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용의 뿔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연재 주기
김로
작품등록일 :
2020.05.13 16:17
최근연재일 :
2020.11.26 21:00
연재수 :
131 회
조회수 :
26,406
추천수 :
708
글자수 :
503,321

작성
20.07.22 21:00
조회
146
추천
4
글자
11쪽

65화. 설교

DUMMY

흰 산 위에서 무림맹 본부로부터 전갈을 받은 후,

설교가 이끄는 신검대는 흰 산을 나와 수일에 걸쳐 쉬지 않고 달리고 나서야 무림맹 본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설교와 신검대가 무림맹 본부 내에 발을 내딛었을 때에는 이미 그 참혹한 패배의 현장은 대부분 지워지고 없었으나, 땅에 깊게 스며든 핏자국과 그 패배를 기억하는 자들의 지독한 침묵으로 정적만이 가득하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흰 산 위에서 염라제 괴불과 빙마제 권일교를 척결하고 돌아온 설교를 그의 아버지이자 무림맹의 맹주인 설강석이 환영하면서 맞이했어야 할 터였으나, 설교를 맞은 것은 흰 수염을 기르고 얼굴이 사색이 되어 누렇게 뜬 무림맹의 사무총관이었다.


설교는 사무총관으로부터 한참 동안 보고를 받고 나서야 무림맹 본부의 본채 깊은 곳에서 한쪽 팔을 잃은 설강석과 마주할 수 있었다.


사무총관은 자리를 비켜 주었다.


설강석은 설교가 맞은 편에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초점을 잃은 눈으로 허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간혹 가다가 동공이 커지고 입으로 무언가 중얼거리기는 하였으나, 설교로서는 아버지 설강석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설교는 흰 산 위에서 먼 길을 달려오고 말을 잃은 아버지 설강석을 눈 앞에 보고 나서야 현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무림맹은 참패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세력에 의해.


지독하게 단순하고 단순한 사실이었다.




설교는 아버지 설강석을 한참 동안 마주앉아 바라보다가 예의를 표한 후 뒤를 돌아 내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밖에서 기다리던 이일표, 박수창과 함께 다른 내실로 자리를 옮겼다.


본래 신검대 대장으로서 배정된 내실이었으나,

설교 입장에서는 외부 업무 때문에 무림맹 내에 머무는 기간이 짧아 그 구조가 낯설게 느껴졌다.


설교가 자리에 앉자 설교 뒤편에 좌측으로 이일표, 우측으로 박수창이 섰다.


곧이어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신검대 파군 군장대행 김원호였다.


김원호가 문을 열고서는 두 손을 모아 예의를 표시하자, 설교가 손짓을 하였고, 김원호는 설교의 손짓에 따라서 설교의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설교는 이미 사무총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왼손에는 사무총관으로부터 받은 간략한 사고보고서를 들고 있었다.


“그래...”

“총관으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에 따르면...”

“한쪽 눈이 푸른 조선무사 한명과, 5척 정도 키에 몸은 하얗고 검은색 눈동자를 한....”

“뭐라고 불러야 되나...”

“이 빌어먹을 놈들을...”

“어쨌든 그놈들이 10명 정도 침입을 하였는데...”

“몸이 9척 가까이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자유자재로 변하고...”

“검으로 베어도 베이지 않는다...”

“그리고 피를 뒤집어 쓴 그놈들의 등에서는...”

“8척 정도의 키에 머리에 두 개의 뿔이 달린...”

“뿔...?”

“에라이 씨발...별 거지같은...”

“뿔이 달린 시뻘건 놈들까지 튀어나왔다....”

“그리고 신검대 가군 군장 가대순을 포함한 신검대 대원들이 그놈들한테 당해 모두 사망했고....”

“맹주님은 어떻게 당했는지는 모른다....”

“그리고 그 조선무사와 그 놈들은 갑자기 사라졌다...”

“내가 이해한 게 맞나?”

“응?”

설교는 사무총관으로 받은 간략한 사고보고서를 앞의 탁자에 올려놓고는 몸을 구부정하게 모으고 두 손을 모은 채 바닥을 보면서 말했다.


“네, 모두 사실입니다.”

“신검대 대원들은 모두 교전 중이어서...”

“맹주님께서는 조선무사에게 당했는지, 아니면 그놈들에게 당한 것인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당한 것인지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김원호가 설교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리고 그 하얀 놈들은 몸이 거구처럼 변하는데...”

“어떤 놈들은 검으로도 변하고...”

“또 거구로 변한 놈이 검으로 변한 놈을 잡아 휘두르는데, 그 관절의 움직임이 인간의 것이 아닌...”

김원호는 설교의 질문에 장황하게 설명을 붙이기 시작했다.


“됐다~!”

“됐어~!”

설교가 구부린 몸을 피면서 오른손을 휘휘 저으며 몸을 의자 뒤로 젖혔다.

설교는 두 팔을 팔걸이에 걸고서는 몸을 한껏 의자 뒤로 젖히고 천정을 바라보았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야.”

“지겹게 많이 듣고 지겹게 많이 읽었어.”

설교가 몸을 뒤로 젖힌 채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런데...”

