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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용의 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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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김로
작품등록일 :
2020.05.13 16:17
최근연재일 :
2020.11.26 21:00
연재수 :
1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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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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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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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08화. 전쟁의 시작 3

DUMMY

가루마가 무월곡에서 사라진지 3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소림사에서 남쪽으로 떨어진 곳의 깎아 놓은 듯 한 바위산의 정상 꼭대기.

그 정상은 누군가가 하늘로 높이 솟은 거대한 바위를 마치 칼로 잘라놓은 듯 한치의 도드라짐도 없이 평평했고, 그 위에는 돌로 된 의자 몇 개와 가운데에는 역시 바위를 깎아서 만든 것 같은 거대한 바둑판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 바위산의 정상에는 설교가 돌로 된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 뒤로는 이일표와 박수창이 서 있었다.


“으아......높긴 높네요....”

“세상만사 다 털어버리고 이곳에서 바둑이나 두면 좋을 텐데...”

“어찌 세상의 굴레가 도무지 이 몸을 놓아주지 않으니...”

박수창이 그 높고 높은 바위산의 정상에서 아래를 슬쩍 굽어보며 입을 열었다.

무림 전체가 격동하는 상황에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에 얼굴에는 특유의 해학스러움이 피어올랐다.


“어이...무식한 박가야...”

“네가 바둑이나 둘 줄 아느냐...”

“손가락으로 바둑돌을 쳐서 깨트릴 줄이나 알지.”

박수창의 말에 이일표가 콧수염을 매만지며 박수창에게 이죽거리기 시작했다.


“무식...?!”

“아놔...이가놈이...”

“오랜만에 감상에 좀 젖으려고 하는데...”

“바둑 그까짓 거 배우면 하루만에도 금방 배우는 거지...”

박수창은 이일표의 시비에 미간을 찌푸리면서 아래를 굽어보던 얼굴을 이일표에게로 향했다.


“크. 크. 크. 크. 크.”

“에라이 무식한 놈아...무슨 바둑을 하루만에 배우냐...”

“하긴 네 머리에 글이나 쓰고 말하는 걸로 충분하지. 바둑을 아무나 배우냐.”

“크. 크. 크. 크. 크.”

이일표는 콧수염 아래에서 하얀 치아를 드러낸 채 박수창을 향해 희번득 하게 웃어보였다.


“흠...”

설교는 돌로 된 의자에 앉아서 뒤에서 이일표와 박수창이 서로 아웅다웅하는 것을 들으면서 검은색 바둑돌을 검지와 중지사이로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그 바위산의 아래에 널찍하게 깔려 있는 구름을 뚫고 거구의 사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거구의 사내는 설교가 앉아 있는 곳보다 더 높이 치솟더니 잠깐 몸을 멈추고 마치 허공에 계단이 있는 듯 한발 한발 성큼성큼 내려와 설교의 맞은 편에 앉아 바둑판을 바라보았다.


“늘상 보던 곳에서 보면 될 것이지. 오늘은 무슨 마음이 들었길래 이곳에서 보자고 한 것이냐...”

“네놈이 나와 구름 위에서 한가로이 바둑이라도 두자는 것이냐?”

7척이 넘는 거구의 몸에 목에는 피로 얼룩진 철로 된 염주가 길게 걸려 있었다.

염라제 괴불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현각대사도 구름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후 조용히 괴불 옆에 앉았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요...”

“그래...부맹주께서는 바둑은 좀 두시오?”

괴불의 옆에 앉은 현각대사가 빙그레 웃으면서 설교에게 말을 건넸다.


“제가 무식하여 글이나 겨우 쓰고 읽을 줄 알지 바둑은 둘 줄 모릅니다...”

설교는 조용히 바둑알을 돌로 된 바둑판에 내려놓은 뒤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컥~! 컥~! 컥~!”

설교가 말을 하자, 갑자기 설교의 뒤에서 서 있던 이일표가 사래가 걸린 듯이 목을 컥컥 거렸고, 그 모습을 못마땅한 듯이 괴불이 쏘아보자 그제서야 손으로 겨우 입을 가렸다.


현각대사는 설교의 말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야심 있는 젊은이가 두 명의 노인을 두고 앉아 있는 거 자체가 고역일 테니 농은 그만하고, 여기서 보자고 한 연유가 무엇이오?”

현각대사는 이미 설교의 야망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구태여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바로 본질적인 대화를 열었다.


“...”

설교는 현각대사의 말에 허를 찔렸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의연하게 허리를 피고는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찾았습니다...”

“아니 찾았다기 보다는...직접 찾아 왔다고 하는 편이...”


“뭘 말이냐~!”

설교가 말을 흐리자 매번 능구렁이 같은 설교의 말과 행동에 짜증이 나 있던 괴불이 버럭 소리쳤다.


괴불이 소리치자, 의연한 설교와는 달리 설교의 뒤에 서 있던 이일표와 박수창의 몸이 반사적으로 순간적이나마 움찔했다.


