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로 종말을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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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Gear
작품등록일 :
2020.05.11 22:47
최근연재일 :
2020.05.2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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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5.11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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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 2화. >

DUMMY

< 2화. >






*


*


*


-지구로부터 메시지 발송 1일전.


지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 구름이 겹겹이 쌓여있는 하늘에 거뭇한 두 개의 인영이 어렴풋이 보였다.


어떠한 도구 없이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이 범상치 않았다. 일반적인 인간으로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드디어 지구에 있는 지분 3%를 확보한 건가?”


마치 그림자의 모습이 이러할까.

옆에서 조용히 시립해 있던 총괄비서가 질문에 대답했다.


“네. 회장님 지구에 잔존했던 관리자에게 최종 동의를 얻어 총 3% 지분을 거뒀습니다. 스톡디멘션(stock dimension) 금융감독원 관리 율법 제22조 1항에 의거하여, 대주주 요청에 따라 지구에 대한 권리 행사를 실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올백으로 정갈하게 빗은 백발의 노신사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탓했다.


“쯧. 오죽하면 지구 관리자가 자포자기 했을까? 인간들의 이기심과 욕심이 결국 지구를 좀 먹었구나.”

“덕분에 저희는 그룹 확장의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회장님.”


백발의 노신사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는지, 손에 들고 있던 위스키를 음미하며 말했다.


“대주주 권리 행사를 하겠다. 주주 총회를 신청 하도록, 지분을 모으는데 고생한 값은 지구에 있는 밥버러지들에게 받아내야지.”


암. 그렇고말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만면에 미소를 지은, 노신사의 얼굴 표정이 매우 흡족해 보였다.


“회장님의 지시 사항에 따라 조처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머지 계열사에도 참가 요청할까요?”

“그래야지. 기관이나 경쟁사 놈들도 하이에나처럼 몰려들 테니 말이야. 이왕이면 지분을 최대한 모아 최대 주주가 아닌, 대표 주주가 돼야지. 안 그런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어느 누가 감히, 천중 그룹을 넘으려 하겠습니까. 모든 것은 회장님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백발의 노신사는 기분이 좋았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렇지. 역시 그 누구보다 내 마음을 잘 아는구먼. 든든하이.”

“과찬이십니다. 회장님. 다만 조금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스톡디멘션의 제약 사항이 걸립니다.”


백발의 노신사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자네가 걱정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있네. 내가 언제 일을 허투로 하던가? 이미 입을 맞춰두었지. 제약에 대해서는 아무 걱정 말게.”

“역시! 회장님의 혜안은, 제가 감히 따라가지 못하겠습니다.”

“이 친구. 내 옆에 오래 있더니만 아부만 늘었어. 허허허허.”


검은색 일색의 총괄비서는 황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회장님.”


당황하는 총괄비서의 모습에, 옆집 할아버지처럼 웃어넘기며 말했다.


“초대회장을 몰아내고 이 자리까지 올라왔네. 인고의 시간 동안 지구의 지분을 힘들게 모았어. 이번 주주총회 안건은 제약을 위반하지 않고 모두 통과될 것이야.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지구의 대주주가 되어 자원을 끌어 모으는 것임을 잊지 말게. 알겠나?”

“회장님의 뜻에 누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자네라면 알아서 잘하겠지. 믿겠네.”


회장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잠시 고민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초대회장의 유해는 어찌 됐나? 조사에 진전은 있었나?”


총괄비서는 회장의 갑작스런 질문에 난처한 표정으로 답했다.


“초대회장의 유해는 지속적으로 조사 중에 있지만,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직도 행방이 묘연합니다. 아마 보유하고 있는 작자들이 있다 해도, 우리에게 가지고 올 리가 없습니다. 회장님.”

“초대회장의 권능 중 하나는 불사[不死]. 육체가 수백 조각으로 찢겼을지언정,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새로운 변수가 될 수도 있음이야. 이번 지구건도 그렇지만 초대회장의 유해도 조사하는데 소홀히 하지 말게. 알겠나?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총괄비서에게 지시를 내린 백발의 노신사는 초대회장을 떠올리며, 깊은 상념에 빠졌다.


*


*


*


- 지구로부터 메시지 발송 3시간 전.


원탁으로 이루어진 대회의실.


실내에는 최소 100여명 이상 빼곡하게 들어찬 모습이 보였다. 모여 있는 인원들은 모두 U-071차원에 속해 있는 ‘지구’ 지분과 연관된 특수 관계자들의 모임이다.


