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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병약소녀와 신님의 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글좀써라
작품등록일 :
2020.05.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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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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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6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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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304.vs 대형문 사단 (4)

DUMMY

-바둑?

-바둑이요? ㅋㅋㅋㅋㅋㅋㅋ

-씹 ㅋㅋㅋㅋㅋ


“어······”


바둑······ 바둑이라······

정말이지 생각지도 못한 대결 종목이다. 이거 참 대형문님에게 허를 제대로 찔리고 말았다.


“룰은 알아?”

“그야 물론이징!”


아무리 그래도 바둑의 규칙 정도는 안다.

현생의 서연이라면 모를까, 전생의 나는 나름 공원에서 어깨 너머로 할아버지들의 내기 바둑을 보고 자란 세대!


“내 돌로 상대 돌을 둘러싸면 이기는 게임이잖아!”

“······”


강하선 녀석이 가는 눈으로 빤히 날 노려본다.

······묘하게 시선이 따가웠다.


“······농담이양. 상대보다 땅을 많이 먹으면 이기는 게임이잖아.”

“······아예 룰을 모르지는 않나 보네.”

“에이······ 나름 알고 있다니까? 바둑?”


솔직히 말하자면 그게 다긴 하지만······ 굳이 거기까지 말할 필요는 없겠지.

가히 서연 전용 욕조보다도 얕은 밑천이다. 들켰다가는 분명 쓸데없는 속성 강의가 시작될 거다.


[그럼 선수들! 입장해주세요!]


강하선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진행 포지션을 맡은 설화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천천히 팔을 돌리며 VR 기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좋아! 가볼까?”


평소 사용하는 VR기기의 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열심히만 해. 져도 5세트 있으니까, 승부는 신경 안 써도 돼.”


슬쩍 돌아보니 강하선 녀석이 팔짱을 낀 자세로 내게 그런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비웃음을 날리며, 녀석을 향해 선언했다.


“응~ 겁나 열심히 할 거양. 무조건 이기고 만다.”

“······그러시던가.”





탁!

“슬슬 시간인가?”


가볍게 검은 돌로 한 수를 둔 그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시계를 바라봤다. 슬슬 그 방송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후우······”


판 위의 바둑알을 정리한다. 투박하고 거친 손이 능숙하게 흑과 백을 구별하더니, 금세 통에 바둑알들을 담았다.

옛날이었다면 다른 이가 정리해주었을 태지만, 은퇴 이후 은거생활을 지내는 그에게 있어 이런 정리 작업도 나름의 소소한 소일거리가 된지 오래였다.


“그럼 가볼까······”


오원청.

한때 바둑의 아버지라고 불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방으로 향했다. 어렸을 적부터 바둑만을 바라보고 산 그의 말년에는 어느덧 새로운 취미가 하나 추가되어 있었다.


은거생활에 들어간 그에게 제자들이 권유한 인터넷.

마우스란 것을 달칵거리며 그 인터넷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그것.


“잘 하려나······ 대형문이······”


인터넷 방송.


그것이 말년에 들어 그에게 추가된 단 하나의 취미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수많은 방송 중 대형문의 방송만이 그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방으로 돌아온 그는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그리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제자가 알려준 대로 북마크에 들어가, 대형문의 방송을 꾹.


[4라운드는 세이야 대 대형문! 그 대결 종목은 바둑입니다!]

“호오······”


마침 딱 좋게 들어간 듯싶었다. 화면에 나오는 대형문의 낯익은 캐릭터가 절로 그의 입가에 미소를 감돌게 했다.


“거참 아쉽군······ 아니, 다행이라 해야 하나?”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대형문은 원래 프로기사를 노렸다고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프로가 되기 전 재능의 벽을 깨닫고 노선을 틀었지만, 만약 그대로 프로가 됐다면 높은 확률로 그의 마지막 제자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뭐, 결과적으로 어떻게 연이 닿아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노릇.


“그나저나 그게 필요하다니, 대체 상대가 누구기에······”


그는 얼마 전 대형문의 요청을 떠올리고는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비장의 카드로 그것을 준비해줄 수 있냐고 물었던 대형문의 부탁에 무심코 그것을 넘겨주긴 했지만, 그것을 사용해서 대결을 해야 할 정도로 강적이라면 그 상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 때문이었다.


