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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병약소녀와 신님의 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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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좀써라
작품등록일 :
2020.05.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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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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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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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309.외전 - 애니메이션 (3)

DUMMY

“그래서? 뭐가 문제인뎅?”

“그러니까······”


수진 언니의 이야기는 간단했다.

수진 언니와 몇몇 메이드들이 보고를 위해 저택을 향하려는데, 두 번째 문이 열리지 않는단다. 정확히는 내 침대 밑으로 들어온 뒤, 1시간쯤 걸으면 있는 두 번째 합금문 말이다.


“뭐야?! 우리 여기 갇힌 거야?!”


당황한 표정의 하이데스가 황급히 대화에 끼어들었다.

허나, 수진 언니는 그 쪽으로는 시선을 돌리지도 않은 채 내게 말을 이었다.


“아마 문을 컨트롤하는 배터리 쪽에 문제가 생긴 거 같습니다.”

“직접 열 수는 없엉?”

“무리입니다. 합금문의 무게도 무게인데다가, 합금문이 좀 높은 곳에 있어서 하얀이도 못 열 거 같습니다.”

“음······”


하얀이가 못 열 정도면 어쩔 수 없지.

아무래도 우리는 이 방공호에 갇힌 것 같다. 아무도 갇혔다는 사실을 모르는, 지하 깊숙한 방공호에······


“아악! 이런 곳에 오는 게 아니었는데!”

“시끄러!”


옆에서 귀를 아프게 하는 녀석의 머리를 꾹꾹 눌러주었다.

그러자 녀석이 내 손을 치우며 내게 소리쳤다.


“진정할 수 있겠냐! 이런 곳에 갇혔는데!”

“그게 대체 뭐가 문제인데?”

“······뭐?”


하이데스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그에 살짝 한숨을 쉰 수진 언니가, 그제야 녀석을 바라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사실 갇혔다고 해도 큰 문제는 아닙니다. 어차피 태풍이 지나가면 마님이 아가씨를 안 찾을 리도 없고, 인터넷이 복구되면 바깥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으니깐요.”

“그, 그런가?”

“이 방공호에는 식량도, 물도 충분합니다. 게다가 전기도 꾸준히 들어오는데, 대체 걱정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


뭔가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의 하이데스.

하지만 수진 언니의 표정은 침착했다. 또한 여유로웠다.


“게다가 네게도 딱히 나쁜 일은 아닐 거야. 여기 갇힌 기간 동안은 딱히 할 일도 없을 태니.”

“······어?”

“그러네?”


생각해보니 것도 그랬다. 평소 우리 집 메이드들의 업무량에 비하면 방공호의 업무는 사실상 없는 편.

즉, 하이데스에게 있어 이 방공호 생활은 일종의 휴가나 다름없는 셈.


“뭐······ 며칠 푹 쉰다고 생각해. 혹시나 하는 게 있으니까 하얀이와 함께 아가씨 방만 잘 정리하고.”

“으음······”


분명 나쁜 일은 아니지만 뭔가 떨떠름해보였다. 분명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으론 뭔가 아닌 거 같다는 표정이랄까?

그런 하이데스를 달래듯이 수진 언니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아마 구조가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마님이 아가씨를 얼마나 아끼는데? 아마 며칠도 안 돼서 구하러 올 걸?”

“······그도 그러네.”

“인터넷만 복구되면 저택에 구조 요청도 할 수 있으니까 얌전히 태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자고. 느긋하게~”

“머······ 어쩔 수 없징.”


아무래도 지금 상황은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

민폐덩어리 서연은, 수진 언니의 지시에 따라 조용히 방공호에서 지내도록 하자.






“······심심해.”

“······너만 그런 줄 아냐?”


방공호에 들어온 지 3일째.

인터넷이 끊기니 딱히 할 것도 없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시시한 콘솔 게임으로 시간을 죽이거나 옆에서 같이 뒹굴 거리는 하이데스 녀석을 갈구는 것뿐이었다.


