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탄생한 고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히아이스
작품등록일 :
2020.05.11 12:53
최근연재일 :
2020.08.11 19:41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28,278
추천수 :
502
글자수 :
383,659

작성
20.07.24 17:15
조회
118
추천
3
글자
12쪽

지국천왕의 나라 -3-

DUMMY

진영이 탄 배는 다시 강을 좁은 강을 따라 제1국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언제 적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감은 멈출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하늘이 점점 어두워졌다.


“뭐지?”


하늘을 보니 일식이 벌어지고 있었다.

태양이 천천히 가려짐과 동시에 세상은 밤도 낮도 아닌 이상한 상황이 되었다.

강물도 이상했다.

하얀 거품이 일어 처음엔 파도가 치나 했지만 자세히 보니 강물이 끓고 있었다.


“뭔가 오고 있군.”


강태공은 밀짚모자를 잠시 들어 멀리 내다보고는 한마디 했다.

잠시 후 하늘에 하얀 새가 보였다.

그 새는 하늘에서 원을 그리며 한 바퀴를 돌더니 진영이 탄 배로 내려왔다.

뱃머리에 내려앉은 새는 하얀 학이었다.


“웬 학이?”


학은 고개를 들고 날개를 접었다.

그러더니 점점 날개 부분이 뒤로 들어가고 한 사람의 미소년으로 변했다.

하얀 옷을 입은 미소년은 천국에서 온 것처럼 깨끗했다.


“나는 지국천왕을 모시고 있는 아레스. 여긴 더 이상이 지나갈 수 없습니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충분히 당신의 능력은 인정받았으니 목숨을 부지하는 게 좋을 겁니다.”

“나는 딸을 구하기 위해 여길 통과할 수밖에 없다. 비록 내가 여기서 죽을지라도 멈출 수 없어.”

“가상하군요. 주위를 둘러보세요.”


진영은 주변을 보았는데 오로라 같은 빛의 일렁임이 있었다.


“이건 뭐지?”

“당신은 이미 아공간에 와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결계지요. 이곳에선 누구도 나를 이길 수 없습니다.”


일렁이는 빛들 속에 사람의 얼굴들이 지나갔다.


“여긴 아공간이라 다른 차원들과 연결되어있지요. 시간과 공간이 모두 뒤섞여 있습니다.”


커튼처럼 흔들리는 빛 속에 세라의 얼굴도 잠시 보였다.


“세라야!”


진영은 배 끝에서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조심하게. 아레스는 교활한 놈이야. 속으면 안 되네.”


강태공은 진영에게 충고했지만 진영은 듣지 않았다.


“딸이 눈앞에 있다면 어떤 아버지도 그냥 있지 않을 겁니다. 설사 그게 함정이라고 해도.”


강태공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체념했다.

세라의 모습은 이번엔 강 밑에 나타났다.

희미하게 보이는 모습은 마치 물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안돼! 세라야!”


진영은 숨을 한번 크게 쉬고 강 속으로 뛰어들었다.


“어쩔 수 없군.”


강태공은 자신의 이를 하나 뽑아서 강물 위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갑자기 강물이 요동치더니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강물이 사라진 곳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아레스의 얼굴.

아레스는 강 자체였고 배 밑에서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 입속으로 진영이 뛰어든 것이다.


“악!”


강태공의 이는 아레스의 눈에 떨어졌고 한쪽 눈을 멀게 했다.

아레스는 거인이었다.

진영은 아레스가 눈 때문에 입을 다무는 사이 얼굴에 떨어졌고 강태공이 내려준 노를 잡고 다시 배로 올라왔다.

일식은 정점을 향해가고 있었다.

아레스는 사라지고 다시 배는 강물 위에 떠 있었다.

그리고 또 세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살려주세요.”

“여기에요. 살려주세요.”


진영은 귀를 막았다.


“같은 방법이 두 번 통할 것 같냐?”


