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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용의 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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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김로
작품등록일 :
2020.05.13 16:17
최근연재일 :
2020.11.26 21: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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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708
글자수 :
503,321

작성
20.11.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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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22화. 종장(終章) 12

DUMMY

“가려고 하느냐?”

침대 위에 앉아 있던 설강석이 뒤돌아서 걸어 나가는 설교를 향해 가늘게 입을 열었다.


설강석은 이대웅에게 한 팔을 잃은 이후 말도 잃었다.

설강석은 그 이후로 수개월동안 물과 최소한의 것만을 먹으며 연명하였고, 설강석의 얼굴과 전신은 피골이 상접하여 그 외관은 살아있는 사람의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설교가 마지막 결전을 위해 떠나기 전날 말을 잃은 설강석을 홀로 찾아왔었다.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다.

그 사건 이후로 설강석은 말을 잃고 눈의 초점까지도 허공을 헤매고 있었기 때문에 설교는 부친인 설강석을 어떠한 말도 없이 한참을 바라보다가 뒤를 돌아 걸어 나왔다.


그리고 설교가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설교에게 한없이 익숙하면서도 이제는 끝도 없이 노쇠하고 지쳐 가늘어진 목소리가 뒤에서 새어나왔다.


“가려고 하느냐?”

설교가 그 목소리에 뒤를 돌아 보았다.

설강석은 뼈 밖에 남아있지 않은 얼굴로 눈을 감은 채 가늘게 입술만을 떨고 있었다.


“난 아직 네놈이 휘두르는 검에 대한 해(解)를 구하지 못했다.”

설강석이 감았던 눈을 떴다.

그 눈의 초점은 설교를 보고 있지 않았다.

설교는 설강석의 눈빛과 말이 자신을 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강석의 두 눈의 초점은 눈 앞의 설교를 넘어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오직 단 한 명의 검사.


오직 이대웅만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설강석은 지금이라도 바닥에 쓰러져 풍화될 것 같은 모습으로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그리고 한쪽 팔을 잃고 말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항시 몸에서 떨어뜨리지 않았던 검을 왼손으로 움켜쥐었다.


설강석의 몸은 한없이 가벼워 보였고, 왼손으로 철검 한자루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검의 무게에 짓눌려 곧 팔을 떨굴 것만 같았다.


“끝없이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도.......”

“난 네놈의 검을 풀어낼 수가 없구나...”

“그러나...”

설강석이 그 쓰러져가는 모습으로 검을 움켜쥐고는 자세를 낮췄다.


“너는 또한 어떻게 하겠느냐...”

그리고 보여준 것은...




피를 토하면서 쓰러진 이일표가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고, 그 옆을 박수창이 검을 들고서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일표와 박수창 앞에 설교가 서 있었다.


“도련님...”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거 같습니다...”

“여기는 이제 저희에게 맡기고, 어서 밖으로...”

설교의 뒤편에서 간신히 정신을 수습한 이일표의 입에서 비릿한 피비린내가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일표 말이 맞습니다...”

“부득이한 선택입니다...”

이일표의 말을 끊고 박수창이 검을 들고서 입을 열었다.


“일표...수창...”

“미지근한 소리하지 말아라...”

설교가 이일표와 박수창의 말을 뒤로 하고 검기를 이용하여 눈 앞의 바닥에 선을 그었다.


그 선 너머로 수십의 도깨비들이 발을 쿵쿵거리며 걸어오고 있었고, 그 뒤에는 백귀 두 명이 합쳐진 권사의 형을 한 백귀가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설교는 그 도깨비들을 보면서 자세를 낮췄다.


검이 빠른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속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호흡의 틈에 검을 꽂아 넣기 때문에 빠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상대방을 끌어당기듯이 베고, 상대방을 베듯이 끌어당긴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동작에 귀속된다.


특별한 내가무공이 있는 것도 아니었던 설강석이 오로지 철검 하나로 증장천을 베고 신검의 자리에 올라가기까지에는 그 오묘한 진리가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또 하나의 꽃이 개화한다.


최신속의 검.

원형.


설교가 지면에 검기로 그어놓은 선에 8척이 넘는 거구의 도깨비의 거친 발바닥이 꽂혔다.


그리고 동시에 그 도깨비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카~~~~~~오~~~~~~~!!!”

그것을 기점으로 수십의 도깨비들이 설교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설교의 몸은 멈춰있으면서 미세하게 진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설교의 앞에는 천개의 검들이 한송이 꽃을 이루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 도깨비들의 목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그 거구의 몸이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도깨비들의 몸 사이로 백귀의 주먹이 설교에게 뻗었다.

그러나 백귀의 주먹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보이지 않는 검의 벽에 막힌 듯 설교에게 닿기도 전에 썰려 나갔다.


백귀가 도깨비들의 틈 사이에서 설교에게 주먹을 뻗었다가 주먹이 썰려나가고 다시 주먹이 생성되어 다시 뻗고 다시 썰려나갔다.


그리고 도깨비들이 모두 쓰러졌을 때쯤, 백귀는 권사의 형으로 설교를 상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였는지, 어느새 한 손에 검을 들고 설교에게 그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설교는 처음 서 있던 자리에서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오직 백귀가 설교에게 검을 휘둘렀으나 백귀의 검은 모두 막히고, 설교의 검이 백귀의 전신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베었다.


