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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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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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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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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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어둠(1)]

DUMMY

[69화-어둠(1)]


우리의 적은 언제나 강대했다.


우리의 선조가 최초의 불꽃을 피워올린 그때부터.


하지만 우린 승리했다.


잔혹한 자연이 내지르는 재해를 견뎌내고 살아남았다.


무수한 이계의 갑작스러운 침공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끔찍한 지옥과 마주하여, 놈에게 끝을 내려주었다.


이제 새로운 적이 우리를 노린다.


저 우주 너머에서 찾아온 모든 지성체의 적이다.


강력하며, 두려운 존재이다. 저 판데모니움조차 그것의 위엄 앞에선 보잘것없다.


하지만 우린 승리하리라.


언제나 그러했듯.


언제나 그러했기에.


제군들에게 알린다.


그대들 내면의 빛을 믿어라.


우리들에게 내재된 빛이 우리를 승리로 이끌리라.


그것이 인류 최고의 예언자, 오라클의 예언이니.


이상이다.



●●●



멍하니 스피커가 토해내던 독려 방송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유진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육신은 더욱 강력해졌다. 이능을 다루는 것도 익숙해졌다. 영혼의 힘을 직접적으로 휘두르는 것도 손쉬웠다.


유진은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새삼스럽게 깨닫고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일부러 웃었다.


앞으로 마주할 전장은 웃을 일이 없을 테니, 지금 웃어두는 편이 좋을 것이었다.


-오라클이 정확한 시간과 장소마저 예언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최선의 준비를 다했고요. 승리할 겁니다. 당신들의 피조물이 확언합니다. 그러니 얼굴 좀 피시죠.


인듀어런스는 홀로그램 아바타를 움직여 유진을 마주 보았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겨야지.”


-정말 탈탈 털었습니다. 인류의 모든 자원을요. 저는 세상에! 이계 개척 시대에 자원 고갈이 실현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우주 전함은 돈 잡아먹는 블랙홀이잖아. 우주 전함만이 아니지. 우리가 어둠과 맞서기 위해 마련한 모든 것이 기존의 인류가 만든 어떤 것보다 더 돈이 많이 들었지. 대단한 돈지랄이었어.”


-그걸 감안해도 심하죠. 하지만 돈지랄은 아닙니다. 충분히 돈값을 할 테니까요.


그래, 심하긴 심했다.


인류의 생산력으로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이미 우주에 자리잡은 외계인들 수준의 우주 전력을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인류는 단기간에 외계인들의 성간 제국과 정면에서 일전을 벌일 수 있는 우주 전력을 뚝딱 만들었다.


유진은 방송에 출현했던 외계인 대사의 얼굴을 떠올렸다. 인류와 상당히 닮아서 얼굴 표정을 쉬이 읽을 수 있던 그를 말이다.


-그 외계인은 자신의 생각을 잘 숨겼습니다.


인듀어런스의 말처럼 외계인 대사는 능숙한 외교관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방송에서 말하고 보여준 모든 것은 계산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인류에게 마음과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그를 맞이하고 옆에서 호위한 지구측 인물들의 상당수가 마인드 리더, 사이코메트리 등의 정신계 능력자라는 걸 그가 알았다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그리고 그의 모든 것이 마법으로 철저하게 분석되었다는 것은 또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심지어..., 그의 육체와 정신 모두에 심어진 마법적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았다면 그는 과연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을까?


그 외계인 외교관만이 아니다. 위대한 다섯 영웅 중 하나, 조지 켄트가 외계 종족들에게 엄포를 하던 그 공간에도 마법적 바이러스가 살포되었다.


조지 켄트의 몸에 묻어서 아주 은밀하게 말이다.


딱히 그 바이러스가 저 외계인들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퍼트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약간의 정신 세뇌 효과만을 지녔을 뿐이었다.


당장에 지구에 허튼 짓을 하려는 걸 조금은 다시 생각하게 하는 효과 정도만 있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어둠과 맞서기 위해 인류의 모든 전력이 빠져나온 지금, 빈집이 된 지구가 외계인들에게 공격을 받는 일은 없으리라.


아마도...


유진과 인듀어런스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잠자고 훈련하고, 이따금 수다 떠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는 우주여행에 있어서 대화는 좋은 시간 죽이기였다.


