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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용의 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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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김로
작품등록일 :
2020.05.1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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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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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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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무월곡(霧月谷) 8

DUMMY

가루마는 하늘이 갈라지듯이 천둥 번개가 내려치고,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는 아득한 상황 속에서 권소미가 피와 땀과 얼음조각들을 휘날리며 괴인과 치열하게 대치하는 것을 보고, 오른 손에는 검병을 쥔 채 그 괴인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그 순간 가루마의 왼손에서 무수한 내력의 실들이 사방으로 뻗쳐 나갔고, 순식간에 수백가닥의 굵은 나무뿌리들이 비에 젖은 질척한 땅의 표면을 거칠게 뚫고 나와 마치 살아있는 듯이 그 괴인의 몸을 향해 뻗어나갔다.


괴인에 의해 검신이 부러져 버린 이상 가루마가 권소미를 도울 방법은 이것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힘은 무엇인가.〉


진흙을 잔뜩 머금은 굵은 나무뿌리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과 같이 괴인의 팔과 다리를 휘감기 시작했지만, 그 거친 괴인의 엄청난 내력과 외공에 의해서 그 나무뿌리들이 괴인을 묶어 두기에는 한참 역부족이었다.


괴인을 향해 달려들던 굵은 나무뿌리들은 괴인의 몸에서 나오는 엄청난 내력에 의해서 괴인의 몸을 온전히 휘감기도 전에 마치 마르고 여린 나뭇잎이 거칠게 타오르는 불꽃에 닿은 것처럼 파사삭 하고 부서져 버렸다.


결국 가루마가 끌어내는 나무뿌리들이 괴인의 움직임을 온전히 묶어 놓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 괴인 역시 그 나무뿌리들을 파훼하기 위해 불필요한 움직임을 하며 내력을 끌어올리느라 움직임이 어느 정도 더뎌질 수밖에 없었고, 그 찰나의 빈틈을 권소미는 놓치지 않았다.


권소미는 허공에서 꿈틀대는 굵은 나무뿌리들 사이로 몸을 숨기고 때론 그 위를 재빠르게 뛰어다니면서, 기어코 괴인의 오른쪽 어깨에 검을 꽂아 넣었다.


괴인의 몸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변하면서 그 경도가 터무니없이 높아졌기에 권소미의 검은 괴인의 어깨에 깊숙이 박히는 대신 표피를 뚫고 간신히 꽂힌 정도였다.


그러나 권소미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권소미의 검이 괴인의 오른쪽 어깨의 표피를 뚫고 박히는 순간, 권소미의 몸 안에서 지독한 냉기가 그 검 끝을 통해 괴인의 어깨 속으로 파고 들어가면서 그 어깨 내부에서 시작하여 종래에는 괴인의 오른쪽 팔 전부를 모두 얼려 버렸다.


그 괴인은 오른팔이 모두 얼어버리자, 오른손에 쥔 지팡이로 반격을 하는 대신 왼손을 뻗어 권소미에게 반격을 가하려고 하였으나, 권소미는 괴인에게 내력을 모두 주입하여 오른팔을 모두 얼린 후에 재빠르게 뒤로 후퇴한 후, 다시 괴인을 향해 검 끝을 찔러 나갔다.


가루마가 내력으로 나무뿌리 수백을 이용하여 괴인의 움직임을 제약하고, 권소미가 그 빈틈을 노려가며 괴인과 직접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인 것이었다.


애초부터 권소미의 독문무공은 빙마제 권일교와 마찬가지로 그 냉기를 이용한 것으로 괴인의 몸이 아무리 경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몸 내부에 냉기를 흘려 넣을 작은 상처만 있으면 그 상황을 역전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어찌하면 상성 상 가루마가 괴인을 직접 상대하는 것보다 가루마의 조력을 받으면서 권소미가 괴인을 상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방금 전의 일로 괴인의 오른팔은 뼛속까지 완벽하게 얼어붙었을 것이었다.


설사 괴인의 내력으로 인하여 그 냉기를 배출시킨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 동안 오른팔의 움직임에 제한이 걸릴 것이 분명했다.


권소미는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권소미가 전열을 정비하고 다시 괴인에게 검 끝을 찔러 나가는 그 찰나의 순간에 가루마의 몸 속 깊은 곳에서 울렁거림이 올라왔다.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다.


〈힘은 무엇인가.〉


〈물질이 힘인 것인가.〉


권소미의 검이 괴인을 향해 검을 뻗어 몸을 날리는 순간, 괴인은 왼손을 뻗어 오른쪽 어깨를 잡더니, 쥐어짜듯이 오른쪽 어깨를 비틀어 버렸다.


“퍼석~!”

퍼석하는 소리와 함께 괴인의 오른쪽 어깨가 통째로 몸에서 뜯어져 나갔고, 괴인은 왼손으로 그 오른팔을 잡은 후 그대로 권소미의 몸통을 향해 휘둘렀다.


