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병약소녀와 신님의 스트리밍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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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좀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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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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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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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외전 - 트리위키 上

DUMMY

그것은 SKY TV가 세워지기 얼마 전.

밤잠을 설친 내가 남몰래 방송을 켰을 때의 이야기.




“아······”


······간만에 잠을 설쳤다. 서랍 위 시계를 보니 현재 시각 3시. 다시 눈을 감아보았지만, 왜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대로라면 눈을 뜬 채로 밤을 셀 거 같기에 침대 밑으로 몸을 내렸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다가, 결국 컴퓨터 앞으로 몸을 옮겼다.

혹시라도 누가 지켜보나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린 뒤, 컴퓨터의 전원을 꾸욱!


-??

-뭐임? 이 시간에?


“할로할로······”


-진짜 연이네?

-세이야가 아니야?

-캠 좀만 올려봐. 얼굴 안 보여.


“일부러 그런 거양······ 쉐끼양······”


참고로 세이야 프로그램은 OFF. 설정이 귀찮아서 안 켰다.

캠은 얼굴 밑으로, 잠옷만 보일 각오로 내려놓은 상태였다. 흔히들 말하는 듀라한 모드랄까?


-안 자고 뭐함?

-이 시간에 무슨 일임?


시청자들의 질문에 가볍게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후아암~ 가볍게 하품을 해준 뒤 말이다.


“잠을 설쳤당······ 그래서 방송 켰다앙······”


-ㅋㅋㅋㅋ

-다시 자려는데 잠이 안 와서 방송 켰나보네.

-왠지 목소리가 늘어지더라 ㅋㅋ

-졸린 목소리 ㅈㄴ 커엽네 ㅋㅋ

-ㄹㅇ ㅋㅋ


“······”


뭐랄까······ 이런 상황에서도 귀여워가 도배되는 채팅창을 보니 조금 기분이 묘했다. 평소에는 잘 어필하지 않지만, 14살 질풍노도의 사춘기씩이나 되어서 어린애 취급 받는 건 빈말로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은 새벽. 시청자도 거의 없는 방송.

그 묘한 짜증을 풀 듯이, 나는 채팅창을 향해 가볍게 짜증을 부려보았다.


“······그러니까 빨리 할 거 추천해랑. 할 거 없으면 방종하고 자러 감.”


-헉?!

-잠깐······!


갑자기 확 줄어드는 채팅.

아무래도 내 방종만큼은 절실히 막고 싶나 보다. 그런 의지가 느껴지는 채팅창이었다.


“빨리 가져오는 게 좋을 거야······ 서연의 몸은 너희들 생각보다 졸음에 약하다고?”


-헉?

-일단 리오히 한 판 어떰?

-새벽 리오히 좋지!


“······그 놈의 또오히.”


이제 리오히는 질렸다. 자체 패널티를 지고 게임하는 것도 정도껏이어야지, 여차하면 봉인 풀고 승리해버리면 되는 게임에서 무슨 재미를 느낄 수 있겠냐고······


-서바워는 어떰?

-오랜만에 크루세이더 판타지 하자!

-이번에 새로 나온 게임 있는데 해보쉴?


“어떻게 나오는 게 전부 게임뿐이냐······”


아무리 내가 리오히 스트리머로 시작했다고 해도 그렇지.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

나만 그렇게 생각해? 응?


“이런 새벽에 게임은 좀 그래. 게임 말고 다른 것 좀 추천해봐.”


-게임 말고 다른 거?

-어······ 노래방이라도 허쉴?


“이런 새벽에 게임이 좀 그런데, 노래는 괜찮겠냥?”


-그건 그러네.

-ㅎㅎ ㅈㅅ ㅋ


내가 게임을 안 하려는 이유가 뭔데?

게임을 하다가 텐션이 오르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기 마련이고, 그럼 큰 소리가 날 태니까.

방음시설이 나름 잘 되어있다고 해도 큰 소리가 나면 메이드들이 올 지도 모르고, 그랬다가는 억지로 침대에 눕혀질 태니까!


“요는 시끄럽지 않게 할 수 있는 컨텐츠 좀 추천해봐. 나도 이런 애매한 상태로 억지로 침대에 눕혀지긴 싫으니까.”


-어······

-그럼 간단한 토크 같은 게 좋긴 한데······

-런닝타임 맞춰서 같이 애니 보는 건 어떰?

-애니를 볼 바에야 심야 공포영화가 낫지 ㅋㅋ

-오? 공포영화 같이 보쉴?

