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으로 반복되는 이세계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sonpoker
작품등록일 :
2020.05.26 20:22
최근연재일 :
2021.02.05 00:03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53,276
추천수 :
959
글자수 :
1,370,772

작성
20.10.18 01:03
조회
71
추천
2
글자
11쪽

부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1)

DUMMY

“후우!”


남자는 돌아와서 와인을 열어 잔에 따랐다.


“좋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지?”


주위의 경호원들에게 물었다. 대부분이 긍정적인 대답이었다.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때, 한 경호원의 말이 남자의 손을 멈췄다.


“뭐가.”

“너무 우호적입니다.”

“내가 잘 연기한 거 아니겠어?”

“아뇨. 상대 또한 여러 나라에 손을 뻗고 있는 집안의 장녀입니다. 첫 만남에 보여준 모습을 본모습이라고는 믿지 않겠죠.”

“그래서, 원래라면 서로 알아가야 할 상황인데, 너무 우호적이라서 의심스럽다? 꽃뱀일까 봐?”

“······.”

“그거야말로 무리지. 네가 말한 대로 그녀는 대단한 집안의 장녀야. 그런 짓 했다가 조금이라도 의문이 생기면 끝이라고. 부족한 거 없는데 뭐 좋자고 그런 도박을 해?”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들어가들 있어.”


경호원들이 허리를 숙이고 방을 나갔다.


“······.”


남자는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방금 경호원이 한 말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 경호원에 대한 의심은 줄어들었다.

경호원의 의문은 자신도 한 번은 생각했던 의문. 그리고 다른 경호원들도 생각했을 아주 쉬운 문제.

그걸 유일하게 말해준 게 그 경호원이다.

개인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 경호원을 더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 새로 들어왔다는 이유로 경계했던 것을 조금이지만 누그러뜨렸다.


“하......”


괜찮은 사람을 만났다는 기쁨, 고작 이런 일로 의심을 풀어도 될지 모를 불안감. 그리고 개인적인 불쾌함이 섞인 애매한 감정으로, 남자는 와인을 들이켰다.

······그 경호원이 아이들일 가능성은 조금도 생각하지 못하고.






“후아!”


불편한 옷을 다 바닥에 던진 수희가 침대에 뛰어들었다.


“아가씨.”


그 옷들을 주우며 가정부가 말했다.


“왜요?”

“오늘 만남. 설마······”


가정부는 수희가 너무 노골적으로 남자에게 다가가려 한다는 걸 눈치챘다.

수희의 성격상 첫인상을 바로 믿을 리는 없으니,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네, 이용하다가 버릴 거예요.”

“······굳이 그러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 이게 가장 좋은 방법 아니에요?”


첫 만남 때 부정적인 대답을 한다면 그 사실은 다른 집안에까지 흘러간다. 그러면 기본적인 평판이 낮아진다.

거절하는 것 자체는 문제없지만, 고작 한 번 만나보고 거절한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수희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음 약속까지 잡아놨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만남이기에 시간도 낼 수 있다고 한다.

원래라면 그런 만남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거절해야 하지만, 상대의 본심을 모른다면 거절 후 보복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일단 제 걸로 만든 다음에, 보복할 수도 없게 확실히 버리려고요. 이러면 되잖아요? 우리 집안은 피해 볼 걱정 없이.”

“들키면 그대로 끝입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그게 제 알 바에요?”

“!”


수희는 웃고 있었다. 원래라면 흐뭇해야 할 웃음이지만, 가정부는 그 웃음을 보고 누군가가 떠올랐다.

자신이 암살자를 그만두게 한 근본적 원인, 아이들의 리더. 그와 싸웠을 때 보인 희미하고 기분 나쁜 웃음.


“아가씨······?”

“? 네?”


수희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닙니다. ······그 계획에 대해서는, 아버님께는 비밀로 하겠습니다. 부디 조심하시길.”

“네~. 아, 맞다. 초콜릿 만들 줄 아세요?”

“네? 갑자기 무슨······ 디저트라면 만들 수 있습니다만.”

“그럼 저 좀 알려주세요.”

“······.”


가정부는 조심히 수희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열은 없으신데······”

“절 평소에 뭐로 보셨어요?”

“크흠. 기본이라면 가능합니다만, 이유가 뭐죠?”

“굳이 알아야 해요?”

“책만 보고 만드실 생각이라면.”

“치. ······그 사람 주려고요.”


거짓말을 할까 생각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았으므로 진심을 말했다.


“아이들의 리더 말입니까?”

“네.”

“······.”

