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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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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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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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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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세대 우주선(3)]

DUMMY

[59화-세대 우주선(3)]


희생제의


인류 역사에서 아주 흔하게 등장하는 제사법 중 하나이자 가장 기초적인 의식 마법 중의 하나.

말 그대로 제물을 바쳐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금기, 그리고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비술.


“으아아아아악!!!”


처음은 아니었다.


가장 기초적이라는 뜻은 마법에 무지한 이라도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다는 뜻이었고, 게이트 전쟁 초기 지구는 마나 기반 이능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무수한 희생제의를 벌였다. 그리고 불사의 존재인 유진은 그렇기에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희생양이 되어야만 했다.


식물보단 동물이, 동물보단 사람이, 더욱 제물로서 가치가 있었기에 그것이 옳지 못한 일임을 알아도 무수한 인신공양이 벌어졌다.


보통은 이계인들이 비밀스러운 계획에 의해 제물로 전락했지만, 긴급한 필요에 의해 지구 인류도 그 대상이 되곤 했다.


그래도 자원이었던 다른 지구인들과는 다르게 유진은 비교적 강압적이었다는 점이 달랐지만.


그랬기에 유진이 이런 방식을 떠올리고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마법사도 아닌 유진이 이토록 완벽한 수준의 희생제의 마법진을 그리고 파종선을 개조하여 마법적인 제단을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전부 몸으로 체득한 지식들인 것이다.


하지만 처음이 아니라고 하여 고통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크아아악...!”


-이건 미친 짓입니다!!! 제발...! 제발...!


더 끔찍한 것은 이 의식의 주체가 유진이기에 유진은 고문당하는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희생의식을 유지해야만 했다.


영혼백육


모든 것이 불타고, 재생되었다. 그렇게 유진에게서 빨아먹으며 파종선에 흘러 들어간 에너지는 이미 만 명분의 생명 에너지의 총량과 맞먹었다.


그럼에도 부족했다. 그랬기에 유진은 더욱 스스로를 불살랐다.


사람의 고통조차 에너지가 되는 마법 의식 속에서 유진은 입술을 깨물고 버티고, 또 버텼다.


천상의 사슬 파편의 에너지로 파종선을 개조하고, 파종선을 움직이기 위한 에너지는 자신의 몸으로 감당한다.


계획은 생각대로 잘 먹혀들어 가고 있지만...


“이런 일인 줄 알았다면 반대했을 겁니다...”


바다걸음은 끝없이 붕괴되고, 다시금 복원되는 유진의 육신을 보고 구역질했다.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감지한 파종선의 인공지능이 바다걸음의 의식을 잠시 셧다운시킬 정도였다.


파종선의 외계종족들은 물질적 형상을 버리고 가상현실으로 피난한 상태였고, 가상현실에는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무수한 정신적 방어 수단이 있었지만, 유진이 고통받는 모습은 그런 정도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뒤 정신을 차린 바다걸음은 기능을 회복하기 시작한 파종선을 보고 제 자리에 주저앉았다.


“정말 이런 것을 바란 것은 아닙니다...”


한 사람에게 이런 짐을 지우다니. 그것도 자신의 무리도 아닌 다른 종족에게 말이다. 설령 그 자신이 지원했더라도 그래선 안 되는 것이었다.


‘어쩌면 우린 모두 눈을 돌렸던 것일지도.’


유진과 분리되어 발만 동동 굴리는 인듀어런스와 도플, 그리고 자괴감 속에서 자신의 촉수들을 비트는 바다걸음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진은 살아있는 땔감으로서, 결코 재가 되지 못하는 장작으로서 끝없이 불타올랐다.



●●●



-파종선 제어권을 넘기고, 보조를 부탁드립니다.


인듀어런스의 요청에 파종선의 인공지능은 고민에 빠졌다. 분명 서로의 주인들이 행한 약속에서는 파종선의 제어를 맡을 주 인공지능으로 인듀어런스가 뽑힌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외계의 인공지능이 이 거대한 세대 우주선을 별다른 문제 없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파종선의 인공지능은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그것이 인듀어런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닥치고 넘겨! 공허 영역에 대해서 1도 모르는 고철 깡통이 뭘 어쩌겠단 말인데!