그 순간...

괴불과 현각대사 모두 그 바위산 정상의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고 오른편의 구름 아래를 바라보았다.


기감을 숨기고 있다고는 하나, 이 정도 거리까지 오면 그 기감을 눈치 채지 못할 괴불과 현각대사가 아니었다.


순간 그 구름을 뚫고 두 명이 튀어 올랐다.

한명은 괴불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괴불이 한때 너무나도 죽이고 싶었던 그 얼굴.

자신이 열렬하게 흠모했던 여인을 가로채간 악의 근원.

빙마제 권일교.


“네놈?”

“살아 있었나?”

괴불은 권일교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허공에서 스스르 미끄러지듯이 내려오는 권일교를 향해 말을 건넸다.


“아~!”

“땡중~!”

“이리저리 끌려 다니느라 고생은 했지만, 목숨은 부지했지. 허. 허.”

빙마제 권일교가 빙그레 웃으면서 돌로 만들어진 의자에 철푸덕 앉으면서 서 있는 괴불을 올려다보았다.


“뭐해? 어서 자리에 앉지 않고~!”

“서 있으니까 머리에 햇빛이 반사되서 눈이 부시잖아~!”

권일교는 특유의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손날을 눈 위로 하고는 눈을 찌푸리면서 괴불을 바라보았다.


괴불은 슬쩍 권일교를 바라보더니 이번에는 권일교의 옆에 앉은 다른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 놈은 또 뭐야?”

“여기 잡탕 같은 친목모임의 신입이냐?”

괴불이 머리를 흑의로 가리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쏘아붙이듯이 말을 했다.


그 남자는 괴불의 말에 머리 뒤로 흑의를 벗어 넘기면서 괴불과 설교 그리고 현각대사를 바라보았다.


“아...아...”

“불청객이란 게 이런 기분이군...”

“그나저나 익숙한 얼굴도 있군... 크. 크.”

“정법대사의 제자였던가?”

“현각?”


“......”

“철파장 이한수?”

현각대사는 기감을 느꼈을 때부터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지만, 흑의를 벗은 얼굴을 보고는 단번에 30년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놈이 철파장 이한수?”

괴불은 현각대사의 말을 듣고는 다시 이한수를 뚫어지듯이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권일교를 바라보고는 다시 설교를 바라보았다.

설교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괴불을 바라보자 다시 권일교를 바라보았다.


“마교의 벌레가 여기에 왜 있는거냐?”

괴불이 설교와 권일교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어이없는 듯이 권일교를 향해 물었다.


“......”

“딱히 예의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벌레라니...초면에 너무한 거 아니오...크. 크. 크.”

철파장 이한수는 괴불의 말이 불쾌하다기보다는 어이가 없는지 싱거운 미소를 지으면서 주먹을 매만졌다.


철파장 이한수가 주먹을 매만지자 권일교는 의자에 앉아 팔장을 낀 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는 이한수를 바라보았다.


“저기 저 땡중이 초면에 검을 휘두르지 않고 벌레라고 말한 건 일종의 호감 표현이라고 봐야지...암...암...”

이한수는 권일교의 여유로운 미소를 바라보며 괴불에 대한 경계심을 풀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누가 누구한테 호감이 있다는 거냐?”

“어디 죽다 살아와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

괴불이 고성을 내뱉자, 바위산을 둘러싼 구름마저 순간 휘몰아치는 것만 같았다.


“아..아..”

“신기한 경험을 했더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더군. 허. 허. 허.”

“그리고 마교 삼교주 한명이 이곳에 왔다고 그렇게 놀랄 것 없어.”

권일교는 괴불의 고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여유로운 미소를 흘렸다.


“광마(狂魔) 옥혈비...”

권일교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광마 옥혈비는 마교의 삼교주 중 가장 오랫동안 교주 직에 있었던 자로 괴불조차 금광마검 증장천과 함께 그 이름을 익히 알고 있다.


“광마(狂魔) 옥혈비도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싶은 뜻을 전해달라고 했는데.”

권일교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튀어 나오자, 괴불과 현각대사의 눈이 커졌고, 설교 역시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권일교를 바라보았다.


“네놈...”

“지금 뭔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냐?”

괴불은 권일교의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농인지조차 헷갈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권일교는 그런 괴불을 웃으면서 바라보았다.

“알긴 당연히 알지...”

“무림 역사상 최초로 정·사·마가 힙을 합치게 되는 거지...”

“그 백귀...흑귀...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놈을 잡기 위해서...”

권일교는 괴불을 바라보며 마치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듯이 말을 했다.


괴불은 권일교의 입에서 백귀라는 말이 나오자 몸에서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피어오르는 살기를 감출 수가 없었다.


“얼굴이 크니까 표정이 참 다양해서 좋구나...크. 크. 크.”

권일교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괴불을 보며 마지막 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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