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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병약소녀와 신님의 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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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좀써라
작품등록일 :
2020.05.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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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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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1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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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322.외전 - 신입 메이드 下

DUMMY

“그래도 뭐······ 결과는 뻔하겠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천연덕스럽게 얼굴에 의문을 띄우는 하얀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설명을 요구했다.

그에 난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곤 대답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번 승부는 플로리앙이 아닌 성언 아저씨가 유리한 이유를.


“아니, 애초에 지금 연이의 전속 쉐프는 성언 아저씨잖아?”

“그렇죠?”

“그렇다는 건 여태껏 성언 아저씨가 플로리앙을 상대로 이런 대결을 이겼다는 거잖아?”

“뭐어······ 그렇긴 합니다.”


수긍은 하면서도 뭔가 미묘한 표정을 띄우는 하얀이.

허나, 내겐 그 대답조차도 충분했다. 여태까지 성언 아저씨가 이 대결에서 이겼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뿐!


“그렇다는 건 성언 아저씨의 요리 실력이 플로리앙보다 뛰어나다는 거잖아! 그럼 당연히······”

“어······ 그건 아닙니다.”

“······뭐?”


하얀이가 머리를 긁적였다. 뭔가 말하기 곤란한 내막이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플로리앙 씨의 요리 실력은 가히 세계 탑급입니다. 세계 탑급 쉐프들만 모인 펜타그램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실력이시죠.”

“하, 하지만······”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언 아저씨는 펜타그램 시절 플로리앙에게 4:6 정도로 졌다고 합니다. 아마 순수 실력은 성언 아저씨보다 플로리앙 씨가 근소하게나마 위라는 것이겠죠.”

“어······?”


성언 아저씨가 졌다고?

자기 입으로?


“두 분의 주 분야가 다르긴 하지만 플로리앙 씨가 성언 아저씨에 비해 떨어진다고는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종합점수로 따지면 플로리앙 씨가 한 수 위라고 보는 게 옳을 겁니다.”

“······”


순간 입이 다물어졌다.

이유? 매우 간단하다.


“······혹시 나 때문에 꼬맹이의 전속 쉐프가 바뀌거나 하진 않겠지?”

“음······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성언 아저씨가 지면?”

“······”


奀됐다.

첫 날부터 이런 사고를 쳐버리다니······


“일단 환영음식입니다~ 레이디들~”

“가벼운 주전부리다.”


입술을 깨물며 전전긍긍 고민을 하고 있자니 눈앞으로 음식이 내려왔다.

한 쪽은 얼음 위 조개에 가지런하게 담긴 아름다운 음식이었고, 한 쪽은 대추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초록색의 전병 같은 무언가가 담겨 나왔다.


“가리비와 백합이라네.”

“매생이로 만든 튀각과 대추 말린 것이다.”

“······”


솔직한 심정으로는 벌써부터 균형이 기울었다. 얼음 위에 예쁘게 담긴 가리비 백합과 전병 같아 보이는 매생이 튀각은 생김새만으로도 그 격차가 느껴졌다.


“안에는 청매실 소스를 묻힌 송어 알이 들어있습니다 레이디. 같이 드시기를······”

“뭐, 이쪽은 편한 대로 집어먹으면 된다.”

“그럼······”


마음 같아서는 편파 판정을 하고 싶었지만, 이 비쥬얼을 보고 참는 건 무리다.

자연스럽게 젓가락을 뻗어 플로리앙 씨의 요리에 손을 댔다. 조개껍질에 깔린 송어알과 소스를 젓가락으로 들어 올려 똬리를 튼 조갯살과 함께 입에 넣었다.


“······!”


과거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싱싱한 조개는 날로 먹어도 단 맛이 난다고.

청매실 소스를 왜 넣었나 했는데,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짠맛. 단맛. 감칠맛이 진한 조개 본연의 맛과 함께 댄스를 추기 위해서는 이 정도 존재감을 가진 소스가 아니면 안 됐다.


솔직한 감상으론 이 맛을 영원히 느끼고 싶을 정도였다. 이것을 입에 넣은 뒤 저런 대추 쪼가리와 매생이를 입에 넣고 싶지 않았다.