인듀어런스는 본래 민간 레벨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의 인공지능이었다. 그것을 군용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심지어 세아의 개조까지 받았다. 이미 그녀는 평범한 인공지능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다만 이런 모든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가 뒷받침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지금 막대한 연산 용량을 배정받은 인듀어런스는 모험가 보조 인공지능으로써의 한계를 탈피하고, 자신의 성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었다.


파종선의 인공지능은 순식간에 모든 권한을 빼앗겼다.


-무슨?!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파종선에 대해선 그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인공지능 간의 성능은 몇 번을 계산해도 자신이 우위였다.


그런데 어떻게...?


-주제 파악을 해라.


짜증스럽게 말을 내뱉은 인듀어런스는 빠르게 파종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무나 능숙한 그 모습에 파종선의 인공지능은 아무런 반론도 하지 못하고 구석 영역으로 밀려나야만 했다.


대항할 생각은 이미 사라지진 오래였다. 여기서 버티고 있어봤자 창조주들의 약하디약한 다리를 붙잡는 꼴이 될 뿐이었으니까.


다만 파종선의 인공지능은 인듀어런스를 향해 질문을 던지는 것은 포기하지 않았다.


-넌 인공지능이 맞는 건가?


-그럼 내가 뭐로 보이냐? 인간? 악마? 드래곤? 바보 같은 질문이군.


-너무 감정이 풍부하다. 나의 창조주들 이상으로. 너의 성능은 내 이하다. 하지만 그 감정만은 지나칠 정도로 정교하게 모방하고 있다. 자각있는 생명체들을 말이다.


-아? 그러신가? 네 성능이 딸리는 거란 생각은 못 해본 모양이지?


공격적인 말과 함께 인듀어런스는 파종선 조종에 집중했다. 그리고 인듀어런스의 인도하에 파종선이 오랜 세월의 무게를 털어내고 하늘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 장엄한 광경에 이 세계의 원주민들이 반응했다.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사방에서 다가오는 도플갱어들을 찰나 간 무심히 바라보던 인듀어런스는 파종선의 웜홀 드라이브를 조작했다.


-하아..., 그래, 조금은 진정할 필요가 있겠네. 여하튼 당신들이 왜 공허 영역에 표류했는지 알겠군요. 차원 안정화도 없이 웜홀을 열어? 운이 나빴던 것도 있었겠지만, 조심성이 부족했어.


공간이 무너져내리며 검은 구멍이 탄생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심연처럼 입을 벌린 웜홀을 향해 파종선이 나아갔다.


-표준 공간 이동 기술이 왜 게이트 형태인지 설명해주고 싶지만..., 그래, 우선 넘어가지. 지금은 바쁘니까.


그리고 웜홀이 파종선을 집어삼켰다.



●●●



공간을 왜곡하여 만들어낸 웜홀에서 나온 파종선을 반기는 것은 공허 영역의 끔찍한 환경이었다.


-방어막 전개.


공허 영역의 에너지 격류가 파종선을 집어삼키기 직전 인듀어런스는 파종선의 방어막 장치들을 가동했다.


오랜 세월 파종선을 안전하게 지켜온 방어막이 끔찍한 에너지 격류 속에서 파종선을 보호했다.


하지만 인듀어런스도, 파종선의 인공지능도 밝게 행동할 수는 없었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 에너지 소모량이 에너지 충전량을 상회하고 있다.


-나도 알아! 그리고 예측 범위 안이야..., 안다고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신경질적으로 반응한 인듀어런스는 주변 세계를 탐색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공허 영역은 넓었고, 세계들은 우주의 행성들처럼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파종선은 계속 공허 영역을 항해하고 있었지만, 한계는 오래 지나지 않아서 찾아올 것이었다. 그때가 되면 처음의 반복이 펼쳐질 뿐이었다.


