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령으로 인생역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에아드
그림/삽화
까미클잭슨
작품등록일 :
2020.05.18 23:49
최근연재일 :
2021.05.08 22: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41,899
추천수 :
1,178
글자수 :
334,110

작성
20.06.24 23:49
조회
757
추천
26
글자
10쪽

나는 보호소의 대장님 (3)

DUMMY

“선생님!”


나는 서둘러서 강지철에게 강아지를 보였다.

마음이 급했다.

내가 만든 간식을 먹고 배탈이 난 거라면 심각했다.


“이 애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은데요?”

“어디 보여주세요.”


조금 놀란 강지철이 강아지를 안아들고 진료를 시작했다.


“흠.”


눈을 가늘게 뜬 강지철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똥이 마려워서 그런 거예요. 화장실에 놔둬보세요.”

“네?”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강아지를 쳐다봤다.

크림색 강아지는 입을 짝 벌려서 조그마한 이빨들을 드러내면서 외쳤다.


“응아 마려워!”


말을 마치자마자 강아지를 서둘러 집에 데려다 놨다.

강아지를 바닥에 내려놓기가 무섭게 모래를 깔아놓은 화장실에서 힘을 주었다.

쳐다보면 싫어할 것 같아서 그대로 돌아서서 나왔다.


“우에에에엥! 배 아파!”


오랜만에 응아를 누는 건지 강아지가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내었다.

슬쩍 돌아보자 쉴 새 없이 응아를 누고 있었다.

녀석, 건강하네.

입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단호박간식 효과가 너무 좋은 거 아니냐고.


“후우.......”


진짜 놀랬다.

생각해보면 강아지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볼 수 있는 것을 굳이 강지철에게 데려갔다.

강아지가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을 보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수의사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뿐, 이성적으로 행동할 여유가 없었다.


“침착하자.”


양쪽 손바닥으로 뺨을 가볍게 톡톡 쳤다.

그리고는 응아를 시원하게 마치고 이쪽으로 다가온 강아지에게 말을 걸었다.


“응아 다 했어?”

“네! 산처럼 댑따 많이 했어요!”


아이들이 그렇듯이 강아지가 귀엽게 과장을 하면서 뿌듯하게 자랑했다.

훌쩍 안아 쓰다듬어주며 강아지에게 물어보았다.


“갑자기 배가 아팠어?”

“네! 과자를 먹고 있는데 배가 아팠어요! 그래서 며칠만에 응아를 했어요!”

“뭐? 그동안 응아를 못했다고?”

“밥을 먹어도 응아가 안 마려웠거든요!”


변비가 있었구나.

어린 강아지가 변비로 고생을 했다니 딱할 노릇이었다.

연령에 맞는 제대로 된 사료를 급여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저 쪼그만한 녀석이 뱃속에 돌덩이같은 응아를 품고 있었다니 얼마나 괴로웠을까.

나는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위로해줬다.


“수고했다.”

“엉뎅이가 아파요. 간식이 더 먹고 싶어요!”


강아지가 내 손 냄새를 킁킁 맡기에, 주머니에 넣어놨던 단호박스틱 하나를 꺼내어 주었다.

강아지는 짭짭 소리를 내면서 쬐끄만한 이빨로 맛있게 씹어 먹었다.

얼마나 맛있으면 짧은 꼬리까지 달랑달랑 흔들고 있다.

정말 귀엽다.

흐뭇하게 쳐다보는데 진료를 마친 다른 강아지들이 나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강아지들은 나를 보자마자 귀와 꼬리를 축 내렸다.


“응아 매려워요!”

“이리와.”


강아지들을 울타리 안에 있는 화장실에 데려다놨다.

다 같이 우르르 달려가서 응아를 하는 모습은 참 못 볼 꼴이지만 장관이었다.


“저 애들도 응아를 못했었나봐.”

“네. 그래서 저는 원래 애기때는 응아를 잘 안 하는줄 알았어요.”


내 말에 단박에 대답하는 강아지를 보자 마음이 짠했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뿌듯하다. 내가 만든 간식이 어린 강아지들의 변비를 고쳐줬다니.



