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탄생한 고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히아이스
작품등록일 :
2020.05.11 12:53
최근연재일 :
2020.08.11 19:41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28,276
추천수 :
502
글자수 :
383,659

작성
20.05.15 14:35
조회
1,121
추천
17
글자
11쪽

키마이라의 집

DUMMY

가브리엘은 그대로 강에 빠졌고 노인은 진영에게 점점 다가왔다.

노인은 세이렌에게 뜯어먹혀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너희들 살을 먹어서 내 빈 곳을 메워야겠어.”


노인은 마치 좀비처럼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진영은 주머니에 한 개 남은 구슬을 꺼냈다.


“이 방법밖엔 없는 건가?”


진영은 달려드는 노인에게 한 개 남은 구슬을 던졌다.


“툭.”


노인은 구슬을 맞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세이렌처럼 나도 해치우려고? 그렇게는 안 되지.”


노인은 자기가 주머니에 가지고 있던 구슬을 꺼내 보였다.


“이 구슬은 이미 구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겐 반응하지 않는 것 같은데. 하하. 하늘도 나를 돕는가 보군. 멍청하게 그 좋은 구슬을 나에게 줬었지. 하하.”


진영은 난감했다. 분명히 강태공이 시킨 대로 한 것인데 일이 잘못되었다.


‘이걸 예상 못 한 건가? 그럼 왜 3개를 준거지?’


노인은 바닥에 떨어진 구슬을 주워서 다시 진영에게 던졌다.


“구슬이 어떤 요술을 부리나 볼까?”


구슬은 진영은 몸에 닿자마자 연기를 내며 그물로 변해 진영의 몸을 휘감았다.

진영은 꼼짝도 못 하고 그물에 감긴 채 바닥에 쓰러졌다.


“하하. 자기 무기에 당하는 기분이 어떻지? 지옥이 그렇게 만만한 곳은 아니지. 너 같은 피라미는 뜯어먹힐 뿐이야.”


노인은 뱃삯으로 받은 구슬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건 도대체 어떤 무기지? 한번 써볼까?’


노인은 그물 때문에 옴짝달싹 못 하는 진영에게 들고 있는 구슬을 던졌다.

진영도 어떻게 될지 몰라 눈을 감았다.


‘여기서 끝인가?’


노인이 던진 구슬은 그물 위에 닿았다.


펑!


갑자기 연기가 나면서 노인과 진영의 위치가 바뀌었다.

노인이 그물 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그물은 보통 어망하고 달라서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안에 있는 것을 조여서 나가지 못하게 했다.


“이거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노인은 그물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럴수록 그물은 더 조여들었다.

진영도 놀라기는 마찬가지.


‘마지막 구슬은 던진 사람과 맞는 사람의 위치를 바꾸는 구슬이었군. 왜 그런 구슬을 준 거지?’


진영은 강태공이 뱃삯으로 구슬을 주라던 생각이 났다.


‘그래. 강태공은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뱃사공이 나쁜 사람일 경우 이 구슬을 나에게 사용할 거란 걸 말이지. 두 번째 구슬도 반응이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지. 이 모든 게 강태공이 짜놓은 대로 흘러간 건가?’


진영은 가브리엘을 큰 소리로 불렀지만 찾을 수 없었다.

진영은 직접 노를 저어 달이 있는 방향으로 배를 움직였다.

물안개가 가득하고 어두운 강에서 보이는 건달밖에 없었다.


노를 저은 지 한참 지나서 어깨가 아파질 때쯤 반대편에 땅이 보였다.

어디가 나루터인지도 모르겠고 일단 천천히 노를 저어 갈대숲을 지나 편평한 땅이 있는 곳 가까이에 배를 댔다.

진영은 내려서 끈으로 배가 떠내려가지 않게 묶어놓았다.

다시 올 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해놓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노인이 어떻게 되었나 보니 그물은 사라진 상태이었고 뼈만 남아 있었다.

아마도 그물에 모든 기운을 흡수당한 것 같았다.


‘이 그물은 마계의 그물이라고 불러도 되겠군.’


진영은 노인이 들고 있던 식칼을 갖고 내렸다.

구슬도 없고 이제부터는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살아남아야 했다.

땅으로 올라와 안쪽으로 한참 걸었는데 사람도 집도 보이지 않았다. 진영은 배가 고파왔다.


‘지옥에서도 배는 고프구나. 내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증거인가?’


진영은 정처 없이 걸었다. 집에서 입던 채로 와서 그런지 선선했다.


‘죽을 때 삼배 옷을 입히던데 그거 입고 왔다 간 얼어 죽겠구먼. 추운 것도 내가 살아있기 때문인가? 이래저래 불편하네···.’


잠시 뒤 멀리서 하얀 연기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달이 가장 밝을 때라 밤에 올라오는 연기도 보였다. 사람이 있는 게 분명했다.

밥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 생각한 진영은 얼른 걸음을 재촉했다.


‘뭐라도 배 좀 채웠으면 좋겠다. 제발···.’


연기가 나는 곳에 가까이 가니 집이 한 채 보였다.