손을 앞으로 향한 진영은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노를 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마력을 불어넣었다.


“하나. 둘. 셋!”


진영은 마치 창던지기를 하듯이 도움닫기를 해서 노를 던졌다.

한참을 날아간 노는 오로라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뒤.


찌그럭!

찌그럭!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진영을 둘러싸고 있던 아공간이 산산조각나 쏟아졌다.


“이놈들. 내 아공간을 깨트리다니.”

“흑마왕에게 배운 보람이 있군. 결계가 쳐져 있을 때도 마구를 이용하면 된다고 했던 게 딱 맞았어.”


진영은 자신감이 생겼다.

강태공에게 구슬을 받아서 쓰던 시절과 달리 이제는 자신의 마력을 믿고 싸울 수 있게 되었다.


“내 아공간을 깨트린 놈은 천 년 동안 처음이구나. 어디서 온 놈들이냐?”


아레스는 하늘에서 내려왔는데 이번에는 미소년이 아닌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얼굴이 사면에 있었고 팔이 8개 달려있었다.


“제1국 놈들은 팔 개수로 계급 정하는 거냐? 정상인 놈들이 하나도 없군.”

“이놈들!”

“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 그냥 서울 사는 세라 아빠야. 이거나 먹어!”


진영은 강 위에 떠 있는 아레스에게 파이어볼을 날렸다.

아레스는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진영의 파이어볼을 피했다.


“이런 술수는 나한테 안 통하지. 이번엔 내 차례다!”


아레스는 여덟 개의 팔을 길게 해 사방에서 진영에게 파고들었다.

진영은 순간적으로 점프해 피했고 오히려 팔 위에 올라와 뛰었다.

아레스에게 가는 길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놈!”


아레스는 문어처럼 팔을 흔들었으나 진영은 이 팔 저 팔 옮겨 다니며 계속 아레스에게 다가갔다.


“넌 오늘 잘못 걸렸어!”


진영은 지치지 않고 긴 팔의 움직임을 이용해 아레스의 얼굴로 다가갔다.

아레스는 진영을 막기 힘들어지자 아예 왼쪽 팔들을 전부 잘라버렸다.


“그런다고 피할 수 있을 것 같아? 넌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어!”


네 개의 팔이 강물 속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진영도 그 팔 위에 서 있었다.

진영은 주머니에서 구슬을 꺼내 힘껏 아레스에게 던졌다.


퍽!


아레스는 나머지 네 개의 팔로 얼굴을 가렸지만 구슬이 긴 창으로 변해 얼굴을 뚫고 반대편으로 나왔다.


“악! 감히 내 아름다운 얼굴을!”


두두둑!


아레스는 두 개의 얼굴을 버리고 목을 돌려 다른 얼굴을 앞으로 내세웠다.


“징그러운 놈이군.”


진영은 다시 배로 올라왔다.


“이번에도 버틸 수 있나 보자.”


아레스는 남은 네 개의 팔로 배를 직접 공격했다.


두둑!


빠른 속도로 내리꽂힌 팔은 배에 닿자 마자 부러졌다.


“뭐지?”

“네 마력도 다 소진된 모양이군. 이런 나무 배도 뚫지 못하다니.”

“그럴 리 없어.”


아레스는 배 위로 내려왔다.


“이제 맞짱 떠보자는 건가? 좋아. 흑마왕에게 배운 걸 실습할 기회군.”

“언제까지 여유 부리나 보자.”


아레스는 머리 중심부가 갈라지더니 두 개의 인간으로 분리되었다.

처음부터 얼굴이 여러 개였으니 분리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2:1로 싸워보자는 거냐?”


아레스는 답도 없이 양쪽에서 공격해왔다.

진영은 어느 방향의 공격이든 경쾌한 몸놀림으로 피했다.

마치 진영만 3배속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이게 6성에게만 허락되는 마급이라는 거다.”