“참 뒤통수치기 좋단 말이지.”


인류가 게이트 전쟁 때 얼마나 저 이계의 이능에 휘둘렸던가. 그래도 인류는 빠르게 대처법을 발견, 개발하여 대응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전면적인 전쟁 상황이라는 게 호재로 작용했지.”


분석할 사례와 정보가 너무 많아서 빠르게 적들의 이능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초기 혼란 이후에 말이다.


하지만 외계인들은 지구와의 접촉이 너무 제한적이었다. 엘프들을 봐도 인간의 근연종이라고 착각했으니 말이다.


잠시 실소를 지은 유진은 다리를 까딱이던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노슈트를 입고도 누울 수 있을 정도의 침대였지만 유진이 일어남과 동시에 묘한 삐걱거림을 보였다.


“그나저나 시끄럽네.”


함선에는 실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한계까지 실었다.


무기, 식량, 연료, 각종 도구와 설비, 그리고 병력까지.


공장식 닭장에 사는 닭도 이것보단 넓은 생활공간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닭장 속 닭이 된 이들이 인간을 비롯한 물리적 육체를 지닌 종족이 아니라는 점일까.


유진의 영안이 정령을 비롯한 영체에 가까운 종족들이 만원 전철 속에서 몸부림치는 회사원처럼 시름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어우...”


유진은 영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평범한 풍경이었다.


“너무 눈이 좋아도 좋지 않네.”


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되뇌었다.


어디선가 이를 가는 것만 같은 소리가 들린 것은 분명 착각이리라.


유진은 눈을 마주쳤던 고위 정령이 있던 방향을 향해 상큼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날 유진의 머리카락은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부풀어오르고 말았다.



●●●



인류, 신생 우주 종족, 다른 종족들은 가지지 못한 이능이라는 특수한 능력을 보유함.


이들의 이능이란 힘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학습을 통해 배우는 것이 가능, 또한 과학 기술과 결합이 가능하여, 인류 자신이 보유한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음.


인류에 대한 보고서를 읽던 여러 외계 종족들은 황당함을 느껴야만 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종족이 튀어나왔다는 말인가.


-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느라 우리가 연산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 오만한 족속들이니. 스스로 멸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 않은가.”


“이능이란 종족적 특이 능력에는 흥미가 가지만...”


외계 종족들은 적게는 수백 년, 많게는 수만 년 이상 우주를 여행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어둠 앞에서 자신들이 쌓아 올린 모든 것은 먼지만도 못했다.


무적이라 칭해지는 함대도, 행성급 요새도, 초월적인 병기도, 어둠에게는 상처조차 입히지 못하였으니까.


그런데 이제 겨우 우주 탐사를 시작한 종족이 어둠을 죽이겠다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 우주에서 가장 현명한 종족이라고 일컬어지는 종족의 수장이 단언했다.


우주에 진출했다는 것은 무수한 멸망의 기로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앞으로 나아갔다는 뜻. 그런 그들조차 어둠은 불가해의 존재였다.


마치 모든 종족을 멸망시키기 위해 초월적인 의지가 개입이라도 한 것만 같은 것이 바로 어둠이었다.


그랬기에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인류를 비웃었다.


그리고 어둠이 부디 인류만을 먹어치우고 잠잠해지길 기도했다.


새로운 보고가 회의장에 도착했다.


모두가 공포에 떨었다.


어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인류의 함대와 충돌했다.



●●●



“저게..., 어둠...!”


코즈믹 호러가 눈앞에 있었다.


함대의 모든 이가 입을 다물었다.


“관측 범위를 넘어섰습니다...”


너무 거대했다.


각오는 하고 있었다. 예측도 하고 있었다.


-초거성..., 아니 극대거성급 면적이라니..., 이런 생물이 존재할 수 있는 겁니까? 거대할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건..., 말도 안 돼...


압도적이었다.


유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유진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경악에 흔들리는 정신을 수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요동치던 정신이 빠르게 안정화되었다. 그리고 별의 옥좌를 통해 공유된 여러 정신계 이능이 사람들의 요동치는 정신을 진정시켰다.


“좋게 생각하자고. 어디에 쏴도 다 맞겠네.”


