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게임 기획자와 환생한 게임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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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괴
작품등록일 :
2020.05.1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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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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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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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85화.

DUMMY

「던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게임의 세계관은 흔히 말하는 던전 운영물의 그것과 같았다.


던전 VS 왕국.

던전 마스터 VS 용사를 꿈꾸는 모험가.

던전 마스터 VS 마왕이 되려는 던전 마스터.


그리고 이 사이에 던전 상인이란 특별한 이차원의 존재들이 모든 재화를 취급하는 세상.


“음?”


22년 차 초보 던전 상인 에리나는 새로운 신규 고객님의 호출에 반색했다.


“꺅! 이게 몇 년 만의 신입 마스터냐!”


에리나는 서둘러 부랴부랴 화장을 하며 의복을 정제하였다.


“제발 호갱이어라~ 호갱 호갱~♬”


아무리 신생의 허접한 던전 마스터라도 뽑아먹을 건 많았다. 일단 특수 자원이 있는 던전 소유자라면 대박. 굳이 그게 없더라도 모든 던전의 내핵은 시간에 따라 마나석을 생성하기에 기본적으로 구매력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정 안 되면 던전 마스터라도 팔아넘기면 그만이니 새로운 호갱, 아니, 고객님이 등장했다는 사실에 에리나는 덩실덩실 춤을 추며 준비를 하였다.


“흠흠. 기선제압 가즈아!”


에리나가 던전 상인의 특권으로 차원문을 열고 던전에 진입한 순간은 첫 침입이 있기 10분 전이었다.



* * *



아직 초보지만 22년차인 던전 상인 에리나는 경악했다.


“엑! 던, 던, 던전 마스터가 둘?!”


세상에 태양이 둘일 수 없듯이 던전 마스터도 하나인 것이 여기 세상의 섭리. 그런데 던전 마스터가 둘이라니. 이건 꿈이 아니고서야...


“...좀 모자란 거 같지?”

“...모자라다는 설정 때문인가?”


던전 마스터가 될지 아니면 모험가가 될지 몰랐지만, 확실한 건 던전 상인은 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은 있었던 수호는 시나리오 라이터에게 던전 상인을 호구 중의 호구라고 설정하게끔 했었다.


“혹시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꺅!”


서로 물리력을 행사할 수는 없기에 계속 현실 부정 중인 에리나의 앞에 수호는 얼굴을 들이밀었고, 에리나는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아이코.”


날개가 파닥거리며 치마가 벌러덩.

흰색 팬티가 슬쩍보였다.

또한 모바일 게임 특성상 던전 상인 역시 미소녀에 짧은 의상인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빠! 뭘 봐!”


물론 수호는 이미 슬쩍 고개를 돌린 후였다.


“아니, 내가 뭘 보냐. 저기요.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로봇처럼 손을 내뻗으며 친절을 연기하는 수호였지만, 애석하게도 에리나와 수호는 이 세상의 법칙에 의해 서로 손이 닿을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꿈이 아니야?”


생각보다 더 어리버리한 에리나였지만, 그래도 던전 상인이니만큼 기능적인 문제는 없었다.


“일단 이거 환전해주시고.”


초기 보유한 마정석은 1000G.


“어허! 그 가격엔 안 바꿉니다.”

“......”

“에헤이! 좋게 얘기할 때 2000골드 합시다.”


수호와 수하가 배드캅 굿캅 전략으로 어르고 달랬음에도 가격은 고정되어 있었다. 이건 시스템에 정해진 것이라서 던전 상인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


“그러면 뭐... 대출 같은 건 안 돼요?”

“그, 그럴 순 없어요.”

“여기는 둘인데? 던전 마스터가 둘. 얼마나 유망합니까. 네? 투자도 받겠습니다. 부수입 어때요?”

“그, 그건 그렇지만... 안 돼요! 둘, 둘이라도 그럴 수는 없어요. 그리고 당, 당신들이 살 수 있는 것도 이것뿐이에요. 자꾸 딴 소리 하면 돌아갈 거예요!”


