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님과 반역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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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님
그림/삽화
Hololi
작품등록일 :
2020.05.21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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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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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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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04. 또다른 용사

DUMMY

“다음은 누구지?”


“대기 번호 7번! 7번!”


이런 미친 결투 성애자들아. 제발 그만해······.


“7번 없습니까?! 그럼 8번!”


“8번 여깄다!”


고개를 땅에 박은 채 숨을 헐떡이던 나는 앞을 보았다.

이번엔 2미터 거구의 오크였다. 그가 결투장의 좁은 문을 통해 들어온다.

관객석을 메운 수많은 초록 피부의 오크들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왜 이렇게 됐나.

여기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마계의 오크들이 가진 문화.

인간이라면, 흥미를 느낀 대상에 관해 관심 정도를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 결투 성애자 오크들은 흥미가 생긴 상대가 손윗사람이 아니라면 결투를 해야 한단다.

마왕성에서의 하루가 지나자 나에 대한 소문이 퍼졌고, 무수히 많은 오크들이 결투 신청을 했다.

여기까진 좋다.

두 번째로, 정서빈의 제안.

내가 가진 능력흡수에 대해 실험해보자는 것.

단순히 상대를 이기면 능력을 흡수하는 게 아닐까 하는 가설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결투에서 이겨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세 번째로, 앨락의 의지.

마왕님을 돕는 자라면 강해야 한단다.

결투는 자신들의 문화이자 정서이면서, 오크가 강한 이유라며 나를 결투장으로 몰아세웠다.

그렇게 오늘은 사흘째. 6명의 오크들과 목검으로 결투를 벌였다.

어제는 15명이었나······. 그것마저도, 정서빈이 말렸기에 가능했다.


“크하하하! 일어서라!”


나에게 뚜벅뚜벅 걸어오는 거구의 오크가 말했다.

제발······. 그만해······.


#


마왕성의 응접실.


“결국 새로운 능력이나 재능이 나타나진 않았네요. 오크 분들께선 꽤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을 텐데.”


정서빈이 책을 덮으며 말했다.

나에 대한 재능과 능력이 쓰인 책.

혹시 승패 따위가 아닌, 검으로 직접 베는 것이 조건인가 싶어서 앨락은 흔쾌히 자신을 베도 된다고 말했다.

물론 단검으로 팔뚝을 조금 그은 정도였지만······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나는 볼멘소리를 냈다.


“혹시 능력흡수니, 뭐니, 애초에 없는 거 아냐?”


“그렇다고 하기엔, 확실히 없던 검술이 생겨났잖아요.”


“마검에게서 배운 검술 아냐?”


“그럴 리 없다, 용사. 마검 세르를 통해 배운 검술은 일시적일 뿐이다. 결투 때 깨닫지 않았는가?”


앨락의 말에 나는 오크들과의 결투를 떠올렸다.

확실히, 나는 검을 잘 다루게 됐다.

앨락의 표현을 빌리자면, 무가 출신의 몇 년간 수련해온 어린 오크의 수준.

당연히 일반인을 웃도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그래도 레그너와 싸울 때, 홀린 듯 펼쳤던 검술은 나오지 않았다.

씨발, 뭐가 뭔지 대체···.


“용사. 내가 생각해봤는데, 대상을 증오하거나 분노해야 하는 게 아닌가?”


“앗, 그럴 수도 있겠어요. 그 레그너라고 했던 일행분과는, 마왕성에 오기 전부터 마찰이 있었죠?”


“으음······ 확실히.”


이런 대화 속에서 자연스레 옛날 생각이 든다.

무슨 이유가 됐던, 날 깔보고 괴롭혔던 새끼들.

그날, 내가 레그너에게 휘두른 것은 그저 이기기 위한 것 보다는······

증오와 분노.

그런 힘을 얻은 건 처음이었으니까.

자신보다 낮다는 이유로 날 깔봤던 새끼들에 대한 분노가 확실히 섞여 있었다.

평소엔 혼자 삭혀오다가, 어느샌가 참을 수밖에 없던 것들.

시작은 뭐였을까.

초등학생 때?

아니, 확실히 중2 때.

