읍슴다, 됐어요?”

“시간이야 만들면 되쥬?”

“연애 안 한다구! 요! 증말! 짜증나게!”

“워매, 완전 철벽남이네? 나 알아두면 나쁠 거 없는디? 내가, 거 뭐다냐, 유명한 매니니먼뜨, 기확사, 그딴 거 많이 아는디?”

“......”


아메리카노 남자가 똥 씹은 표정으로 미소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미소가 야릇한 윙크를 한 방 날려줬다.

아메리카노 남자가 번개같이 사라졌다.



*



미소가 서둘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가로질러 달렸다.

빨리 집에 가서 마지막 테스트할 생각에 살짝 들떴다.


‘설마 엄마는 알아보겠지, 내 엄만데, 모르겠어?’

‘모르면 진짜 내 엄마 아니다.’

‘친자 확인소송 할 필요도 없다!’


찰칵


카메라 셔터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면 흰색 와이셔츠가 잘 어울렸던 그 포토 그래퍼다.

오늘 잠시 출연해 준


‘뭐야? 오토바이 택배 기사만 만나면 다 만나는 거네? 신기해라.’

‘이렇게 보니, 반갑네?’


“이봐 총각, 나 한 컷 찍어줄 텨?”


포토그래퍼가 미소를 돌아보더니


“아줌만 안 찍어.”


‘어? 뭐야? 싸가지 없는 놈이었네? 하여튼 인간은 직접 겪어 봐야 안다니깐.”


“이랴도 안 찍을 껴?”


미소가 한쪽 다리를 벤치에 올리고 치마를 걷어 올렸다.

최대한 요염한 포즈로


“아줌만 안 찍어!”


기분은 더러웠지만, 상관없다. 또 한 번 성공을 확인한 셈이니까.



***



삐비빅... 삑삑.


현관문 비밀번호를 눌렀다.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조심해야 했다. 괜히 정애가 보고 놀라서 쓰러지면 안 되니까 조심스럽게...


거실에 벌러덩 누워서 소파에 다리를 올린 채 텔레비전을 보는 정애와 남동생, 여동생. 오랜만에 온 가족이 다 모여있었다. 벌러덩 누워서 서로의 배 위에 다리를 올린 모습이 아주 가관이다. 동물원에서 본 동물 가족들 모습 같았다.


‘이것들이 웬일로, 밖에 안 쏘다니고 집에 있지? 잘 됐다. 오늘 아주 그냥...’


남동생이 바지 속을 벅벅 긁어대다가 고개를 들어 미소를 봤다.

남동생과 미소가 눈이 마주쳤다.

남동생은 1,2,3초 동안 멍하니 바라보더니


“뭐, 뭐야! 엄마! 누나!”

“시끄러, 이놈아! 지금 불륜녀 머리털 잡기 직전이다. 야야야, 쟤 지금 머리털 잡는다!”


여동생과 정애는 텔레비전에 몰두했고 남동생은 미소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저, 저 아줌마, 저 아줌마 좀 보라니까!”

“시끄러 이놈아, 집중 안 되게, 자꾸 뭘 보란 거야?”


하면서 정애가 고개를 돌려 미소를 봤다.


“옴마? 뉘슈?”

“왜? 뭘?”


여동생도 따라서 봤다.


“억! 뭐야 저 아줌마!”


가족들 모두 미소를 봤다.

미소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며


“안녕하셔유?”


“누, 누구세요?”

“저 아줌마 어떻게 들어온 거야?”

“너 현관문 안 닫았어?”

“안 닫긴 왜 안 닫아!”

“그럼 저 아줌마 뭐야!”

“이봐요! 왜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와요?”


가족들이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레이저를 쏘아 댔다.

미소가 눈물 훔치는 척을 하면서


“지 딸년을 데리러 왔슈.”

“잉?”

“미소가... 미소가... 지 딸이구만유.”

“이, 이 여편네가 미칬나!”

“엄마, 저 아줌마 뭔 소리야?”

“큰누나 주워왔어?”

“미친놈아!”


정애가 눈에서 불을 뿜었다. 이어서


“이 여편네야! 당신 미쳤어?”

“아뇨, 저 미친년 아니여유, 지가 바로 미소... 생모여유.”


정애는 열이 뻗쳤다. 일어나려는 걸 동생들이 말렸다. 꽉 잡았다.