이것도 에리나가 마음대로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세상의 법칙상 던전의 내핵이 1등급인 던전 마스터들에게 판매가 가능한 물품은 정해져있었다.


[판매 물품]


[소환수]


▶일반 슬라임: 100G

▶고블린 병사: 200G

▶스켈레톤 병사: 300G


[함정]


▶구덩이 함정: 500G

▶끈끈이 함정: 1,000G

▶통나무 함정: 1,000G


[던전 시설]


▶E 던전 등급: 5000G

▶공간 추가: 10,000G

▶공간 확장: 5,000G

▶훈련소: 5,000G

▶치료소: 5,000G

▶휴게실: 5,000G

...

...

...


[인테리어]


▶하얀색 기본 벽지: 100G

▶하얀색 기본 타일: 100G

...

...

...

▶연주용 일렉트릭 기타: 1,000G

▶연주용 피아노: 2,000G


“오. 있다 있어.”

“네? 뭐가요?”

“아니에요. 그럼 식료품이나 화장실, 욕실 같은 거 위주로 줘 봐요.”


▶조그만 샘: 300G

▶간이 샤워시설: 1,000G

▶간이 화장실: 1,000G

▶전투식량 100인분: 500G

▶육포 100인분: 300G

▶말린 과일 100인분: 400G

...

...

...


이번에는 기획대로 제대로 뽑혀 나왔다. 물론 게임에서는 던전 마스터들이 아닌 소환수들을 위한 음식 개념이었지만, 식사부터 목욕 시설과 화장실까지 준비한 대로 반영되었다. 혹시 몰라 연습을 위해서 준비한 악기까지 반영되어 있었다.


“...야, 그런데 이거 그냥 밥은 개밥으로 먹어야겠는데?”


물론 그렇다고 누릴 수 있단 건 아니었지만.


[주의!]


[던전에 침입자가 발생했습니다!]


수호와 수하가 한가롭게 아이 쇼핑을 즐기던 때 침입자 경고가 떴다.


“앗!”


던전 상인인 에리나는 깜짝 놀랐다.


“설마 침입자인가요?!”

“네? 네.”

“이런... 던전에 다른 침입자가 있는 동안에는 구매를 하실 수 없어요.”

“아~ 그래요?”

“그러니까 빨리 구매를 하셨... 그래요?”

“뭐 초반에 살 것도 딱히 없더만. 그러면 잠시만 있다가 봐요. 그쪽도 왔다갔다 하려면 피곤할 테니까 조그만 기다려요. 진짜 금방 갔다 옵니다.”


수호와 수하는 관우의 술잔 드립이라도 하고 와야하는 것 아니냐며 낄낄거리며 모험가들을 맞이하러 떠났고, 던전 상인 에리나는 당당한 두 초보 던전 마스터의 모습에 당황했다.


‘뭐가 저렇게 태연해? 경력직이야? 뭐야?’


이게 사실 2회 차도 아닌 1회 차지만, 두 사람이 준비된 던전 마스터라는 것을 알았다면 에리나의 당황스러움이 조금 위로받을 수가 있을까?



* * *



아무리 Hard 난이도라도 10번의 디펜스 중 첫 번째부터 상대하기 어렵지는 않으리라.


“솔직히 이건 국룰이지. 게임의 신님도 양심이 있으면 이건 안 어길걸?”


그것도 시작의 던전에 튜토리얼이라면? 게임 기획자 한수호와 BOL 그랜드 마스터 정수하는 그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후다닥 첫 번째 침입자들을 환영하러 입구로 향했다.


입구-①-②-③-던전의 내핵


가장 안쪽 방인 던전의 내핵에서 출발한 둘의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시작부터 인간들하고 싸우면 찝찝하긴 한데... 젠장, 수리야, 이거 애들 불쌍하다고 봐주면 안 된다. 이거 게임이야. 알지?”

“알았어. 오빠나 잘해.”

