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령으로 인생역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에아드
그림/삽화
까미클잭슨
작품등록일 :
2020.05.18 23:49
최근연재일 :
2021.05.08 22:58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41,900
추천수 :
1,178
글자수 :
334,110

작성
20.07.03 23:32
조회
671
추천
17
글자
10쪽

번외편 : How Are You?

DUMMY

낮잠 시간이 되자 유치원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던 개들이 분주하게 수면실로 이동했다.

인간들은 유치원만의 교육 매뉴얼이 효과적이라며 뿌듯해하겠지만, 사실 여기에는 알렉사의 공로가 숨겨져 있었다.

개들이 수면실로 집합을 하는 지금도, 알렉사가 양 떼를 모는 목장 개처럼 철딱서니 없는 강아지들을 몰이한 덕분이었다.



인간들은 꿈에도 모르는 사실이겠지만 알렉사는 이 유치원의 반장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강아지들 사이에서 어딘가 세련된 알렉사는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유치원 개들의 서열이 정리된 건 금방이었다. 모두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렉사를 우두머리로 정하여 그를 따르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반장 자리를 맡은 알렉사는 타고난 책임감 때문에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놀이기구에 엉덩이만 쏙 내민 채 온몸을 파묻으며 혼자 노는 개까지 잡아온 알렉사의 입에서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후우, 애새끼들 따까리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터프하게 혼자 중얼거리는 알렉사의 곁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알렉사는 상남자처럼 구겼던 인상을 순식간에 바꿨다.

저쪽에서 다가오는 두 마리의 암컷 강아지는 말티즈와 푸들이었다.


“알렉사.”

“으응?”


청초한 분위기로 돌변한 알렉사가 그윽하게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먼저 말을 건 하얀색 말티즈는 몹시 쑥스러워하며 말을 이었다.


“친구들 수면실로 안내하느라 힘들지?”

“아니야, 반장인 내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걸.”


알렉사가 맑게 웃는 미소에 말티즈와 푸들이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비록 중성화를 했지만 여전히 알렉사는 유치원에서 독보적으로 아름답고 잘생긴 수컷이었다.


“얼른 들어가서 너희들도 푹 쉬어.”

“으응, 고마워!”

“이따 봐 알렉사!”


개들이 저들끼리 수줍게 속삭이며 사라지자 알렉사의 얼굴이 도로 시큰둥해졌다.


“진심 피곤해.”


제법 어른스러운 한숨을 내쉬면서 알렉사는 도도하게 수면실로 향했다.

자신의 잠자리를 찾은 알렉사가 옆에 누운 개를 보고 속으로 관세음보살을 읊었다.


“맙소사.”


알렉사의 옆자리는 재복이었다.

처음 등원한 오늘부터 온 사방에 수다와 오지랖을 떨면서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신입이었다.

그러니까 상황은 지난 주 일요일로 돌아간다.




한재민 덕분에 덩달아 인연을 맺은 알렉과 유금재가 신사역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났다.

극성개빠와 유명인사, 그리고 한재민의 든든한 아군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둘은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자주 연락을 한 것 치고는 두 사람 모두 바쁜 처지라, 직접적인 오프라인 만남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신사역에 있는 카페는 유금재가 오픈한 사업장 중에 하나였는데, 오늘 인기 연예인 알렉과의 만남을 위해 자체 휴업을 한 상태였다. 덕분에 넓은 카페를 두 사람과 두 마리가 떡하니 차지했다.

야외 테라스가 매력적이라 고객 선호도가 높은 이 카페는 반려견 입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때문에 개업 이후로 카페 테라스에서 뛰놀던 네 발 달린 동물은 재복이와 알렉사가 전부였다.


“재복이는 오랜만에 알렉사를 만났더니 신이 난 것 같네요.”

“알렉사도요.”


유금재와 알렉은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니는 자신의 반려견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두 사람의 주변에는 알렉사와 재복이가 어울려 놀고 있었다.

물론 실제로는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재복이를 알렉사가 혼이 빠져라 쫓아다니면서 말리고 있는 중이었지만, 역시 평범한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사실이었다.


“그때 이후로 재복이는 잘 지내던가요? 후유증은 없었어요?”

“네, 평소처럼 잘 먹고 잘 돌아다니며 발랄하게 지냈어요. 동물병원에서 건강검진도 받았는데 아주 건강하더라고요.”

“다행이네요.”

“그렇죠. 알렉사는요?”


알렉이 재복이의 뒤를 쫓아 기를 쓰고 달리는 알렉사를 보면서 싱긋 웃었다.


“보시다시피 아주 활발해요. 요즘엔 유치원도 다니고 있어요.”

“유치원이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에 차를 한모금 머금은 알렉이 말을 이었다.


“네, 도곡동에 유명한 강아지 유치원이 있더라고요. 두 살이 안 됐으면 입학을 할 수 있대서 얼른 등록했어요.”

“그랬군요! 어떻던가요?”

“괜찮은 것 같아요. 다른 개들이랑 어울리면서 재미있게 지내는 것 같았어요.”