집이 어려워져 용돈이 끊겼었다.

그래서 전단지를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물론 중학생이 노동이라니, 합법은 아니었지.

나는 집이 어려워 일을 한다는 게 창피하긴 했었는지, 일부러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갔었다.

그리고 거기서 마주친 학교 일진 씹새끼.


강명성.

잊기 힘든 이름이야.

그때부터였지. 이유 없는 괴롭힘이 시작되고, 몇 있던 친구들마저 날 외면하기 시작했던 게.


“······ 백삼씨, 괜찮아요?”


정서빈이 날 보며 말했다.


“왜?”


“안색이 안 좋으시길래···.”


“아냐.”


······ 조금은 새삼스럽네.

내 안색은 원래 항상 안 좋았을 텐데.


#


“호외요! 호외!!”


오넬왕국의 왕도, 블라스타브.

어린 신문판매원이 거리를 뛰어다니며 신문을 뿌려댄다.

단 한 장의 신문에는 ‘용사 김백삼 일행, 전멸!’이라는 제목이 큼직하게 박혀있다.

길을 걷던 사람들은 그것을 주워 보며, 혀를 끌끌 찬다.

그 누구도, 용사를 내보내는 일이 세금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넬 왕국의 백성을 비롯하여 인류의 대다수는 마계를 필히 멸해야 할 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존재가 인류의 영역을 침입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인류는 이런 사건들의 핵심이자 주동자를 마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작된 용사 계획.

선택받은 용사와 그 일행이 마왕을 물리쳐 인류의 평화를 되찾는다.

연합의 수장국인 오넬왕국의 여왕이 착안한 계획이다.

인류는 이에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뭐든 계획대로 되진 않는 법.


“미친, 씨발!!!!!”


여왕의 집무실.

에르완 공작이 여왕에게 보고를 마치자, 서류 뭉치가 얼굴로 날아왔다.


“마왕한테 붙었다고? 일 처리를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면목 없습니다. 귀환 중인 일행은 지하감옥에 가뒀고 용사는 마왕과 싸우다 죽은 것으로 처리했습니다만······”


“첫 번째, 두 번째는 다른 말 못하게 죽여버릴 수나 있었지, 얜 마왕한테 붙어버려서 그렇게 하지도 못하잖아!”


오넬 왕국의 여왕, 예아연은 인상을 쓰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 누구보다 빼어난 외모를 가진 여왕이며, 젊었다.

심지어 수많은 빈민 구제 정책과 안보, 외교, 경제 정책까지 완벽하다고 평가받는다.

성격은 존나 더럽지만··· 에르완 공작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똑바로 하라고! 씨발!!”


아연이 소리치며 화병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정을 진행하다 보니······ 그래서, 본디 3개월 후에 이루어질 소환을 바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그 뒤엔 3개월의 훈련과 세뇌를 거친 뒤에 출격하는 것으로······.”


에르완 공작의 보고를 들으며 여왕은 자리에 다시 앉았다.

용사 계획은 사실, 그저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좋게 포장하는 것이 중요했다.

성스러운 용사의 인류를 위한 싸움과 희생.

근데, 성스러운 용사가 마왕편에 붙다니.

이 사실이 퍼지기라도 한다면, 투자자와 광고주가 모두 떠나는 것은 삽시간이다.

그뿐만 아니라, 애초에 대국민 사기라는 게 밝혀지며 지지율까지 바닥을 칠 것이다.

아연은 어금니를 꽉 물었다.

이젠 쇼가 아니라, 진짜 강한 자를 키워 보내야 한다.


마왕 자리에 앉은 정서빈, 그년이 꼴 보기 싫은 건 둘째치고.

하루라도 빨리 그년에게 붙은 용사를 죽여야 했다.


“3개월은 씨발, 더 앞당겨!”


“그게, 용사 출격이 너무 잦으면 투자처로부터 의심받을 확률이 있습니다. 안 그래도 항간에 소문이······.”


“그럼 3개월인지 뭔지 확실히 해서 보내던가! 답답하게!!!”


“죄송합니다.”


“나가!”


“예, 여왕님.”


에르완이 아연에게 고개를 숙인 뒤 집무실을 나섰다.