아마 예상되는 상대는······ 천재나 신 정도겠지.


“세이야면······ 그 녀석인가?”


마침 천재 녀석의 이름에 ‘세’가 들어가긴 했다. 어렸을 적부터 바둑에 전념해온 그의 두뇌는 그 정도의 빈약한 추리밖에 할 수 없었다.

뭐, 그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두 선수가 자리에 착석했습니다.]

“······엥?”


입이 한 박자 늦게 당혹을 내뱉었다. 낯익은 대형문의 맞은 편, 귀여운 천사 캐릭터에 무심코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귀엽다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아는 그 녀석은 저런 캐릭터를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일상능력이 뛰어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누구지?”


세이야.

대체 어떤 정체불명의 고수이기에 대형문이 그것을 자신에게 부탁한 거지······?


잠시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은거 후, 프로바둑 기사를 자주 접했음에도 그랬다.


혹시 해외의 고수인가? 아니, 아무리 대형문이라도 해외 바둑 고수를 데려올 정도의 인맥은 없을 탠데? 아니, 애초에 멀쩡한 국내 기사를 내버려두고 뭐 때문에 해외 기사를?


그런 온갖 상상을 하며 세이야란 캐릭터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윽고, 그 입이 열리며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선공은 어떻게?]

“······어린애?”


딱 들어도 10살도 안 되어 보이는 목소리.

게다가 여자애······!


“······정말로 이런 애를 상대로 그게 필요하다고?”


말도 안 된다. 그럴 리가 없다. 그것이라 하면 사람을 상대로 단 1패밖에 하지 않은 괴물.

바둑계의 기량 향상을 목적으로, 일부 프로 기사들에게만 제공되는 그게 필요할 정도로 저 소녀가 강하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아니,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으리라.


[마음대로.]

[오케이! 그럼 내가 먼저······!]


선공을 양보하는 대형문.

그에 곧바로 흑색의 돌을 쥐는 세이야.


“······”

그 장면에 그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가 대형문에게 제공한 프로그램. 알파고가 바둑계를 뒤흔든 이후 흑보다는 백이 유리하다는 게 바둑계의 정설일 터.


[헤헹······]


그런데 소녀는 신난다는 듯이 선공을 뜻하는 흑색의 말을 잡고 있었다.

바둑 초보가 아닌 이상 할 수 없는 행동에, 그의 이마에 한 줄기 의문이 떠올랐다.


“······모르겠군.”


아무래도 자세한 건 경기가 시작되야 알 것만 같았다.

허나, 등골에 흐르는 싸늘한 느낌에, 그는 무심코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다.


[그럼 경기! 시작합니다!]






평생을 바둑에 바쳤다.

그 결과 인류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후우······”


컴퓨터로 바둑을 두는 건 귀찮은 일이다. 어렸을 적부터 바둑알을 손에 쥐고 살아온 그는 마우스보다 직접 알을 쥐는 게 편했다.

하지만 그의 상대가 되어줄 이는 바둑알을 쥘 수가 없는 녀석이다. 그렇기에 익숙하지 않은 마우스를 움직이며, 그는 차분히 다음 수를 생각했다.


판은 이미 거의 기울어진 상황.

유리한 이는 천재라 불리는 그······


······가 아닌,


『Master』


흔히 세간에 알려진 알파고의 후속작······ 아니, 그 완성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버전이었다.


“······”


침착하게 판을 노려본다. 불리한 상황을 타개할 한 수를 찾기 위한 탐색을 시작했다.

바둑의 수는 무궁무진하다. 불리한 상황이라도 최선의 수를 찾으면 역전이 가능할 터다.


‘과연 그럴까?’

“······”


의구심이 흐른다. 과연 이 『Master』를 상대로도 역전이 가능할까?

그가 간신히 이긴 알파고도 거의 완벽했는데? 과연 이 녀석에게도 그런 틈이 있을까?


“······”


프로는 최선의 수가 떠올라도 곧바로 두지 않는다.

사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진짜 최선의 한 수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득 그렇게 떠오른 수 중 70%는 맞는 수지만, 30%는 악수이기 마련.

그렇기에 좋은 수가 떠올라도 우선 참는다. 자신을 타이르며 더 좋은 수가 없나, 혹시라도 이게 악수가 아닌가 고민한다.