아니, 생각을 잘못했다. 차라리 반대 순서로 먹을 걸. 그랬다면 이 행복한 느낌을 오래 가져갈 수 있었을 탠데······


“이쪽도 드셔보시죠. 냠!”


옆에 있던 하얀이가 대추 조각을 한 움큼 입에 털어 넣으며 권했다.


“······”


딱히 끌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일단 날 위해 내온 음식인 만큼 말린 대추를 몇 개 집어 입으로 옮겼다.

뭐, 그래봤자 말린 대추가 대추겠······


“······어?”


뭔데 이거?! 이게 정말 대추라고?!

눈이 번쩍 뜨였다. 고작 말린 대추라고 생각했던 녀석이, 그 내부에 상상 이상의 맛을 숨기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뒤통수를 맞고 말았다.


“설마······?”


혹시나 싶어 매생이 튀각의 일부를 뜯어냈다. 평소 매생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그것을 입에 넣고 씹었다.


우물우물······

“······맛있어.”


뭔가 시각과 미각 사이에 괴리가 생긴 느낌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의 이 위화감을 표현할 방도가 없었다.

고작 매생이 튀각에, 고작 대추를 잘라서 말린 것.

고작 그것에 불과한데, 순수 맛만 따지면 그녀가 여태 먹었던 음식들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맛있었다.


뭐, 플로리앙 씨가 내놓은 환영 음식에 비하면 조금 아쉬운 면은 있었지만······


“비겁하게 두 개의 환영 음식을 내다니!”

“아니, 이건 그냥······”

“그렇다면 나는 세 개다!!”

“······미친 새끼.”


황급히 주방으로 들어간 플로리앙 씨가 두 개의 그릇을 더 들고 나왔다.

그리고 이내. 그것이 내 앞에 놓여졌다.


“감태로 감싼 갈치 튀김과 무화과 치즈 타르트 캐비어다!”“······”


두 접시 다 굉장한 정성이 들어간 요리였다.

마치 축구장의 깔끔한 인조잔디를 연상시키는 감태로 갈치 튀김을 감싼 요리와 캐비어를 듬뿍 올린 치즈 타르트라니······


“감태로 감싼 갈치 튀김 밑에는 감태 소스가 조금 들어있다네!”

“어? 진짜다······”

“무화과 치즈 타르트 캐비어는 한 입에 넣는 걸 추천하는 바이네만, 본인 취향에 따라 캐비어와 타르트를 따로 먹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럼······”


일단 디저트 같아 보이는 타르트보다는 감태 갈치 튀김을 젓가락으로 집었다. 그대로 입에 넣기에는 조금 크기가 있기에 입으로 크게 한 입 그것을 베어 물었다.


“와······”


전에 꼬맹이가 말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이들은 채소보다 고기를 좋아하지만, 진짜 고급 요리에선 채소가 고기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처음엔 감태를 왜 둘렀나 했다. 허나, 막상 입에 넣어보니 감태의 존재감이 있어 갈치 튀김의 맛이 더욱 살아났다. 뼈나 가시가 전혀 없는 순살 갈치를 감태와 함께 베어 물자 퍼지는 감태 소스의 하모니는 가히 클래식을 떠올리는 삼중주였다.


“······미쳤다.”


그 뒤엔 무화가 치즈 타르트 캐비어를 젓가락으로 살포시 들어올렸다. 조금만 흔들려도 캐비어가 떨어질 거 같기에, 재빨리 그것을 입에 쏙! 집어넣었다.


“······!”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라고 불리는 캐비어.

과거, 내가 심심풀이로 먹었던 캐비어는 그저 덩치 큰 날치 알에 불과했다. 그 당시 비싼 돈을 들여 캐비어를 먹고 후회했던 과거가 싹 씻겨나가는 그런 농후한 맛에 그녀의 전신이 떨림으로 화답했다.


“다음 요리라네!”


어느새 주방을 다녀온 건지 플로리앙 씨의 손 위에는 새로운 접시가 놓여있었다.


“한국의 제철 나물을 이용한 메밀 빙떡이라네!”

“환영 음식으로 냈어야 할 쭈꾸미와 두릅이다. 매실 간장 소스가 밑에 깔려있으니 잘 비벼먹는 걸 추천하는 바다.”

“어······”






“······배불러.”