“뭐 인마? 야! 너는 좋은 말을 해줘도... 아 그래. 쯧. 수리 너 답다. 이게 수리지. 음. 맞지 맞지.”


투닥거리던 두 사람이 첫 번째 방에서 마주한 것은 함정을 염려해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는 모험가 집단이었다.


‘...인원은 넷.’

‘...마법사나 사제는 없어 보이는데? 그냥 전사에 도적 조합인가?’

‘음... 그냥 판타지 소설에서 용병하겠다고 가출한 마을 주민 느낌 아니야?’


가죽 갑옷을 어설프게 차려입고 목창과 낫을 어색하게 꽉 쥔 이들은 실제로 모험가 지망생이 맞았다.


‘야 정수리, 일단 정보부터 캘 거니까 죽이지는 마.’

‘오빠, 혹여 모르니까 도망 못 치게 오빠가 후방을 막아.’

‘아니, 죽이지 말라고.’

‘안 가고 뭐해?’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라고 모든 대화가 맞지는 않는 법.


‘...할 말 있어?’


수호는 자신의 입 앞에서 손을 캐스터네츠처럼 만들어 할 말이 있는지 확인했다.


“...쟤들 도망 못 치게 오빠가 후방 입구를 막으라고. 새로 생긴 스킬 있잖아. 돌아가.”


수하는 수호의 귀에 소근거렸고, 수호는 어쩐지 찝찝한 기분에 귀를 매만졌다.


“...뭐해?”

“아, 알았어. 변신!”


펑! 드라큘랑은 박쥐로 변신할 수가 있었다.


“헙.”


그리고 조그만 박쥐로 변한 수호의 모습에 수하는 황급히 입을 가렸다. 비록 드라큘랑이야 수호의 원판을 가져오느라 귀여움의 혜택을 비교적 덜 봤지만, 변신체인 박쥐는 온전히 혜택을 볼 수가 있었던 것. 평범한 박쥐가 아니라 귀여운 햄스터가 나비넥타이에 박쥐 코스플레이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도 귀엽지만, 그 실체가 수호라는 사실이 수하를 200% 저격했다.


“오빠, 한 번만 만져봐도 돼?”


파다닥 파다닥.


수호는 거세게 날갯짓을 하며 성을 내었고, 어두컴컴한 천장을 조심스럽게 날아 입구 뒤로 가서 수하의 신호를 기다렸다.


“...둘, 셋! 화격!”


예광탄, 신호탄, 양수리의 불화살.


‘변신 해제!’


펑! 수호는 잽싸게 변신을 풀었다. 귀여운 박쥐는 성인 남성이 되고, 앙증맞은 날개가 다시 매끈한 검은 벨벳 정장이 되었다. 그리고 수호가 놈들의 뒤에서부터 기습을 준비하는 찰나.


“도발! 매혹! 수면!”


수하의 기술들이 연이어 폭격하였다.


「던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에서 서큐벙스는 CC기 특화 캐릭터. 그리고 수하의 시스템에서 CC기의 성공률에 관여하는 스탯은 [매력]. 고로 [매력] 80의 수하가 두두다다 사용한 기술들은 모두 적중하였다는 말이었다.


“으악! 불이닷!”

“으아아악!”

“으흑.”

“으으... 눈꺼풀이 무거워.”


4인궁은 아니지만, Q W E R 전부 연속으로 적중시킨 느낌. 거기에 도발 당해 달려드는 사내마저도 수하는 [수격] 스킬을 적중시키며 뒤로 넘어트리는데 성공했다. BOL로 치면 ‘쿼드라 킬’이었고, 미쳐 날뛰고 있는 중이었다.


“...후방을 막으라며? 나 변신만 빠졌네.”


숟가락(어시스트) 하나 제대로 넣지 못한 수호는 쓰러진 모험가들의 상의를 적당히 찢어서 밧줄로 만들어 묶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쉽네.”

“1단계잖아.”

“...그래. 이게 1단계지. 에휴. 일단 정보부터 캘 거야?”


