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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병약소녀와 신님의 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글좀써라
작품등록일 :
2020.05.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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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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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0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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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305.vs 대형문 사단 (5)

DUMMY

세이 에이야.

녀석을 두 단어로 설명하면······


······전생의 나.


‘되게 오랜만이다? 너?’


반갑다는 듯 가볍게 인사를 건네 보았다. 이전에 마지막으로 만난 게 서바R 대회였던가? 정말이지 오랜만의 재회였다.

하지만 녀석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내 인사를 피해 침울한 표정으로 바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가능하면 두 번 다시 나타나고 싶지 않았어.」

‘왜에? 난 가끔씩 너 보고 싶었는데?’

「······」


내 말에 녀석이 씁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눈을 감더니, 그래서는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내가 나타났다는 건 네 영혼의 그릇이 감당하기 힘든 재능이 필요하다는 거니까.」

‘아하?’


그러고 보니 그랬다. 저 녀석이 존재하는 이유는 하나. 내 영혼의 그릇이 감당하기 힘든 재능을 대신 맡아주기 위해서.

한 마디로 외장하드 같은 존재다. 서연이라는 컴퓨터의 용량이 부족할 때를 대비해 존재하는 외장하드.


즉, 녀석이 나타났다는 건 내 영혼의 그릇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찾아왔다는 뜻.

만약 병실에 누워있던 서연이라면······ 지금쯤 온갖 고통에 침대 위를 구르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을지도?


「그리고 네가 더 이상 나나 레이나하고 얽히지 않았으면 했어.」

‘어째서?’

「평소에 우리랑 얽혀서 좋을 게 없으니까······ 또 다시 미쳤다는 소리를 듣고 싶진 않잖아?」

‘나는 별로 신경 안 쓰는뎅?’


과거. 그 망할 여신들이 나타나 투닥투닥 거릴 때.

이런 식으로 마음 속 대화가 아닌 입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다른 이들에게 몇 번인가 들킨 적이 있다. 제3자가 보면 침대에 앉아 완벽히 허공에다가 혼잣말을 하는, 누가 봐도 미친 년 같은 모습을.

그 때 그 사람들의 시선은, ‘드디어 아가씨가 병 때문에 미쳐버렸구나!’······라는 반응이었지.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는 건 귀찮지 않아?」

‘친구비라고 생각하면 낼만하지.’


덕택에 정신병원에도 다녀봤다.

아마 내가 남자였다면 합법적으로 군대 면제를 받았을 정도로 말이다.


탁!


바둑알 소리가 대화의 흐름을 끊는다. 조금 전 내가 둔 흑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백돌이 시비를 걸어오고 있었다.

고개를 드니 대형문님이 어떠냐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만만한 미소가 입가에 감도는 걸 보니,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것 같았다. 아님 단순한 허세?


[대형문 9단 장고 끝에 한 수를 둡니다!]

[일단 나쁘지 않아 보이긴 하는데······ 하선님은 이번 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 바둑 잘 몰라!]

[아······ 답변 고마워!]


해설들의 만담을 들으며 잠시 바둑판을 노려봤다.

내가 보기에는 다소 이해가 안 되는 한 수. 그것이 대형문님의 손에서 펼쳐졌다.


대체 뭐지? 이 수의 의미는?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건가?


「굳히기야.」

‘굳히기?’


그런 것치고는 되게 허술한 거 같은데?

내가 굳히기의 뜻을 잘못 알고 있는 건가?


「바둑이라는 건 결국 반집이라도 앞서면 이기는 게임이니까. 네게 집을 조금 내주더라도 반집 차 승리의 가능성을 높일 생각인 거야.」

‘그래? 나한테는 전혀 안 보였어.’

「지금 바둑의 재능은 나한테 있으니까······ 너한테 안 보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으음······ 고작 바둑 주제에 내 그릇을 벗어나다니!’


장난스럽게 투덜거리자 세이야가 싱긋 웃어보였다.

나를 달래듯이 머리를 슥슥 쓰다듬더니, 바둑판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바둑이라는 건 단순하면서도 되게 복잡한 게임이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돌을 놓는 게 전부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한 수에서 뻗어 나오는 수많은 가능성을 읽어야만 해.」


그 말대로다. 바둑이라는 게임은 번갈아가며 돌을 둘 뿐인 단순한 게임.

허나,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무수한 사고를 필요로 하는 법이다. 최소한 상대보다 많이, 혹은 한 수 앞서는 형태로.


「그 사고량과 요구 능력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도 상당한 높은 편이야. 흔히 말하는 AI조차도 아직 바둑을 끝내진 못했으니까.」

‘아? 그래? 난 끝난 줄 알았는데······’


옛날에 알파고가 프로 9단들을 모두 꺾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때 틀림없이 AI가 바둑을 끝낸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아직 그러진 못했나보다.