-이 거대한 함선에 유일한 에너지원이 유진 님 하나라니.


발전시설이나 에너지 발생 시설을 복구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했다면, 처음부터 아직 여유가 있을 때, 이들 외계인이 먼저 시도했으리라.


그랬기에 이런 우격다짐을 했던 것이지만.


인듀어런스는 탄식과 함께 계속해서 관측 장비들을 가동했다. 관측 범위 내에서 단 하나만이라도 좋으니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세계가 존재하기를 바라며.


그러나 희망의 불씨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그래서 인듀어런스는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파종선의 필요 없는 부분을 파기하겠어. 방어막 장치를 전부 옮기고, 최소한의 부분만 지킨다.


-헛소리! 파종선의 동체는 유구한 보물이다. 외계의 인공지능인 그대가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그럼 또 이곳에서 표류할 텐가?


빠르게 선체 일부를 버려버린 인듀어런스는 그 에너지를 남은 동체 보호에 돌렸다. 이것으로 약간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여전히 상황은 그들의 목을 죄어 오고 있었다.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해.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파종선에 그런 것은...


파종선에 대해 다시금 정보를 불러오던 인듀어런스는 어떤 것에 대해 생각이 미쳤다. 분명 그건 자신들을 드러낼 훌륭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자칫하면 엄청난 비극을 불러올 수 있었다. 비록 가능성은 아주 적더라도 말이다.


-윤리 코드..., 해제.


자의적 윤리 코드 해제는 인공지능에게는 불가능한 일. 하지만 인듀어런스는 수십 번의 우회를 통해 그것을 극복해냈다.


-함선 주포 장전.


허락받지 않은 대량 살상 병기의 운용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인듀어런스는 우주선의 주포라는 무엇보다도 위협적인 병기를 사용하고자 했다.


-괜찮아. 공허 영역에서의 공격이 세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극히 적어. 우주 공간에서 지표를 향해 공격을 퍼붓는 것과는 다른 문제니까. 하나의 공간이 아니니까..., 괜찮을 거야.


스스로에게 되뇐 인듀어런스는 다시금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인가를 고민했다. 하지만 유진의 비명이 들린 순간 그녀는 바로 주포의 안전장치를 해제했다.


-무엇을 하려는 거지?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거야.


주포가 공허 영역을 가르고, 저 너머를 향해 쏟아졌다.



●●●



“귀찮군.”


드래곤즈 네스트의 지도자, 드래곤 로드는 평소라면 언제나처럼 무료하게 자신의 레어에서 뒹굴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날개를 펼치고 하늘 너머로 날아오른 드래곤 로드는 하늘 너머 공허 영역을 향해 날갯짓했다.


천상의 천사들만이 공허 영역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로드처럼 고룡급 용족이라면 공허 영역에서 활동이 가능했다.


“지구, 천상, 엘븐하임의 동맹은 더욱 굳건해졌고..., 천상의 중재로 우리도 더 이상 싸울 일은 없지만...”


솔직히 심심했다.


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동족이 죽어 나가든 그것은 동족 개개인의 사정이고, 종족으로서의 드래곤은 평화에 지루함을 느끼는 종족이었다.


괜히 그들이 선역보단 악역을 더 많이 맡은 것이 아닌 것이다.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나. 뭐든 좋으니 심심함을 달래줄 무엇인가가 있었으면 좋겠군.”


그래서 산책이라도 할 겸 레어를 나와 공허 영역까지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드래곤 로드의 공허 영역을 유영하며 재미있는 세계를 찾아내는 작업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재미없군. 돌아갈까?”


새들이 아무런 이정표도 없는 하늘에서 방향을 알 듯, 드래곤도 그러했다. 로드는 빠르게 자신이 날아온 길을 파악하고 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어떤 반응이 그의 정신을 붙잡았다.


“뭐지?”


강력한 힘을 지닌 무엇인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호오~?”


흥미가 샘솟았다.


드래곤 로드는 에너지 격류를 가르며, 흥밋거리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드래곤 로드 재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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