“뭐! 네놈이 6성이라고? 믿을 수 없다.”


아레스는 더 빨리 공격을 시도했지만 하나도 진영의 몸에 닿을 수 없었다.


“이제 놀이는 끝이다!”


진영은 양쪽 겨드랑이에 아레스의 팔을 모두 끼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이놈!”


진영은 허리를 한번 틀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팔이 꺾어져 버렸다.


“악!”


두 사람의 아레스는 팔을 끊어버리고 다시 한 사람으로 합쳤다.


“이건 거미도 아니고 팔을 뜯었다 붙였다 하는군.”

“네 이놈. 여기서 절대 살아서 가지 못할 거다.”


아레스는 주문을 외웠다.

몸 전체가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회전이 점점 빨라지면서 배가 술렁거렸고 강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뭐지?”


퍽!


갑자기 무언가 큰 망치로 배를 때리는 것처럼 번쩍하더니 진영을 멀리 날려버렸다.

강에 빠진 진영은 강물이 생각보다 따뜻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얼마 뒤 이 강은 따뜻한 게 아니라 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리 만들어둔 구슬도 다 써버린 상태였다.

기포가 피어오르고 죽은 물고기들이 수십 마리 떠올랐다.


“하하하! 그러게 살려줄 때 곱게 돌아갈 것이지.”


아레스는 회전을 멈추고 옆을 돌아보았다.

배 위에 노인 한 명이 밀짚모자를 쓰고 앉아있었다.


“넌 누구지? 같이 온 놈이냐?”


강태공은 말이 없었다.


“이놈.”


강태공은 밀짚모자를 슬쩍 올리고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강태공이 얼굴을 보는 아레스의 눈이 커져 있었다.


“너···너···너는···.”


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천둥소리가 났다.

그리고 노랗고 긴 것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푹!


그것은 빠른 속도로 내려와 아레스의 정수리에 내리꽂혔다.

아레스는 입을 벌린 채 놀라는 표정 그대로 숨이 멎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처음 아공간을 깨트리기 위해서 진영이 던진 노였다.

강은 다시 잠잠해지고 진영은 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하마터면 말 그대로 익사할 뻔했네.”


진영은 배 위로 다시 올라왔다.

펄펄 끓는 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마력을 쓴 탓에 숨이 턱까지 찼다.


“항상 침착해야 하네.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섣불리 움직이면 안 돼.”

“네.”


진영은 몸에 물기가 마른 뒤 뱃머리에 마치 조각상처럼 굳은 채 죽어버린 아레스의 모습을 보았다.


“내가 던진 노잖아? 내가 그렇게 멀리 던졌었나? 아무튼 제일 좋은 때에 떨어졌구만. 근데··· 어떻게 이렇게 정확한 위치에 와서 꽂혔지. 내가 마력을 쓴 것도 아닌데.”


일식이 끝나고 다시 해가 비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레스의 몸은 재가 되어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저기 강태공. 어떻게 제가 던진 노가 정확히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 거죠? 이것도 제 마력인가요?”

“허허. 그거야 알 수 없지. 마력이란 때때로 자기가 생각하지 않은 힘을 내기도 한다네.”

“그런가?”


진영은 자리에 앉아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았다.

아까 배를 맞았을 때 바로 튀어나왔던 피였다.

이렇게 피를 토하고도 살 수 있다니 여기 지옥은 확실히 상식을 가지고는 살 수 없는 곳이다.


***


진영이 탄 배는 제1국의 중심에 왔다.

강 옆에 있는 높은 절벽 위에 큰 성이 보였다.


“저기 보이는 게 지국천왕의 성. 적(붉을 적, 赤)의 성이네.”

“그렇군요.”


강태공의 말을 듣고 보니 이곳은 온 땅이 붉은색이었다.

그리고 뭔가 타는 냄새도 났다.


“이 냄새는 뭐죠?”