한편 그 순간, 재복이를 쫓고 있던 알렉사가 문득 멈추고 귀를 긁었다.

아이씨, 누가 나에 대해서 헛소리를 하고 있나 귀가 왜 이렇게 가려워?


커피를 한모금 머금으면서 강아지 유치원 이야기를 듣던 유금재가 말을 꺼냈다.


“우리 재복이는 홈스쿨링을 했거든요. 그런데 저번에 한재민씨 집에 갔을 때 지켜보니까 재복이가 참 다른 개들이랑 잘 어울리더라고요.”

“그럼 유치원을 다니는게 재복이에게 더 즐거울 수도 있겠어요.”

“그렇죠?”


그때 마침 알렉사는 드디어 천방지축처럼 날뛰는 재복이를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거친 숨을 헥헥 쉬던 알렉사는 자신을 보는 두 사람을 보고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그렇게 재복이의 온갖 수다를 감당하는 오늘날이 찾아온 것이었다.


젠장.


알렉사의 눈가에서 찔끔 눈물이 나왔다.

나는 쿨한 멋쟁이니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생각이 겨우 알렉사의 이성을 붙들고 있었다.


아직도 잠들 생각이 없는 재복이는 눈을 말똥말똥 뜨고 온 사방에 참견질 중이었다.

알렉사에게 불행한 점이 있다면 이제는 그 관심사가 오히려 알렉사를 향했다는 사실이었다.


“우와 안녕, 알렉사! 내 옆자리는 너였구나!”

“안녕 재복아. 잘자.”


알렉사는 빙긋 웃으면서 서둘러 드러누워 눈부터 질끈 감았다.

그러나 옆자리에 누운 재복이의 입에서는 수다가 끊어지지 않았다.


“있잖아, 나는 오늘 유치원이 처음인데 신기한게 대따 많은거 있지? 알렉사 너는 언제부터 유치원에 왔어? 너 친구 많어? 나는 유치원에서 친구가 제일 많은 개가 될 것 같아. 내가 보기에 여기 친구들 다 너무 재미있거든.

아까는 있지, 어떤 애들이 막 신나서 뛰어다니는 거야. 뭐하는건지 물어봤지. 그랬더니 뭐라고 했는줄 알아? 히힛. 선생님 몰래 휴지 먹고 숨어서 토하기 놀이를 하고 있었대.”

“뭐?! 누가!”


사고뭉치들 이야기를 듣자마자 저도 모르게 눈을 뜬 알렉사는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알렉사가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재복이의 수다 꾸러미가 와르르 쏟아졌다.


“우와 너 안 자고 있었구나! 잘됐다! 애들이 자려고 누워있으니까 갑자기 심심해진거 있지. 알렉사 너도 심심하지? 그럼 같이 놀자! 우리 무슨 놀이 할까? 킁킁 냄새맡기 놀이할까? 발바닥 빨리 내밀기 대회 어때? 오 그렇지, 아니면 끝말잇기 할래? 너 끝말잇기가 뭔지 알아? 나 저번에 집에 혼자 있는데 너무너무 심심한 거야. 아빠가 사준 장난감 탱탱볼이 친구라고 상상하면서 떠들었더니 진짜 재미있더라? 나 장난감 탱탱볼이랑 끝말잇기 했는데 내가 다섯 번이나 이겼잖아. 이정도면 챔피언 아니야? 그래, 끝말잇기 게임은 내가 너무 잘하니까 네가 재미없겠다. 그럼 뭐 하고 놀지 알렉사 네가 정해봐. 어떤 놀이가 재밌을까?”

”잠들기 놀이는 어떻겠니.“


알렉사는 힘없는 목소리로 진심을 내뱉었다.

정말로 재복이는 입에 모터를 달고 따다다다 단어를 뱉고 있었다.

참다못한 알렉사가 울컥 하는 표정을 드러냈다가, 곧바로 지워낸 후에 눈을 감았다 반짝 뜨고는 싱긋 웃었다.


“재복아.”

“응?”

“네 턱은 곧 진화할 것 같아.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으니까 턱뼈가 발달하겠어.”

“진화? 진화가 뭐야? 무궁화 채송화 같은 꽃이야? 그러고 보니 알렉사는 꽃 좋아해? 우리 아빠는 봄 되면 꽃을 이만큼 많이 심는다? 그리고 엄마한테 선물한다고 가끔 꽃도 이따만큼 많이 사온다? 나는 꽃은 멀리에서 보는 게 예쁜 것 같아. 가까이 가면 코가 간지러워서 에취! 하고 재채기가 나거든.

으앙, 상상했더니 정말로 코가 간질간질....... 어....... 어어.......”


콧잔등을 찡그린 채 숨을 들이키는 재복이를 보며, 당황한 알렉사가 벌떡 일어나 다급하게 속삭였다.


“야, 안 돼, 멈춰!”


지금 재채기를 하면 겨우 잠든 개들을 깨워버린다.

그랬다간 여기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알렉사의 애원에도 재복이는 자신의 길을 우직하게 걸었다.