‘근데 막 그런 건 안 되는 거야?’

「??」


얼굴에 물음표를 띄운 채 나를 바라보는 세이야는 무척이나 귀여웠다. 어째서 사람들이 나를 귀여워하는지 알 것 같을 정도였다.


‘예를 들어 상대 스텟이 80이면, 85나 90······ 아님 딱 81 정도의 재능만 들어오는 거지. 나름 괜찮은 승부가 되게!’

「네 몸에 부담이 덜 가게?」

‘······들켰네.’


쳇! 이래서 눈치 빠른 꼬마는 싫다니까.


「불가능하지 않아.」

‘오?! 리얼뤼?’

「아니, 정확히는 지금도 그러고 있어.」

‘오······? 엥?!’


가볍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뒤 고개를 들어 정면의 대형문님을 바라봤다.


“??”


내 시선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는 대형문님.

재차 바둑판으로 시선을 돌린 나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녀석에게 항의했다.


‘아니, 그게 말이 돼?’

「뭐가?」

‘대형문님을 상대로 내 그릇이 감당할 수 없는 재능이 필요하다고? 대형문님이 무슨 바둑의 정점도 아닌데? 바둑이 그렇게 요구 사양이 높아?’


대형문님이 바둑 프로기사만 되도 이해한다. 나는 모르니까. 프로기사가 어느 정도의 사고량으로 바둑을 두는지.

허나, 내가 알기로 대형문님의 최종 커리어는 아마추어다. 심지어 그것도 무려 20년 전의 이야기다. 그 때보다 기량이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좋을 리는 만무했다.


그런데도 그 정도의 재능이 필요하다고?

내 영혼의 그릇이 작은 거야? 아님 바둑이 요구하는 사양이 높은 거야?


[세이야 9단! 시간 다 되어갑니다!]

[이전 턴부터 장고가 길어지고 있죠?]

[원래 이런 대국에서 장고가 길어지면 시청자들이 지루해하기 마련인데, 세이야 9단은 오히려 반응이 좋네요.]

[그야 귀여우니깐요. 열심히 바둑판을 노려보고 있는 모습이 정말 귀엽지 않나요?]


“아니! 그럼 나는 왜 욕먹었냐고!”


[대형문 9단은 안 귀엽잖아요.]

[레알. 꼬우면 세이야 9단처럼 귀여워지시던가!]


“시부레······”


대형문님이 해설진을 향해 항의를 해봤지만 씨도 먹히지 않았다.

잠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세이야가 킥킥 웃더니 바둑판 위에 한 지점을 가리켰다.


「일단 수부터 두자. 조금 전 대형문님이 둔 곳에서 오른쪽으로 2칸.」

‘오케이!’


탁!


녀석을 믿고 신뢰의 한 수를 뒀다.


“음······”

탁!


잠시 고민하던 대형문님이 침착하게 응수했다.


「······」


그 수를 냉정히 노려보던 세이야가 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더니 말했다.


「아까 물었지? 바둑이 그렇게 요구 사양이 높냐고?」

‘어. 왜?’

「일단 바둑의 재능이 되게 부담되는 재능인 건 사실이야.」

‘아, 그래?’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야.」


그 시선이 바둑판에서 대형문님 쪽으로 옮겨간다.

자연스레, 내 시선 또한 녀석의 뒤를 따라 대형문님을 향해 꽂혔다.


「저 사람······ 아무리 봐도 프로 9단보다 위야.」

‘······뭐?’

「아마 사용하고 있을 거야. ······컨닝 프로그램 같은 것을.」

‘······’


······그랬던 건가.

모든 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조절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세이야가 나타난 이유라던가, 아님 강하선이 했던 말이라던가.


대체 무슨 자신감인가 했다. 내가 못하는 게임이 없는 걸 알면서도 진심으로 짓밟으라고 하다니.

나름 믿는 구석이 있었나 보네.


그것도 내 상상 이상의 구석이!


‘······이길 수 있어? 판이 조금 기운 거 같은데?’


혹시나 해서 물었다. 상대가 AI라면, 만약 그 유명한 알파고거나 한다면 이 정도의 불리함은 절대적일 수도 있으니까.


「그야 물론이지!」


하지만 녀석은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마치 동화에 나오는 영웅처럼, 싱긋 웃으며 내게 엄지를 들어 올릴 뿐이었다.


「네가 날 믿고 수를 둬줬잖아. 그러면 이겨줘야지.」

‘오······’


내가 봐도 반해버릴 것 같은 멘트였다. 저게 나 자신이라는 게 믿기지 않은 멋짐이었다.


‘아예 몸도 교대해줄까? 두기 편하게?’