수하는 [수격]으로 물을 만들어 기절한 모험가들을 깨웠다.


“어푸푸! 히익!”


최하급 던전에 던전 마스터가 둘? 그것도 드라큘랑과 서큐벙스라면 던전 마스터들 중에서는 최상위에 속하는 이들이었다. 깨우자마자 다시 기절하려는 모험가들을 수하는 협박보다는 [매혹] 스킬을 활용하였다.


“그러니까 여기 앞의 산골마을 출신이다? 친구들끼리 사이좋게 가출하신 거고? 이 실적으로 모험가 길드에 등록하려고 했었다?”


수호와 수하가 물리쳐야할, 아니, 이미 섬멸한 1라운드 침입자들은 모험가가 되겠다고 가출한 동네 친구들이었다. 용병으로 치자면 고기방패인 브론즈급이고, 병사로 치자면 갓 훈련소에 입소한 병아리 같은 느낌. 드라큘랑이 [흡혈] 스킬을 사용하기에도 아까울 정도의 침입자들이었다.


“네. 주인님... 헤헤헤.”


수호는 취조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와... 애를 완전 바보로 만들어났네.”

“내, 내가 뭘.”

“지가 해놓고 뭘이래. 매력이 오랜만에 열일하네. 그래도 종족 잘 걸린 것 같긴 하다?”


누군가를 홀리기 위해 태어난 종족 서큐벙스.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 하지만 시작은 참 약한 종족 인간.

원래도 싸움이 안 될 상황이지만, 수하는 [매력] 스탯마저 80으로 압도적이었기에 정식 모험가도 아닌 나부랭이들을 [매혹]시키는 건 원거리 타겟팅 스킬을 맞히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었다.


“......”


그런데 너는 왜 그 모양이냐는 말을 꾹 참은 수하는 수호와 포로들과 함께 던전 상인 에리나에게로 돌아왔다.


“앗! 벌, 벌써요?”


솔직히 에리나도 던전 마스터들이 질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아무런 준비물도 갖추지 않은 던전 마스터들이 이렇게나 빨리 첫 모험가를 격퇴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넹?”


그에 반해 취조까지 끝내고 돌아온 수호와 수하는 에리나의 호들갑에 조금 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아, 아니에요.”

“뭐... 이거 장비들 팔 수 있는 거죠?”


던전 마스터가 모험가들을 처리하고 얻은 전리품을 던전 상인이 사들이는 것이 기본 법칙. 에리나는 첫 거래였기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구매할 수 있는지 설명을 했다.


“아하...! 그러면 여기 살아있는 애들도 팔 수 있나요?”

“그건 안 돼요.”


원래 던전 마스터들은 첫 거래시 매우 흥분한 경우가 많다.


생존의 안도감.

승리의 쾌감.

거래로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욕망.


보통의 던전 마스터들은 응당 그래야 할 지언데, 전투의 흥분마저도 느껴지지 않는 두 사람의 담담함에 놀랐던 에리나는 연이어 쓰레기 같은 전리품으로 흥정을 거는 드라큘랑의 뻔뻔함에 재차 놀랐다. 역시 피도 빨아먹는 냉혈한은 신입이라도 다른 건가?


“까비. 그럼 시체는 받아요?”


뾰족한 송곳니 사이로 입맛을 다시던 수호는 재차 확인했다.


“...인, 인간종은 안 받아요. 그리고 침입자들의 시체는 던전의 양분이잖아요. 일부러 모른 척 하는 건가요?”

“아~ 맞다.”


그런 설정이 있었지? 적의 시체를 양분삼은 던전은 더 큰 마나석이 나오는 설정이었다. 물론 그 등급은 골드로 레벨을 올려야만 확장이 가능한 것이었고.


“으흠. 혹시 그러면 얘들 처리 대신 해주시면...”

“......”

“아, 던전 상인은 불가침이지.”


수호는 슬쩍 수하의 눈치를 보다가 다른 방에서 포로들의 목숨을 끊고 왔다.


