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테른 에브리라레: 영원한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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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현
작품등록일 :
2020.05.1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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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4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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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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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4 화 10멜의 마네들(3)

DUMMY

경악,


스크루마의 표정에 깃든 표정은 말 그대로 경악 그 자체였다.


“이... 무슨...”


마네들을 향해 미친 듯이 뛰어오는 비정형의 물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초원을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근 두근 두근-


-허어억 허어억-


하지만 마네들에게 들리는 것은 자신의 거친 숨소리와 심장 박동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쿠르르릉 쿠르르릉-


이제 하늘 전체를 뒤덮어버린 검은 구름들은 지금 당장 낙뢰를 내리꽂을 기세로 미친 듯이 스파크를 튀기고 있었지만, 이들에게는 그저 고요한 하늘에 빛이 번쩍이는 것으로 보일 뿐이었다.


고막을 터뜨려버린 마물의 울음소리로 인해 마네들이 바라보면 초원의 모습은 그야말로 정적 그 자체였던 것이다.


-풀썩-


“어... 그어... 동생아...”


다리가 완전히 풀려버린 갤런의 입에서 영혼 없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흰자위에 실핏줄이 터져나가는 와중에도 그의 눈은 한 곳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었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자신의 피붙이가 멀리서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의 표정에서는 도저히 반가움이라고 할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충격적이게도 자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동생의 몸이 반으로 갈라진 채 소형 마물과 뒤엉켜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도대체...”


이겼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거대 지네가 소리를 내지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10멜의 마네 전원의 클로가 일제히 지네의 몸체를 파고들었고 단 몇 초 만에 수 백 개의 상처를 만들어 냈었다.


평범한 마물이었다면 그 즉시 절명해도 이상하지 않을 치명상,


하지만 이제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


“메이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메이얼!! 어서 명령을!!”


“... ...”


근처 마네의 계속된 물음에도 베스트는 벼락에 맞은 듯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과거에 전사한 선조들까지 모습을 드러내다니...


비록 베스트에게도 ‘기억의 시작점’은 어린 시절의 일인지라 세세한 사건들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마음속 깊은 곳... ‘컨피엔 대이동’의 지옥 같은 광경만큼은 아직까지도 생생했다. 그날 자신의 근처에서 죽어갔던 마네들의 처절한 표정 하나하나까지...


그런 베스트의 눈앞에 당시에 선조들이 괴물과 같은 형태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당장 정신이 미쳐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저... 저... 저것들은 우리 동족이 아니다... 정신 차려라 베스트... 저 괴물들은 동족이... 선조가 아니다... 괴물일 뿐이야... 괴물이야... 우리 동족이... 동족이 아니란 말이다...”


미친 듯이 떨려오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주문을 외우듯 혼잣말을 내뱉기 시작하는 베스트, 아무리 메이얼의 지위에 있는 그 일지라도 이처럼 자기 암시가 없다면 머리가 터져버리고 말 것이다.


-...위험하다, 청력이 완전히 손실됐다... 선두에 있는 마네들은 들으라, 후방으로 이동하여 전열을 재정비하라!!-


겨우 이성을 되찾은 베스트가 절규에 가까운 의식공유를 쏟아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네들은 후퇴하지 않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마네들과 지네를 번갈아 쳐다보는 베스트, 다리를 축 늘인 채 더 이상의 반격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지만, 몸을 미세하게 떠는 것을 보아 마물은 거의 빈사 상태로 보였다.


그리고 그는 재빨리 추출 중인 마네들을 바라봤다.


‘이 정도 속도라면 앞으로 20분... 20분이다... 저 해일같이 밀려오는 괴물들을 상대로...’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의 희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후퇴할 수 있지 않을까?


비록 목표량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미 충분한 혈액이 세르 리아시에 공급되었으리라,


추출 마네들의 머리에는 누구 하나 없이 위와 같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베스트의 얼굴에는 그럴 의도가 일절 보이지 않았다.


이들의 기존 목표량은 세르리아시 최대 비축량의 7할,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충분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베스트와 같이 ‘기억의 시작점’을 겪었던 동족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사 직전까지 도달한 뱀피르족 한 멜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평소에 배에 해당하는 혈액이 필요하다는 것을...


현재 아더보스트에는 죽음을 눈앞에 둔 동족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태, 최악의 경우 세르 리아시의 혈액이 단 수개월 만에 증발해 버릴 수도 있었다.


따라서 베스트는 전멸을 각오하고 끝까지 추출을 강행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 수십의 희생으로 수백이 넘는 아더보스트의 동족들을 살릴 수 있었기에...