-그러고 보니 연이 공포게임이나 영화 보는 건 좋아한다고 하지 않음?


“오······”


공포영화라······!

그거 참 나쁘지 않지!


탁!


좋은 제안을 해준 대가로 나는 카메라에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주었다. 이른바 산을 표현하는 수화였다.


“엿이나 먹어라 쉐끼들앙. 이런 새벽에, 혼자 있는데 공포 영화? 미쳤냥?”


아마 그랬다가는 며칠간 잠도 못 잘 거다. 공포영화를 즐기는 것도 안 무서운 환경에서 어느 정도 눈을 가리면서 보는 거지,. 이런 새벽에 혼자서 봤다가는 울면서 어머니 방까지 뛰어갈 걸?

아니, 복도가 무서워서 못 나가려나? 하얀이를 방으로 호출하는 게 빠를지도?


-아니······

-아무리 그래도 빠큐는 좀······

-포상 오히려 좋앙.


“내가 공포게임이나 영화를 보는 건 낮의 이야기당! 6시 이후로 언급하면 다 벤이야! 벤!”


-우와······ 폭군······

-다음엔 6시 전에 제안하고 만다.


“그러지 말고 좀 평범한 것 좀 추천해봐······ 이러다 진짜 아무것도 못하고 방송 끄겠당······”


우리 집은 일정 시간마다 메이드들이 순찰을 돈다. 이런 의미 없는 토크만 하다가는 걸리면 곧바로 방송이 꺼질 확률이 높았다.


-으음······

-이쯤 되면 갑자기 컨텐츠 추천해달라고 한 연이가 나쁜 게 아닐까?

-ㄹㅇ 그게 맞다.

-동감한다.

-귀엽다고 이렇게 막 나가도 되는 거야?

-이제 얼굴 믿고 방송 막 하냐!

-사죄의 코스프레 방송 가야 한다고 생각함.


“이 쉐끼들이?!”


모처럼 메이드들 몰래 새벽 방송을 켜줬는데, 감히 이런 식으로 나를 배신해?!


“승냥이 같은 것드링 감히 나를 추궁해?! 새벽 방송은 여기까지다! 나는 가서 코~ 잘 거양!”


-안 돼!!

-가지 마!!


모 우주 황제와 같은 대사를 내뱉으며 방송 종료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그 순간······!


-트리위키에서 서연이나 세이야 항목 읽어보기 어떰?


“······오?”


예상치도 못한 컨텐츠 제의에 마우스를 움직이던 손이 멈췄다.

그 직후 내가 한 일은, 인터넷 주소창에 트리위키를 검색하는 것이었다.





트리위키.

속칭 씹덕위키.


세간에서 붙인 유명한 수식어는 『믿고 거르는』 사이트.

객관성이라고는 1도 없는 사관들의 주관들로 집필된 사이트로, 회사업무는 물론 대학 조별 과제에서도 채용하지 않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렇게만 들으면 장점이라고는 1도 없는 이상한 사이트로 보이지만, 그래도 트리위키에는 트리위키 나름의 엄청난 장점이 존재한다.

그 장점을 요약하면 두 가지.


하나는 객관적이지 못한 만큼 읽는 재미는 더더욱 쏠쏠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집필하는 사관들의 성향상 수상할 정도로 서브컬쳐계 항목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 서연은 그 서브컬처계의 일각인 인방의 간판과도 같은 몸.


-자~ 들어가자~

-들어가즈아~


“나름 기대가 되네. 트리위키에 내가 어떻게 적혀있을지······”


그렇다 보니 기대가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었다. 과연 트리위키에 나는 어떻게 적혀 있을까? 제대로 갱신은 되고 있을까?

재빨리 트리위키 검색창에 서연을 검색해보았다. ㅅㅓㅇㅕㄴ······


<해당 결과가 없습니다.>


“어라······?”


-없는뎁쇼?

-뭐징?


뭐지? 내가 잘못 검색한 건가?

아님 엄마가 손을 써서 기록을 지워버렸나?


아니, 내가 듣기로 기록을 지운 건 6년 전의 이야기다. 요즘도 내 사생활에 영향이 갈만한 자료들은 지우고 있다고 들었지만, 이런 트리위키 같은 기록물까지 지울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내가 트리위키에 적히지도 못할 정도로 듣보잡이었나?


-우리 연이 듣보야 ㅠㅠ?

-그럼 서연 말고 세이야나 보는 건 어떰?

