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테른 에브리라레: 영원한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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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현
작품등록일 :
2020.05.1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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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4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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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5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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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 화 희망은 있는 가(1)

DUMMY

-크르르르르-


어둠이 드리워진 수풀 사이로 붉은 눈동자들이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디냐, 어떤 놈이 먼저 덤빌 것이냐.”


갤런, 메스테르, 소린, 데모트랄은 서로의 등을 맞댄 채 다가오는 그것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생전 들어본 없는 울음소리입니다. 적극적으로 반격하는 것보다는 마물의 성향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메르테르는 자신의 클로를 강하게 쥐어 잡으며 말했다.


“더러운 마물 새끼들 같으니라고, 처음 보는 종족을 환영해주질 못할망정 저리 살기를 드러낸단 말인가?”


“마물 따위가 이성이 있겠습니까. 신속하게 무력화시키고 흡혈원을 찾아야 합니다. 소지하고 있는 혈청도 점점 동나고 있습니다.”


데모트랄의 말에 소린은 침착함을 유지하며 자세를 낮췄다.


“놈들이 옵니다!!”


-크어엉!!-


이내 일제히 마물들이 튀어나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마네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방사형으로 산개하며 그들의 공격을 피했다.


“위험했다... 평범한 마물의 속도가 아니야.”


나뭇가지에 착지한 갤런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그것들을 바라봤다. 갤런의 말처럼 그들이 서 있었던 자리는 마물 들의 발톱에 난도질 되어있었다.


-크르르르-


목표를 놓친 마물들은 연신 송곳니를 드러내며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봤다.


“저런 마물이 존재하고 있었다니, 역겹게도 생겼군.”


옆으로 굴러 나무 사이로 몸을 숨긴 소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흡사 하이에나 같이 생긴 그들은 여기저기 파인 살가죽 사이로 앙상한 뼈를 드러내고 있었고 마네들을 찾으려는 듯 허공에다 코를 치켜올리며 킁킁대고 있었다.


-휘이잉-


-번쩍-


서늘한 바람이 마물의 코를 스치자 순간 동공이 크게 확장되며 바람이 분 방향으로 쏜살같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제기랄, 위치를 들켰다... 어쩔 수 없군.’


해당 위치에 숨어있던 메스테르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공격태세를 취했다.


마물들은 다시는 먹잇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전방위를 감싸며 공격해 들어왔다.


“메스테르가 위험하다!!”


이에 나머지 마네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캬오오오오 케엑!-


제일 먼저 달려들었던 마물이 거친 울음소리를 내다 우뚝 멈췄다.


-쿠우웅! 깨개갱!-


그리고는 허공에 붕 뜬 몸체가 바닥에 부딪히며 큰 소리를 일으켰다. 데모트랄이 달려오는 마물의 목덜미를 그대로 쥐어 잡아 땅에 냅다 꽂아버렸던 것이었다. 


“똥개 새끼가 어딜!”


그는 마저 다가오는 마물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맹독입니다!! 피하십시오!!”


“크으윽!”


메스테르의 외침과 동시에 이상함을 느낀 데모트랄은 신속히 뒤로 빠졌다.


그가 처리한 마물의 몸에서 보라색 체액이 뿜어져 나오며 주위에 모든 것을 녹여버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치이이이이-


“끄으으으윽...”


‘독에 면역인 우리에게까지 타격을 주다니, 절대 평범한 독이 아니다...’


데모트랄이 타들어 가는 손목을 쥐어 잡으며 고통스러워했다.


-슈각-


“이놈들의 몸에 닿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마물의 몸을 두 동강 내버린 갤런이 빠르게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치이이이이이-


-우지끈-


그때 맹독에 녹아버린 나무가 쓰러지며 마네들을 덮쳐왔다.


-터억-


“제기랄!! 거슬리게 하지 말란 말이다!!”


양손으로 나무를 받아낸 데모트랄은 이내 그것을 사정없이 휘두르기 시작했다.


-부웅 부웅 퍼버버어억-


나무 기둥에 걸린 마물들은 모든 뼈가 으스러지며 저 멀리 날아갔다.


그 정도로 데모트랄의 힘은 엄청났다.


하지만 한순간에 마물들을 처치한 대가는 상당했다.


마물들의 맹독이 사방에 흩뿌려지며 마네들의 로브 자락을 녹여버렸으며 그와 동시에 미세한 입자들이 코와 입으로 침투하기 시작한 것이다.


-크르르르르-


동족들이 당하는 모습을 본 마물들은 이제 함부로 덤벼들지 않고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이건 뭐 끝이 없잖아...”


소린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죽여도 죽여도 숲속 사이로 마물들이 끝없이 튀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터엉-


“이대로 있다간 모두 끝장입니다. 일단은 피해야 합니다.”


