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병약소녀와 신님의 스트리밍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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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좀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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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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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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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9.테이블 토크.

DUMMY

오랜만이네.

녀석과 현실에서 만나는 건······


쪼오옥······!


녀석과 한강에서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리며, 나는 빨대를 통해 초코 셰이크를 흡입했다. 그 때는 정말 예상치 못했는데······ 이 녀석이 이 정도로 클 거라고는······

아니, 생각해보면 조짐은 보이긴 했다. 그야 나는 리오히 위주로만 챙겨봐서 관심이 없었지만, 녀석의 우튜브 및 트랜드TV는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찍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포텐셜이 결국 어느 특이점을 거치며 단번에 폭발해버린 거겠지. 마치 핵융합 반응같이.


-6500원입니다.

“여기요.”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멀리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슬쩍 고개를 그쪽으로 돌려보니, 계산을 마친 깔끔한 옷차림의 여성이 내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을 최대한 절제하며 손을 흔들었다.

인사는 상대가 먼저였다.


“어이, 서연.”


나는 곧바로 그에 응수해주었다.


“강하선. 어서오고.”


내가 앉은 테이블로 다가온 강하선이 맞은편에 그 몸을 앉혔다. 푹신한 쇼파에 몸을 앉히고는 테이블 위로 상체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싱긋 웃으며 물었다.


“아침부터 왜 이렇게 죽상이야?”

“하······”


대본에 맞춰 ‘하선단이 꼴받게 하잖아?’라고 대답하려는 순간,


탁!

“············선님?”


······뺨을 붙잡혔다.

······어라?


“연아······ 우리 귀여운 연아······”

“저, 저기요?!”


제, 제가 귀여운 건 맞는데······ 대체 뭘 하시려는 거죠?

그래도 손가락에 힘을 주지 않았기에 뺨이 아프거나 하진 않았다. 혹시 오랜만에 만난 내 뺨의 감촉이라도 즐기려는 건가? 내가 좀 귀엽긴 하지. 하고 방심하고 있자니······


꾸욱······!

“하, 하선님?!”


······붙잡은 손가락에 점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강하선의 표정이 매섭게 변했다!


“꺄아앙!!”


뺨에서 전달되는 무지막지한 고통! 그 덕에 조금 전까지만 활짝 펴있던 인상이 자연스럽게 죽상으로 변했다. 대, 대체 왜 이러세요?! 하선님?! 설마 대본에 맞추려고 죽상으로 만드려는 건 아니죠?!

내 뺨이 잡힌 이유. 그 답은 금방 밝혀졌다.


“······생방송 중에 저질렀겠다!”

“꺄아아앙! 아파영! 나저영! 사려저영!”

“덕택에 그거 수습하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제성해여제성해여제성해여제성해여사려주세여너무아파요사려저여!!”

“나라고 해도 당황했다고! 그런 예고도 없는 난입은!”


힘차게 비명을 지르는 연약한 피부. 눈에서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앙! 너무 아파요! 이제는 좀 놔줘요!

대뇌가 빠른 판단을 내렸다. 빨리 도게자 하고 빌라고. 얼마 전, 방송에 느닷없이 난입해 방송에 찬물을 끼얹은 것에 대해 곧바로 사과하라고!!

엎드려라! 당장 바닥에 엎드려!! 마이 바디!!

죽고 싶지 않으면······!


[이성의 서연 : 지금 상태로는 무리임.]

[감정의 서연 : 뺨을 잡힌 시점에서 뭘 하는 거 자체가 불가능함.]


아아!! 이 쓰레기 같은 몸! 고작 그런 것도 안 된단 말이야?!

뺨을 제압당한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는 고작 하나뿐.


“꺄아아아앙! 안대여시러여하지마세여!”

“······”

“꺄아아아아앙!!”


나는 있는 힘껏 비명을 질렀다. 주변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음에도 강하선의 손가락은 내 뺨을 놔주지 않았다. 이제 그만 봐주세염!! 저는 병자예요! 비록 퇴원을 하긴 했지만, 아직 몸에 병이 가득한 환자로고요!

진짜로 뺨에 불이 날 거 같아! 누나! 나 죽어!! 이러다 나 진짜 죽는다고!!

살려줘! 하얀아!!


“······자업자득입니다.”