“으엣취!!!!!”


재복이의 우렁찬 기침 소리에 막 잠에 빠지던 개들이 화들짝 놀라면서 일어났다.

베개로 털썩 고개를 묻은 알렉사는 통탄하며 마음속으로 울부짖었다.

씨바....... 망했다.......


“......웡. 웡웡. 왕왕왕왕왕!”


몹시 예민한 개 한 마리가 잔뜩 경계한 채 낮게 짖더니, 곧 이유 없이 흥분해서는 마구 짖었다.

주변에 있던 개들도 덩달아서 짖었다.

수면실은 곧 개판이 됐다.



잠이 확 달아난 개들이 사방팔방 돌아다니면서 짖고 떠들고 이불 위를 굴러다녔다.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개들 사이를 당황한 인간들이 정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천진난만한 재복이는 깔깔 웃었다.


“아하학! 쟤들 봐, 진짜 웃기다!”


야 이 새끼개야.......

너는 지금 웃음이 나오냐........?

알렉사는 욱 하는 마음을 달래며 수련하는 마음으로 눈을 감고 혼자 잠을 청했다.

그 옆에서 말문이 터진 재복이가 수다를 시작했다.


“저렇게 뛰노는 애들을 보니까 깜이랑 베아트리체가 생각난다. 우리 진짜 재미있게 놀았잖아. 그치그치그치! 깜이랑 베아트리체는 요즘 뭐하고 지낼까? 아, 보고 싶다!”


이불속에 틀어 박혀있던 알렉사는 재복이의 말을 듣고 문득 멀고도 가까이에 있는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게,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자리에 누운 알렉사는 비록 알렉과 떨어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즐거웠던 한때를 기억했다.

처음으로 새로운 만남이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값진 시간이었다.

다 같이 즐겁게 정원을 뛰어놀던 아침,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은 점심, 몸을 맞대고 따뜻한 온기를 나누며 잠든 저녁이 떠올랐다.



친구들아 어떻게 지내?

우리는 아주 잘 지내고 있어.



난장판 사이에서 알렉사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

푹 잠든 알렉사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작가의말

1. 알렉사 너는 추호도 모를 것이다, 네가 여기에서 개그캐릭터가 됐다는 사실을. 흐흐.


2. 연재 주기를 정하지 않았더니 오히려 마음 편하게 이야기 보따리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늘 기다려주시고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작품 제목을 변경할 예정입니다. 확정을 하는대로 공지사항을 올리겠습니다.


3. 추천은 글을 쓰는 작가에게 커다란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개통령으로 인생역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021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연하장 첨부) +3 21.01.01 145 0 -
공지 쉬어가는 만화 : 개들의 비밀 1 +4 20.07.29 193 0 -
공지 안녕하세요. 『내가 바로 개통령』 연재주기에 대해서 안내말씀 드립니다. +3 20.06.24 661 0 -
58 번외 : 어버이날 특집편 21.05.08 134 2 13쪽
57 홍보가 기가 막혀 (5) +2 21.04.14 194 5 14쪽
56 홍보가 기가 막혀 (4) +1 21.04.02 215 7 15쪽
55 홍보가 기가 막혀 (3) +1 21.04.01 215 6 11쪽
54 홍보가 기가 막혀 (2) +3 21.03.22 214 6 14쪽
53 홍보가 기가 막혀 (1) +1 21.03.19 220 7 11쪽
52 여러분, 강은수는 손님입니다 +2 21.03.18 264 6 11쪽
51 한재민 사장님 (3) +4 21.03.17 213 5 15쪽
50 한재민 사장님 (2) +4 21.03.16 185 7 11쪽
49 한재민 사장님 (1) +1 21.01.23 239 8 11쪽
48 이게 바로 FLEX. +2 21.01.17 314 6 13쪽
47 나는 내가 가야할 길을 간다 (2) +1 21.01.09 333 9 11쪽
46 나는 내가 가야할 길을 간다 (1) 21.01.02 353 9 14쪽
45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있다 20.08.31 416 12 9쪽
44 새우개 (2) 20.08.28 420 16 14쪽
43 새우개 (1) +2 20.08.16 497 16 14쪽
42 정가분의 비밀 +2 20.08.15 598 14 19쪽
41 바쁘다 바빠 (5) +3 20.08.04 535 22 17쪽
40 바쁘다 바빠 (4) +6 20.08.01 604 21 16쪽
39 바쁘다 바빠 (3) +3 20.07.30 570 23 15쪽
38 바쁘다 바빠 (2) +2 20.07.28 676 22 19쪽
37 바쁘다 바빠 (1) +6 20.07.23 702 23 17쪽
» 번외편 : How Are You? +2 20.07.03 672 17 10쪽
35 나는 보호소의 대장님 (5) +2 20.07.01 793 23 11쪽
34 나는 보호소의 대장님 (4) +3 20.06.29 740 25 13쪽
33 나는 보호소의 대장님 (3) +2 20.06.24 758 26 10쪽
32 나는 보호소의 대장님 (2) +1 20.06.22 776 2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