“안 알려주시면, 저 혼자 연습하다가 다쳐도 몰라요?”

“자해로 협박하지 마십시오. ······그걸로 괜찮습니까?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아가씨 나이에는 그저 호기심을 호감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제가 정해요. 그리고요, 그 사람이랑 제가 가까워지면 좋은 거 아니에요? 우리 집안 엄청 커질 텐데.”

“······아버님께는 비밀로 하겠습니다. 제발 조심해주십시오.”

“네. ······고마워요.”

“······.”

‘어머님, 이미 한 번 잘못된 제가 아가씨의 선택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아가씨를 위한 일인지도 확실하게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만약 이게 잘못된 길이라도 저는 아가씨를 돕겠습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의 리더와는 다시 만나야겠지만요.’






“꽤 좋게 흘러간 모양인데? 긍정적인가 봐.”

“그녀가 거절할 이유는 없지, 손해밖에 없는데.”

“문제는, 지나치게 우호적이라는 거고.”

“그녀가 그놈을 어떻게 하든 내 알 바 아냐.”

“오케이. 어쨌든 계속 주시하고 있을게.”

“무리하진 말고.”

“네, 네. ······연구소가 어딘지 알면, 어떡할 거야?”

“부숴야지. 왜, 뭐 필요한 거 있어?”

“자료는 조금? 그때 못 챙겨서 지금 실험 못 하는 게 많거든. 뭐, 대부분이 일상에서 쓰이는 거라 우리한텐 쓸모없긴 한데.”

“실험하니까 말인데, 그건 어떻게 되가?”

“음······ 아직 안전성이 조금. 아니, 꽤.”

“그냥 한 번 해보고 안 되면 그때 생각하는 게 어때?”

“안 돼.”

“어차피 나 죽어도 몇 개 더 있잖아.”

“안~ 돼!”

“······네, 네. 근데, 진짜 필요할 때가 오면 그땐 어쩔 수 없어.”

“다른 세계에서 뭔 일 있어?”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뭔 일 터질 거 같아. 그때 이 몸으로 얼마나 버틸지도 모르겠고.”

“······알았어. 그땐 해볼게.”

“미안. 원래라면 그 둘이 도와―”

“말하지 마.”

“······그래, 이건 듣기 싫겠지.”

“내가 아니라 네가······! 아냐.”

“?”

“됐어, 가.”


뭘 말하고 싶었던 거지?

그 둘에 대해서라면 딱히 아무 생각도 없다. 또 혼자 마음대로 착각하고 있는 건가?

나랑은 상관없지. 자기나 하자.






“······.”


눈을 뜬 나는 몇 분 더 누워있다가 일어났다. 피곤하지는 않지만, 피곤해질 걸 알기에 쉽게 못 일어났다.

기사가 되기 위해 대회에 신청했고, 다른 학생들과 평소 이상으로 대화했다.

물론 그중에는 좋지 못한 시선도 느꼈다.

당연한 일이다. 사회에서도 갑자기 들어온 신입이 모든 걸 다하고 있으면 선배들은 기분이 애매해진다.

1학년이 대회출전을 신청하는 것도 그렇고, 기사에게 유일하게 인정받았으니 자연스러운 시선이다.

옆자리의 그녀가 왜 대회 같은 데에 안 나오는지 최근에 이해했다.


“? 이제 일어났나?”


여관의 로비로 나오니 물을 마시고 있는 레이가 보였다.


“네......”

“?”


최근 들어 레이가 뭔가 이상하다.

처음에는 나만 대회에 신청해서 자신이 학원에 있는 것에 회의감이 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학원에서는 잘 지내고 있다. 친구도 있는 것 같고.

근데 나와 둘만 있거나, 아니면 혼자 가만히 있을 때 분위기가 달라진다.

무언가를 걱정하는 것처럼.


“저······”

“걱정거리라도 있나?”

“······그, 전에 그 편지, 기억하세요?”

“아, 그래. 기억한다만.”

“그 주인······이 저한테 왔었어요.”

“?”

“다른 반이고, 알려지기 싫어하는 것 같아서 학원 끝나면 만나고 있어요.”

“그래서 대회에 신청하지 않은 건가?”

“네......”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제지?”


교제가 어렵다거나, 그런 이유라기엔 너무······


“이상해요, 그 애······”

“뭐?”

“분위기도 그렇고, 말투도 그렇고······ 평소에는 안 그러는 거 같은데, 저만 보면······”

“!”


레이에게 다가가 떨리는 어깨를 잡았다.


“괜찮나? 진정하게.”