‘적당히 놀다가 끝내자 엄마 쓰러지면 안 되니깐, 아이 재밌어라.’


“미소가 지를 찾아왔슈, 지 엄마가 친모가 아닌 거 같다며 오래전부터 찾다 찾다 드디어 지를 찾아왔슈. 미소 어딨슈! 내 딸 미소 어디다 숨겨놨슈!”


동생들이 정애를 붙잡고 황당한 표정으로 돌아봤다.


“뭐, 뭘 봐? 니들은 저 여편네 말을 믿냐?”

“언니가 그런 말 많이 했거든.”

“나도, 자기 아무래도 다리에서 주워 온 거 같다고. 이 똥배에서 나온 거 같지는 않다고...”


하면서 남동생이 정애 똥배를 쓰다듬었다.


“미친... 야 이 여편네야! 미소는 내 딸이야! 내 똥배에서 낳았다구!”


하면서 정애가 벌떡 일어나 뛰어왔다. 아니, 날아왔다.

쿵쾅쿵쾅. 킹콩처럼 날아와서 미소 머리털을 잡아 뽑기 시작했다.


“으악! 엄마. 안 돼. 으악! 나 미소야... 맏딸이라구... 으악...”


미소 목소리는 정애의 욕설과 괴성에 파묻혀 들리질 않았다.

동생들은 정애의 다리를 잡고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정애의 억센 손은 미소의 머리를 쥐고 흔들어댔다.

그 와중에 든 생각은


‘됐어! 완전 성공이야! 김민수 감독! 기다려라!’


“으악! 엄마... 나야 나! 안 돼... 으악...!”


작가의말

하루에 한 자라도 쓸 수 있을 때까지...  

<선호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sns 로 주변 분들에게 

이곳 링크 공유 부탁드립니다. 

(아래주소는 카피가 되질 않습니다.)

https://blog.munpia.com/silaso01/novel/206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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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화. 당신과 나, 우리 이야기 +7 20.06.12 124 8 11쪽
27 26화. 이야기의 시작 +8 20.06.11 49 10 10쪽
26 25화. 악마와 손을 잡았으니까 +8 20.06.10 54 9 10쪽
25 24화. 비밀이 숨겨진 곳 +6 20.06.09 51 11 11쪽
24 23화. 반갑다, 소희야 +8 20.06.08 108 11 12쪽
23 22화. 욕망이, 그렇게 이끌었다. +13 20.06.05 164 14 14쪽
» 21화. 마지막 통과면 완벽하다 +11 20.06.04 150 15 9쪽
21 20화. 당신은 나랑 작업하게 될 거야. +10 20.06.03 148 17 11쪽
20 19화. 완벽히 속여넘길 수 있는 +13 20.06.02 143 13 11쪽
19 18화. 판타지 속 판타지 +18 20.06.01 144 18 9쪽
18 17화. 판타지가 시작됐다. 두 번째 +28 20.05.29 166 24 14쪽
17 16화. 판타지가 시작됐다 +19 20.05.28 180 18 14쪽
16 15화. 만들어진 기억 +13 20.05.27 164 18 15쪽
15 14화. 이젠 내가 당신보다 갑이야 +24 20.05.26 158 23 13쪽
14 13화.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10 20.05.25 155 16 10쪽
13 12화. 김민수 감독과 한판 대결 +11 20.05.22 153 17 13쪽
12 11화. 잠실에 있는 100평짜리 펜트하우스 +15 20.05.21 161 16 16쪽
11 10화. 다시 기어오르면 돼 +11 20.05.20 153 20 12쪽
10 9화. 미소를 캐스팅하기 위해서 +31 20.05.19 166 24 8쪽
9 8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29 20.05.18 171 24 13쪽
8 7화. 남자 주인공의 등장 +15 20.05.17 200 25 10쪽
7 6화. 욕망 +19 20.05.16 226 22 18쪽
6 5화. 레디, 액션. +24 20.05.15 260 24 10쪽
5 4화. 만남의 시작 +22 20.05.14 279 33 11쪽
4 3화. 무명 여배우들의 무덤 +28 20.05.13 345 31 12쪽
3 2화. 미소야, 너에게 기회가 왔어. +27 20.05.12 432 35 10쪽
2 1화. 자고 일어나니 스타 +23 20.05.11 754 47 15쪽
1 프롤로그 +21 20.05.11 857 9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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