-어? 서연말고 세이야로 검색해보셈.

-세이야(인터넷 방송인) 항목 ㄱㄱ


“엥?”


황급히 키보드를 두드렸다. 사람들이 알려준 대로 검색하자, 낯익은 세이야의 정면샷이 나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세이야』

「아이디 : LDSY」

「본명 : 비밀*」

「생년월일 : 비밀*」

「출생지 : 서울특별시(로 추정된다.)」

「나이 : 14세(8세)」

「학력 : 중퇴.」

「가족사항 : 1남 2녀 중 2녀.(막내)」

「종교 : ??」

「퍼스널 컬러 : 하얀색(#FFFFFF)」

「소속 : 없음*」

「플랫폼 현황 : ‘펼치기’」

「관련 링크 : 트랜드 TV , 아메리카 TV , 연튜브 , 연튜브 풀채널 , 팬카페」



“오······?”


내 생각보다도 정리가 잘 되어있었다. 뭔가 좀 이상한 부분도 있었지만······ 아니, 잠깐만?!


“왜 8살이 아니라 14살에 취소선이 그어진 건뎅?!”


-ㅋㅋㅋㅋㅋㅋ

-그야 14살인 척하는 8살이니까.


“씹······!”


잘 보니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비밀 옆 *에 마우스를 대면 나오는 [서연. 하지만 그 누구도 서연이라고 부르는 걸 본 적이 없다.]라던가, 생년월일 옆 *에 마우스를 대면 나오는 [사실 몇 년생인지는 모두가 안다. 생일 역시 한 스토커의 집념으로 아는 이는 안다. 하지만 작성시 문서가 삭제될 수 있으므로 작성을 금함.]이라던가!


-프로필만 봐도 어질어질하다. 그죠?

-어이! 연사장! 빨리 다음으로 넘겨!


“쓰읍······!”


절로 침이 삼켜졌다. 아직 1번 문단도 아닌 프로필만 봤을 뿐인데, 머리가 조금 어질어질했다.

하지만 고작 이런 걸로 진행하던 컨텐츠를 멈출 수는 없는 노릇.


“후우······”


가볍게 한숨을 내쉬어 자신을 달랬다. 그런 뒤 스크롤을 내렸다.

목차와 프로필 밑으로 보이는 1번 항목.



『1.소개』

------------------------


【할로할로~】


대한민국의 –천사이자, 소악마이자, 귀여움을 겸비한- 종합 게임 스트리머다. 前 트랜드 TV. 現 아메리카 TV에서 방송 중인 방송인.

느슨해진 트랜드 TV 여캠 라인에 긴장감을 부른 장본인으로, 병약 미소녀를 현실로 구현한 말도 안 되는 [개사기] 미모가 특징이다.


······는 옛날 이야기.

어느 순간부터 본인을 모델로 만든 캐릭터, 세이야를 사용한 버츄얼 스트리머로 전직해 많은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샀다. 세이야 정도 되는 캐릭터면 보통 외모가 업그레이드여야 하지만, 워낙 원판의 외모가 미쳤기 때문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다운 그레이트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아니, 절대적이다.


하지만 세이야의 제작 퀄리티가 워낙 뛰어나고, 세이야가 서연을 모델로 만들어진 만큼 옛날부터 연이의 방송을 본 이들은 세이야로부터 연이의 모습을 추측하며 방송을 즐기는 중.[부럽다!]


데뷔 나이 8살. 방송 6년차인 현재도 14살에 불과한 어린 베테랑 방송인.



“끄아아앙!!”


부끄럽다! 대체 어떤 녀석이 이딴 글을 작성한 거야?!

느슨해진 트랜드 TV에 긴장감을 부른 장본인? 병약 미소녀를 현실로 구현한 개사기 미모?


태클을 걸 부분이 한두 부분이 아니다. 전자는 애초에 거짓말이고, 후자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운 글이니까.

이거 적으면서 안 부끄러워?! 보는 나도 이렇게 부끄러운데?!


-ㅋㅋㅋㅋㅋㅋㅋ

-그야말로 팩트 그 자체인데?

-킹리위키 신뢰도 급 상승.

-오늘부터 킹리위키 맹신합니다.

-다음 업무 자료는 킹리위키에서 조사한다 ㅋㅋ


“셔럽 더 마우스!”


채팅창을 닥치게 한 뒤 황급히 스크롤을 내렸다.

차마 저 부끄러운 글을 내 의지로 계속 보고 싶진 않았거든!