누군가 재미없는 농담을 꺼냈고, 그에 화답하듯 매마른 웃음이 몇몇에게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어둠은 인류를 빠르게 밀어버리겠다는 요량인지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 속도면 속도 자체가 무기가 됩니다..., 메테오 마법 크기의 운석이라도 지구를 끝낼 수 있겠네요. 하물며 저 정도 거체라면...”


“속도가 문제가 아니야. 예상했던 바다! 중력 필드 전개!”


거대한 어둠의 육신은 강력한 중력을 발생시키며 주변 공간을 왜곡했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파괴하는 어둠에 대항하기 위해 인류 함대는 결계를 구축하고, 주변 공간의 중력을 강제로 안정화시켰다.


함선 내의 마법진이 빛을 발하고, 저장된 마나가 빠른 속도로 소모되기 시작했다.


“온다!”


어둠이 사거리 안에 들어오고 있었다.


놈의 진로는 정확히 지구를 향하고 있었고, 주변의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유진은 인류가 어둠을 죽이기 위해 했던 모든 대비가 과연 충분했던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통한다는 건 실증했다. 하지만..., 저 거체에 통할까?’


시간과 공간을 찢어버리고, 거인을 소환한다고 한들..., 저 어둠에게는 인류의 모든 공격이 개미가 사람을 물어뜯는 것보다 하찮게 느껴질 것이다.


거대한 육신이란 그 자체로 절대적인 무기였다.


“괜찮아.”


유진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모험가들을 보았다.


1급 모험가들. 선천적인 방랑꾼들. 그들은 어울리지 않는 군복을 입고, 적을 향해 시선을 주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군복..., 정말 언제까지 입어야 하는지...”


“이번 일이 끝나면 영원히 안 입어도 되지 않겠어?”


“영구 전역? 그거 좋네.”


농담 속에서 긴장이 내달리고, 긴장 속에서 투지가 불타오른다.


이 전투에 인류의 사활이 걸렸다.


언제나 그러했듯.


유진은 기도했다.


영혼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유일한 것이니, 자신의 기도는 이 전장에 선 모두에게, 지구에서 승리를 기원할 모두에게 닿으리라 믿으며.


위이이이이이잉!!!


사이렌이 울린다.


함선을 총괄하는 인공지능이 방송의 시작을 알리고, 총사령관과 다섯 영웅, 그리고 높은 사람들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병사들의 사기를 고무하기 위한 연설은 언제나 그렇듯 틀에 박힌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유진은 헬맷을 썼다.


인듀어런스와 일체화하고, 자신이 갖출 수 있는 최선의 준비를 갖추었다.


그리고


인류의 모든 힘을 쏟아부은 함대의 포문이 열리고.


인류가 맞이한 가장 강대한 적을 향해


포격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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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9화-어둠(1)] +2 21.08.30 132 6 11쪽
192 [68화-어둠의 조각(3)] +3 21.08.16 126 5 11쪽
191 [68화-어둠의 조각(2)] +1 21.07.25 150 7 12쪽
190 [68화-어둠의 조각(1)] +2 21.07.18 156 8 11쪽
189 [67화-소울 링크(8)] +5 21.06.27 154 9 11쪽
188 [67화-소울 링크(7)] +6 21.06.05 177 10 11쪽
187 [67화-소울 링크(6)] +6 21.05.26 171 12 11쪽
186 [67화-소울 링크(5)] +4 21.05.22 160 10 11쪽
185 [67화-소울 링크(4)] +2 21.05.17 150 10 12쪽
184 [67화-소울 링크(3)] +3 21.05.15 172 10 11쪽
183 [67화-소울 링크(2)] +4 21.05.02 216 12 11쪽
182 [67화-소울 링크(1)] +4 21.05.01 231 11 11쪽
181 [66화-그렘린(4)] +5 21.04.11 223 10 12쪽
180 [66화-그렘린(3)] +4 21.04.10 246 10 11쪽
179 [66화-그렘린(2)] +4 21.04.04 200 8 12쪽
178 [66화-그렘린(1)] +6 21.04.03 257 7 12쪽
177 [65화-별이 사라지는 밤(7)] +4 21.03.28 244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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