점심먹을 시간이 됐다.

나는 기지개를 쭈욱 켜고 있는 강지철에게 점심 메뉴를 물어보았다.


“저희 집이 중국집을 하고 있어서요. 선생님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오오. 그럼 저는 볶음밥 먹을게요.”

“더 맛있는걸 드시죠. 잡채밥이나 유산슬밥도 있는데.”

“볶음밥이 좋아요.”


은근히 고집이 있는 양반이다. 그럼 나는 삼선짬뽕 먹어야지. 나는 우리집에 전화를 하면서 탕수육을 추가로 주문하기로 했다.


“나 한재민 매니저인데. 으응, 여기 내가 아는 선생님이 우리 집 근처에서 일하고 계셔서 점심 주문 좀 하려고. 볶음밥이랑 삼선짬뽕이랑 탕수육 소짜 하나. 음식값은 안 받아도 돼. 여기가 어디냐 하면.......”


다행히 전화를 받은 사람이 알바생이라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았다. 엄마나 새아버지였으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을 거고, 나는 거짓말을 못했겠지.

여기에 있는건 당분간 비밀인데, 배달사원이 오면 백프로 나를 알아볼 것이다.

음식은 강지철 선생님이 받아야 할 것 같다.


“흠흠, 저기 선생님. 이따 저 대신에 음식 좀 받아주실 수 있으실까요? 제가 여기 있는건 비밀이라서요. 말해줬으니까 돈은 안 내셔도 돼요.”

“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강지철은 흔쾌히 수긍했다.

고집이 있는 한편으로 쿨한 성격이다.

무슨 일인지 꼬치꼬치 캐묻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거 제가 구운 빵인데 드셔보세요.”


나는 아침에 구웠던 머핀을 강지철에게 건넸다.

앙증맞게 리본을 묶은 머핀을 본 강지철의 놀란 얼굴에 곧 웃음기가 묻었다.


“와, 이걸 직접 만들어서 포장까지 하신 거예요?”

“네. 어쩌다보니 제빵을 배우고 있어서요.”

“저 빵 좋아하는데.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강지철은 신바람 나는 얼굴로 그 자리에서 머핀을 먹었다. 점심 시켜놓고 머핀을 먹는걸 보면 정말 빵을 좋아하나보다.


“으음, 맛있다!”

“드실만해요?”

“완전 부드러운데요! 배우는 단계인 거 맞아요?”

“감사합니다.”


몹시 쑥스럽다. 그야 제빵이 은근 취미에 맞는다는걸 알았지만 남에게 칭찬까지 들을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잘해서 칭찬을 받아본지 너무 오래돼서 그렇다.

이런 뿌듯하고 설레는 기분 또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행복에 포함될 것 같다.


“아, 이렇게 맛있는 빵을 개들은 못먹는다니 참 아쉽죠.”


강지철이 머핀 하나를 눈 깜짝할 사이에 입에 털어놓고는 우물우물 먹으면서 말했다.


“사람이랑 강아지랑 같이 먹을 수 있는 빵이 나오면 얼마나 좋아요. 음, 굳이 따지자면 개를 위해서 만들어진 음식이지만 사람도 먹을 수 있는 거죠.”

“그렇죠. 하지만 그런 상품이 나와도 개 간식에 손을 대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반대로 사람의 간식을 개와 나눠 먹는다는 표현에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겠지만요.”

“인간과 짐승이라는 구분 때문에 그런 거겠죠.”


그새 두 번째 머핀을 다 먹은 강지철이 손을 털었다.

강지철이 무심코 던진 말에 나는 깊이 빠져 있었다. 인간과 개가 같이 먹을 수 있는 빵이라.

반려견과 함께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카페를 열어보는 건 어떨까.


도전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다.


“그런데 소장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보호소 운영하는거 간단한 일이 아닌데.”

“이 아이들은 의지할 데가 여기뿐이잖아요. 그냥 놔둘 수가 없더라고요.”