접시에 담긴 양이 적어서 방심했다. 각각 열 그릇이 넘는 코스. 양쪽을 합치면 20접시나 넘는 코스를 받아먹다 보니 위장에 틈이 남아나질 않았다.


“뭐, 그야 그러시겠죠.”

“······”


맞은편에 앉은 하얀이 녀석이 내 갈비찜을 물어뜯었다. 분명 녀석의 앞에도 산더미마냥 음식이 쌓여있는데, 왜 내 것까지 탐내는지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그래서 신입 레이디? 승자는 누구인가?”

“음······”


플로리앙의 질문에 여태 먹은 것들을 떠올려봤다. 플로리앙 씨와 성언 아저씨 모두 한식이 베이스긴 했지만, 미묘한 점에서 그 궤가 달랐다.

성언 아저씨가 전통적인 한식 코스요리라면, 플로리앙 씨는 약간 서양식으로 만든 한식 코스 요리랄까?


어느 쪽이 우월하다거나 못나다는 게 아니다. 양쪽 코스 모두 하나의 모자람도 없이 맛있는 요리로 구성되어 있었으니까.

다만······


“일단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전체적인 음식의 맛은 플로리앙 씨의 코스가 좀 더 나았어요.”

“호우~”

“······”

“하지만 제 입맛에 가장 맞았던 음식은 성언 아저씨의 요리였어요.”

“······”

“그런가······”


둘의 차이는 간단하다. 플로리앙 씨의 요리는 전반적으로 97점에서 99점을 오간다면, 성언 아저씨의 요리는 95점과 100점을 오가는 요리였다.

그래서 누가 이겼냐? 라고 묻는다면 내 답은 간단했다.


“솔직히 누가 이겼다고 평가할 수가 없네요. 사전에 미리 룰을 정해둘 걸 그랬어요.”


누군가는 코스 전체의 맛과 밸런스를 우선시 할 것이다.

혹은 누군가는 자신의 마음에 든 하나의 요리를 두고 평가하겠지.


미식을 많이 경험한 이라면, 이런 코스 요리를 많이 먹어본 미식가라면 자기만의 기준이 있어 이런 상황에서도 승패를 명백히 가려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초보 심사위원. 기준이라는 것도 없고, 무엇을 중시해야 하는 지도 잘 몰랐다.


그렇기에 누가 이겼다고 함부로 평가하기가 조금 그랬다. 아무것도 걸린 게 없다면 모를까, 망할 꼬맹이의 전속 쉐프 자리가 걸려있는 대결이었으니까.


“이런이런······ 무승부인가······”

“······어쩔 수 없지.”

“뭐, 근데 그건 그렇다 치고······”


두 사람을 향해 가볍게 운을 띄웠다.

코스를 대접받는 도중 궁금한 점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인가? 레이디?”

“물어볼 것이라도 있나?”

“아니, 지금 연이의 전속 쉐프는 성언 아저씨잖아요?”

“그렇지?”

“후······ 그건 잠시 그에게 맡겨둔 자리에 불과하다네. 조만간······”

“그 첫 대결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한데,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아, 그건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대답한 건 하얀이었다. 입에 있는 고기를 삼킨 뒤, 가볍게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성언 아저씨와 플로리앙 씨의 첫 대결은 아가씨가 직접 심사를 담당하셨습니다.”

“그랬었지.”

“큭······”

“······?”


플로리앙이 괴로운 듯이 머리를 붙잡는다. 아무래도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나 보다. 마치 과거 수능 당일에 큰 실수를 해서 대학 등급이 낮아진 이를 보는 느낌이었다.


“규언 아저씨는 지금처럼 전통 한식 코스를 내놓았고, 플로리앙 씨는 자신의 바리에이션을 과시하듯이 일식으로 승부를 거셨습니다.”

“일식? 초밥?”

“예. 흔히 말하는 스시 오마카세라고 보는 게 옳겠네요.”


절로 침이 삼켜진다. 스시 오마카세라니······ 초밥을 좋아하는 나였다면 곧바로 플로리앙 씨에게 한 표를 던졌을만한 코스였다.


“그래서?”

“그······ 당시 아가씨는 병원에서 나와 엄중한 관리를 받던 상태였습니다. 혹시라도 몸에 안 좋을까, 저택 전체를 살균 소독까지 했을 정도죠.”

