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으로 반복되는 이세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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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onpoker
작품등록일 :
2020.05.26 20:22
최근연재일 :
2021.02.0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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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3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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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기 여행(4)

DUMMY

“으으......”


머리를 짚으며 중심을 잡았다.

말만 들으면 평범한 순간이동이지만, 눈이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다.

멀미를 안 하는 체질이라 다행이다.

뭐, 이 정도로 순간이동이면 싼 편이지만.


“왕국에는 잘 도착했네.”


조금만 더 발전하면 다른 세계와 착각할 것만 같은 마을이다.

물론, 내 눈앞의 거대한 저택도 빼야겠지만.


“······?”


저 사람 누구야?

몰라, 갑자기 나타났어.

위험한 거 아니야?

마법사인가? 순간이동은 들어본 적 없는데.

그거 이론밖에 안 나왔잖아.


“아.”


그러고 보니, 나는 거리 한복판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거지?


“모두 비켜주십시오!”


한 남성이 총을 겨누며 사람들 사이로 걸어왔다.


“하하...... 병사가 총을 들고 있으니 뭔가 웃기네요.”


은색의 갑옷을 차고, 창이 아닌 총을 겨누는 모습이 조금 웃겼다.


“무슨 소리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여기서는 조금 무섭게 한 다음에 왕을 억지로 만나는 수와 끌려가는 수가 있다.

끌려가면 왕을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재판할 가치도 없는 상황이니, 바로 감옥에나 들어가겠지.

하지만 위협으로 억지스럽게 만나면 이 수많은 시민의 눈에 띈다.

나중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제국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

“두 손 머리 위로! 모두 자리를 비켜주십시오.”


사람들이 비켰고, 병사가 나에게 다가왔다.

어쩌지? 순간이동이라는 주제로 왕을 어떻게든 만나볼까?

왕은 지금 전쟁 준비 중일 거다.

아무리 주제가 순간이동이라도, 전쟁이 끝난 후에나 관심을 가지겠지.

역시, 사람들이 조금 물러나길 기다리고 억지로······


“그 사람은 제가 맡겠습니다.”

“?”


익숙하지만 어딘가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당신은 ㄴ― 시, 실례했습니다!”


병사가 급하게 총을 내리고 허리를 숙였다.


“괜찮습니다. 우선, 저 사람의 신변은 제가 보호하도록 하죠.”

“네, 네......”


병사가 물러나고······ 레이가 다가왔다.


“레이?”


확실하다. 레이다.

레이인데, 뭔가가 다르다.

체격과 외모는 다를 게 없는데, 평소에는 느껴지지 않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불안한 표정도 사라져, 이 상태로 학원에 가면 친구가 좀 생길 것 같다.


“오랜만이네요. 아, 그렇게 오랜만은 아닌가?”

“나를 어쩔 생각이지?”


아무튼, 병사가 레이를 보고 물러났다.

그리고 왕국이 빛의 관리하에 있다면······


“에이, 왜 그러세요. 우선 보는 눈도 있으니까, 왕에게 가시죠. 그걸 노리고 오신 거잖아요?”

“······그래.”


일단은 상황을 보자.




“저번에도 오셨던 분이시군요.”


왕이 의자에 앉아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주위의 기사들이 물러난다.


“네. 예상치 못한 등장으로 실례를 범한 점, 죄송합니다.”

“무슨 섭섭한 말씀을. 저희 후계자와 친분이 있으시잖습니까.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왕이 해도 될 말인가. 나에게는 좋으니 상관없지만.


“후계자······라뇨?”

“최근에 레이 씨가 빛의 후계를 정식으로 이으셨습니다.”

“!”


정식으로?


“그 성스러운 자리에는 저도 함께했었죠. 아, 떠올리는 것만으로 감복이 차오릅니다. 빛의 그 아름다운 자태가······ 후계자가 결정되는 순간이······”

“······.”


빛과 만났다고? 그 최면술이나 거는 여자와?


“······그렇군요...... 축하합니다.”

“당신은요?”

“네?”


왕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눈은······ 이미 최면에 걸린 듯한 눈이었다.