어느새 통통한 배를 드러내보이며 잠든 강아지를 바로 눕혔다. 강아지들은 서로의 품에 파고들어 곤히 자고 있었다.


“그러는 선생님도 대단하신 분이죠. 유기견 진료 안한다는 병원도 있을 텐데, 굳이 데려와서 치료를 해주고 계시니까요.”

“실은 그게 바로 저의 커다란 동기부여였어요. 덕분에 한눈 파는 일 없이 수의대도 무사히 졸업했고요.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가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살아서 나를 반기는 개들을 보면 보람이 있습니다.”


이사람 뭐 성인 군자인지 하는 그런 사람인가.

말하는데 뒤에서 눈부신 광채가 퍼져나오는 것 같다.


“아무튼 덕분에 급한 빚을 갚게 됐으니 그저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병원을 아예 비우는게 쉽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진심으로 동물을 아끼는 수의사가 부자가 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강아지들은 저들끼리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았다.

건강검진을 마친 노견들은 울타리로 돌아가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평화로운 장면이다.

양털같이 푹신한 구름이 강물처럼 맑은 하늘에 흘러가는 것을 보았다.

지극히 편안함 속에서 나의 계획을 꺼내어보였다.


“저 사실 강아지 간식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오오. 괜찮은 생각인데요!”

“사람은 이것저것 먹을 음식이 많잖아요. 개들은 먹는걸 그렇게 좋아하는데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늘 정해져 있으니까, 몇 안 되는 커다란 즐거움 중에 하나를 놓치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우와!”


어린아이처럼 감탄사를 터뜨린 강지철이 눈을 빛내며 당부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꼭 저에게 말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그 날 밤에는 쉬이 잠들 수 없었다.

밤늦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반려견 간식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었다.

반려견 공장을 만드는 간식은 정말 많다.

종류도 10년 전에 비해서는 훨씬 다양해진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가 만든 상품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까?

수제로 만든다고 해도 결국 인력과 기계가 필요하다.

기계는 구할 수 있다고 해도 이런 시골에서 인력을 어디에서 보충할 수 있을까?


아이디어를 짜내다가 침대에 벌렁 누웠다. 그러다 바닥에 활짝 펴진 지도에 시선이 갔다.

무언가 생각이 나서 벌떡 일어났다.

발이 향한 곳은 옷장 앞이었다. 이 안에는 거액의 현금과 특별한 보물이 보관돼있었다.


옷장 안에서 나는 작은 케이스를 꺼냈다.

언젠가 입에 털어넣어 먹었다가 하울링을 했던 마법의 가루약이었다.


인간이 이 가루약을 먹으면 하울링을 한다.

반대로 개가 이 가루약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우두커니 서서 가루약 케이스를 바라볼 때였다.

누군가가 방문을 톡톡 두드려 노크를 했다.

문을 열었다.

치료 후 회복중인 럭키였다.

나쁜 인간들 때문에 저렇게 다쳤는데도 여전히 인간인 나를 향해서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는 순수한 친구였다.


회복 중인 럭키는 내 방 가까이에 따로 설치한 개집에서 안전하게 지내고 있었다.

럭키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타입이라 보통 밤이면 잠을 자는데, 이 시간까지 깨어있는 것을 보면 잠이 안 오는 모양이었다.


“뭐하세요?”

“으응. 잠깐 뭐 좀 생각하고 있었어.”


럭키의 시선이 내가 들고 있던 케이스에 닿았다.


“그건 뭐예요?”

“이건 있지.”


어떻게 설명할까.

나도 이 가루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른다.

때문에 나는 있었던 사실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전달했다.


“언젠가 이 가루를 한 번 먹었는데, 개처럼 하울링을 했어. 그러자 온 동네 개들이 같이 하울링을 했지. 그러더니 나는 동네 개들의 우두머리가 됐어.”

“와우!”


감탄한 럭키가 외쳤다.


“저도 먹어봐도 돼요?”


작가의말
7월 중순 이후로 연재할 두 번째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가 바로 개통령』은 별도의 연재주기 없이 자유롭게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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