-쿠르르릉 쿠르르르릉-


“저 자식들 설마... 괴물들을 상대로...”


베스트는 끝내 돌아오지 않는 마네들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괴물들이 바로 근처까지 다가왔습니다. 저희가 후방으로 이동해 버린다면 추출 마네들 마저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에테른의 의식공유에 다른 마네들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뒤엉켜 있는 마물들 사이로 우리 동족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언니... 어쩌면 좋지...?-


시셀이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쏟아져 오는 적들을 바라봤다.


-시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 녀석들은 우리 동족이 아니다. 분명 저 지네 녀석이 우리에게 농간을 부리고 있는 거야. 절대로 현혹되어서는 안 돼.-


야솔리아가 벌벌 떠는 시셀의 양손을 따듯하게 감싸자 조금은 안정이 된 듯 떨림이 점차 잦아들고 있었다.


-숫자가 너무 많소. 박쥐 형태로 휘젓는 방법밖에는 없어 보이니 변칙적으로 적을 흔들며 시간을 벌어야 할 것이오.-


데모트랄이 귀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거칠게 닦아내며 말했다.


비록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목숨이 오가는 전투를 겪어온 이들은 이제 의식공유 한두 번 만으로도 손발이 척척 맞을 만큼 서로를 믿고 있었다.


-끄드드득 우드드득-


-끼에에에에엑-


-슈우우우우우웅-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일제히 박쥐로 변형하여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10멜의 마네들, 이에 후방의 스크루마들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비상하는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쿠르르릉 쿠르르르릉-


일정 높이에 다다르자 마네들 위로는 검은 먹구름이 이들을 막아서고 있었고...


-끝이 보이지 않는구나... 엄청난 규모다...-


그들의 아래로는 괴물들이 초원 끝 수풀 사이로 끊임없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지옥에서 다시 뵙기를!!-


-동족의 미래를 위하여!!-


-뱀피르족의 영광을 위하여!!-


-쌔애애애애애액!!-


그렇게 마네들은 우렁찬 함성 소리와 함께 대지를 반으로 가를 기세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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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제 57 화 쿤스니크의 과거(0) +2 20.09.27 35 2 11쪽
56 제 56 화 10멜의 마네들(5) +2 20.09.18 108 2 10쪽
55 제 55 화 10멜의 마네들(4) +2 20.09.14 124 2 13쪽
» 제 54 화 10멜의 마네들(3) +2 20.09.10 90 2 7쪽
53 제 53 화 10멜의 마네들(2) +2 20.09.06 48 2 10쪽
52 제 52 화 10멜의 마네들(1) +2 20.09.02 55 2 11쪽
51 제 51 화 대규모 혈액 추출(6) +3 20.08.24 34 3 11쪽
50 제 50 화 대규모 혈액 추출(5) +2 20.08.20 76 4 9쪽
49 제 49 화 대규모 혈액 추출(4) +3 20.08.17 69 3 9쪽
48 제 48 화 대규모 혈액 추출(3) +2 20.08.12 40 2 8쪽
47 제 47 화 대규모 혈액 추출(2) +2 20.08.09 95 2 13쪽
46 제 46 화 대규모 혈액 추출(1) +3 20.08.05 62 3 10쪽
45 제 45 화 희망은 있는 가(8) +3 20.08.02 82 3 9쪽
44 제 44 화 희망은 있는 가(7) +2 20.07.30 63 2 11쪽
43 제 43 화 희망은 있는 가(6) +2 20.07.27 48 2 8쪽
42 제 42 화 희망은 있는 가(5) +3 20.07.24 42 3 9쪽
41 제 41 화 희망은 있는 가(4) +2 20.07.23 93 2 14쪽
40 제 40 화 희망은 있는 가(3) +5 20.07.19 67 5 11쪽
39 제 39 화 희망은 있는 가(2) +5 20.07.16 70 5 9쪽
38 제 38 화 희망은 있는 가(1) +4 20.07.15 67 4 12쪽
37 제 37 화 검은 안개 +6 20.07.12 92 6 11쪽
36 제 36 화 에스틱 제 3 구역(4) +9 20.07.03 95 9 10쪽
35 제 35 화 에스틱 제 3 구역(3) +7 20.07.01 59 6 9쪽
34 제 34 화 에스틱 제 3 구역(2) +7 20.06.29 65 7 10쪽
33 제 33 화 에스틱 제 3 구역(1) +10 20.06.26 72 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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