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으로 반복되는 이세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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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onpoker
작품등록일 :
2020.05.26 20:22
최근연재일 :
2021.02.0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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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0,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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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9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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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무릎 꿇기 여행(2)

DUMMY

“안 돼! 안 된다고!”

“아니야, 가능해! 조금만 시간을 들여서 해보자.”

“그 애 눈 못 봤어? 인간이 아니라고! 그런 애를 아들로 생각해서 뭐 어쩌자는 거야!”

“······.”

“······미안. 하지만 잘 생각해봐, 그 애는 아니야. 굳이 이럴 필요 없잖아. 당신은 애를 못 낳아, 그럼 우리는 애 없이 살면 돼. 아무 문제 없다고.”

“싫어......”

“뭐?”

“애를 갖고 싶다는 이유뿐만이 아니야. 내가, 내가 그 애의 곁에 있어 주고 싶어.”

“!”

“확실히 인간이랑은 뇌의 구조 자체가 달랐고, 감정이 없는 건 분명했어. 하지만 왜인지 몰라도 욕구는 있잖아.”

“그게 다―”

“그래, 그게 재미 하나에 다 이어지는 게 조금 위험하긴 해도······ 그 애도 사람이야! 제대로, 제대로 마음도 있다고.”

“그래서 뭐. 그런 이유로, 몇 명을 죽였을지 모를 놈을 받아들이겠다고?”

“어.”

“연구소 내에서 괴짜 취급받으면서? 그 애 하나 때문에?”

“어.”

“야, 너······”

“이해하지 못하면 빠져줘, 나 혼자 할 테니까. 괜찮아, 이걸로 당신이 싫어지는 건 아니야. 당연한 반응이니까.”

“······만약, 그놈이 영혼을 다룰 수 있게 돼서, 우리를 죽이려 하면?”

“그땐 도망쳐줘.”

“뭔 소리야...... 그럼 넌!”

“쉿.”

“왜······ 왜 그 애한테 그렇게까지 하려는 건데.”

“······글쎄~. 나도 몰라. 어쩌면 정말, 개인적인 욕심일지도 모르지.”




잠에서 깼다. 오랜만에 옛날 꿈이었네.

어디, 오늘 실험은······?

눈이 안 떠진다. 입을 열려고 해도 안 열리고, 몸도 안 움직인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연구원들이 나를 가뒀나? 왜? 그 애 때문에?

이런 짓을 했다간, 적합자가 화낼 거고, 그럼 그 애가······

잠깐. ······어?

나, 나나나······ 죽었었지?

그 애한테, 죽었잖아.

연구소는 날아가기 직전이었으니, 시체도 안 남았을 텐데.


“하아아아...... 돌겠네, 진짜!”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각은 제대로 작동하네.


“뭐가 문제지? 생명 반응 다 돌아왔고, 영혼도 몸에 맞췄는데······ 왜, 왜!”


적합자의 목소리다. 창녀의 딸로, 부수입을 목적으로 태어나, 결국엔 연구소에 팔린 애.

보통은 데이터만 남겨주고 죽는 것에 비해, 이 애는 적합자의 소질이 상당히 높았다.

어릴 때의 괴력이라 하기엔 부자연스러운 힘과 신체 능력. 유전이라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영혼 수치로만 따지면 그 애랑 비슷했으니, 연구소가 내버려 둘 리 없다.

위험성이 높았던 실험들이 강행됐다.

스트레스가 영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몰랐지만, 그때 연구소는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진전이 너무 없었기에, 스트레스로 영혼이 폭발해도 그 데이터를 얻을 수 있으니 좋다고 판단했다.

결과, 이 애의 마음은 완전히 무너졌고, 그 애랑 같이 연구소를 폭파 및 몰살했지만.


“역시 영혼에 직접적인 자극을, 하지만 그러다 망가지면······”


뭐가 그렇게 고민인 걸까.

그보다, 이 상황은 뭐지? 나는 왜 살아있는 거고, 여기는 어디야?

이 애는 왜 여기서······ 침착하게 생각해보자.

우선 나는 죽었어, 그건 확실해. 하지만 지금 살아있어, 이것도 확실해.

그럼 내 의식과 기억을 복제한 거라든가······ 날 살리려는 건가?

지금 상태에서 복구된 게 의식이랑 기억, 청각 정도고?

그것만 돼도 살아가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이 애가 이렇게까지 화낼 이유가 없다.

그렇다는 건 아직 일상생활이 안 된다는 거다.

이 의식과 기억, 청각의 유지를 영원히 지속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는 소리다.