“이 배신자아아아아아아!!”


나는 하얀이에게 버림받았다. 그 이후 내 뺨은 강하선에게 한없이 유린당했다.


“우우······”

“······그래서?”


결국 내 뺨이 해방기를 맞이한 것은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시간으로 치면 대략 35초쯤 되는 짧은 시간. 허나, 내게는 그 35초가 일제강점기 35년보다도 더 길게 느껴졌다. 진짜로.


쪼오옥······!

“······급히 할 얘기가 뭔데?”

“그, 그러니까······”


하얀이가 서빙해온 음료를 강하선이 쪼오옥 빨며 나를 노려보았다. 과거보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차마 이전처럼 덤비기가 쉽지 않았다. 이게 연륜의 짬밥인가? 아님 글로벌 대기업으로서의 위엄 때문에 그런가?

슬쩍 옆으로 시선을 돌리며, 달아오른 뺨을 긁으며 나는 조심스레 본론을 꺼냈다.


“그······ 제가············”

“······”

“그러니까······”

“······대회에서 버스를 태워줄 태니까, 서바이벌 WAR R의 기기를 달라?”

“헉?!”


어떻게 알았지?! 혹시 관심법인가?! 글로벌 대기업은 관심법도 쓸 수 있는 거야?!

마음을 읽혔다는 사실에 당황한 뇌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사고의 회전을 멈추고, 강하선을 빤히 바라보는 것으로 자신의 일을 대신했다. 이 무능한 새끼! 패닉하지 말고 자신의 일을 하란 말이다!


[서연의 대뇌 : 너도 쟤한테 뺨 붙잡혔을 때 아무 것도 못했잖아.]


그 땐 넌 아무것도 안 했잖아!


[서연의 대뇌 : 빠르게 도게자하라고 했음.]


아, 그랬지.

······아니, 잠깐?! 못하는 거였잖아!

자꾸 그런 쓸모없는 제안 할래? 쿨마다 당분도 꾸준히 공급해주고 있는데?


[서연의 대뇌 : 내 제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


뭐 이 새끼야?!


[서연의 대뇌 : 님 신체 스펙이 쓰레기인 게 문제임.]


팩트폭력 하지마라! 이 나쁜 새끼야!

이 쓰레기 같은 새끼를 굴리기 위해 내가 당분을 보급해야 한다니. 갑자기 자괴감 들고 괴로워지네.

그런 식으로 뇌와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자니, 강하선 녀석이 쪼오옥! 음료를 빨며 내게 물었다.


“뭐······ 내 대답은 이미 알고 있지?”

“거절······이야?”

“물론!”

“······”


뭐······ 대충 예상은 되긴 했어. 어제 그런 발표를 하긴 했으니까.

어제, 내가 강하선의 방송에 난입한 이후의 일이다. 강하선 녀석은 나를 그저 아는 동생이라면서 시청자들에게 나를 소개했고, 이후 싸늘해진 채팅방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조마간 공정하게 기기를 뿌릴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는 발표를 마쳤다. 진짜 공정하게 뿌릴 태니까 기대해도 좋다는 내용의 발표를.

그 말을 듣는 순간 확신했다. 저 녀석은 이미 기기를 뿌릴 방법을 준비했다는 걸. 당장 발표를 안 하는 건 더 좋은 타이밍을 재기 위해서일 뿐. 이미 뿌릴 방법은 완벽히 정해졌다는 걸.


“근데······”


잠시 나를 빤히 바라본 강하선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걸 왜 나한테 부탁하는 건데? 어머니한테 말하면 되지 않아? 고작 200만원, 서 씨 가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금액이잖아?”

“어············ 남들에게 얘기하기는 힘든 그런 사정이 있어서······”


남들에게 어떻게 말하겠냐고. 부모님과 싸우고 가출해서 지원이 빡빡해졌다는 걸.


“······어머님하고 싸웠구먼.”

“풉?!”


진짜 관심법인가?! 대체 어떻게 알아차린 거야?!

나는 무심코 내뱉은 초코 셰이크를 냅킨으로 닦았다. 이후 강하선 녀석을 빤히 응시.


알지? 난 지금 그 기기를 구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그러니 빨리 내놔!


이 불쌍하고 가난한 소녀에게!


“뭐, 그렇다고 해서 딱히 너에게 줄 생각은 없어.”