초가집이었고 굴뚝에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돌담이 있었는데 담 옆에 서서 한참을 지켜봐도 인기척이 없었다.


‘누가 안에 있나?’


진영은 배고픔을 참지 못해 살금살금 마당으로 들어왔다.


“아무도 안 계십니까?”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자 진영은 방문을 슬쩍 열어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부엌과 방이 따로 있었는데 부엌으로 들어가 보니 부뚜막에 장작이 타고 있었고 그 위에 가마솥이 있었다.

진영은 가마솥 뚜껑을 열어보았다. 뜨거운 수증기와 함께 하얀 쌀밥이 있었다. 마침 밥이 다 되어있었다.


‘맛있겠다.’


너무 배가 고팠던 진영은 밥을 보니 입에서 침이 줄줄 흘렀다.

재빨리 주걱을 손에 든 진영은 밥을 살짝 떠서 호호 불었다. 나중 일은 생각에 없었다.

지옥의 시간으로도 이틀을 굶은 상태였다.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천천히 입에 넣은 밥은 꿀맛이었다. 반찬이 없어도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한 주걱 정도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났다.


‘큰일이다!’


진영은 얼른 가마솥의 밥을 편평하게 다져놓고 뚜껑을 닫았다.

개 짖는 소리가 멀지 않았다. 진영은 얼른 숨을 곳을 찾았다.

마당에 있는 장작더미 뒤가 좋을 것 같았다. 진영은 장작더미 안으로 들어가 숨었다.


그가 숨자마자 개 한 마리가 마당으로 들어왔다.


“이놈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짖지?”


뒤따라 마당에 들어온 사람은 하얀 백발의 할머니였다.


‘저 사람이 뱃사공 노인의 부인인가?’


진영은 가브리엘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개는 계속 짖어댔다.

마당 여기저기를 다니며 냄새를 킁킁 맡아댔다. 할머니는 개를 담 옆에다 묶어놓았다.

그래도 개는 짖는 걸 멈추지 않았다. 좀 이따가 할머니가 개밥을 주고 나서야 개는 잠잠해졌다.


“이 녀석 무슨 냄새를 맡았나? 왜 이렇게 짖어대?”


할머니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진영은 장작더미에 있는 틈으로 할머니를 보았다.

할머니는 아궁이에 있는 재를 삽으로 꺼냈는데 거기에는 시커멓게 탄 사람 뼈가 가득했다.


“어차피 지옥으로 온 놈들이니까 이렇게 태워 없애도 불만은 없겠지. 처치 곤란이니까 이렇게 태워버리는 게 낫지.”


할머니는 가마솥을 열어보고 밥을 살짝 떠서 먹어보더니 별 반응 없이 뚜껑을 닫았다.

진영은 자기가 밥 먹은 것이 들킬까 봐 걱정했지만 일단 특별한 낌새는 없었다.


“후후. 죄인들의 뇌를 끓인 게 아주 잘 익었구먼. 길잃은 영혼들의 육체는 장작으로 쓰고 뇌는 식자재로 쓰니까 하나도 버릴 게 없지···.”


이 얘기를 듣고 진영은 구역질이 나서 토할 뻔했지만 할머니가 너무 가까이 있어 참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속을 다 게워내고 싶었다. 먹은 것이 올라올 것 같아 억지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소리라도 냈다간 진영이 저 밥솥으로 들어갈 판이었다.


‘그게 사람의 뇌였다니. 내가 너무 배가 고파서 맛을 못 느낀 건가?’


진영은 부엌을 주시했다. 할머니는 부엌에서 나와 방으로 들어갔다.


“에고. 영감이 올 때까지 잠이나 자야겠구먼.”


진영은 할머니가 방문을 닫자마자 뒤돌아서 구역질을 했다.

최대한 소리가 안 나게 먹은 것을 토해냈다.

기껏해야 한 주걱 먹은 게 다라서 별로 올라오는 것도 없었다.


‘여기서 벗어나야 해. 저 할머니에게 들키는 날엔 나도 저 밥처럼 되고 말 거야.’


진영은 집안을 찬찬히 살폈다.

담은 단번에 뛰어넘기엔 너무 높고 마당으로 나가려면 개가 짖을 게 뻔했다.


‘일단 여기 더 숨어있다가 저 할머니가 나가면 그때 도망치자. 개도 같이 데려가는 것 같으니까 그때 가면 될 거야.’


진영은 장작더미 뒤에서 쪼그린 채 잠이 들었다가 한참 후 갑자기 개 짖는 소리가 들려 잠을 깼다.

장작 틈으로 보니 어떤 여자가 마당에 서 있었고 할머니가 방문을 열고 있었다.


“여긴 어쩐 일이우?”

“할머니. 죄송한데 이 주변에서 길을 잃어서요. 잠시 쉬어갈 수 있을까요?”

“그러시우.”

“저 혹시 남는 밥이 있다면 찬밥이라도 좋으니 주실 수 있나요? 며칠 동안 굶었거든요.”

“우리 집에 온 손님인데 찬밥을 주면 안 되지. 내 밥을 차려올 테니 여기 마루에 앉아 기다리시우.”

“고맙습니다. 할머니.”