“유황 냄새일세. 지옥의 중심부로 갈수록 유황 냄새는 더 심해질 거야. 지금부터 익숙해지게.”


지국천왕의 성은 무슨 자재를 썼는지 온통 검붉은 색이었고 아주 높은 첨탑이 있었다.

강태공은 배를 강가에 댔다.


“자. 이제부터 정말로 힘든 과정이 기다리고 있을 걸세. 언제든지 포기해도 상관없으니까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거든 돌아오게. 난 여기서 기다리겠네.”

“네. 말씀은 고맙지만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 길로 쭉 가면 되네. 지국천왕에게 갈 때까지 많은 주술이 자네를 기다리고 있을 걸세. 절대로 그것에 넘어가서는 안 되네.”

“네. 알겠습니다.”


진영은 강태공을 뒤로하고 언덕을 올라왔다.

이 동네는 흙이 붉어서 그런지 풀 한 포기도 보이지 않고 황무지가 이어졌다.

게다가 웬 유황 냄새는 이렇게 지독한지 바로 옆에 유황이 타고 있는 것 같았다.

지국천왕성은 멀지 않았다.

진영이 오전에 걸어 올라가기 시작해서 해가 가장 높을 때 도착할 수 있었다.

지국천왕성은 앞에 다다르니 아래에는 불타는 유황의 강이 흐르고 있고 그 위에 긴 다리가 놓여있었다.

이 다리는 지국천왕의 성문으로 연결되어있었다.


“이제 다 온 것 같군. 지키는 사람도 없고. 들어오란 얘기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옥에서 탄생한 고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필명 변경하였습니다. 20.11.03 29 0 -
공지 완결에 즈음하여. 20.08.11 177 0 -
71 천명대전 -2-(완결) +2 20.08.11 232 3 16쪽
70 천명대전 +1 20.08.10 142 3 11쪽
69 배신의 나라 -3- +1 20.08.07 126 3 11쪽
68 배신의 나라 -2- 20.08.06 123 3 12쪽
67 배신의 나라 20.08.05 130 3 12쪽
66 서국의 왕 -2- +1 20.08.04 118 3 13쪽
65 서국의 왕 +1 20.08.03 115 3 12쪽
64 남방을 지배하는 자 -3- +1 20.07.31 115 3 12쪽
63 남방을 지배하는 자 -2- +1 20.07.30 116 3 12쪽
62 남방을 지배하는 자 20.07.29 129 3 11쪽
61 지국천왕의 나라 -5- 20.07.28 119 3 12쪽
60 지국천왕의 나라 -4- 20.07.27 117 3 12쪽
» 지국천왕의 나라 -3- 20.07.24 119 3 12쪽
58 지국천왕의 나라 -2- +1 20.07.23 123 3 12쪽
57 지국천왕의 나라 20.07.21 118 3 12쪽
56 흑마왕과의 만남 -4- +1 20.07.20 113 4 11쪽
55 흑마왕과의 만남 -3- 20.07.17 121 3 13쪽
54 흑마왕과의 만남 -2- 20.07.16 124 3 12쪽
53 흑마왕과의 만남 20.07.14 131 3 12쪽
52 지옥의 라비린스 -4- +2 20.07.13 122 3 12쪽
51 지옥의 라비린스 -3- +1 20.07.10 122 3 11쪽
50 지옥의 라비린스 -2- 20.07.09 119 3 11쪽
49 지옥의 라비린스 20.07.07 125 3 12쪽
48 남지옥의 공주 카렌 -9- +2 20.07.06 120 3 12쪽
47 남지옥의 공주 카렌 -8- +2 20.07.03 122 3 12쪽
46 남지옥의 공주 카렌 -7- +2 20.07.02 124 3 12쪽
45 남지옥의 공주 카렌 -6- 20.07.01 137 2 12쪽
44 남지옥의 공주 카렌 -5- +2 20.06.30 135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