“빌어먹을...”

“궁금한 게 하나 있단 말이야...”

설교는 천정을 보면서 말했다.


“네~!”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김원호가 대답했다.


“총관이 최초로 보낸 전갈에는 신검대가 전멸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왜 생존자 명단에 네가 누락된 걸까?”

“총관이 일을 게을리 했나?”

“이거~! 이거~!”

“기본적인 생존자 확인조차 틀렸다면 크게 혼나야겠는데...”

“그 늙은이의 뺨을 때려줄까?”

“아니면 칼등으로 엉덩이를 때려줄까?”

설교가 천정을 보면서 말했다.


“그게...”

“아무래도 너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생존자 파악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이 무림맹 역사에 처음이다 보니...”

김원호가 마른 침을 삼키며 대답했다.


“아니~!”

“아니~!”

“그게 이상하단 말이야...”

“아무리 경황이 없어도 생존자 파악은...”

“생존자 파악은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고...”

“그 우선순위 상 군장과 조장에 대한 생존여부 파악이 최우선인데...”

“김원호 너는 파군 군장대행으로 군장과 같은 위치이고...”

“굳이 따지자면 본부 내에 남은 군장직급이 단 둘인데...”

“그걸 놓쳤다라....”

“이 총관 놈을 어떻게 혼내줘야 되나...”

“수염을 다 뽑아버릴까?”

“나보다 어린 놈도 아니고, 나보다 한참 나이 먹은 놈이 건방지게 수염까지 허옇게 길러서 거슬린단 말이야...”

설교가 뒤로 한껏 젖힌 몸을 다시 앞으로 숙이고는 말을 이었다.


설교가 갑자기 수염얘기를 하자,

박수창이 “큼”소리를 내며 검은 턱수염을 손가락 끝으로 돌돌 말아 돌렸다.


“뭐...”

“몸이 하얀 그놈들이 와서...”

“막, 몸이 커지고, 몸이 칼이 되고...”

“막, 몸에서 머리에 뿔이 달린 놈들이 투두둑 튀어나오고...”

“크~! 크~!”

설교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웃기 시작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 그럴 수 있다 치자고...”

“어차피 목격자가 많으니까 그게 맞을 거야...”

“그래 내가 큰 마음으로 그 부분은 이해할게...”

“그런데 내가 최초로 받은 전갈내용에는 분명히 신검대 전멸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넌 어떻게 살아있냐는 거지?”

설교가 몸을 앞으로 숙인 채 두 손을 모았다.

설교의 눈은 김원호를 보는 것인지 설교와 김원호 사이의 탁자를 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

“그게...”

김원호는 설교의 눈치를 살피며 마른 침을 삼켰다.


독존자 이대웅과 백두산 귀신들이 무림맹 본부에 침입하였을 당시,

신검대 파군 2조와 3조 검사들이 거구의 백두산 귀신이 휘두르는 대도에 몸이 반으로 갈릴 때, 김원호는 그 백두산 귀신에게 더 이상 맞서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는 그 소란을 틈타 몸을 피신하였다.


담을 넘어, 무림맹 밖으로.


그리고 한참 후 무림맹 내부에서 더 이상 유혈사태가 일어나지 않음을 파악하고 나서야 다시 아무도 모르게 담을 넘어 무림맹 내부로 들어온 것이었다.


무림맹의 사무관과 사무총관들 입장에서는 사건 직후 설교에게 급히 전갈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이미 피죽이 되어 형체조차 구분하기 힘든 신검대 대원들을 일일이 대조하지 않고, 그 전갈에 단순히 신검대 전멸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었다.


“뭐...”

“그게 뭐가 중요하겠냐...”

“사무총관이 실수를 했던, 아니면 다른 연유로 생존자 파악이 잘못된 것이든...”

“응 그렇지?”

“그렇겠지? 원호야?”

설교가 신검대 대장이라고 하더라도 각 신검대 군장이나 조장들에게는 그 직위로 호칭하는 것이 원칙이나 갑작스럽게 서른 중반에 가까운 김원호에게 그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

“저도 참...”

“왜 제가 누락이 되었는지는...”

아직 여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김원호의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그런데 말이야...”

설교가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내가 결벽증이 있어...”

“더러운 걸 참지 못하고, 신발에 흙만 뭍어도 막 짜증이 나거든.”

“막. 막. 짜증이 나...”

“그리고 그 짜증이 막, 가끔씩 주체가 안 될 때가 있어...”

설교가 말을 멈추고 코로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이렇게 전갈로 받은 내용이랑 실제랑 차이가 나면...”

“나로서는 이걸 참아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구분이 안되고...”

“그냥 막 짜증이 나...”

“내가 막 아직 나이가 많지 않고...”

“아버지한테 배움이 부족해서 그럴까?”

“응 원호야?”

“넌 나보다 나이도 많이 먹었잖아?”

“말해봐.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거니?”

설교가 쉬지 않고 말을 했다.


“아...그게...”

“충분히 그럴 수도 있습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을 추구해야 하는 대장님 입장에서...”

김원호는 되지도 않는 말을 쥐어 짜내면서 설교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래...”

