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으로 반복되는 이세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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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onpoker
작품등록일 :
2020.05.26 20:22
최근연재일 :
2021.02.0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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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3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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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약혼(8)

DUMMY

“오랜만에 보는군, 공의 소유자여.”

“······.”


안내받은 곳은 원탁의 회의장. 자리의 중앙에 서 있는 누군가가 인사했다.

방은 밝았다. 지나치게 밝아서 눈이 부셨다.


“첫 번째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조금 늦게 온다는군.”

“그럼 나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몇 년 뒤에 와도 돼?”

“흠.”


옆에서 세 번째라고 불리는 놈이 기침했다. 어쩌라고.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예정의 집행자들, 마녀도 있었다.


“그래서, 왜 불렀는데.”

“자네에게 더 강력하게 제안하고 싶어서지.”

“제안?”

“예정에 정식으로 합류해주게.”

“거절, 끝. 간다.”

“야, 이 새꺄!”


자리에서 일어나며 남자가 소리쳤다.


“보자 보자 하니까, 네가 뭐라도 된 거 같아?!”

“두 번째.”

“닥쳐, 할 말은 해야지! 대답해봐, 어?!”

“당연히 내가 뭐라도 되는 거 아닌가?”

“······뭐?”

“내가 뭐라도 되니까 이런 자리까지 불린 거잖아? 나를 못 가게 막고 있는 네 행동부터가 증거 아냐?”

“이 새끼가······”

“봐, 화만 내면서 할 수 있는 건 없지. 오히려 내가 물어보고 싶은데? 넌 네가 뭐라도 되는 거 같아?”

“!”

“오늘 처음 얘기하는 거 같지만, 개인적인 평가로는······ 그냥 힘 조금 생겼다고 나대는 거로만 보여. 아, 그 힘도 네 힘 아니지?”

“~~~!”

“화나면 어쩔 건데? 내가 필요해서······ 아니, 나가면 곤란해서 손댈 수도 없는 주제에. 아, 그리고 아까부터 노려보시는 놈들아? 너희도 표출하지 못하는 분노를 참을 바에야 그냥 닥치고 연기하는 게 어떨까? 내가 진짜 나가기라도 하면 곤란하지 않아?”


순간적으로 회의실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하지만 전혀 문제는 없었다. 조금의 떨림도, 무서움도 느껴지지 않는다.

역시, 이놈들은 남의 힘을 가졌을 뿐이다.


“그만하게.”

“제안이 그거면 보수도 준비했겠지?”

“우리의 예정을 알려주겠네.”

“안 궁금해.”

“그렇다면 일단 보기만 하게. 선택은 그 후에 해도 괜찮다.”

“야! 우리가 왜 저런 놈한테 다 보여줘야 하는데!”

“두 번째.”

“보여주고, 합류하지 않으면? 그걸 가지고 제국에 가면 어쩔 건데!”

“예정은 다가오고 있고, 이 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믿는 수밖에 없다.”

“방금 저놈 말하는 거 못 들었어? 우리를 얕보고 있다니까!”

“출발하지. 집행자들은 이 자리에서 기다리게.”


누군가가 회의실을 나갔고, 나는 마녀의 고개가 끄덕이는 걸 보고 따라갔다.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죠?”


갑자기 말투가 변하네.


“그걸로 협박이라도 하게? 뻔한데.”

“편찮으신 분은 없으신가요?”

“없어.”

“아쉽군요, 대부분의 일원을 그렇게 얻어왔기에.”

“아픈 곳을 치유하는 마력이라도 있냐?”


이놈들이 빛을 섬기는 게 맞다면.


“네, 있습니다.”


그렇겠지.


“그리고 예정대로 흘러간다면 그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듯이 제안했죠. 확신은 없지만.”

“속였다는 거네?”

“부정할 수는 없군요. 하지만 저는 믿고 있습니다. 예정은 저희를 구원해줄 것이라고. 어둠을 몰아내고, 악을 물리치면······ 저희의 검은 옷이, 깨끗한 백색이 될 때, 반드시······”

“······.”


진리도 그렇고 이놈들도 그렇고, 진짜 빛을 믿고 있는 게 맞을까.