『2.방송 컨텐츠』

--------------------


주 컨텐츠는 게임. 그 중에서도 리오히.

외모만 보면 혜지만 할 거 같은 병약 미소녀지만, 그 실체는 리오히 랭킹 1위이자 승률 100% -라는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기록-를 자랑하는 괴물.


코앞에서 사용하는 즉발 스킬조차 피해버리는 피지컬.

현역 프로게이머 피셜 최상급이라고 평가받는 뇌지컬.

필요에 따라 상대를 피해 절묘하게 라인을 미는 운영.

던지는 도박수마다 기가 막히게 성공하는 운빨.


그 앞커조차 우연히 성사된 미드빵 한 번 이긴 걸 평생의 자랑으로 삼을 정도며*[당시 연이는 몸 상태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고 한다. 거기에 대회장에 마련된 키보드가 연이가 사용하기엔 키압이 너무 쌔 키보드가 제대로 눌리질 않았다는 말이 있다.] 온갖 트롤들이 전승 기록을 깨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성공한 사례가 아직까지도 “없다.”


이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몇 개 있는데, 중국 2군들이 연이의 불패신화를 깨려고 저격을 시도했으나 개같이 실패한 것. 또 다른 일화로는 그 유명한 대리기사 하이데스가 랭킹 1위 탈환을 위해 연이를 저격했지만, 오히려 역관광(!)당한 것 등등.


사실 가만히 내버려둬도 깨질 일이 없는 신화지만, 관종들의 저격이 워낙 심해지자 몇 년 전 라이엇에서 이와 관련된 특단의 조치를 하나 취했다. 말도 안 되는 방식[저격,고의트롤,강제서렌 등]으로 연이 계정의 불패신화를 깰 경우, 해당 경기를 판독해 죄질이 나쁜 자들은 모든 서버에서의 롤 계정 삭제 및 10000년 정지. 거기에 평생 게임사 관련 대회 출전 금지 및 추가의 제재조치가 가해질 수 있다는 공지였다.*[게임사가, 그것도 해외의 게임사가 고작 개인의 승패 때문에 이런 공지를 띄운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 정도로 현재 연이의 리오히 불패신화는 팀운좆망겜이라는 소리를 듣는 리오히에게 있어 “실력으로 이길 수 있는 게임”을 의미하는 상징과도 같은 계정이기도 하다.]


근데 놀랍게도 연이 계정에는 1패가 존재하긴 한다. 사용자 게임 설정까지 기록을 확장할 경우 전적에 단 1패가 찍혀있는데, 그게 바로 강하선과의 합방 당시 강하선에게 진 전적이다.*[앞커와의 미드빵 및 강하선과의 미드빵은 게임이 끝날 때까지 게임한 게 아니기 때문에 승패에 기록이 되지 않았다.] 즉, 연이 본계정에 패배를 안겨준 건 강하선이 유일하며, 그마저도 연이의 코스프레를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일념이 만든 강제 서렌에 의한 1패다.




-기억난다.

-재밌었지 ㅋㅋ


“후우······”


지금도 생각하면 억울하다.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날의 일.

그 1패······ 그것도 아군에 의한 강제 서렌!!




그 외에도 다양한 게임을 하긴 하지만 대부분 끝은 그리 좋지 못한 편이다.

서바WAR, 서바R, 크루세이더 판타지 등등. 나름 메이저한 게임도 많이 건들긴 하지만, 워낙 게임 재능이 출중한 탓인지 평범한 플레이가 되질 않는다.(!) 단기간에 히든 엔딩을 보거나 숨겨진 컨텐츠를 발견하는 편이 일반적.


문제가 있다면 그 끝이 대부분 유기 엔딩이라는 것이다. 워낙에 기분파라 그런지 한 번 흐름이 끊긴 게임은 어지간하면 다시 잡지는 않는 것 같다.*[다만 게임을 즐기는 유저 입장에서 연이의 존재는 꽤나 고마운 편인 게, 슬슬 사람들이 관심이 떨어질 때쯤 들어와 히든 엔딩이나 숨겨진 컨텐츠를 발견해놓곤, 제대로 즐기지도 않은 채 그것을 유기해버리는 것이다. 그로 인해 해당 게임에 돌아온 사람들도 많고, 그 게임을 하던 스트리머들의 컨텐츠가 풍족해지니 결과적으로 게임에는 실보다 득이 많다고 한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게임 외에 컨텐츠는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캠방을 한다면 게임“따위는” 금방 밀릴 게 뻔하지만, 병실에서 자라온 연이는 인싸력이 부족한 관계로 별 다른 컨텐츠 없이 지속적인 토크가 힘들다고 한다. 게다가 세이야로 데뷔한 요즘은 캠방 자체를 기대하기도 힘든 게 사실.