어두운 실내라서 그런지, 다양한 색깔의 눈빛들만 빛나고 있다. 원탁의 가운데 공간에서 사회자로 보이는 인물이 단상에 나와 발표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대형 매물이 나왔습니다. 넘치는 자원과 에너지가 공존하는 매물입니다. 이런 매물이 얼마만인지요. 이 자리에 모이신 분들 모두, 관심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목이 말랐던지, 살짝 목을 축인 사회자는 이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1107회 스톡 디멘션의 주주 총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U-071차원에 속해 있는 ‘지구’ 지분에 대한 주제로 총 4개의 안건이 올라왔습니다.]


[본격적으로 안건을 발표하기에 앞서, 상장주관사로 선정된 곳을 소개하겠습니다. 경매 입찰을 통해 선정된 상장주관사는 바로 ‘스틸 뱅크’입니다.]


원탁에 앉아 있던 인원들이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 스틸 뱅크라고?

- 스틸 뱅크는 이번 입찰은 포기한다고 하지 않았나?

- 저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업자 새끼들이라면 뽕은 오지게 뽑겠군.

- 수수료로 장난질 좀 치겠구먼. 끌끌.


‘스틸뱅크’라는 말이 나옴과 동시에 주위가 시끌시끌하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중재하기 위해 사회자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 정숙해주시기 바랍니다. 상장주관사 선정은 스톡디멘션(stock dimension) 금융감독원의 공증아래 공정한 경매를 통해 선정 됐습니다. 선정된 상장주관사 스틸뱅크는 이미 ‘지구’와의 통로 연결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구에 속한 자원 및 주식 거래는 스틸뱅크의 연동계좌를 통해 거래 가능한 점 미리 숙지 바랍니다.]


어차피 이득을 위해 모인자리였기에, 사회자의 설명을 듣고선 어수선한 분위기는 금세 가라앉았다.


[U-071차원 지구 지분 3%를 선점한 천중(天中)그룹의 안건이 2건, 0.5% 지분을 보유한 대마계(大魔界)그룹 1건, 0.5% 지분을 보유한 드라코닉 그룹 1건. 이렇게 총 4건의 안건이 상정됐습니다. 조항에 따라 0.5%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신 그룹들은 안건이 올라오지 못한 점 양해바랍니다.]


사회자는 목을 가다듬은 후 안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 첫 번째 안건.

지분 획득 총량 30% 이상 확보 후 경쟁 가능.

(30% 지분 획득 이전에 분쟁 발생 시 안건을 어긴 해당 그룹은 집중 공격 승인. 예외 사항으로 대리전은 가능.)


- 두 번째 안건.

지분에 따른 사유화 권한 요청.

(인적 자원 포함, 후원 및 지원 시스템 이용 가능.)


- 세 번째 안건.

지분 획득 총량 10% 상한선을 두고 단계별로 진입.

(스톡디멘션 금융 감독원 제약을 회피하기 위함.)


- 네 번째 안건.

지구 최초 진입은 자회사 및 외주업체로 제한.

지분 획득 총량 30% 달성 시 각각 본사 인원 진입 가능.

지분 획득 총량 40% 이상 달성 시 임원급 진입 가능.


[총 4건의 안건 이외에 별도 사항이 있습니다. 스톡디멘션 금융 감독원의 공정한 지침 아래, 지구는 방어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차원의 조각 파편’으로 각성자 전환 작업이 진행되는 점 참고바랍니다.]


4건에 대한 안건 찬반투표는 이미 사전에 합의한 상황이었기에, 반대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찬반투표는 만장일치로 안건이 통과 됐음을 알립니다. 만장일치로 통과하여 이의 및 이견은 없으신 걸로 알겠습니다.]


찬반투표가 통과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스틸 뱅크 은행장이 좌중을 둘러보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들어온 반가운 소식입니다. U-071차원 지구와의 연결 작업이 완료되어 10분 후 포탈 오픈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번 주총 결과를 지구 관리자에게 전달했습니다. 매우 환영한다는군요.”


사회자는 반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스틸 뱅크의 일처리는 빠르군요. 보시다시피 이미 준비는 완벽합니다. 지구 관리자의 요청대로 10분 후 지구 진입이 가능합니다. 별도 사항에 따라 스톡디멘션 금융 감독원이 최초 진입 후 공지 안내 및 기본 작업이 진행됩니다. 이후 각자 자회사 및 외주업체를 통해 진입 가능한 점 참고바랍니다.”


길고 길었던 사회자의 마지막 발표가 끝났다.


[1107회 주주총회를 마치겠습니다.]