“어······ 그래서?”

“뭐,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크윽······! 이 내가 그런 실수를 하다니······!”


슬쩍 보니 플로리앙 씨가 심장을 움켜쥐고 주저앉아 있었다.

재차 고개를 돌리니, 하얀이가 손으로 초밥 쥐는 자세를 취하며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설명했다.


“아무래도 스시라는 게 손으로 쥐지 않습니까?”

“그렇지? ······아?”


말하고 나니 뭔가 알 것 같았다.

혹시 이 녀석······?


“물론 플로리앙 씨 정도 되는 쉐프가 위생관리를 못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마님께서 맨손으로 쥐어서 만든 걸 아가씨에게 먹일 수 없다고 하셔서······”

“후······ 그건 내 일생일대의 미스테이크였지.”

“······”

“뭐, 그런 겁니다. 이른바 실격패라는 거죠.”

“야······”


내막을 들으니 어이가 없었다. 고작 저딴 이유로 세계 탑급의 쉐프가 기권패를 당했다니.


“이후 만든 걸 버릴 수 없어서 메이드들에게 평가를 맡겨봤습니다만, 거기에선 우세하게 플로리앙 씨가 승리했습니다.”

“음······”


확실히 그럴 것 같았다. 이 집 메이드들의 평균 나이를 생각해보면, 성언 아저씨의 투박한 한식 코스요리보다는 플로리앙의 섬세한 코스가 인기가 많을 수밖에.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야.”

“무슨 일이십니까?”

“넌 그거 언제 다 먹었냐?”

“네?”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하얀이 앞 접시가 깨끗하게 비워져있었다. 그 위에 남아있는 소스 자국이 아니었다면, 아마 녀석이 빈 그릇을 가져온 걸로 착각했으리라.


“계속 먹고 있지 않았습니까?”

“······나와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네.”

꿀꺽~


녀석이 무언가를 삼켰다.

아무래도 이 대화 도중에도 무언가를 열심히 씹고 있었나 보다.


“그럼 슬슬 가볼까요?”


하얀이 녀석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에 나는 급히 녀석을 향해 손을 뻗으며 외쳤다.


“잠깐······!”

“무슨 일이십니까? 표정이 심각하신데요?”


다급히 나를 걱정해주는 녀석에게, 나는 배를 진정시키며 얘기했다.


“배불러······ 좀만 쉬다 가자.”






“되게 늦게 일어나는구나? 꼬맹이?”

“네. 보통은 이렇습니다.”


간혹 꼬맹이가 이른 시간에 방송을 켜서 일찍 일어나는 줄 알았다. 허나, 오전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도 일어났다는 소식이 안 들리는 걸 보면 꼬맹이의 평소 수면패턴이 짐작이 갔다.

딱 봐도 방구석폐인의 전형적인 수면 패턴이겠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전형적인 겜창들의 생활 패턴.


“너무 오래 자는 거 같은데, 누가 안 깨워?”

“깨운다고요? 아가씨를?”


하얀이가 말도 안 된다는 시선으로 쳐다본다.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발언을 내뱉었다는 반응이었다.

그에 난 무심코 손을 저으며 변명하듯이 말했다.


“아니, 몸이 약해서 오래 자는 건 알겠는데, 한 명쯤은 지적할 법도 하잖아? 꼬맹이의 긴 수면?”


제아무리 꼬맹이가 귀엽다고 해도. 어른들의 시각이 고울 수만은 없는 법이다. 아니, 오히려 꼬맹이가 귀엽기에 건강을 걱정한다는 핑계로 일찍 일어나는 걸 재촉하는 이도 있을 터!


“그럴 리가 없죠.”

“어째서?”


그 단언이 너무나도 확고해서 무심코 되물어버렸다.

그러자 하얀이가 가볍게 저택을 둘러보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지금의 서 씨 가문은 아가씨에 의해 유지되고 있거든요.”

“뭐······?”


그게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뭐, 서 씨 가문의 기밀이라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게다가 그걸 숨기는 건 더더욱!

······하지만 그걸 추궁할 권리가 내게 있을 리 만무했다.


나는 오늘 막 이 저택에 들어온 신입 메이드.

하이데스니까.


“······그래?”

“그렇습니다.”

“그거 아쉽게 됐네.”