[1회차 침입 저지 완료!]

[2회차 침입에 대비하십시오.]

[남은 시간: 두 번째 침입이 있기까지 37시간 24분 35초]


시스템이 이런 식이기에 수호는 조금 찜찜함을 덜어내고 내핵 앞방으로 돌아왔다.


“오빠?”

“어. 봤어.”


어차피 던전 상인인 에리나에게 말을 할 수도 없을 테지만, 그래도 외부인이 있는 데서는 말을 조심하는 것이 좋기에 두 사람은 나중에 대화하자고 눈빛을 나눴다.


“아... 맞다. 에리나 씨? 그러면 이거는 다 해서 얼마예요?”


첫 모험가 파티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리품의 금액은 435G 뿐. 그마저도 불에 맞는 바람에 가죽이 좀 상한 갑옷 하나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온전하게 전리품을 거둬들인 것이라 많이 받은 것이 그 금액이었다. 그리고 시작의 던전에서 하루에 자체 생산되는 마나석의 가격이 1,000G 라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서운한 수입이었다.


“그럼 이제 사실 물품은요?”


모든 정산이 끝난 후 에리나는 조금 지친 표정으로 물었다. 매입이든 판매든 모두 시스템을 통한 것이긴 하지만 던전 상인들은 아무래도 매입보다는 판매를 하면서 힘을 얻는 법. 그래도 앞으로의 수익을 기대하며 에리나는 머릿속으로 판매 전략을 세우면서 물었다.


“잠깐만요. 아직 좀 더 확인 좀 하고요. 혹시 이런 것도 거래되려나?”


1트는 확인하는 회차.

「던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골드.

아직 Key를 발견한 건 아니지만, 어떻게든 골드 확보가 최우선으로 생각되었던 수호는 슬라임 킹의 체액을 꺼내들었다.


“앗! 이게... 뭔가요?”


푸른색 물방울 모양의 젤리.

에리나의 22년 경력 간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그렇지만 던전 상인은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물건이든 특별한 가치가 있는 건 그 이름과 능력을 알 수 있고, 가치를 골드로 환산할 수 있는 능력. 그러니까 에리나는 슬라임 킹의 체액의 정체를 알 수 없어 질문을 던졌던 것이 아니라 이 물건이 나온 연유를 묻는 것이었다.


“혹시 팔아져요?”


끄덕끄덕.


“진짜? 대박. 얼만데요?”


만약 수호가 에리나의 시스템 화면을 볼 수 있었다면 이렇게 떴을 것이었다.


[슬라임 킹의 체액] 매입가: 2,413G


[슬라임 킹의 체액 생성기]에서 매일 하나씩 생성되는 체액이 2,413G.


“던, 던전 마스터님? 이걸 어디서 구한 건가요?”


이 던전 마스터들은 뭐지? 던전 상인 22년 차에 처음 보는 물건에 에리나의 요정 날개가 파르르르 떨렸다.


“아~ 영업 비밀입니다.”

“......”

“아무튼 그거 팔게요. 그러면 제가 가진 게 3,800골드 정도 되나요? 아 맞다. 그러면 혹시 이거도 팔 수 있을까요?”


촤르르륵.


수호는 갑분 튀어나온 연어맛에 얼굴을 찌푸리면서 거래창에 사료를 쏟아 부었다.


[연어맛 최고급 사료 1봉지] 매입가: 1,074G.


당연히 에리나는 또 놀랐다.


“헐! 이게 1,000골드가 넘는다고?”


그리고 이번에는 수호와 수하도 같이 놀랐다.


“이게?”

“왜요? 이건 왜 이렇게 비싼데요?”


기본음식들이 100인분씩 거래되는 것에 비하면 1인분치고도 양은 작았지만, 행복감을 올려주는 식료품을 찾기는 어려웠다. 맛이 있어서 행복해지는 식사가 아니라 그냥 먹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올려주는 식사의 존재. 까다로운 소환수나 포로를 관리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랬기에 1인분만으로도 1,074G에 팔릴 수가 있었다. 여타 던전 마스터들이 비싼 값을 주고 살 수 있는 제품이기에 던전 상회의 시스템 역시 비싸게 측정한 것이었다.