“심심하면 바깥이라도 산책하는 건 어떻습니까?”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하얀이가 내게 그런 제안을 했지만, 딱히 끌리진 않았다.

이유? 매우 간단했다.


“······그건 귀찮아.”


게으름이라는 건 정말이지 최고의 진정제다. 굳이 이 약한 몸을 이끌고 드넓은 방공호를 돌아다니면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건, 서연에게 있어 그리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난 차라리 바깥이라도 돌고 오련다.”

“엥?”


허나 저 녀석은 다른가 보다. 며칠 동안 여기에만 있는 게 좀이 쑤셨는지 하얀이의 제안에 곧바로 몸을 일으켜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대로 있으면 살 찔 거 같아······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여 둬야지.”

“왕······ 나는 살 좀 찌고 싶은데······”

“기만자는 닥쳐!”

“힝······”


기만자라니······ 진짜로 부러운 건데······

옛날에 시니안 녀석이 말했다. 나는 가급적 많이 먹고 많이 움직여서 살을 좀 찌워야 한다고.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누구 말마따나 사람은 살을 빼는 것보다 찌우는 게 힘들다는데!

나 같이 입이 짧은 사람은 살을 찌우는 것조차도 고통이기 마련이다. 덜 먹으면 배가 고플 뿐이지만, 더 먹기 위해서는 위장의 한계를 돌파해야 하니까.


“그럼 잘 다녀와. 나는 침대에서 뒹굴 거리면서 살이나 찌우고 있을게.”

“······정말 한 대 때려주고 싶네.”

“헤헷······!”


만약 내가 사교성이 있었다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따라나섰겠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싸들의 이야기다. 나 같은 아싸는 혼자 방에 남겨진다고 해도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말씀!


“그럼 저도 잠시 다녀와도 될까요?”

“어? 하얀이 너도 갔다 오게?”


고개를 돌리니 하얀이 녀석이 작게 손을 들고 있었다. 하얀이가 자진해서 내게서 떨어진다고 하는 건 무척이나 오랜만이었기에 조금 낯선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저 녀석 혼자 보내기엔 조금 불안하니깐요.”

“아니! 혼자 갈 수 있거든!”

“음······ 확실히 저 겜창을 혼자 내보내기엔 조금 불안하지.”

“내가 넌 줄 아냐! 혼자 갈 수 있다니깐!”


옆에서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하이데스는 가볍게 무시해주었다.

녀석의 화난 표정이 조금은 귀여웠다.


“다녀와~ 난 얌전히 침대에 누워서 뒹굴 거리고 있을게.”

“제가 없는 동안은 수진 언니가 돌봐주실 겁니다.”

“옹~”


수진 언니는 인정이지~

내 메이드들 중에서도, 나름 말이 잘 통하는 분이거든.


“올 때 하이데스 챙겨오는 거 잊지 말고.”

“알겠습니다.”

“내가 무슨 개냐! 이 망할 년아!”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와~”

“쓰읍······!”


뭔가 말하려는 하이데스 녀석을 하얀이가 억지로 질질 끌고 나갔다.

그와 동시에, 마치 회전문을 교차하듯이 메이드가 한 명 내 방으로 들어왔다.


수진 언니였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할로할로~”


수진 언니는 우리 집 메이드들 중에서도 꽤나 빼어난 미모를 지니신 분이다. 젊었을 적 예지 누나와 엇비슷한, 꽤나 글래머한 몸매에 청순한 얼굴상은 가히 일반인이라고 믿기지 않을 외모를 자랑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회계사로 활동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가지고 백수로 지내다가 서 씨 가문으로 스카우트 되었다고 들었다.

아마 꼬신 건 윤이 언니라고 했던가? 꽤나 좋은 판단이었던 거 같다.


“뭐 부탁할 게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응응~ 아니야. 간단한 건 직접 해볼게.”


어차피 방공호에 갇힌 이상 넘치는 게 시간이다. 이번 기회에 자기 할 일 정도는 스스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아가씨가 그러면 제가 할 일이 없어지는데요?”