시선으로 강하게 하얀이를 노려봤지만 하얀이는 쓴 웃음으로 대답을 피할 뿐이었다.

그렇게 나란히 저택 복도를 걷고 있자니, 복도 맞은편에서 낯익은 메이드가 한 명 걸어왔다. 아마 이름이 수진이었나? 꼬맹이의 전속 메이드였다.


음······ 생각해보니 내가 할 말은 아닌가?


“하이~”

“안녕하세요.”

꾸벅~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지나가려는 찰나였다.


“거기 신입~”

“네? 저 말인가요?”


예상치 못한 부름에 무심코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자 수진이라는 메이드가 다가오더니, 작게 합장을 하며 내게 고개를 숙였다.


“그······ 저번엔 미안!”

“······?”


솔직히 말해 왜 사과를 받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의 과거 행적은 사과를 받을만한 일보다 사과를 해야 할 일을 더 많이 저질렀으니까.

대체 어디서 만난 거지? 학창 시절인가? 아니, 그런 것치고는 나이가 꽤 있어 보이시는데?

아님 내 방송 악질 시청자? 아, 그건 가능할 지도?


“무슨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으신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게 아닙니다.”

“아, 그래?”


이 녀석······ 사람 마음도 읽을 수 있는 건가?


“헤헷······”

“그런 게 아닙니다.”


머리를 긁적이며 웃는 수진 씨 옆으로, 가볍게 웃음을 지은 하얀이가 설명을 시작했다.


“그 어제 저택에 들어오실 때 살균 소독을 받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아무리 꼬맹이의 몸이 약해도 그건 좀 과하······”

“그게 전부 이 분 작품입니다.”

“······뭐?!”

“야! 내 작품이라니! 그럼 전부 내가 한 거 같잖아!”


수진 씨가 하얀이를 노려본다.

거기에 내가 끼어들어 슬쩍 수진 씨를 노려보았다.


“······”

“아, 아니! 내가 안 했다는 건 아닌데! 나만 한 건 아니라는 거야!”

“호오······”


그거 참 흥미로운 정보다.

······더 묻고 싶을 정도로.


“아, 그러고 보니······”


옆에서 하얀이가 뭔가 눈치 챘다는 듯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에 슬쩍 고개를 돌리자, 하얀이가 손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내게 말했다.


“오늘 묘하게 아가씨의 메이드들이 하이데스님의 조력을 거절했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어. 마치 방해꾼 취급하면서 말이지.”

“그게 사실 찔려서 그런 거라면?”

“······뭐?”


그게 대체 무슨······?


“헤헤······ 들켰나?”


수진 씨가 머리를 긁적이며 자백했다. 그걸로 모든 게 확정되었다.


“반응을 보니 맞는 거 같군요.”

“아니아니······ 잠깐만······”


분명 머리는 답을 알았다. 본인의 자백까지 받아낸 이상, 진실은 그거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가슴으론 이해가 안 됐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는 퍼펙트 우먼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외모의 보유자. 그런 이가 그런 푼수 같은 짓을 저질렀다는 게 말이 돼?! 어?!


“이건 비밀인데, 사실······”


슬쩍 얼굴을 바싹 들이붙인 수진 씨가 뭔가를 말하려는 찰나.


“야!!”

“수진이 너!!”

“헉?!”


사방팔방에서 튀어나온 메이드들이 수진 씨를 둘러싼다. 당황한 수진 씨가 도망치려고 했지만, 뒤쪽에서 튀어나온 메이드에 의해 그 몸이 붙잡히고 말았다.


“어딜 만져! 어딜 만지냐고!”

“만지길 뭘 만져! 이 썩을 기집애야!”

“혼자만 살려고 했겠다!!”

“애초에 제일 먼저 한 건 너잖아!”

“우리한테도 같이 하자고 꼬신 것도 너고!”

“그래놓고서 지는······!”

“아니······”


대체 이건 뭔 상황인데······?

혼란의 카오스와도 같은 메이드들의 다툼.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자니 옆에 있던 하얀이가 “쿡쿡······”하고 웃었다.


“뭐, 그런 겁니다.”

“그러니까······”


내가 이해한 게 맞다면······


“내가 이 집에 들어왔을 때 저 인간들이 나를 골탕 먹여서, 그게 미안해서 내게 일을 시키지 않았다······ 이거야?”