“수리야, 그러면 식량은 사서 먹는 걸로 치고. 하루에 6천 골드 이상이 고정 수입인가? 이거 Hard 맞아? 너무 쉬운데? 이거 왜 혜자지?”

“에이, 플래그 세우지 마.”

“아... 이거 플래그인가? 쏘리. 잠시만, 이것들도 되는지 확인만 해보자.”


수하와 기쁨의 세리머니를 나누던 수호는 혹여나 싶어 보물을 올렸다.


“혹시 이것도...”

“엑? 이건 뭔가요?”

“오? 팔아져요? 얼마예요?”


에리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수호에게는 안타깝게도 보물 그 자체는 거래가 되지 않았다.


“그럼 지금 금액이...”


4,922G.


E등급으로 상승하기 위해 필요한 5,000G에서 78G가 모자란 상황이었다.


“유망주 디스카운트 안 되죠?”


당연히 될 리가 없는 할인 요청을 거절 받은 후 수호는 ‘전투식량 한 박스’와 ‘조그만 샘’을 구매했다. 층을 옮길 수 있는 슬라임 던전과 달리 최소 열흘 이상은 있어야 하니 ‘간이 화장실’도 필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남은 금액은 3,522G.


“그럼 나중에 한 세 시간쯤 뒤에 봅시다.”

“세 시간이요?”

“시계 없어요?”

“그게 아니라 저희 던전 상인들은 하루에 한 번만 부를 수 있어요.”


이건 몰랐네?


“아니, 왜요?”

“그게 법칙이니까요.”

“하아... 참. 그러면 여기 같이 있으셔야겠네.”

“그리고 한 던전에 한 시간 이상 머물 수 없어요.”

“네?”

“그것도 법칙이에요. 저 위에서 만들어준 법칙이라 어길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리셋은 자정을 기준으로 되니 현명하게 사용해주세요.”


그렇게 던전 상인 에리나는 뿅 사라지고 말았다.


“에이~ 하필 왜 하루 한 번이냐.”


수호는 투덜거리면서 바로 작업을 서둘렀다. 굳이 지나간 일에 미련을 두는 건 「판타지 삼국지」에서의 일로 족하니까.


“오빠.”

“왜? 샘은 여기에 설치할까? 요기? 구석이 낫나? 네가 할래? 이거 신기하다. 이거 여기에 두니까 설치하겠냐고 물어보네? 이런 게 고작 300G야? 내가 만든 게임이지만 드럽게 신기하네.”


그렇지만 수호는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게임을 좋아해서 기획자가 되었던 수호로서는 사실 지금 현실판 던전 시뮬레이션 게임에 살짝 신이 난 상태였다. 물론 벌써 7번째의 세상 도전이긴 하지만, 지금껏 도전해온 세상들의 대부분은 게임의 기능보다는 현실에서 방법을 찾는 것이 대부분이었지 않았던가. 그래서 지금 들고 있는 ‘샘’처럼 마치 게임 아이템 같은 느낌을 주는 건 처음이었기에 어쩐지 약간의 설렘까지 있었다.


“후욱 후욱.”


물론 수호는 이것이 Hard 난이도에 수하를 위해서 진지하게 깨어야 할 것임을 잊진 않았다. 그렇지만 또 슬라임 체액과 사료로 인해 떼돈을 벌고 시작하는 상황. 거기에 평소에는 약점으로 많이 작용하던 인원 배분 문제도 이번에는 가장 강력한 유닛 개념인 던전 마스터가 둘이라 더 유리했고, 어차피 1트는 조사라고 생각하기에 조금 더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수호였다.


“참 나... 신났네. 신났어.”

“허헣헝. 이번에는 느낌이 좋네. 리듬 히어로에 비하면 느낌이 아주 좋아~.”

“또 플래그.”