나름 녀석을 배려해서 그런 말을 한 건데, 녀석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아니, 그냥 이대로 두자.」

‘뭐야? 대리랭보다는 유령 바둑왕이 취미야?’

「전에 한 번 교대했다가 바로 네 메이드한테 들켰거든. 또 다시 그런 실수를 하고 싶진 않아.」

‘아······’


하얀이는 눈치가 빠르니까······ 특히 나와 관련된 일에는 더더욱.


「저쪽도 계속 흘끗흘끗 옆쪽을 보며 컨닝하니까, 우리도 똑같이 되갚아주자고!」

‘그거 좋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세이야가 내 뒤로 오더니 어깨에 매달렸다.

나는 흑돌을 하나 쥔 뒤, 세이야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 흑돌을 내리쳤다.


탁!

‘그럼 가볼까!’

「그럼 가볼까!」






“이건 뭔가 이상합니다.”

“그래. 내가 봐도 그렇다네.”


익숙하지 않은 헤드셋을 귀에 낀 채로, 두 기사는 진지하게 판을 분석하고 있었다.

흑과 백이 어우러진 바둑판은 나름의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자세하게 보면 흑이 조금 더 우세했지만, 덤을 생각하면 백이 조금 더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두 기사가 신경 쓰는 건 그런 판의 우열 같은 게 아니었다.

두 사람의 대국. 정확히는 알파고와 세이야라는 신인의 두는 방식 뿐.


“대형문이라는 자가 두는 방식은 익숙합니다. 그는 알파고를 사용하고 있으니깐요.”


오원청이 말했다. 자신이 그에게 알파고 프로그램을 넘겨줬다고.

아마 사용법은 간단할 것이다. 실제 게임판은 세이야가 흑. 대형문이 백. 그렇다면 알파고를 백으로 배치한 뒤, 대형문 자신이 흑이 되어 세이야를 따라서 두는 것이리라.

그런 뒤 알파고가 두는 곳에 그대로 두면 끝.


“헌데, 세이야라는 기사가 두는 방식은 익숙하지 않군.”

“정석하고 거리가 멉니다. 그렇다고 어떤 기사의 기풍과 닮은 것도 아닙니다. 요즘 프로기사들이 배운다는 알파고식 전술과 닮은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뭔가가 다릅니다.”

“아마 바둑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이겠지······”

“······바둑을 배우지 않았는데 저렇게 둔다면 그것도 신기한 일인데요.”

“내가 말하지 않았는가? 차세대 신이 될 지도 모르는 분이라고.”

“······”


지긋이 나이를 먹은 분이 저런 여자애한테 분이라고 한다. 그의 위치를 생각하면 해선 안 될 극존칭이나 다름없는 발언이었다.

허나, 그 역시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만약 저 나이에, 제대로 바둑조차 배우지 않은 이가 알파고를 이긴다?

아니, 이길 필요도 없다. 인생 첫 대국에서 알파고를 이길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 재능은 입증된 것이니까. 바둑기사로서 경외심이 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탁!

“하지만······ 오늘은 질 거 같네요.”

“······그렇겠지.”


두 기사는 씁쓸하게 웃으며 판을 내려다보았다. 바둑에 대해 잘 모르는 시청자들은 생각보다 팽팽해 보이는 판세에 열광 중이었다.


-생각보다 수준이 높아서 놀랐다.

-ㄹㅇ 대형문은 나름 바둑 좀 뒀다고 들었는데 연이가 바둑까지 잘 둘 줄은 몰랐네.

-나름 바둑 배웠는데 둘 다 정석하고는 거리가 멀긴 함.

-그야 당연하지 ㅋㅋㅋ 둘 다 프로 아님.

-연이는 아마 바둑 처음일 걸?


“······”


과연 그들은 이 대국이 끝날 때까지 눈치챌 수 있을까? 지금 그들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대국은 프로인 그들조차도 경외심이 들 정도의 대국이라는 것을?

실제 지금 이 방송에는 수많은 프로기사들이 몰려있었다. 채팅을 치고 있진 않았지만, 오원청과 그가 부른 이들이 실시간 라이브를 보며 간간히 그들에게 귓말로 채팅을 보내오고 있었다.


-조금 전 세이야의 수는 어떤 의미인 겁니까?

-대체 뭔가요? 저 수는?


“······자네는 알겠는가? 이전 세이야의 수를?”

“······모르겠습니다.”

“만약 자네였다면 어디에 뒀겠는가?”

“아마······ 그것보다 한 칸 밑이겠지요.”


이전 세이야의 한 수는 무척이나 애매한 한 수였다. 공격적으로 하기에도 수비적으로 하기에도 다소 이상한, 포석이라고 보기에는 대체 어떤 포석인지 알 수가 없는 그런 한 수.