내 말이 지나가기가 무섭게 메이드들의 다툼이 멈췄다.


“헉!”

“큭!”

“드, 들켰다······”


그 시선이 내 쪽이 아닌 허공을 떠도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내 추측이 맞았나 보다.


“네. 그런 거 같네요.”


심지어 그 추측에 쐐기까지 박아주는 하얀이 녀석.


“······”

“······”

“······”

“······”


빤히 메이드들을 노려봤다. 허공을 떠돌던 그들의 시선이 천천히 내 쪽으로 향했다.


“에휴······”


미래가 어둡다. 이런 인간들이 내 선배들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뭐라고 다들 죄인마냥 그러는 건데?”


별 것도 아닌 걸로 시선을 피한다거나, 남을 업무에서 배제하려는 게 더욱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작 그런 거 때문에, 자신이 오늘 하루 내내 그 고생을 했다는 것도 믿고 싶지 않고!


“천사시다······”

“성녀시다······”

“여신이······”


찰싹!


“그건 아가씨고.”

“아, 미안······”


제3자였다면 꽁트로 웃고 넘길 장면이었지만, 지금 나는 심각했다.

이유? 그야 매우 심플하다.


“그러니까 다들 어서 일이나 좀 알려줘요. 그 녀석 눈 뜨기 전에 뭐라도 해놓게.”

“라져!”

“그럼 빨래부터 해볼래?”


꼬맹이의 메이드들에게 둘러싸여 일터로 향한다.

그러던 도중 뒤를 돌아보니, 하얀이 녀석이 내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열심히 하고 오세요. 그럼 저는······”


슬쩍 녀석이 꼬맹이의 방으로 향하려는 찰나였다.

자연스레 튀어나온 손이 녀석의 뒷덜미를 붙잡았다.


“하얀아? 너도 와야지?”

“네······? 저는······”

“네가 이 녀석 사수잖니? 그럼 너도 조금은 배워야지.”

“아, 아니······”


하얀이 녀석이 속절없이 내 쪽으로 끌려온다. 제아무리 일신의 능력이 뛰어난 괴물이라 하더라도, 메이드들의 물귀신 작전에서 도망치는 건 무리였나 보다.


“대체 내가 왜······”


가사로 침울해진 채 끌려오는 녀석을 보니, 왠지 모르게 조금 기분이 들떴다.

그 기분을 목구멍에 모은 나는, 녀석을 향해 씌익 웃으며 그 기분을 내뱉어주었다.


“어서 와 친구. 지금부터 함께 일해보자고.”


작가의말


새벽에 제대로 못 잤는데 아침부터 교육 받고 온 터라 힘드네여.

그래도 미리 많이 써둔 터라 업로드는 성공했습니다.


다음화는 일요일에 올 수 있으면 오겠습니다.

요즘 집안이 다들 바쁜 터라 못 올 거 같으면 미리 공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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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문피아에서 진행 중인 공모전 기간까지 연재 실패 22.05.03 251 0 -
공지 감기 + 고열 + 몸살 = 코로롱? +7 22.03.21 199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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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팬아트가 하나 더 들어왔습니다. +8 21.01.31 1,399 0 -
공지 팬아트를 주웠습니다. +15 20.12.07 1,417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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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글이 안 올라오는 변명(댓글에 적어놓음.) +101 20.08.15 887 0 -
공지 어제,오늘 글을 못 올린 이유 +6 20.07.16 334 0 -
공지 새벽 업로드는 이제 없을 거 같습니다. +1 20.06.14 484 0 -
공지 이 작품은 작가의 교양을 없애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6 20.05.23 5,329 0 -
337 337.청산 +6 23.01.28 89 4 15쪽
336 336.외전 - 시청자 조사. +8 23.01.22 143 11 21쪽
335 335.공약 +5 23.01.19 131 9 19쪽
334 334.시나리오 퀘스트 +5 23.01.16 139 9 13쪽
333 333.외전 - 크리스마스 +8 23.01.09 186 8 22쪽
332 332.지도 +4 22.12.30 195 8 18쪽
331 331.고유 스킬 +5 22.12.29 150 6 17쪽
330 330.선원 모집. +3 22.12.28 147 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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