“없어도 괜찮지 않아? 맘껏 쉬어도 돼. 쟤네들처럼.”


손가락으로 가리킨 건 창문 밖에 있는 하이데스와 하얀이.

물론 수진 언니가 볼 수 있는 각도는 아니었지만, 아마 수진 언니 정도의 짬이라면 누구를 가리키는 건지 짐작이 갈 터다.

그걸 증명하듯이, 수진 언니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 둘은 메이드로서 딱히 본받을만한 애들은 아니라······”

“······것도 그러네.”


둘을 위해 뭔가 반박을 해주고 싶었지만, 막상 생각해보니 반박할 말이 없었다. 하얀이는 어디까지나 메이드의 탈을 쓴 괴물 보디가드고, 하이데스는 말만 메이드지 그냥 식객이나 다름이 없는 녀석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킬 일이 있냐면······

······음?


“······그럼 내 지루함을 해소할만한 것을 찾아줄 수 있어?”

“흐음······ 지루함인가요?”


수진 언니가 잠시 눈을 감고 무언가를 고민한다.

이윽고,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재차 눈을 떴다.


“······아가씨?”

“왱?”

“같이 애니메이션이라도 보시겠습니까?”

“······애니?”


예상치도 못한 제안에 순간 대답이 늦고 말았다.

허나, 냉정히 생각해보면 딱히 당황할 일은 아니었다. 침대에서 뒹굴 거리기에 그다지 나쁜 제안도 아니었고.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어············ 추천할만한 거 있어?”


나는 생각보다 본 애니가 많은 편이다. 병원에 있을 적 대부분의 시간을 인방과 애니메이션에 몰두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물론, 사실 이 점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제아무리 내가 애니메이션을 많이 봤다 해도, 여태껏 나온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하다. 잘 찾아보면 내가 안 본 것 중에서도 명작은 충분히 있긴 할 거다.


다만 중요한 건, 그걸 나와 수진 언니 둘이서 ‘같이’ 즐길 수 있냐는 것이겠지.


비록 내가 전생의 삶을 버리고, 서연으로 살겠다고 각오했다고 해도, 이런 취향까지 여성향으로 바꿀 수는 없는 법이다. 반대로 수진 언니 같은 천성 여자가 내가 좋아할 법한 남성향 애니메이션을 좋아할 거 같지도 않다.


그런 둘의 교집합? 과연 그런 게 존재할까?


“저는 아가씨가 좋아하는 거라면 뭐든 좋습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며 수진 언니가 싱긋 미소 짓는다.

나는 그걸 부담된다는 듯이 살짝 웃으며 거절해주었다.


“아니······ 그런 모범적인 대답보다는 본인에게 재밌는 애니를 추천해줘. 내가 좋아할만한 것들은 대부분 봤으니까.”

“음······ 그럼······”


내 반문에 수진 언니가 잠시 DVD가 담긴 박스를 뒤진다. 몇 개 유명 영화의 케이스를 빼내더니, 몇 장의 극장판 DVD를 꺼내들었다.


“이건 어떠신가요?”

“응?”


수진 언니가 내민 건 어린 여자애들이 피겨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작품이었다.


『프리즘 아이돌』


“이건······”


아마 고전 명작 애니 중 하나로 꼽히는 애니일 것이다.

프리즘 아이돌을 기르는 학교에 다니는 소녀들이 노래를 하며 피겨스케이팅을 타는 것으로 경쟁하는, 그런 내용의 애니였던 걸로 기억한다.


대부분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두 가지 정도는 안다.


하나는 한때 트랜드 TV에서 유행했던 몇몇 노래들이 바로 여기서 나왔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한국에선 어린이용 애니로 방송되었다는 것!


“······우리가 보기엔 너무 유치하지 않아?”

“그런가요?”

“어린이용 애니잖아? 그거?”

“??”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수진 언니가 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편견입니다. 애초에 일본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아동용으로 제작되지 않습니다.”