“당신 또한 빛의 선택을 받고 이곳으로 오지 않으셨습니까! 아직 어둠에 물들지 않은 당신은, 빛의 후계자가······!”

“?”


왕이 갑자기 양손의 주먹을 쥐고, 온몸을 흔든다.

목과 손에서는 핏줄이 선명하게 보였고, 얼굴은 머리가 아프겠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흔들렸다.


“이건······ 아니야.....! 나는, 나는······”

“? 저기, 각하?”

“신수님······ 저는, 저는!”


상태가 심각한데? 아무래도 본론은 나중에 이야기해야겠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일단―”

“괜찮아요.”

“!”


처음부터 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나타난 레이가 왕의 옆으로 다가갔다.

툭. 그리고 손 옆부분으로 목을 쳐 왕을 기절시켰다.

무술 영화냐......


“어? 진짜 되네?”


본인도 놀란 모양이다.


“아무튼······ 무슨 용건이세요? 나중에 전할게요.”

“후우. 전쟁을 멈출 수는 없다.”

“그럼요?”

“나는 어느 쪽에도 서지 않고, 민간인을 대피시키는 것에만 힘을 쓰겠다.”

“중립국, 왕국 다요?”

“그래.”

“그래서 허가를 받으러 오신 거구나······ 상관없을 것 같아요.”

“의외군. 모두를 전쟁에 동원할 줄 알았는데.”

“왕국을 뭐로 보시는 거예요. 이 왕은 지금 이게 맞는지 혼란스러워요, 하지만 이미 대회장을 습격한 이상 되돌릴 수도 없으니, 시민들이라도 살리는 것에 동의하겠죠.”

“다행이군.”

“그리고 저는, 빛의 뜻만 이뤄주면 되고요.”

“······.”

“이제 돌아가실 거죠? 그 전에 조금만, 어울려주실래요?”

“?”




레이는 나를 성 밖으로 불렀고, 거대한 나무가 시야를 가리는 숲으로 안내했다.


“공기 중에도 마력이라는 게 있어서, 저희가 처음 눈을 뜬 그 숲처럼, 관리를 안 하면 이렇게 끝도 없이 자란다고 하네요.”


레이가 주위의 거대한 나무를 보며 말했다.


“근데 관리하기에는 너무 번거롭고, 보기에도 좋으니까 몇 년 간격으로 위에만 조금 자른다고 해요. 제국도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인적 드문 숲까지 안내하는 이유가 뭔가. 암살이라도 할 생각인가.”


나는 제국으로 돌아갈 때 쓸 돌을 쥐며 물었다.


“주위에 기사들이 있기는 있어요. 꽤 강하고, 제 선생도 있고.”

“······.”

“순간이동으로 오셨죠? 그거 의미 없어요.”

“뭐?”

“여기 빛의 마력으로 만든 결계 안이거든요.”

“!”

“렉스 씨에게 어둠의 마력이 있을 리도 없으니, 여기서 순간이동은 무리죠. 애초에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돌을 쥐고 제국의 성을 떠올렸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아무리 그 황제라도 이런 장난은 안 하겠지.


“방금 빛께서 계시를 내려주셨습니다. 렉스 씨를······ 없애라고.”


그래, 그래, 그러시겠지.


“그래서 없앨 셈인가? 그렇다면 어차피 죽은 목숨이니 말하겠네만, 그 빛이라는 존재는 자네를 속이고 있다. 최면으로 말이지.”

“최면······ 하하...... 알아요, 안다고요.”

“안다고? 그럼 왜―”

“최면이면 뭐 어때서요. 지금은 완전히 제 의지로 빛을 따르고 있어요. 과정은 중요하지 않아요, 최면 때문에 제 가치관이 변했다고 한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머니 때문인가.”

“······.”

“빛이 나에게 최면을 시도했을 때, 도저히 잊히지 않는, 잊어서는 안 되는 사람을 들먹였지. 내가 알기로 자네의 어머니는 병이 있는 걸로 아는데.”

“······반강제적으로 이혼을 당하고,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이 됐어요. 돈이 없어서 뭐 하지도 못하고, 그러다가,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게 됐죠.”

“빛이 도와주겠다고 했나?”

“네.”

“왜? 경찰에게 돈을 받았고, 받는 중이지 않나.”