턱을 괸 아연의 눈에, 바닥에 떨어진 서류 더미가 보인다.

사실 읽지도 않았다.

1번 용사, 2번 용사, 3번 용사가 누가 됐던, 어떻게 생겼던 중요하진 않으니까.

그냥 좆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이렇게 돼버리니, 아연은 다른 생각이 들었다.

여태 유능하고 입 무거운 귀족들이 알아서 해줬지만······ 이젠 나도 알아야 한다.

중대한 사안인 만큼,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자신의 부정을 절대로 들키고 싶지 않았으니까.

아연이 일어서,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서류 더미를 주웠다.

용사란, 자기 자신이나 정서빈처럼 현실 세계에서 넘어온 자들이었다.

전생자들.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뿐 아니라, 여러 인종이 있는 듯하다.

대다수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간다.

이 세계 사람들도 다른 세계에서 인간이 건너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니까.


‘어디 낯짝이나 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3번째 용사의 프로필이 있는 페이지를 찾기 시작했고,


“뭐······ 뭐?”


3번째 용사의 이름과 초상화가 담긴 페이지를 찾았다.

아는 얼굴이었다.

분명 대학생때······.


#


평소 조용했던 신전은 분주했다.

네 번째 용사 소환이 3개월이나 앞당겨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비밀리에 진행이라니.

심지어 3번째 용사를 소환했던 것이 며칠 전이었는데!

사제들과 마법사, 마도 공학자들은 그야말로 갈려 나갔다.

하지만 모든 게 여왕의 명이라니.

몇은 휴가까지 반납했다.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를 총괄하는 귀족들 역시 골머리가 아팠다.

입막음하며 진행하려니 꽤 까다로운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별 탈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3일 만에 용사 소환 준비가 다 되어갔다.

원래, 에르완 공작은 현장에 나서지 않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어째서 여왕이 이렇게 서두르는지 알고 있었다.

3번째 용사의 반역을 계기로, 일이 틀어진다면 자신의 작위 박탈은 물론이오, 목숨까지 위험해진다.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소환 준비를 보며 에르완 공작은 마른 침을 삼켰다.


“준비가 다 됐습니다.”


고위 장로 사제가 보고했다.

로안 공작가의 장녀이자, 용사계획의 재정을 담당하는 미카 역시 목이 타들어 갔다.

여왕이 어떤 반응이었는지에 대해선 이미에르완 공작에게서 들었다.

이전까지는, 약한 자여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번엔 안 된다.

원래 신을 믿지 않는 그녀였지만, 이번엔 강한 자가 나타나게 해달라고 속으로 기도했다.


“그럼, 시작하도록.”


에르완 공작이 명령을 내렸다.

사제들이 마법진을 둘러싼 뒤, 열 번은 더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빛이 일어난다.

이 빛을 보며 감탄하는 소리가 나와야 했지만, 다들 조용했다.

그렇게 빛 사이로 등장한 네 번째 용사.

역시나 신기한 복장.

그는 이상한 헬멧을 쓰고 있었다.


“허억, 허억!”


“용사님이시여!”


사제들이 용사를 불렀다.

헬멧의 까만 안면부를 위로 올린 용사는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갑자기 낯선 곳에 오셨으니, 당황하실 법도 합니다.”


며칠 전과 똑같은 대사.

사제들의 뒤에서는, 곧바로 용사의 능력치를 측정한다.

에르완과 미카는 측정하는 마도 기계의 유리판에 문자가 새겨지는 걸 기다렸다.

그리고 나온 수치는······.


‘647···!!!’


에르완이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미카와 눈을 마주친다.


'됐다!'


이 정도면, 재능을 가진 자가 수십 년을 수련한 수준이다!


“용사님, 존함을 알려주십시오.”


안내 역할의 여성 사제가 간단한 설명을 마친 뒤 용사에게 이름을 물었다.

이 순간, 모든 이들의 이목이 쏠렸다.


“내 이름은······ 강명성이다.”


용사가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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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2. 위기(수정) +14 20.06.07 184 18 11쪽
11 011. 광체화 +13 20.06.06 167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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