“엥?”


리얼뤼?


“어린이용 애니라는 건 어디까지나 한국에서 붙인 등급심사물의 결과에서 나온 편견입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어린이용 애니라고 부르는 애니메이션 대부분이 일본에서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라고 합니다.”

“그, 그렇구나······”

“그래서 어릴 때 즐겁게 봤던 애니메이션의 결말이 생각보다 잔혹하다거나, 아님 검열을 당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죠. 지금 돌아보면 참······”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런 걸 보자고?! 이 나이를 먹고서?!


“그래도 이건 좀 내 감성하고 안 맞을 거 같은데, 다른 거 추천해줄 수 있어?”


나는 안다. 그 노래들을.

솔직히 말해 예전부터 트랜드 TV를 본 이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그 어린이 율동에나 나올 법한 노래를 부르며, 트리플 악셀을 뛰는 그 캐릭터들의 모습을······!


물론 이게 편견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재미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자신이 없었다. 방송에서 영상 도네이션으로 보았던 그 장면이, 애니에서 나왔을 때 웃음을 참을 자신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실례잖아! 이 애니를 추천해준 수진 언니에 대한 실례!


“흐음······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수진 언니가 대신 다른 하나의 DVD를 내민다.

조금 전에 보았던 DVD의 표지와 그리 다르지 않은 구도의 표지였다.


다만 다른 점이 딱 하나 있다면······


『킹 오브 프리즘 아이돌』


“이건······?”


분명 표지의 구도는 조금 전 DVD와 같았다. 표지에 그려진 캐릭터들은 모두 미형이었고, 그 발에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나 쓸 법한 스케이트를 신고 있었다.


조금 전 봤던 표지와 다른 점은 단 하나.


“······왜 다 남자야?”


······그려진 캐릭터가 전부 남자라는 것뿐.

······것도 다소 위험한 복장의.


“프리즘 아이돌 이후로 나온 후속작입니다.”

“······이게?”


아무리 봐도 뭔가 이상한데?

뭘 어떻게 하면 여자애들이 노래하며 피겨 스케이팅을 하는 애니가 남자들의 피겨 스케이팅으로 바뀌는 건데?


애초에 노리는 소비자층부터가 완전······

······

······같구나?!


“나름 작품 평가는 괜찮더군요.”

“······어디 평가인데?”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순간 해로운 파랑새가 떠오른 건 기분 탓일 것이다.


“트○터입니다.”

“······”


그 대답을 듣고 깨달았다. 이게 어떤 작품인지를.

그와 동시에 떠올랐다. 부녀자라는 위험천만한 단어가······


“어······ 혹시 이거 본 적 있어?”

“?? 없습니다.”

“아, 그래?”

“그냥 트○터에서 평가가 좋았던 게 떠올라서 권유해본 겁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면 다른 작품을 찾아보겠습니다.”

“음······”


그건 다행이네.

난 또 수진 언니가 뼛속부터 부녀자인 줄 알았잖아.


“그냥 이거 보자.”


딱히 나를 부녀자로 끌어들일 목적이 아니라면 됐다.

그냥 한 번 봐보도록 하자. 과연 이 끔찍한 표지의 내용물이 과연 무엇일지를.


······생각보다 재밌을지도 모르잖아?

내 예상 외로?


“어라? 괜찮으신 겁니까?”

“괜찮아. 표지를 보니까 내용물이 조금 궁금하기도 하고, 수진 언니도 보고 싶은 거 같으니까.”

“······딱히 보고 싶은 건 아니긴 한데.”

“······”


그러면서 어느새 손은 DVD를 열어 내용물을 꺼내고 있었다. 순간 표지와는 다른 캐릭터들이 다소 위험한 복장으로 서로를 안고 있는 거 같은데, 내 기분 탓이겠지?

DVD를 트니 상영 시간은 대략 1시간쯤.


“호······? 극장판이라 그런지 작화는 좋네.”