맹독에 녹아버린 나무 기둥을 옆으로 던져버린 데모트랄은 맹독으로 깊게 파인 팔뚝을 감싸며 말했다.


“땅으로는 답이 없습니다. 저 녀석들이 끝까지 따라붙을 겁니다. 끄으윽..”


갤런 또한 독이 닿은 허벅지에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숲속 위라고 해서 안전할 거란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도박을 할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서 모두 죽을 것입니다.”


메스테르의 물음에 소린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의 말에 무언에 동의를 하듯 고개를 끄덕인 나머지 마네들은 일제히 박쥐로 변형했다.


-끼에에에에엑-


찢어질 듯한 소리를 내지르며 하늘로 비상하는 박쥐들,


귀를 감싸던 마물들은 마네들이 날아오르기 직전 일제히 달려들었으나 다행히도 그들의 발톱은 허공을 가르는 대 그쳤다.


-푸사사사삭-


곧 박쥐들은 무사히 나무줄기와 잎사귀 사이를 가르며 하늘로 튀어 올랐지만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독이 체내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 듯합니다. 비행이 제대로 되질 않습니다...”


갤런이 힘겹게 날갯짓하며 말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독이 퍼지지 않아 다행입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소린은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후방에서 뭔가가 옵니다!!”


“... 정말 돌아버리겠네...”


데모트랄은 반쯤 정신 나간 표정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더 이상의 전투는 위험합니다. 어서 반대쪽으로!!”


메스테르의 외침에 박쥐 편대들은 일제히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뒤에는,


-그라락 그라라락-


그들의 족히 배는 되어 보이는 비행물체들이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사라락 사라락-


“또 어떤 마물이 숨어 있을지 모르니 기척을 최대한 줄인 상태로 잠행한다.”


베스트는 모든 신경을 세운 상태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모든 마네들이 뿔뿔이 흩어진 상태, 조그만 실수에도 바로 각개격파로 이어질 수 있기에 그는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그의 뒤로 시셀과 야솔리아, 케드릴이 주위를 경계하며 따라갔다.


“...감사합니다. 아까는 너무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말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시셀님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모두 영혼마에게 당해 버렸을 겁니다.”


케드릴 시셀을 향해 꾸벅 인사했다.


“아니에요... 오히려 저 때문에 모두가 뿔뿔이 흩어져 버렸는걸요.”


시셀은 잔뜩 위축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 죽는 것보다는 흩어지는 게 낫지, 네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으니 그만 시무룩 해있어.”


야솔리아가 까칠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맞아요. 시셀님이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 ...”


케드릴의 격려에도 시셀의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당장 벌어질 일에만 집중한다. 과거 기억에 머물 여유 따위는 우리에게 없다.”


-사사삭 사사삭-


그렇게 한참을 걷던 그들은 곧 무언가를 발견한 듯 우뚝 멈췄다.


“동물들의 발자국이 급격히 많아졌다. 이 수풀 넘어 뭔가가 있다.”


베스트는 바닥에 선명하게 찍혀있는 발자국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맞습니다. 멀리서 그들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야솔리아는 자세를 낮춘 채 수풀을 향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일단 주위에 살기는 느껴지지 않으니 천천히 진입하도록 한다.”


-사라락 사라락-


베스트의 명령과 함께 일제히 앞으로 전진하는 마네들,


“동물들이 있습니다! 이런 곳에도 넓은 평야가 있었네요.”


시셀의 작은 외침과 함께 주위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전까지 울창한 숲이었던 이곳은 얇은 수풀을 넘어서자 넓은 초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순록놈이 말한 사리프탈을 벗어난 건가?”


“무엇이 말인가?”


야솔리아의 혼잣말에 베스트가 물었다.


“그놈은 사리프탈 안에서만 감정과 이성을 누릴 수 있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동물들에게서 그 어떤 이성도 느낄 수 없습니다. 그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본능적인 것들만이  느껴질 뿐입니다.”


“그런가... 심지어 그 순록의 모습은 여기에도 보이지 않는군, 결국 놓친 것인가.”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순록이 마지막에 외친 말이 있었습니다. 이대로 있다간 ‘그’에게 들켜버릴지도 모른다고... 아마도 어딘가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야솔리아는 그가 했던 말을 떠올리려는 듯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아직 그놈에게 밝혀지지 않은 게 너무나도 많지만, 흡혈원의 비축이 더욱 시급하니 순록을 찾는 것은 나중으로 미룬다. 다행히 이곳은 미약하게나마 의식공유가 되는군... 계속 의회와 스크루마에게 시도해 보겠다. 그건 그렇고...”


베스트는 알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쳐, 도중에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메이얼, 이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표정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 왜 그러십니까?”