얼핏 보면 버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 수지만, 알파고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당연히 무시하고 자신의 수를 둘 거라 생각했는데, 세이야의 한 수를 보고 그대로 뒤로 물러나버리고 말았다.


마치 그 수에서 어떤 것이라고 느꼈다는 듯이······

······아님 세이야라는 소녀가 알파고의 약점이라도 알아챈 건가?


탁!

“······예리하군.”

“빈 틈이 없는 한 수네요.”


알파고의 바둑은 매우 계산적이다. 현대 바둑의 덤이라는 룰까지 이용해, 집을 소모하면서도 완벽한 계산으로 승리를 굳히는 방식이 알파고의 방식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현대 바둑의 룰로 대국을 할시, 알파고의 기준으론 흑보다 백이 좀 더 유리하다고 한다. 같은 알파고로 대국을 시킬 경우 여섯 집 반이라는 덤 기준으로도 백의 승률이 흑보다 높다고 하니 말이다.


아마 그건 인공지능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학습한다고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기보와 자신과의 대결로 쌓아온 기력.

제로에서 창의적으로 공격하는 흑에 비해 상대의 수를 보고 맞춤으로 대응하는 백이 알파고에게 더 알맞은 방식일지도 모른다.


[세이야 선수 또 다시 장고에 들어갑니다.]

[아~ 감상 시간 너무 좋아요~]


그 점을 계산하면 지금 세이야의 기력은 절대 못난 게 아니다. 최소 알파고와 동급이라 평가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하지만······


[······오켕!]


“······응?”

“······뭐죠?”


세이야의 눈빛이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고민하던 눈빛은 어디로 갔는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VR 바둑알을 집어 들었다.


탁!


그 표정은 마치 처음 바둑을 두는 어린 시절의 그와도 같았다.

고민 따위는 없이, 순수하게 바둑을 즐기는 순수한 바둑 기사의 한 수가 바둑판을 벼락같이 내리쳤다.


[어······ 이건······?]


“······어?”

“이건······?”


그 한 수에 오원청 선생님의 표정이 굳었다.

나 역시 침착하게 머릿속 바둑판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얼핏 보기엔 죽는 수다. 마치 사지에 몰린 병사나 다름없는 존재다.

허나, 정교하게 짜서 포위하는 게 아니면 잡을 수가 없는 수다.


어설프게 싸서 잡아내려다간 이전에 둔 애매한 수로 인해 아슬아슬하게 활로가 열려버리고 만다. 제대로 잡아내기 위해 포위망을 펼치면 백의 집이 무너질 게 뻔했다.


“어······?”


머릿속으로 무한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저 어설프게 그지없는 흑의 한 수는 분명 곧바로 응징당해야 마땅한 수일 터.

하지만 응징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응징하려면 지불해야 할 대가가 너무나도 컸다!


“이건······”


오원청 선생님도 그걸 깨달았는지 입을 다물었다.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는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걸 보니 아무래도 그와 같은 머릿속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것 같았다.

이윽고, 시뮬레이션을 마친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화면의 대형문 역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바둑판과 옆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손이, 백돌을 쥐지 못하고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


-뭐임?

-왜 여기서 막히는데 ㅋㅋㅋ

-그냥 잡으면 되는 거 아닌가?


“······”


시청자들은 모를 것이다. 지금 저 한 수가 가진 파괴력을.

이전에 애매한 위치에 두었던 바둑을 활로 삼아, 집을 무너트리거나 영토를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저 한 수의 가치를.


수많은 바둑 기사들이 이 장면을 보고 있을 것이다.

오원청 선생님과 그는 물론, 그들 역시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조금 전 세이야가 둔 한 수.

······아니, 생각해보면 그 전에 애매하게 뒀다고 생각한 그 수.


“······신의 한 수다.”


그게 바로 그가 목도한 신의 한 수였다.

화면 속 세이야가, 백돌을 쥐지 못하는 대형문을 보더니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헤헷······!]


작가의말


허리 때문에 휴재공지 때리려다가 요즘 너무 글 쓰는 게 적어서 분량 부족해도 조금만 써서 올리자고 생각했어요.

근데 어찌저찌 쓰다 보니 1화 분량이 나오긴 하네요.


이만 누으러 가겠습니다.


이번에 홍수 피해가 심각하시던데 다들 조심하세요.



P.s - 사실 알파고가 백>>>흑인 걸 계산해서 썼는데 자세히 찾아보니 백이 압도적인 건 중국룰인 7집 반 덤을 가정할 경우라네요.

한국 룰인 6집 반 대국은 찾아볼 수가 없어서 조졌나 싶었습니다.


근데 모르니까 그냥 대충 뭉게고 넘기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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