다른 스트리머와의 합방도 메인 컨텐츠 중 하나. 다만, 어디까지나 우연에 의한 합방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언제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요즘 들어서 비중이 좀 늘었다.


과거 자신을 저격했던 대리기사 하이데스와의 캐미가 생각보다 인기가 많다. 시청자들은 “에이~ 지지야~지지~”라는 반응이지만, 게임과 현실을 오가며 공수가 바뀌는 둘의 조합이 시너지가 꽤 괜찮다는 반응이다.


일부 드래곤 소울 시청자들이 바라는 모바일 게임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


[공포게임이 매우 맛집이다.]


[생각보다 노래 방송이 개꿀잼이다. (링크첨부)]



“야!! 이건 지워랑!!”


-헉! 들킴 ㄷㄷ

-ㅌㅌ!


하마터면 못 보고 지나칠 뻔했다. 왠지 빈 공간이 있어서 마우스를 대봤는데, 이런 함정을 숨겨놨을 줄이야······!

게다가······


“이건 또 뭔데?”


마지막 줄에 첨부된 링크를 클릭해보았다. 그러자 일부 공개로 설정된 우튜브 영상이 틀어졌다.

익숙한 배경. 익숙한 BGM. 이건······?


[스떼리~ 스까이 퍼레이도~]

“이 영상은 뭔데?! 이 나쁜 쉐끼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 이걸 들켰네 ㅋㅋㅋ


아마 내가 하이데스를 돈으로 샀을 때였던가? 술에 취한 채 마이크를 쥐고 무대를 휩쓸던 내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내 방송에서 틀면 그대로 벤을 먹여주는 그 영상!

사이트의 보안을 피해 영상을 찍기 위함인지, 아님 그냥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건지.

영상은 흔히 말하는 멍청도식 캡쳐로 촬영되었다. 모니터에 영상을 틀어놓고, 그것을 외부에서 카메라로 찍는 그 방식 말이다.


“아니, 잠깐만······?”


생각해보니 트리위키는 모두가 함께 써가는 사이트.

그렇다면······?


“······이거, 내가 지우면 그만 아니냐?”


나 역시 현직 위키러로서 지울 자격이 있는 게 아닐까?

그것도 당사자 본인인데?!


-어어?

-잠깐만요?

-당장 손 떼!!


“어림도 없지!!”


빠르게 문서 옆 수정 버튼을 눌렀다. 그러면서 채팅창을 향해 승리 선언을 내뱉었다.


“시시한 트리위키쇼는 전면 금지한다! 이제부터 내 맘에 들지 않은 내용은 전부 삭제해주겠다!!”


-OH NO~!

-아, 앙대!!


“꺄하하하하핫!!”


페이지가 넘어가며, 내용을 수정하기 위해 키보드에 두 손을 올린 순간.


<해당 문서는 가입 후 15일이 지난 회원만 편집이 가능합니다.>


“······어?”


뭐······ 라고······?

통한의 제재에 내 눈이 부들부들 떨렸다. 간신히 시선을 돌려 채팅창을 보니, 그곳에서는 이미 나를 비웃는 채팅이 올라오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또 편집권한 있는 아이디 있는 줄 알았잖아 ㅋㅋ

-ㄹㅇ ㅋㅋ

-반달러 하나 컽!!

-컽!!

-역사는 남겨야 한다!

-빨리 누가 영상 보존해!


“앙대!!!!”


아쉽게도 내 위대한 계획은 시작도 전에 막히고 말았다.

······계정이란 드높은 벽에 말이다.


“흐규흐규······ 이럴 순 없엉······”


어째서 나는 트리위키의 존재를 이제야 알았단 말인가······!

진작 알았다면 미리 계정을 파뒀을 것을······!


-어이! 연씨! 지랄말고 다음 항목이나 봐.

-ㄹㅇ 트리위키 개꿀잼이네.

-왜 난 이런 걸 이제 알았을까.

-인생 절반 손해봤네 ㅋㅋ


“뿌에엥······!”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조용히 뒤로가기를 누르는 것뿐이었다.

지워지지 않은 채 보관될 거 같은 흑역사 링크를 보니, 아주 조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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