그렇다기엔 직접 만난 적도 없는 거 같고, 진리는 출처를 모르는 석판이 전부였다.

그런 석판에 목숨을 걸 정도의 신뢰랑 사명을 얻었다고?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뭔가 걸린다. 그리고 진리의 석판을 발견했을 때 내가 느꼈던 그 반응은······


“여기입니다.”


아무런 문도, 불도 빛도 없는 복도 끝에 도착한 누군가가 오른팔을 내밀었다.

손등에 있는 문신이 빛났고, 복도 끝이 천천히 양옆으로 갈라져 길을 만들었다.

이제 이런 거도 많이 봐서 질린다.


“들어가시죠. 이 앞에, 저희가 그토록 염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열린 길은 횃불들이 길을 밝혀줬다.


“당신은 이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뭐?”

“뺏고, 뺏기고, 죽고, 죽이고, 같은 인간들끼리 이런 짓을 하다니, 이 어찌 의미 없는 짓입니까.”

“전쟁이 일어나던 시대는 지났어.”

“같습니다. 휴전일 뿐이지 언제나 죽이고 뺏을 생각만 가득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같은 나라의 국민끼리 죽이고 뺏고 있습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걸까. 그리고 여왕은 언제든지 왕국을 먹을 수 있으면서 기다리는 건데.


“바꾸고 싶지 않습니까? 이 썩은 세상을.”

“싫어, 난 지금 시대가 편해. 나한테 힘이 있고, 힘만 있으면 뭐든지 가능하니까.”

“그 이기적인 생각 때문에 수많은 생명이 죽습니다.”


대체 이런 놈들은 왜 언제나 하는 말이 같을까.


“그게 나랑 뭔 상관인데?”

“······저희 또한 예정의 사전작업으로 많은 목숨을 없애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반성하고, 그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을 겁니다.”

“네, 네, 그러시든가 말든가.”


순간 누군가의 몸이 움찔했다.


“설령 저희가 저질렀다고는 하나,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비꼬지 마십시오.......”

“소수의 희생 없이 못 사는 다수가 가치 있을까, 다수를 위해 희생한 소수가 가치 있을까?”

“생명의 가치는 누구나 같습니다!”

“그래? 난 생명 자체만 따졌을 때 가치 따위 없다고 생각하거든. 생각해봐,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데 가치가 있을까? 아, 사라지는 가치라면 있겠네.”

“무슨 헛소리를······!”

“왜 그래, 내가 생각하는 거랑 네가 생각하는 게 다를 뿐이야. 그리고 서로 그렇게 생각하는 이상 설득은 의미가 없어.”

“······.”

“어때? 지금이라도 날 데려온 걸 후회하지 않아?”

“······아뇨, 기쁩니다. 당신은 곧 본인의 생각을 후회하고, 부끄러워할 테니까요.”

“그럼 난 네가 당황하는 표정이나 볼게.”


복도 끝까지 걸어왔고, 다시 오른팔을 뻗었다. 이럴 거면 왜 두 개나 만든 거야.

문신이 아까보다 더 빛나고, 문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새로운 방이 보였다.


“아아······ 언제 봐도 아름다운 빛이군요.....!”

“······.”


눈을 감았다. 감았는데도 따갑고, 뜨겁다. 눈 쪽에 마력을 집중시키니 조금 나아졌다.

천천히 눈을 떴고, 좁은 방을 채우고 있는 빛이 보였다.

그 빛을 만들고 있는 건······ 석판.


“저 석판은 뭐야.”

“빛께서 자신의 말씀을 남기신 석판입니다. 모두가 이것을 보고 빛을, 예정을 섬기기 시작했죠. 당신도 어서······”


이젠 숨길 생각도 없네.


“나가, 죽기 싫으면.”

“네! 부디 천천히 빛의 숭고함을 느껴주시길.”


누군가가 멀어져갔다.


“······.”


연구소 놈들이 억지로 세뇌하려 할 때랑 비슷한 감각이다. 영혼이 거부한다.

그리고······ 진리의 석판을 얻었을 때랑도 비슷하다. 빛은 안 났지만, 영혼이 거부하는 느낌은 있었다.