그럼 늘 보던 그 원형 통에 내가 들어가 있고, 내 몸에는 여러 전극이 달려있겠네? 그걸 떼면 죽는 거고.

애초에 어떻게 가능한지도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 기다려볼까.

둘한테는, 못 해준 말도 많으니까.







“뭐라고요?”


다른 세계로 오고 바로, 갑자기 아저씨랑 그녀가 찾아왔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이야기를 좀 들어주게.’다.


“넌 왜 따라온 거고, 아저씨는 오늘부터 왕국 갈 거 아니었어요?”

“금방 끝나는 이야기고, 부족하다면 다른 세계에서 하면 되네.”

“저는, 일단 중개인?”

“······뭔 얘긴데요.”

“저번에 내가 부탁했던 의뢰. 뭔가 찾아낸 건 있나?”


그 얘긴가.


“아뇨, 아직은 딱히.”

“실은······ 후우......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죽은 자가 살아나는 방법이 있다면, 믿겠나?”

“들어봐야죠.”

“그런가. 방법은 모른다만······ 만났네.”

“누구를요?”

“자네에게 의뢰한 그 시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을.”

“······.”


최근에 좌표가 앞쪽 좌표던데, 아저씨를 바로 찾은 건가. 너무 빠른데?

운의 요소를 무시하고 생각하면, 서로의 영혼이 끌어당겨서 쉽게 찾은 건가.

하지만 그게 되려면······ 죽기 직전에 같이 있기라도 했나? 뭐, 그거까진 알 바 아니지.


“나도, 나도 안 믿기네. 다른 세계에서 하는 말이지만, 죽은 사람이 살아날 리가······!”

“······.”

“이사장님······”

“미안하네......”


아저씨한테서 많이 볼 수 없었던 표정이 보였다.

절망에 찬 표정. 의문, 의심을 넘어, 공포에 질린 표정.

아무런 주름도 없었고, 일그러진 표정도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더 재밌다.

자신이 마주한 사실을 의심하고, 무서워하고, 불신하고, 그 모든 거에 절망하는······ 전형적인 인간이 무너지기 직전의 모습이다.

아저씨는 조금 다른 반응이지 않을까 했는데, 그건 아니다.

나쁘진 않다. 이런 의미로 빗나가는 예상은 재밌다.

생각보다 빨리 만나서 아쉬웠는데, 이러면 빨리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슬슬 말해볼까.


“아저씨.”

“어, 어어.”

“뒤쪽의 연구소라는 곳을 설명할 건데, 들어보실래요?”

“?”

“······.”


아저씨가 의문을 표했고, 그녀는 나를 노려봤다.

이걸 다 말하면 아저씨가 나한테 협력적으로 나올지는 모른다.

오히려 화나서 나를 방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그때 일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도 나름 재밌다.




“······”

“하아...... 이 사람이······ 그거 때문에 이사장님 얼마나 힘들어하셨는지 아세요?”


예상대로인 반응이다.


“내 알 바 아니고, 의뢰를 맡겼으면 중간에 뭘 하든 우리 자유지. 누가 숨기랬나.”

“그렇다고 본인이 숨기시면 어떡해요!”

“그만하게. 후우......”


아저씨가 한숨을 쉬고 나를 바라봤다.

그 눈에서는 확실하게 분노, 아니, 짜증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내가 부탁하고 바로 자네는 그녀의 존재를 알았는데 나에게 아무 말 안 했다?”

“네.”

“그리고 뒤쪽에서 그녀와 만났고, 내 사진을 보여주자 심하게 반응했다.”

“네.”

“그 배후에는 연구소라는 조직이 있고, 거기서 그녀를 살려냈다? 게다가 뭐? 복제라고?”

“복제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에요.”


이미 한 번 뒤쪽에 나타났고, 하나가 앞쪽으로 향한 지금, 복제를 계속 만들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판타지인지 공상과학인지 하나만 해주게······”


아저씨가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책상에 엎드렸다.

굳이 따지자면 내 존재 자체가 판타지이자 공상과학인데.


“이유가 뭔가......”

“네?”

“왜 숨겼냐고······ 묻고 있다.”

“······.”

“내가 의뢰했을 때의 상태를 생각하면, 나에게 그녀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 수 있었을 텐데······ 왜 아무 말도 안 했지.”

“아저씨한테 중요한 존재니까. 모르는 상태에서 만나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했거든요.”

“······만족했나.”

“네, 생각 이상이에요. 그 여자가 이렇게 빨리 움직인 거도 그렇고, 아저씨의 반응도 그렇고.”