곧이어 백귀의 다른 손에서도 검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박수창이 백귀의 뒤편으로 움직이면서 백귀의 왼손에서 솟아난 검을 상대했다.


박수창의 전신에 검흔이 생기면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설교는,

“이제...반보 앞으로...”

설교가 최초의 고정된 자리에서 반보 앞으로 움직였다.


설교의 검이 마치 검으로 만든 아름다운 꽃송이처럼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백귀의 몸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썰려 나갔다.


백귀는 설교의 검에 대응하기 위하여 박수창에게 휘두르는 검의 예기를 떨어뜨리고 설교를 향해 그 힘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백귀의 검이 설교의 검을 뚫고 지나가면서 설교의 전신에 검흔을 남기고, 종래에는 설교의 왼쪽 눈을 베고 지나갔다.


백귀는 박수창이 뒤에서 견제를 하고 있고, 설교의 검에서 나오는 기이한 내력이 자신의 몸을 끌어당기면서 베고, 베면서 끌어당기고 있는 상황에서 오직 설교를 베어 넘기는 것에 집중했다.


백귀의 검이 거칠어지면서, 설교 역시 전신에 수많은 상처가 생기면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설교는 한치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설교가 백귀 앞으로 다시 반보 전진하였다.


“다시 반보 앞으로......”

당기듯이 베고, 베듯이 당긴다.

너는 여기서 빠져 나갈 수 없다.

이 무한의 검에 결국 베여 쓰러질 뿐이다.


그만...

백귀의 왼손에 들린 검이 박수창의 검을 튕겨내면서 신형을 뒤로 날렸다.

설교와의 거리를 벌리면서 모습을 변화하고 새로운 대응전략을 모색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백귀의 몸이 일순 흔들렸다.

박수창이 백귀의 강검에 튕겨나간 순간, 힘겹게 몸을 가누고 있던 이일표가 그 찰나를 노리고 검기로 백귀의 발을 베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설교는

"이제, 일보 앞으로..."

순간 중심이 흔들린 백귀의 몸을 설교의 검.

흡사 검풍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천의 검격이 백귀를 베고 지나갔다.


훗날 세인들 사이에서 신검의 검풍이라는 칭호로 불리는 검술이 개화하는 순간이었다.


수천의 검격이 중심을 잃은 백귀의 몸을 베고 지나가자, 마치 바람에 흩어져버리는 구름과 같이 백귀의 몸이 흩어져 버렸다.


그리고 백귀의 몸이 빛과 함께 허공으로 흩어지면서, 설교는 바닥에 검을 짚고 쓰러지듯이 무릎을 꿇었다.


극도로 짧은 순간에 전심전력을 쏟아낸 설교로서는 일순간 전신이 떨려올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설교를 이일표가 부축하였고, 박수창이 피가 흐르는 설교의 왼쪽 눈에 천을 감아주었다.


혼인을 하지 않은 채 평생 검만 잡아온 이일표와 박수창에게는 설교는 자식과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박수창은 설교가 왼쪽 눈을 영구적으로 잃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눈에 천을 감아주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곧이어,

누군가가 설교와 이일표, 박수창에게 걸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동굴 안의 야광석에 그 모습이 비춰지기도 전에 설교는 그 기운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현각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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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130화. 종장(終章) 20 +1 20.11.26 86 4 9쪽
130 129화. 종장(終章) 19 +4 20.11.19 70 2 7쪽
129 128화. 종장(終章) 18 +2 20.11.18 78 2 8쪽
128 127화. 종장(終章) 17 +4 20.11.16 66 3 8쪽
127 126화. 종장(終章) 16 +2 20.11.14 83 3 8쪽
126 125화. 종장(終章) 15 20.11.13 77 3 7쪽
125 124화. 종장(終章) 14 20.11.12 78 3 7쪽
124 123화. 종장(終章) 13 +2 20.11.11 77 3 7쪽
» 122화. 종장(終章) 12 20.11.10 70 2 8쪽
122 121화. 종장(終章) 11 +2 20.11.09 82 2 7쪽
121 120화. 종장(終章) 10 +2 20.11.07 73 2 8쪽
120 119화. 종장(終章) 9 20.11.06 74 2 10쪽
119 118화. 종장(終章) 8 20.11.05 77 2 10쪽
118 117화. 종장(終章) 7 20.11.04 75 2 7쪽
117 116화. 종장(終章) 6 +2 20.11.03 86 2 7쪽
116 115화. 종장(終章) 5 +2 20.11.02 82 2 9쪽
115 114화. 종장(終章) 4 +2 20.10.31 88 2 7쪽
114 113화. 종장(終章) 3 +2 20.10.30 88 2 8쪽
113 112화. 종장(終章) 2 20.10.29 95 3 8쪽
112 111화. 종장(終章) 1 +4 20.10.28 101 2 8쪽
111 110화. 전쟁의 시작 5 20.10.23 86 2 8쪽
110 109화. 전쟁의 시작 4 20.10.22 83 3 8쪽
109 108화. 전쟁의 시작 3 20.10.21 89 3 9쪽
108 107화. 전쟁의 시작 2 +2 20.10.20 94 3 7쪽
107 106화. 전쟁의 시작 1 +2 20.10.19 98 2 8쪽
106 105화. 무월곡(霧月谷) 8 20.10.16 97 3 9쪽
105 104화. 무월곡(霧月谷) 7 +4 20.10.15 94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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