그 과정이 끝난 후에 최선의 한 수를 둔다.

······그래야 할 터인데.


‘······무섭다.’


『Master』의 실력은 압도적이다.

한 수라도 잘못 두어서는······ 아니, 매번 최선의 한 수를 두지 못하면 곧바로 구렁텅이로 빠지는 기분이 들 정도다.


그렇기에 고작 마우스 한 번. 달칵거리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 막대한 정신력을 요구했다.

과연 바둑알로 두었다면 쉽게 둘 수 있을까?


······아니, 아마 아닐 것이다.

그는 지금 『Master』의 완벽한 기풍에 압도당하고 있었으니까.


바둑돌로 둔다고 해서 다를 리 없다.

이것은 명백한 그와 『Master』 사이의 간극이었다.


꾸벅~


결국 그는 돌을 던졌다.

그것이 그가 마지막으로 고심한 끝에 던진 최후의 한 수였다.


“후우······”


패배를 인정하자 마음이 가벼워진다.

모니터가 띄우는 바둑판을 노려보며, 첫 수부터 자신만의 복기를 시작했다.


“여기서 잘못되었나? 아님 우하단이 실책이었나?”

따르릉~


갑자기 벨이 울렸다.

스마트폰이 빨리 받으라는 듯이 그의 허벅지에 진동을 전해왔다.


“······누구지?”


복기를 방해받는 건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허나, 그 상대가 오원청. 바둑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라면 이야기는 다른 법이다.


“······무슨 일이시지?”


어렸을 적부터 바둑 외에는 아는 게 없는 그다. 나름 최신 기기인 스마트폰을 받는 것조차 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간신히, 지인이 알려준 대로 통화 버튼을 드래그했다.

그러기가 무섭게 옆쪽 스피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쏟아지듯이 들어왔다.


“자네!! 빨리 컴퓨터를 켜보게!!”

“······네?”


뜬금없는 말에 그는 무심코 반문부터 내뱉고 말았다. 이미 컴퓨터는 켜져 있음에도, 그는 잘못된 반응으로 인해 불벼락을 고막에 담게 되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닐세! 빨리! 빨리 컴퓨터를······!”

“아, 아······ 켜져 있습니다.”

“내가 주는 주소로 들어가 보게!”

“네······?”


잠시 기다리자 하나의 주소가 문자로 날아왔다. 누가 보면 보이스피싱이 아닐까 걱정이 될 법한 길이의 주소였다.


정말로 이걸 눌러도 되나?

사실 상대는 오원청 선생님이 아니라 목소리를 잘 흉내 내는 사기꾼이 아닐까?


그런 의심을 가지고 문자를 노려보기도 잠시.


“차세대 신이 탄생할지도 모르는 순간이라네! 빨리!”

“신이요······?”


신.

바둑계에서 그 단어가 가리키는 의미는 매우 간단했다.


과거에는 바둑을 끝낼 자······라는 추상적인 의미라 했다면,

오늘날의 신이 지니는 의미는······


“······AI를 이길 자라고요?”

“물론이네!”


흔히 알파고로 대표되는 AI기사들.

그들을 이길 수 있는 인류 기사를 일컫는 말이었다.


“대체 누굽니까! 그 자는!”


그 시점에서 사기니 뭐니 하는 건 그의 머리에서 전부 잊혀졌다. 신의 목도. 그 장면을 위해서라면 그가 지닌 재산 대부분 또한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어색한 손놀림으로 통화 앱을 내리고 문자 앱을 연다. 오원청 선생님의 문자를 열어, 그 안에 담긴 주소를 클릭했다.


“······세이야?”


처음 보는 이름이다.

혹시, 유럽 쪽 해외 기사일까?


“······어?”


그의 화면에 한 바둑판이 떠오른다.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무척이나 낯익은 기풍이었다.


“······설마?”


이윽고, 그의 머리가 떠올렸다. 바둑판의 백돌. 그것은 과거 그가 상대했던 그 AI의 기보와 무척이나 닮았다는 것을.

그렇다면 백쪽이 AI라는 건가? 흑이 사람이라는 거고?


“흑을 잡은 사람은······”


그의 시선이 흑돌을 쥔 쪽으로 향했다. 애니풍의 3D 캐릭터. 천사나 여신을 연상케 하는 그 소녀는······


[호엥?]