“이런 방식이면 보통 인간들은 자각도 못 하고 빠져들겠지. 진리도 같은 경우라고 생각하면 다 설명이 돼.”


다른 근거로, 이 석판에 뭐가 적혀있는지는 몰라도, 일부가 없다.

진리가 있던 곳에서 얻은 석판. 그 석판의 크기랑 비슷하게 없다.

당연히 내용까지 맞추는 귀찮은 짓을 할 생각은 없다.

내가 본 건 공이랑 무의 마력에 대한 부분. 위험한 마력이나 방치해서는 안 되고, 가능하다면 최대한 이용해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충분히 정보를 얻었다. 이제―


“······.”


몸을 옆으로 움직였고, 노란색 창이 스쳐 지나갔다.

창은 벽에 닿더니 노란 입자가 되어 흩어졌다.


“네가 여기 왜 있지?”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나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 진리의 리더한테 말했다.


“나도 묻고 싶은데. 그리고 그 옷도.”


검은색의 로브, 장갑.


“그러고 보니, 첫 번째 예정의 집행자가 안 왔다고 했지? 맞냐?”

“······맞다면 어쩔 거지.”

“어쩌긴 뭘 어째. 네가 예정에 있든 빛을 섬기든 내 알 바 아닌데.”

“그럼 다행이군. 그보다, 설마 네가······ 공, 아니면 무의 소유자인가?”

“공.”

“······하, 흐흐흐하하하하하하!”


고개를 젖히고 웃는 진리의 리더 주위에는 노란색의 입자가 모여 만들어진 여러 개의 창이 떠 있다.

그리고 시선이 나한테로 향했을 때, 등 뒤에서 노란 날개처럼 보이는 게 생겨났다.


“유감이군! 이 세계에서 나는 빛을 섬기지, 그런데 공은 어둠의 마력...... 완전히 반대야. 그리고 이 세계에서만큼은, 내가 너보다 강하다!”


여러 개의 창이 동시에 여러 방향에서 날아왔고, 나는 일단 피하기만을 반복했다.

저건 아무리 봐도 빛의 마력. 그 여자가 알려준 대로라면 지금 내 마력으로는 저걸 받아들일 수 없다.

해봤자 위력을 줄이는 거뿐. 지금 상황에서는 할 필요가 없는 행동이다.


“야, 있냐?”

“있습니다.”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여기서 싸우는 게 좋을까, 아니면 도망치는 게 좋을까?”

“선택을 남에게 맡기다니, 당신답지 않군요.”

“어느 쪽이든 상관없거든. 할 거면 서로가 원하는 방향이 좋잖아? 너랑은 계속 볼 거 같은데.”

“알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훈련에는 싸우는 게 좋겠죠. 하지만 당신은 이미 어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건 계기뿐. 그리고 그 계기는 이 싸움에서 얻을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승패를 떠나서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 안 싸우는 걸로? 방법은? 보내줄 거 같진 않은데.”

“간단하죠.”


날아오는 노란색 창이 터졌고,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 누구지?”

“농락의 마신. 당신들이 어둠이라 부르는 존재의 부하입니다.”

“! 좋은 날이군, 악을 둘이나 없앨 수 있다니!”


한순간에 생긴, 벽을 가릴 정도의 창들이 날아왔다.


“후.”


여자가 입으로 바람을 조금 불었고, 그 창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무, 뭔······”

“이게 어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무한한 힘이자 개념입니다. 저는 아직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지만요. 어쨌든, 빛에 눈이 먼 자여―”


여자 주위에 검은색 입자가 생겨났고, 그 입자들은 모여서 창이 되었다.


“―농락당할 시간입니다.”


검은색 날개가 펼쳐지면서 목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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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최강의 결심(1) 21.01.14 78 1 12쪽
233 빛의 꿈 10부(종막) 시작 21.01.13 87 1 14쪽
232 합의라는 이름의 협박(4) 9부 끝 21.01.12 74 1 11쪽
231 합의라는 이름의 협박(3) 21.01.11 71 1 11쪽
230 합의라는 이름의 협박(2) 21.01.10 78 1 12쪽
229 합의라는 이름의 협박(1) 21.01.09 74 1 12쪽
228 두 번째 인생(7) 21.01.08 6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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