“아... 쏘리. 그런데 왜? 네가 설치할 거야?”


수하가 보통 수호를 괴롭히는 건 애정표현 및 눈치 없음에 대한 투정일 뿐 진심으로 괴롭힐 마음도 이유도 없었다.


“아냐. 그건 오빠 하고 싶은 데로 해.”

“음. 그래도 돼?”

“어. 어차피 여기 방은 오빠가 하고 싶은 데로 꾸며.”


전투가 일어나지 않을 내핵 방은 전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인테리어용의 의미가 컸고, 어차피 1트부터 해결한다는 생각은 없었기에 수하는 너그럽게 안방의 가구 배치권을 허락하였다.


“그럼 샘은 여기 구석에 설치할게. 화장실은 저 반대펵 구석에 넣고.”

“응.”

“이걸 이렇게... 그런데 왜 그렇게 쳐다보고 있어?”


수하의 흐뭇한 웃음은 서큐벙스라는 종족값을 넘어서도 수호에게 묘한 느낌을 주는 중.


“그냥.”

“......”

“일단 하고 나서 얘기해.”


가끔 뒤를 흘끔 바라보면서 수호는 샘의 설치를 먼저 끝마쳤고, 밋밋하던 던전의 방의 구석에 지름 1m 정도의 작은 샘이 생겼다.


“오~ 시원해 시원해.”


「판타지 카드 디펜스」 세상에서 슬라임 던전을 깰 때는 수하의 물 마법을 식수 용도로만 사용할 수가 있었다. 그나마 물 묻힌 천으로 얼굴 정도를 닦아내는 것이 전부. 그에 반해 이번에는 처음부터 샘물까지 확보해두자 더욱 느낌이 좋은 수호였다.


“후후. 오빠, 그리고 좋은 소식 하나 더 알려줄까?”

“응?”

“아까 그 던전 상인 있지?”


수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자식, 벌써 약점을 잡은 것인가? 수호가 정말 흉악한 정수리라고 생각할 무렵...


“나도 한 번 호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응?”

“하루에 한 번 이라며.”

“어...”

“그러니까 나도 하루에 한 번 더~! 호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잠시 후.


“에에에에엑?!”


한 번 더 불려온 에리나는 깜짝 놀라 한 번 더 땅바닥을 나뒹굴어야만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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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게임 기획자와 환생한 게임 캐릭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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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114화. (끝.) +3 20.11.13 118 6 28쪽
113 113화. 20.11.13 46 2 25쪽
112 112화. 20.11.13 39 2 23쪽
111 111화. +1 20.11.10 50 4 22쪽
110 110화. 20.11.09 54 3 23쪽
109 109화. 20.11.04 52 4 24쪽
108 108화. 20.11.01 50 4 22쪽
107 107화. 20.10.29 44 3 22쪽
106 106화. 20.10.28 48 3 22쪽
105 105화. 20.10.27 48 3 23쪽
104 104화. +1 20.10.16 58 4 19쪽
103 103화. 20.10.11 56 4 22쪽
102 102화. 20.10.08 53 4 25쪽
101 101화. +1 20.10.05 50 5 27쪽
100 100화. 20.10.03 71 3 25쪽
99 99화. +1 20.09.30 52 5 22쪽
98 98화. 20.09.27 52 4 23쪽
97 97화. 20.09.25 50 4 23쪽
96 96화. 20.09.23 54 3 23쪽
95 95화. +1 20.09.21 58 6 21쪽
94 94화. 20.09.19 51 5 28쪽
93 93화. 20.09.17 57 5 20쪽
92 92화. 20.09.15 53 4 23쪽
91 91화. 20.09.13 57 3 21쪽
90 90화. 20.09.11 56 4 23쪽
89 89화. 20.09.09 59 4 23쪽
88 88화. 20.09.07 66 4 23쪽
87 87화. 20.09.05 58 4 21쪽
86 86화. 20.09.03 55 4 23쪽
» 85화. 20.09.01 58 5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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