“맞아요. 제 평생 그런 돈은 본 적도 없었어요. 고급스러운 표현으로, 감회가 새로웠죠.”

“그럼 왜? 부족한 거라면 내가 내줄 수도 있네. 다른 것들도―”

“정말 감사한 말씀이지만······ 그래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안 돼요.”

“뭐?”


근본적인 해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선 병을 낫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잖아.


“몸의 병을 낫게 해봤자, 마음의 병은 사라지지 않아요. 오히려 더 깊어지겠죠. 몸은 멀쩡한데, 마음은 그렇지 않다. 그게 더 아프지 않겠어요?”

“죽으면 어차피 끝이네.”

“그래도 괜찮아요. 아니, 오히려 그러길 바라야죠. 그래야······ 모든 걸 털어내고, 빛이 되살려주시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


틀린 건가.

아니, 틀렸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

이 애의 심정은 내가 이해할 만큼 간단한 게 아닐 테니까.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다시 살아난다는 게 정말이라면 문제는 없다.

병을 없애고, 모든 걸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 될 수도 있다.

나도 그런 상황이라면 충분히 찬성했을 것 같다.


“소중한 사람이 다시 살아나고, 가지고 있던 나쁜 것들을 떨쳐내고 새로 시작할 수 있다면, 나도 고민 없이 그걸 시행하겠지.”

“그렇죠? 역시 렉스 씨도―”

“죽기 전 그대로 살아난다는 게 확실하고, 본인이 그걸 원한다는 전제하에.”

“······.”


레이가 어머니에게 설명하는 건 어렵겠지, 다른 세계부터 설명해야 하니까.

마음이 원인이었으니, 아들이 이상한 말을 한다는 게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살아난 후에 설명해도, 아들이 이렇게나 노력한 결과로 병과 몸이 나아진다면 기뻐하실지도 모른다.

문제는 가장 중요한, 레이의 어머니가 살아난다는 것.


“다른 건 다 좋네. 그런데 도대체가, 그 살아난다는 건 무엇을 근거로 하는 건가?”

“비, 빛의―”

“그 빛이 누군가를 살리는 걸 본 적이 있나? 설령 있다고 한들, 그 힘을 너를 위해 사용한다는 확신은 어디에 있지?”

“그건······”


이제 마지막이다. 제발 닿기를.


“잘 생각해보게. 빛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이네. 누군가를 살리고 죽이고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신이, 고작 한 명의 인간 때문에 그런 수고를 한다고?”

“그만······”

“오히려 모든 게 끝나고 너와 어머니를 죽이거나 기억을 없애는 게 더 일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만 하세요! 이 이상, 빛을······!”


허리에 있는 백색 검을 뽑아 나에게 내민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빛을 따를 생각은?”

“없다. 그 비둘기 새끼는 용서 못 하거든. 내가 죽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따를 생각은 없다.”


주위 수풀이 조금씩 흔들린다.


“가만히 계셔주십시오! 이 사람은······ 제가, 제가 죽이겠습니다.....!”

“······결국 이렇게 되나.”


대검도 없고, 아마 지금은 레이보다 약하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다른 세계에서 조금만 더 일찍 자네를 알아봤다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지도 모르겠군.”


나는 오랜만에 대검이 아닌 주먹을 내민 자세를 취했다.


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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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종막(3) 21.01.27 72 1 11쪽
246 종막(2) 21.01.26 103 1 11쪽
245 종막(1) 21.01.25 76 1 11쪽
244 흔한 아이들의 일 처리 21.01.24 78 1 13쪽
243 선전포고(5) 21.01.23 8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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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최강의 결심(2) 21.01.15 69 1 12쪽
234 최강의 결심(1) 21.01.14 78 1 12쪽
233 빛의 꿈 10부(종막) 시작 21.01.13 87 1 14쪽
232 합의라는 이름의 협박(4) 9부 끝 21.01.12 74 1 11쪽
231 합의라는 이름의 협박(3) 21.01.11 71 1 11쪽
230 합의라는 이름의 협박(2) 21.01.10 78 1 12쪽
229 합의라는 이름의 협박(1) 21.01.09 7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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