“······”


당황한 표정으로 판을 열심히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꽤나 위기인 듯싶었다.






“음······”


나는 바둑을 잘 모른다. 솔직히 지금도 어디에 둬야 할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그저 직감에 따라, 내 재능을 믿고 한 수를 둘 뿐.


탁!

탁!

탁!

탁!


흑돌과 백돌이 바둑판 위를 수놓는다. 돌이라는 병사로 점을 장악하여, 선으로 자신의 영토를 그려간다

일반적인 바둑하고는 거리가 먼 무척이나 빠른 대국. 마치 바둑을 모르는 초등학생들이 눈앞의 한 수만을 보고 두는 듯한 수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비전문가 해설이 따라오기에는 너무나도 빠른 대국이었다.


[두 선수 모두 수가 굉장히 빠릅니다!]

[시간은 넉넉한데, 굳이 이렇게 빨리 둘 필요가 있을까요?]

[그야 둘 다 프로가 아니니깐요. 그냥 눈앞만 보고 두는 거죠.]

[역시 저 같은 사람에게 해설을 맡긴 이유가 있었군요!]


“거기 해설 다 들리거든?!”


오픈형 VR맵 덕택에 생생히 들려오는 해설소리. 거기에 버럭 화를 낸 뒤 재차 바둑판을 노려봤다.

초보자 배려로 인해 시간제한이 사실상 무제한인 건 나도 안다. 대부분의 룰은 프로의 것을 그대로 따왔지만, 단 하나. 시간만큼은 넉넉히 생각하고 둘 수 있게 꽤나 여유를 둔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럼 뭐하는가?

애초에 바둑에 대해 아는 게 없는 것을. 생각을 한다고 해도 수가 바뀔 리가 있겠냐!


“에잇!”

탁!


대충 그럴싸한 곳에 수를 둔다. 직감에 따르면 여기가 내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흠······”


잠시 골똘히 VR 바둑판을 노려보던 대형문님이 고개를 돌리고는 무언가를 생각한다. 아무래도 내 수가 이해가 되지 않나 보다.


그리고······


탁!

[엇?]

[이 수는······?]


그에 응수하듯이, 백돌이 뭔가 굉장히 애매한 위치에 놓인다.

뭐랄까. 해설들이 봐도 왜 거기에 놓였는지 이해가 안 되는 한 수인 것 같았다.


“······호엥?”


헌데, 그 수를 본 순간 뭔가 숨이 턱 막혀왔다. 흑돌을 쥔 오른손이 멈칫 하고 허공에서 멈췄다.


“어······”


잠시 판을 노려봤다.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며, 직감적으로 수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두면 왠지 언젠간 저 수에 발목을 잡힐 거 같고,

저기에 두면 조금씩 손해가 누적될 거 같고.

그렇다고 이쪽에 두자니 뭔가 좀 진형이 안 살고.

새로운 활로를 찾기에는 뭔가 굉장히 꺼림칙한 기분이 든다고 할까나?


“어······?”


사고가 멈췄다. 신의 한 수. 그것을 직접 목도한 기분이었다.

내 얼굴이 바둑판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이 수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없는 밑천을 조금이라도 짜내야 할 시간이었다.


[세이야 9단! 드디어 수가 막혔습니다!]

[처음으로 세이야 9단이 장고를 하네요.]


“으음······”


해설이 딴 소리를 하는 사이 잠시 머리를 굴려보았다. 굴린다고 해서 새로운 수가 나올 거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찝찝한 기분으로 두는 수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사실 채팅창의 평가를 보면 여태까지 세이야 선수는 무척이나 잘 뒀거든요?]

[어? 그런가요? 저희 쪽 채팅방에는 바둑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채팅방을 보면 대형문 9단의 수는 요새 프로기사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알파고 스타일의 기풍이라고 하더군요. 아마도 오늘 경기를 위해 미리 연습해온 듯합니다.]

[아······ 그런가요?]

[반면 세이야 9단의 경우에는······ 뭐랄까 종잡을 수 없는 스타일?]

[본인 피셜로는 바둑은 오늘 처음이라고 하니깐요. 그런 것치고는 되게 잘 두고 편이죠.]