-지구로부터 메시지 발송 10분 전.


그렇게 지구의 상장과 동시에 처분이 결정됐다.


*


*


*


- 진입 포탈 오픈 10초 전.


태수가 있던 옥상 위.


-남은 시간 10초.

-9초.

-8초.

-7초.

.

.

.

.


-1초.

-땡!


‘땡’ 소리와 함께 숫자는 사라지고 새로운 메시지가 하늘에 떠올랐다. 단순한 글자뿐만 아니라, 머릿속에 각인 되듯 메시지 울림이 귓가로 파고든다.


[U-071차원의 지구에 정식으로 공지합니다.]


[스톡디멘션(stock dimension) 인증서 loading...]


[생체 인증서 발급 완료.]


[스틸뱅크 연동 계좌 개설 완료.]


[스톡디멘션 H.T.S(human trading system) 투자 정보 시스템이 적용됩니다.]


[발급된 인증서는 U-071차원 지구의 주식 거래 및 상점 이용이 가능합니다. 거래 시 주거래 은행인 스틸뱅크에서 책정한 0.1%의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loading···.]


[loading···.]


[loading···.]


[1차 징발이 시작됐습니다. 현시간부로 기존에 이용하던 오일, 전자, 네트워크, 총기류, 폭탄, 이외에 모든 탈것(자동차, 비행기, 오토바이) 등 문명의 이기는 사용이 불가합니다.]


[포탈을 통해 지구에 입국한 ‘스톡디멘션(차원주식회사)’소속 주민들을 처치하여 드랍 된 무기류 및 보상과, 기존에 있던 냉병기류만 사용 가능한 점 참고바랍니다.]


[상점, 스톡디멘션 주식 거래소(H.T.S), 울트라넷 통합 커뮤니티 시스템이 등록됩니다.]


[스톡디멘션 주식 거래소에 U-071차원의 지구가 정식 상장됩니다. 최초 상장 발행 주식 수 : 100,000,000,000주.]


[국가와 종족을 초월한 언어 통합 패치가 진행됩니다.]


[차원 진입 포탈이 오픈됩니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메시지에, 태수는 무슨 상황인지 갈피도 잡지 못했다.

눈앞에 보이는 모습들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이었다.


“차원 진입 포탈 오픈? 지구 주식 상장? 이게 대체 뭐야?”


태수가 황당해서 어이없어할 무렵.

업데이트 완료 메시지가 떠올랐다.


[업데이트 완료.]


[지금부터 스톡디멘션의 ‘차원의 조각 파편’ 특별 패키지 각성 시스템이 진행됩니다. 각성시스템을 통해 능력 각성과 스타터 패키지 아이템을 무작위로 획득할 수 있습니다.]


태수는 ‘무언가 잘못됐다.’ 라는 것을 직감했다.

춥지도 않은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피부 사이에 닭살이 오소소 돋아난 것처럼 말이다.


순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형형색색의 반투명한 슬롯머신이 튀어 나왔다.


‘슬롯머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8 너튭작성TV
    작성일
    20.05.18 17:54
    No. 1

    홍보글 보고 찾아왔습니다. 충분히 작품을 고뇌하고 준비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본인을 낮출 지언정 작품을 낮추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좀 더 자신을 가지고 확고하게 집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제목을 바꿔야 하는가 고민하시는 공지글도 있던데, 왈가왈부 할 순 없어도, 최소한 요즘 유행하는 방식에 맞춰 억지로 따라가기 보다 작품을 생각하고, 작품의 방향성이나 정체성, 말하고자 하는 바 등에서 그 제목을 생각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작가에게 작품은 분신이고 자식일진데, 유행따라 아무 이름이라면 그건 잘못된 것 같습니다.
    모쪼록 고민보다 확신이 큰 작필 응원하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EndGear
    작성일
    20.05.19 00:43
    No. 2

    제 작품을 멋지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독자님들에게 노출하기가 어려워서 고민하는 부분이라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만, 본인을 낮추고 작품도 낮추는 그런일은 없을겁니다. ^^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목과 소개란은 좀 더 신중하게 확인 후 수정할까 생각중입니다.
    물론 원안 그대로 유지될수도 있습니다.

    제가 손이 느린편이라...
    속도가 느릴지언정 독자님들이 재미있게 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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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6화. > +2 20.05.15 279 20 10쪽
6 < 5화. > 20.05.14 301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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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화. > +2 20.05.11 483 25 12쪽
2 < 1화. > +2 20.05.11 520 23 11쪽
1 < 프롤로그. > +5 20.05.11 689 7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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