야솔리아의 물음처럼 베스트의 표정은 무척이나 불안해 보였다.


‘이곳... 너무나도 익숙하다... 하지만 도저히 기억이...’


베스트는 떨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너무나도 평화로워 보이는 초원과 동물들이 펼쳐져 있었지만. 그는 극도의 공포감에 머리가 하얘지기 시작했다.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생각해.. 생각해 내야 한다...’


“끄으으윽...”


그때,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서 참혹한 광경이 폭포수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동족들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며 흩뿌린 피가 대지를 붉게 적시고, 마물과 인간족들이 광기 어린 표정으로 이들을 쫓고 있는 광경이...


그리고 동족의 얼굴 하나하나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그저 살기 위해 앞으로 내 달리는 그 모습이...


“끄으으으...”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베스트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고통에 신음했다.


“메...메이얼... 갑자기 저쪽 언덕 너머로 엄청난 살기가 느껴집니다... 말도 안 돼... 분명 아까 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시셀이 사색이 된 얼굴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야솔리아와 케드릴 또한 그녀의 얼굴과 같이 변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 수가 있지? 우리는 분명 동부지역에 있었는데...”


기억이 점점 되살아 나는지, 땅에 머리를 박고 있는 베스트의 눈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듯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분명 몇 시간도 채 걷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곳에 도달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우리가 서북 방면에 있다는 말인가!!!”


거의 정신이 나간 것처럼 소리 지르는 베스트,


“메이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여기가 서북 방면이라니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분명 우리가 걷던 숲은 에스틱 3구역이 분명했다. 지형적인 특성이나 숲의 패턴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었지... 하지만 여기는... 여기는...”


“여기가... 도대체 어디입니까...?”


“어쩔 수 없다... 지금 당장 모든 스크루마와 아더보스트에 의식공유를 걸고 숨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죽는다. 왜냐하면 이곳은...”


그의 목소리가 미친 듯이 떨리고 있었다.


“이곳은 기억의 시작점 초기, 절반 이상의 동족들이 목숨을 잃은 ‘컨피엔 초원’이다...”


-쿠구구구구구-


그때 지축이 흔들리며 여기저기 땅이 갈라 기지 시작하더니


-꽈아아앙!!!-


언덕 너머의 땅속에서 엄청난 크기의 지네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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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제 58 화 쿤스니크의 과거(1) +2 20.10.04 62 2 11쪽
57 제 57 화 쿤스니크의 과거(0) +2 20.09.27 35 2 11쪽
56 제 56 화 10멜의 마네들(5) +2 20.09.18 108 2 10쪽
55 제 55 화 10멜의 마네들(4) +2 20.09.14 124 2 13쪽
54 제 54 화 10멜의 마네들(3) +2 20.09.10 89 2 7쪽
53 제 53 화 10멜의 마네들(2) +2 20.09.06 48 2 10쪽
52 제 52 화 10멜의 마네들(1) +2 20.09.02 55 2 11쪽
51 제 51 화 대규모 혈액 추출(6) +3 20.08.24 34 3 11쪽
50 제 50 화 대규모 혈액 추출(5) +2 20.08.20 76 4 9쪽
49 제 49 화 대규모 혈액 추출(4) +3 20.08.17 69 3 9쪽
48 제 48 화 대규모 혈액 추출(3) +2 20.08.12 40 2 8쪽
47 제 47 화 대규모 혈액 추출(2) +2 20.08.09 95 2 13쪽
46 제 46 화 대규모 혈액 추출(1) +3 20.08.05 62 3 10쪽
45 제 45 화 희망은 있는 가(8) +3 20.08.02 82 3 9쪽
44 제 44 화 희망은 있는 가(7) +2 20.07.30 63 2 11쪽
43 제 43 화 희망은 있는 가(6) +2 20.07.27 48 2 8쪽
42 제 42 화 희망은 있는 가(5) +3 20.07.24 42 3 9쪽
41 제 41 화 희망은 있는 가(4) +2 20.07.23 93 2 14쪽
40 제 40 화 희망은 있는 가(3) +5 20.07.19 67 5 11쪽
39 제 39 화 희망은 있는 가(2) +5 20.07.16 70 5 9쪽
» 제 38 화 희망은 있는 가(1) +4 20.07.15 67 4 12쪽
37 제 37 화 검은 안개 +6 20.07.12 92 6 11쪽
36 제 36 화 에스틱 제 3 구역(4) +9 20.07.03 95 9 10쪽
35 제 35 화 에스틱 제 3 구역(3) +7 20.07.01 59 6 9쪽
34 제 34 화 에스틱 제 3 구역(2) +7 20.06.29 65 7 10쪽
33 제 33 화 에스틱 제 3 구역(1) +10 20.06.26 72 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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