“그러네요.”


시작하자마자 거대한 달이 보였다.

그 시점이 빠르게 내려가더니, 이내 달빛을 받아 빛나는 거대한 콘서트장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앙~!]


교성이 울려 퍼진다. 이제 막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 주인공의 교성이었다.


“······”

“······”


등에 땀이 흐른다. 이제 고작 상영 시간 3분. 하이라이트나 극의 극적인 부분도 아니고, 시작부터 이런 관문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는 차마 생각지도 못했다.


[이지 두 댄스~ 이지 두 댄스~]


“이게 이거였냐!!”

“어라? 아십니까?”

“킁······!”


[달콤 허니~ 키스!!]


“왜 엉덩이에서 하트가 나오는 건데!”

“지, 진정하세요. 아가씨.”


대충 이런 느낌으로.

짧고도 강렬한 1시간이 흘렀다. 정말이지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수진 언니와의 농밀한 1시간이었다.


날뛰는 나를 진정시킬 목적으로 안은, 누운 수진 언니가 허공을 보며 나지막한 감상을 내뱉었다.


“······요즘 애니메이션은 여러모로 강렬하네요.”

“······이게 그런 말로 표현이 가능한 수준이야?”

“······”


그 내용을 두 글자로 요약하면 간단했다.

BL. 즉, Boy‘s Love. 이거면 모든 게 설명 가능했다.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이 콘서트를 보고 알몸 리액션을 펼친다거나,

남자가 남자를 보고 볼을 붉히고 교성을 지른다거나,

쿨마다 남자 캐릭터들이 여러 모로 민망한 서비스 신을 선사하는 등.


나름 실드를 치고 싶어도 칠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 어째서 그쪽에서 평이 좋은지, 왜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중간중간 나오는 노래는 생각 외로 좋았지만, 끊임없이 나오는 서비스신이 너무 부담스럽다고 해야 할까?


나로서는 개그로 받아들이면 모를까, 진지하게 보긴 힘든 작품이었다.

아마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닐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제발!


“······대체 어떻게 영화관에서 상영했데? 이런 작품을?”


속이 빈 DVD의 표지를 보며 별 생각 없이 그런 감상을 내뱉자, 옆에서 수진 언니가 그에 답해주었다.


“······그거 아십니까? 아가씨?”

“뭘?”


잠시 고개를 돌리니 수진 언니가 DVD를 하나 흔들고 있었다.

조금 전 보았던 『킹 오브 프리즘 아이돌』과 비슷한 표지였다.


그 상단에 적힌 문구는······


『킹 오브 프리즘 아이돌! 프라이드 오브 히어로!』


“······설마?”


혹시나 해서 물었다.

그러자 내 예상을 1도 벗어나지 않은 대답이 돌아왔다.


“후속작입니다. 그것도 더빙판의.”

“······”


이 작품에 후속작이 있다고? 그것도 한국어 더빙으로?!

이게 나라냐?!


“······틀어봐.”


참고로 후속작의 표지는 전작인 킹 오브 프리즘 아이돌보다 수위가 높았다.

이게 표지 사기가 아니라면, 조금 전에 본 것보다 더한 혼돈이 펼쳐지겠지.


[킹 오브 프리즘 아이돌! 프라이드 오브 히어로!]


“······꺼.”

“······알겠습니다.”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주연들의 나체쇼.

중요한 곳은 가리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눈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물론 부녀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좋아하겠지만, 최소한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니, 틀렸다.


어우씨······


“구에에에엑!!”







“······야.”


하이데스의 부름에 그 녀석은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단발이 어울리는 싸늘한 인상이, 표정으로 들켰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런······ 보셨습니까?”

“너······”


그녀의 두 눈이 떨린다.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차마 입에서 그 이상의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상태를 파악한 하이데스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두운 그림자가, 하이데스를 향해 드리워졌다.


작가의말


이게 왜 길어지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1~2화 정도만 쓰고 끝내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지네요?


능력 부족인 듯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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