괴인이 휘두르는 얼어붙은 오른 팔의 손에는 아직까지 나무 지팡이가 억세게 쥐어져 있었다.


“퍽~!!!”

“쾅~!!!”


승기를 잡았다는 순간의 방심과 사람으로서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괴인의 공격으로 인하여 권소미는 그 검이 괴인의 몸에 닿기도 전에 괴인이 휘두르는 괴인의 얼어붙은 오른 팔에 의해 몸통을 강타 당했다.


괴인의 얼어붙은 오른팔에 옆구리를 강타 당한 권소미는 한순간에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


하늘에서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정적만이 흘렀고, 그 지독한 정적 속에서 몸이 흔들리고 하늘이 쪼개지듯이 천둥과 번개가 치면서 그 기이한 정적을 부각시킬 뿐이었다.


가루마는 알 수 없는 불온한 울렁거림을 느끼면서 재빨리 권소미가 날아간 쪽으로 몸을 날려 권소미를 부축했다.


권소미는 온몸이 비에 젖어 초점이 흐려진 채 입으로는 피를 토하면서 몸을 일으키려고 하였으나, 가루마의 팔 안에서도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검에 베인 것이 아니라 몸이 갈리지는 않았지만, 애초 괴인의 팔의 경도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높았기 때문에 충분히 치명상이라고 할 정도의 내상을 입었음이 분명했다.


가루마는 피를 토하는 권소미를 팔에 안은 채 권소미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 그리고 괴인에 대한 공포를 느꼈으나, 곧이어 가루마의 전신을 지배한 것은 전혀 다른 감정이었다.


그것은 기시감이었다.


가루마의 전신을 휘감은 기시감.


몇 번이었나.


몇 번이 아니면 몇 십번이었나.


몇 십번이 아니면 몇 백번이었나.


운명을 피하고 싶었다.


운명을 바꾸고 싶었다.


그러나 피할 수도 바꿀 수도 없는 거대한 바위 같은 운명의 짐이 가루마의 등을 짓누르고 있었다.


아주 오래된 대화.


그리고 수도 없이 반복된 대화들.


〔힘들면 쉬어가고 버겁다면 내려놓아도 된다.〕


〔저는......쉴 수도, 그리고 내려놓을 수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너의 마음의 문제가 아니겠느냐.〕


〔......사랑하는 사람들의 피와 땀이 흐르는 것이 제 마음만의 문제라니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고 얼마나 많은 생각을 반복하였는가.


차분하고 친근한 노인의 목소리에 권소미를 안고 있던 가루마의 마음이 알수 없는 그리움과 따뜻함으로 가득해졌다.




그 차분하고 친근한 노인의 목소리와는 다소 다른 비릿하고 비웃음이 섞인 목소리.


〈네놈이 용 영감의 반쪽짜리 계승자인가.〉

〈곤란하군. 곤란해. 용 영감의 기운을 가진 놈들이 현실세계에 움직이다니.〉

〈감당할 수가 있겠느냐. 어리석은 인간아.〉


〈그런 것은 알지 못합니다......〉

〈......어차피 삶이란 것은 항상 감당하기 어려운 짐 같은 것이었습니다......〉


〈동쪽의 작은 마을에서 온 어리고 나약한 인간아.〉

〈이 길고 긴 아주 오래된 인과의 매듭을 어찌하려고 하는 것이냐.〉


〈그 또한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더 살고 싶었습니다......〉

〈한번만이라도 더 따뜻한 얼굴을 만지고 싶었습니다......〉

〈한번만이라도 더 얼굴을 보면서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리석은 인간아. 깨달아라.〉

〈모든 것은 너로 시작해서 너로 끝날 것이다.〉

〈그 힘은 너의 것이 아니었지만, 그 힘으로 인한 운명은 너의 것이다.〉

〈사물이 힘이며, 힘이 곧 사물이고, 모든 것은 아(我)로 귀화한다.〉

〈카르마. 기억해라. 잊지 말아라.〉


입에서 피를 흘리는 권소미를 두 팔로 안은 채 가루마는 주변의 시공간이 웅웅거리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기시감에 빠져들었고, 차분하고 그리운 노인의 따뜻한 목소리와 그에 상응하는 비릿한 노인의 목소리들이 전신에 울려퍼졌다.


소리가 귀를 통하여 머리에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가루마의 온 몸과 정신에 그대로 전달되는 듯했다.


가루마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권소미를 내려놓았다.


그 순간만큼은 권소미에 대한 걱정도, 괴인에 대한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가무라의 부러진 검신에서 하얀 기운이 솟아오르더니 하나의 검 모양을 이루었다.


그리고 또한.


하늘을 쪼개듯이 내려치던 번개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가루마의 검에 내려치면서 가루마의 검과 전신을 휘감았다.


신기.

뇌검(雷劍) 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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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5화. 무월곡(霧月谷) 8 20.10.16 9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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