잠시 후 할머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과 나물무침을 부엌에서 내왔다.


“배고플 텐데 어서 드시우. 여긴 워낙 길이 험해서 가끔 길잃은 사람들이 온다우. 고생 많이 했나보구만. 얼굴이 말이 아니야. 여자 얼굴이 그래가지고. 쯧쯧.”


여자는 밥을 허겁지겁 먹었다. 반찬이 있건 없건 입에 집어넣기 바빴다.


“천천히 드시우. 그러다 체하겠어. 허허···.”


여자는 밥그릇을 반쯤 비웠을 때 급격하게 졸음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할머니는 그런 여자를 보며 물었다.


“왜 그러시우?”

“갑자기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게 졸리네요.”

“험한 길로 다녔으니 피곤할 만도 하지. 마저 먹고 오늘은 쉬고 가시우. 여긴 나 혼자 사는 곳이니까 눈치 볼 것도 없고.”

“그래도···.”


여자는 한 숟가락 더 들려고 하다가 밥상에 머리를 박고 잠이 들었다.

할머니는 여자를 마루에 눕히고 밥상을 가지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이 모습을 보고 있는 진영은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저렇게 사람을 잡는 건가? 도와줘야 하는데 구슬도 없고 무슨 수로···.’


할머니는 부엌에서 긴 낫을 가지고 나와서 날을 잘 살펴보았다.


“산초를 좀 따러 갔다 올까···.”


할머니는 바구니를 하나 들고 집에서 나갔다.


‘이때다!’


진영은 장작더미에서 나와 여자를 살폈다.

하얀 피부에 길고 검은 머리를 한 여자는 스무 살 초반 정도 되어 보였다.


“어쩌다가 지옥에서 헤매게 된 거지?”


개는 진영을 보자마자 짖었고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듯이 발버둥을 쳤다. 목에 묶은 끈이 튼튼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진영은 아궁이에서 불붙은 장작을 꺼내와 마당에 쌓아놓은 장작더미 사이에 집어넣었다.

연기가 나면서 천천히 불이 붙는 게 보였다.

진영은 불이 타오르는 걸 확인하고 여자를 업은 채 할머니가 간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빨리 깊은 산으로 들어가 숨을 곳을 찾아야 했다.


장작더미에 붙은 불은 순식간에 타올라 지붕까지 옮겨붙었다.

처음엔 하얀 연기가 나다가 점점 시커먼 연기가 타올랐다.

할머니는 약초와 산초를 뜯어오다가 불꽃이 이는 것을 보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집은 이미 활활 타고 있었다.


‘그년이 한 짓인가? 지금 깨어날 리가 없는데. 아니면 다른 놈이 왔었나?’


마당에는 여기저기 발자국이 나 있었다. 이것을 본 할머니는 담벼락에 세워둔 손도끼를 꺼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옥에서 탄생한 고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필명 변경하였습니다. 20.11.03 29 0 -
공지 완결에 즈음하여. 20.08.11 177 0 -
71 천명대전 -2-(완결) +2 20.08.11 232 3 16쪽
70 천명대전 +1 20.08.10 142 3 11쪽
69 배신의 나라 -3- +1 20.08.07 126 3 11쪽
68 배신의 나라 -2- 20.08.06 123 3 12쪽
67 배신의 나라 20.08.05 130 3 12쪽
66 서국의 왕 -2- +1 20.08.04 118 3 13쪽
65 서국의 왕 +1 20.08.03 115 3 12쪽
64 남방을 지배하는 자 -3- +1 20.07.31 114 3 12쪽
63 남방을 지배하는 자 -2- +1 20.07.30 116 3 12쪽
62 남방을 지배하는 자 20.07.29 129 3 11쪽
61 지국천왕의 나라 -5- 20.07.28 119 3 12쪽
60 지국천왕의 나라 -4- 20.07.27 117 3 12쪽
59 지국천왕의 나라 -3- 20.07.24 118 3 12쪽
58 지국천왕의 나라 -2- +1 20.07.23 123 3 12쪽
57 지국천왕의 나라 20.07.21 118 3 12쪽
56 흑마왕과의 만남 -4- +1 20.07.20 113 4 11쪽
55 흑마왕과의 만남 -3- 20.07.17 121 3 13쪽
54 흑마왕과의 만남 -2- 20.07.16 124 3 12쪽
53 흑마왕과의 만남 20.07.14 131 3 12쪽
52 지옥의 라비린스 -4- +2 20.07.13 122 3 12쪽
51 지옥의 라비린스 -3- +1 20.07.10 122 3 11쪽
50 지옥의 라비린스 -2- 20.07.09 119 3 11쪽
49 지옥의 라비린스 20.07.07 125 3 12쪽
48 남지옥의 공주 카렌 -9- +2 20.07.06 120 3 12쪽
47 남지옥의 공주 카렌 -8- +2 20.07.03 122 3 12쪽
46 남지옥의 공주 카렌 -7- +2 20.07.02 124 3 12쪽
45 남지옥의 공주 카렌 -6- 20.07.01 137 2 12쪽
44 남지옥의 공주 카렌 -5- +2 20.06.30 135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