“네가 나를 이해한다니 정말 다행이야...”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내 마음이 편해지잖아...”

“역시 사람은 나이를 먹고 봐야 돼.”

“하. 하. 하.”

설교가 소리 내어 웃었다.


“하. 하. 하.”

설교가 웃자 김원호도 내심 안도의 숨을 들이 마쉬며 따라 웃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하나만 더 묻자...”

설교가 웃으면서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네...”

“어떤...?”

김원호가 상체를 살짝 앞으로 움직였다.


“네가 지휘한 신검대 파군 3조 중에서...”

“마지막에 죽은 건 누구지.............?”

설교가 손의 깍지를 풀고 그제 서야 김원호의 눈을 마주보고 질문을 던졌다.


“아...”

김원호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김원호는 당시 이미 무림맹 밖으로 몸을 피신하였기 때문에 휘하 파군 3조 23명의 검사 중 최후에 죽은 검사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김원호는 그 후에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설교가 앉은 상태에서 횡으로 휘두른 검이 김원호의 목을 베었기 때문이다.


김원호는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는 듯 하였으나 김원호의 입으로 피가 흐르면서 입만 뻥긋뻥긋할 뿐이었다.


김원호는 설교의 신검(迅劍)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입에서 갑작스럽게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 설교에 의해 목이 베여서 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철컹~!”

“짜증나는 놈...”

설교가 김원호의 목을 벤 검을 바닥에 집어던지고는 김원호의 얼굴을 보면서 말을 했다.

김원호의 머리는 아직까지 목 위에 얹어져 있었다.

김원호의 목에 선명해져가는 붉은색 선만이 김원호의 목이 베인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신검대 가군 1조 및 2조, 파군 2조 및 3조 전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용의 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4 73화. 화과수 1 +4 20.08.03 136 5 11쪽
73 72화. 가루마 일행 VS 화산의 괴인 3 +2 20.07.31 128 4 12쪽
72 71화. 가루마 일행 VS 화산의 괴인 2 +2 20.07.30 138 4 11쪽
71 70화. 가루마 일행 VS 화산의 괴인 1 +2 20.07.29 143 4 14쪽
70 69화. 설교 VS 천지회 2 +2 20.07.28 133 4 9쪽
69 68화. 설교 VS 천지회 1 +2 20.07.27 150 4 8쪽
68 67화. 화산(火山)으로 2 +2 20.07.24 132 4 9쪽
67 66화. 화산(火山)으로 1 +2 20.07.23 140 5 8쪽
» 65화. 설교 +2 20.07.22 147 4 11쪽
65 64화. 독존자(獨尊子)이대웅 VS 신검(神劍) 설강석 4 +4 20.07.21 143 4 10쪽
64 63화. 독존자(獨尊子)이대웅 VS 신검(神劍) 설강석 3 +4 20.07.20 144 4 7쪽
63 62화. 독존자(獨尊子)이대웅 VS 신검(神劍) 설강석 2 +2 20.07.18 153 4 8쪽
62 61화. 독존자(獨尊子)이대웅 VS 신검(神劍) 설강석 1 +4 20.07.17 156 5 8쪽
61 60화. 가루마 VS 염라제(閻羅帝) 괴불(怪佛) 5 +4 20.07.16 156 3 10쪽
60 59화. 가루마 VS 염라제(閻羅帝) 괴불(怪佛) 4 +2 20.07.15 159 4 10쪽
59 58화. 가루마 VS 염라제(閻羅帝) 괴불(怪佛) 3 +7 20.07.11 168 5 12쪽
58 57화. 가루마 VS 염라제(閻羅帝) 괴불(怪佛) 2 +6 20.07.10 158 5 9쪽
57 56화. 가루마 VS 염라제(閻羅帝) 괴불(怪佛) 1 +4 20.07.09 169 5 10쪽
56 55화. 무림맹 움직이다. +8 20.07.08 169 6 9쪽
55 54화. 이백준과 빙마제 권일교 2 +4 20.07.07 158 5 7쪽
54 53화. 이백준과 빙마제 권일교 1 +6 20.07.06 160 6 8쪽
53 52화. 가루마와 백발마녀 4 +6 20.07.05 164 5 11쪽
52 51화. 가루마와 백발마녀 3 +7 20.07.04 177 6 10쪽
51 50화. 가루마와 백발마녀 2 +6 20.07.03 172 6 8쪽
50 49화. 가루마와 백발마녀 1 +6 20.07.02 184 6 7쪽
49 48화. 독존자(獨尊子) 이대웅과 백귀야행(白鬼夜行) 3 +4 20.07.01 186 6 12쪽
48 47화. 독존자(獨尊子) 이대웅과 백귀야행(白鬼夜行) 2 +6 20.06.30 236 5 8쪽
47 46화. 독존자(獨尊子) 이대웅과 백귀야행(白鬼夜行) 1 +4 20.06.29 199 6 10쪽
46 45화. 이백준과 김원호 4 +6 20.06.26 199 7 8쪽
45 44화. 이백준과 김원호 3 +4 20.06.25 184 7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김로'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