[그렇습니다.]


“음······”


얼핏 보기에 판은 백중세.

흑과 백이 각자의 영토를 그럴싸하게 가져간 상황.


[상황은 어떻게 보이나요?]

[어······ 반반 아닐까요?]

[저도 바둑을 잘 모르긴 하지만, 일단 가져간 집은 비슷해 보이긴 합니다.]

[그렇다는 건······ 백의 우세군요.]

[······네? 어째서죠?]

[바둑에는 덤이 있으니깐요.]

[덤?]


그래. 저게 문제다. 덤.

게임 시작 전, 강하선 녀석이 룰을 설명해줬다. 바둑 같은 턴제 게임은 선공이 유리하기 때문에, 백에게 덤으로 여섯 집 반을 준다는 것을.


“······”

“······세이야님?”

“잠깐만영······ 조금만 더······”


얼핏 보기에 흑과 백은 대등하다. 즉, 판 위의 형세만 보면 흑도 백도 불리할 게 없다.

하지만 판 외의 점수. 덤이 더해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얼핏 보기엔 비슷해보여도 백이 유리한 게 틀림없는 상황이었다.


바둑은 고작 반집만 앞서도 이기는 게임.

단순히 대등한 걸 넘어 내가 더 많은 집을 가져가야 이길 수 있을 터.


“호에엥······?”


······근데 수가 안 보인다. 가슴 한 구석이 답답했다.

이 상황을 좀 더 길게 끌고 가는 것까지는 쉽다. 허나, 그래서는 점점 판이 굳어질 뿐이다.


지금 내가 해야 할 것은 판이 더 굳기 전에 덤 이상의 집을 확보하는 것. 반대로 백이 원하는 건 지금 상태로 판을 굳히는 것.

헌데 이래서는······!


[과연 세이야 9단의 수는!]

[슬슬 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


해설과 시간이 나를 재촉해온다.

아무래도 지나친 장고 끝에 이번 턴에 주어진 시간을 다 쓴 모양이다.


“킁······”


어쩔 수 없이 흑돌을 쥔 손을 바둑판에 가져다댄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지금 당장은 이 한 수로 시간을 버는 수밖에······!


「한 칸 위로!」

탁!


돌이 놓여졌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 칸 위.

······조금 전까지 내 직감이 위험하다고 외친 곳이었다.


“······어?”


스스로가 깜짝 놀라 수를 둔 손을 바라봤다. 분명 이 손으로 직접 둔 수지만, 마치 내가 둔 것 같지 않은 한 수가 지나갔다.

그래······ 마치 누군가에게 조종당해서 둔 것 같은 한 수였다.


[세이야 9단 뒀습니다!]

[제가 바둑을 잘 모르긴 하지만, 시간에 쫓겨서 다소 무리수를 둔 게 아닐까 싶은 위치인데요?]


“아니······!”


실수다! 그것도 너무나도 치명적인 실수다!

이런 한 수가 중요한 시점에서 이런 악수를 두다니! 내가 뭔 짓을 한 거지?!


나는 빠르게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수를 잘못 둬서 해설에게 다시 둬도 되냐고 물어볼 생각이었다.

허나, 내 머릿속은 금방 새하얗게 변하고 말았다.


이유?

매우 간단했다.


「걱정 안 해도 돼. 내가 이기게 해줄 태니까.」


······고개를 돌린 내 눈앞으로 보이는 나와 똑같이 생긴 소녀.

그 소녀의 존재를 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아니, 모를 수가 없었다.


“너······?”

「아, 이렇게 말하면 조금 헷갈리려나?」


녀석이 내 방송 인사를 흉내낸다.

할로할로~ 하고 작게 손을 흔들더니, 재차 싱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세이 에이야 : 오랜만이야. 연아.]


작가의말


어쩌다보니 미리 구매해놓은 쿠션이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이걸 끼고 사니 허리 통증이 많이 낫긴 하더군요. 서도 앉아도 누워도 아팠던 때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근데 여전히 허리를 숙이거나,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거나 골반쪽이 아픈 게 되게 힘드네요.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의자에 앉기 힘든 게 좀 큰 거 같습니다.


오늘도 빠른 취침을 위해 조금 일찍 올리고 잡니다.


다들 허리 조심하세요.

진짜 아무것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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