“······자네가 원래부터 그런 모습을 자주 보여줘서 다행이군, 그렇게 화는 안 나네.”


진심일까 거짓일까. 거짓이면 화나게 하고 싶은데, 이번엔 넘어가자.


“다행이네요. 이 이후로 얘기할 게 있어서.”

“얘기할 거?”


나는 그녀한테로 몸을 돌렸다.


“넌 계속 있을래?”

“제가 들으면 안 되나요? 이미 여기까지 다 들었는데?”

“······아니.”


생각해보면 딱히 숨길 건 아니다.


“연구소라는 곳을 얘기했죠?”

“그래.”

“그곳을 습격할 거예요.”

“뭐?”

“위험한 거 아니에요?”

“잠시만. ······왜지? 내 마음을 생각해서 해주는 건 아니겠지.”

“저도 나름대로 그 연구소랑 연이 있거든요. 끝내야 할 연이.”

“그건 물어도 안 말할 거고?”

“아저씨도 그 여자랑의 관계는 숨기고 싶으시잖아요? 서로 넘어가죠.”

“알겠네. 그래서, 그 습격을 도와달라는 건가?”

“솔직히 저 혼자로도 충분하긴 한데, 그 여자의 복제가 있으면 귀찮아요. 하지만 아저씨가 있으면 그 복제들은 맡겨도 되겠죠.”

“그 사이에 자네는 볼일을 보는 건가?”

“네. 일 다 끝낸 후에 그 여자의 본체로 보이는 걸 찾든지 해서 나오고, 연구소 터뜨리면 끝.”

“······위험 요소는 얼마나 있지?”

“전부.”

“!”

“애초에 복제를 아저씨한테 맡긴다는 거부터 위험 요소잖아요. 공격받으셨다면서요? 그나마 대화가 가능했던 게 그건데, 다른 복제들은 어떻겠어요.”

“그럼 왜······”

“미끼죠. 아저씨를 보고 복제들이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이면 저는 더 편해지니까. 그러다가 갑자기 돌변해서 아저씨를 죽이든 말든, 알 바도 아니고.”

“이번에는 확실하게 먹히는 미끼라는 건가.”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


아저씨한테 그 여자가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는 모른다. 궁금하지도 않다.

하지만 나를 알면서도 의뢰할 정도고, 잠깐이지만 그 여자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 조금씩 안심하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미끼를 끌어낼 미끼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언제지?”

“아저씨의 무릎 꿇기 여행도 있으니까, 그거 끝나면 가죠. 아직 확실한 정보가 더 필요해서.”

“여행도 아니고, 이름이 무슨······ 알겠네.”


아저씨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이만 황제에게 가겠네.”


경직된 움직임으로, 아저씨는 집을 나갔다.

저 아저씨, 이제 체질을 무시할 수 있나? 아무리 봐도 화나 있는데.


“어어······ 저는 그럼 어떻게 하면 되죠? 지원 가면 되나요?”

“넌 또 왜.”

“아니, 듣겠다고 남아있던 건 저긴 한데, 다 들으니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마음대로 해.”


애초에 그녀는 가만히만 있어도 보험의 가치가 있다.

그리고 뭣보다, 이번 일은 그녀랑 조금의 관계도 없다. 오히려 방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 가세요?”


무시하고 문을 열었다.

이제 이 세계에서 재밌을 만한 일이라고는 전쟁뿐이다.

하지만 그 전쟁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럼 그전까지 할 거도 없으니, 전쟁 후의 일을 생각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가네.”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 지금도 다 사용하지 않은 돈을 준 인물. 그 인물이 사는 곳.

나는 이 세계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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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종막(2) 21.01.26 103 1 11쪽
245 종막(1) 21.01.25 7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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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선전포고(5) 21.01.23 81 1 11쪽
242 선전포고(4) 21.01.22 99 1 11쪽
241 선전포고(3) 21.01.21 7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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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최강의 결심(2) 21.01.15 69 1 12쪽
234 최강의 결심(1) 21.01.14 78 1 12쪽
233 빛의 꿈 10부(종막) 시작 21.01.13 87 1 14쪽
232 합의라는 이름의 협박(4) 9부 끝 21.01.12 74 1 11쪽
231 합의라는 이름의 협박(3) 21.01.11 71 1 11쪽
230 합의라는 이름의 협박(2) 21.01.10 78 1 12쪽
229 합의라는 이름의 협박(1) 21.01.09 74 1 12쪽
228 두 번째 인생(7) 21.01.08 6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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