“계속, 계속······ 언제는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리는 거 같고, 마치 그때 그 목소리처럼······”


눈이 초점을 잃었고, 어깨가 떨린다. 하지만 이 이상 강하게 잡으면 뼈가······


“뭔 일 있어요?”

“~~~!”

“! 아, 자넨가.”


그가 계단 위에서 내려왔고, 그 순간 레이의 떨림이 가라앉았다.


“?”

“하아..... 하아...... 죄송합니다...... 이제, 괜찮아요.”


타이밍이 맞았을 뿐인가.


“어, 어어.”


조심히 손을 뗐다. 레이가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반복했다.


“아무 일도 아니네. 자네는 오늘도 안 올 건가?”

“갈 이유가 없어요. 여왕님도 그러라고 했고.”

“하하...... 알겠네.”


그는 말없이 여관을 나갔다. 오늘은 어디를 가는 걸까.

뭐, 세세한 부분까지 알려줄 의무는 없지. 저번 소수민족 때처럼 중요한 일이면 알려줄 거고.

학원까지 시간도 남았고, 나는 레이에게 공부를 배우고 있었다.

원래도 이해가 어려웠는데, 대회 때문에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으니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

성적에 관심은 없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다.


“안녕하세요.”

“왕!”


그렇게 몇 분이 흘러 겨우 필기 내용의 한 페이지를 이해했을 때, 위에서 수희가 개를 안고 내려왔다.


“오늘은 좀 늦었군.”

“네, 일이 좀. 아, 그 사람 어디 갔는지 아세요?”

“그 말인가? 몇 분쯤 전에 나갔다만.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네.”

“감사합니다. 자, 찾으러 가자.”

“앙!”


개가 내려와서 바닥에 얼굴을 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녕히 계세요.”


그렇게 수희는 여관을 나갔다.

······아직 어색한 사이 아니었나?


“저희, 뭐 잘못했나요?”

“글쎄.”

“저희가 뭐 잘못했거나, 그 애한테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거 같은데요.”


남 연애사에 끼어들 여유 있으면 본인부터 하는 게 어떠냐고 하고 싶지만, 방금의 반응이 떠올라서 못 말했다.


“우리는 우선 공부부터 하지.”

“하아...... 저도 둘처럼 처음부터 던전이나 갈 걸 그랬어요. 그럴 용기도 없었지만......”

“늦은 일 신경 쓰지 말고, 여기 부분이나 알려주게. 여기서 왜 이 마법이······”


학원에 가기 전까지 그나마 괜찮아졌지만, 가끔 보이는 표정은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꿈으로 반복되는 이세계 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6 혼잣말(完) +1 21.02.05 224 1 11쪽
255 종막(11) 21.02.04 131 2 11쪽
254 종막(10) 21.02.03 69 1 13쪽
253 종막(9) 21.02.02 68 1 11쪽
252 종막(8) 21.02.01 66 1 16쪽
251 종막(7) 21.01.31 83 1 11쪽
250 종막(6) 21.01.30 66 1 11쪽
249 종막(5) 21.01.29 85 1 13쪽
248 종막(4) 21.01.28 71 1 11쪽
247 종막(3) 21.01.27 72 1 11쪽
246 종막(2) 21.01.26 103 1 11쪽
245 종막(1) 21.01.25 76 1 11쪽
244 흔한 아이들의 일 처리 21.01.24 78 1 13쪽
243 선전포고(5) 21.01.23 81 1 11쪽
242 선전포고(4) 21.01.22 99 1 11쪽
241 선전포고(3) 21.01.21 71 1 11쪽
240 선전포고(2) +2 21.01.20 113 2 11쪽
239 선전포고(1) 21.01.19 77 1 12쪽
238 최강의 결심(5) 21.01.18 72 1 11쪽
237 최강의 결심(4) 21.01.17 75 1 11쪽
236 최강의 결심(3) 21.01.16 77 1 11쪽
235 최강의 결심(2) 21.01.15 69 1 12쪽
234 최강의 결심(1) 21.01.14 78 1 12쪽
233 빛의 꿈 10부(종막) 시작 21.01.13 87 1 14쪽
232 합의라는 이름의 협박(4) 9부 끝 21.01.12 74 1 11쪽
231 합의라는 이름의 협박(3) 21.01.11 71 1 11쪽
230 합의라는 이름의 협박(2) 21.01.10 78 1 12쪽
229 합의라는 이름의 협박(1) 21.01.09 74 1 12쪽
228 두 번째 인생(7) 21.01.08 69 1 12쪽
227 두 번째 인생(6) 21.01.07 81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