······단호하네. 단호박인 줄 알았어.

아니, 이런 아재개그나 할 때가 아니지.


“······그럼 나한테 달라고는 안 할게.”

쪼오옥!


내 절실한 말에도 조용히 눈을 감고 음료를 흡입하는 강하선.

과거와는 다른, 마치 여왕과도 같은 모습으로 냉랭하게 음료를 흡입한 녀석이 관심 없다는 시선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그 시선을 똑바로 마주보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 뿌릴 건지만 알려줘.”

“흠············”


무관심이라는 눈동자 속에서 피어나는 관심의 불꽃.

나는 그 불꽃에 장작을 집어넣듯이 힘껏 소리쳤다.


“남들하고 공정히 경쟁해서 따낼게! 그 방법만 알려줘!”

“큭······”


그 말을 연료로, 눈동자 속의 불꽃이 화르륵 타오르기 시작했다. 흥미롭다는 시선과 함께 손가락이 까딱이기 시작했다.

인방계의 여왕이 거만한 표정으로 나를 비웃기 시작했다.


“알려준다고 해서 별 의미는 없을 탠데?”

“그건 상관없어. 알려줘.”

“뭐······ 좋아. 우리 사이가 그 정도도 못해줄 관계는 아니지.”

“굿!”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강하선이 스마트폰을 꺼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잠금 화면을 해제. 이후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화면을 터치했다.

화면의 빛이 내 쪽으로 향했다. 내 망막에 세련된 포스터가 비춰졌다.



【강하선배 서바이벌 WAR 대회 개최!】



“이건······?”


설마······?

나는 손가락으로 스크롤을 내렸다. 그러자 가장 밑에 보이는 해당 대회의 상금.



【1위 : 서바이벌 WAR R 기기 + 10만원. + 서바이벌 WAR R 대회에 강하선 팀으로 의무 참가.】



“큭······”

“어때? 자신 있어?”

“크큭······”

“바쁜 와중에도 나름 네 방송은 꼬박꼬박 챙겨봤다고? 근데 너 서바이벌 WAR는 해본 적 없잖아?”

“크크크큭············”


2위부터 10위까지의 상금은 고작 10만원. 이건 말 그대로 그거네. 1위에게 기기를 주기 위한 대회.

확실히······ 이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 서바이벌 WAR의 고수라면 서바이벌 WAR R에서도 어느 정도 그 숙련도를 보일 터. 그렇다면 최강의 서바이벌 WAR 고수를 영입해서 버스를 태워달라는 게 가장 안전하긴 해.


큭······ 크큭······ 그게 맞지. 매우 정상적인 방법이야.

······나만 없었다면 말이지!


[이성의 서연 : 와······ 이걸 날먹한다고?]

[감정의 서연 : 당신의 양심, 어디에 흘리진 않으셨습니까?]


응? 뭔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서연은 매우 착한 어린이라고요? 얌전하고, 말도 잘 듣고, 양심적인 어린이!


나쁜 건 이런 저를 모함하려는 당신들이 아닐까요?


[이성의 서연 : 지랄도 참.]


녀석의 비웃음에도 나는 그저 웃었다. 설마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이야. 아니, 그야 다소 예상은 했지만, 설마 진짜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흘러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설마 신이 날 보살펴주는 건가? 서바이벌 WAR R을 하라고!


[이성의 서연 : 놉!]


그냥 해본 소리니까 대답 안 해도 돼.

이 시발련아.


“흐음······? 꽤나 자신이 있나보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강하선이 내게 물었다.

나는 그 미소를 받은 뒤 더욱 의미심장한 미소로 돌려주었다.


“정말 이대로 할 거야? 이 대회에서 1위만 하면 돼?”

“물론! 그 숱한 경쟁률을 뚫고 우승만 해봐! 그럼 얼마든지 넘겨줄게.”

“크큭······ 그래? 그렇단 말이지······”


녀석의 의문에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에 녀석이 시크하게 나를 내려다보았듯, 나 역시 녀석에게 똑같은 미소를 돌려주었다.


고맙다. 강하선!

기기는 잘 받아가마!


작가의말


오늘은 글이 잘 안 써졌지만 그래도 억지로라도 써서 올렸습니다.


다들 주말에는 푹 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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