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으로 반복되는 이세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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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onpoker
작품등록일 :
2020.05.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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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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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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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최강의 결심(1)

DUMMY

“네가 먼저 대련하자고 하자니, 뭔 일이야?”


투신이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최강에게 물었다.


“싫다면 바로 다른 상대를 찾겠다만.”

“아니아니! 좋아서 그러지. 궁금하기도 하고.”


“나도 궁금하군. 네가 상황에 이유를 궁금해하는 이유를.”

“아이, 진짜 말장난 더럽게 하네. ······그럼 내가 먼저 말한다?”

“······.”


“난 너 옛날부터 맘에 안 들었어.”

“하, 갑자기?”


“들어. 생긴 것도 방식도, 뒈져버린 부모님이 읽어준 동화 속 용사가 떠오르거든.”

“넌 분명, 지금은 아무도 안 사는 버려진 마을의 생존자였지?”

“어. 그래서 그때의 기억은 폐하를 만난 것 말고는 딱히 좋지가 않아서 말야. 그래서 네가 싫었어.”


“그거 미안하게 됐군.”

“그러면서 맨날 신이니 빛이니 하는, 전쟁 시대에나 있었던 종교를 들먹이고.”

“이제는 정말 있다는 걸 알지 않나, 좀 봐주게.”


“아무튼······ 네가 강한 것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죽였어.”

“그래. 근데 그게 지금과 무슨 상관이지?”

“넌 어느 쪽에 서려 하길래 지금 나랑 여유롭게 대련이나 하고 있냐?”


“······.”

“그게 궁금해서.”

“나는―”


쿵.


“거기 아직 시작 전이지?”

“!”


“어휴, 깜짝이야. 0번 기사잖아. 왜?”

“대련할 거면 나도 같이하자.”

“뭐?! 정말?”

“자네는 왜······”


“알 바 아니고, 할 거야, 말 거야.”

“할래! 너랑은 붙어보고 싶었거든.”

“그럼 내가 심판을―”

“아니, 2대1로.”

“?”

“에?”







팍! 팅!


투신의 주먹을 왼손으로 잡고, 최강의 대검을 오른손의 단검으로 막았다.

둘은 개의치 않고 연격을 이어갔고, 그도 조금의 동요 없이 몸을 움직였다.


다른 세계였다면, 설령 이 세계에서라도, 2대1은 그에게 있어 좋은 상황이었다.

그는 단신으로 다수와 몇 번이나 싸워왔지만, 그때마다 재미없다고 평가했다.

다수이기에 안심하는 것을 역으로 이용할 때마다 시시한 놈들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수 쪽이 훈련을 받았고, 여러 번 호흡을 맞춰왔기에, 실수로라도 안심은 하지 않는다.

지금, 그와 대련하고 있는 투신과 최강처럼.




시작은 그가 성에 찾아와 대련장으로 향한 것에서 시작됐다.

그곳에는 마침 투신과 최강이 대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투신은 오랜만에 최강과 싸울 수 있다는 것에 기뻐했고, 최강은 고민을 잠시 잊고 싶었다.

전쟁과 비슷한 상황은 자주 겪은 최강이었지만, 모두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큰 영향은 없었다.


하지만 곧, 신념과 가치관, 심지어 자신이 존경하고 따르는 사람까지, 모든 게 모순되는 전쟁이 일어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유일한 수라고 하면, 빛과 만나 직접 대화하는 것.

그 전에, 마지막으로 마음을 안정하기 위해 투신에게 대련을 청했다.


그때 그가 들어와서 2대1의 대련을 청했다.

할 것도 없었고, 그녀와 검귀는 왜인지 서로 신경전 하며 사라졌다.

그래서 곧 싸우게 될지도 모르는 최강을 조금 살펴보기로 했다. 물론 본인이 의식하지 않게 2대1로.

황제까지 어디선가 상황을 알고는 내려와서 심판을 맡았다.




“후우.”


그가 숨을 뱉으며 전신을 움직였고, 주먹과 대검이 날아와 허공을 때렸다.

투신과 최강은 몇 년 전부터 여러 번 호흡을 맞춰왔다.

딱히 연계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둘의 센스라면 모든 공격이 연계로 이어진다.

그래도, 그에게는 닿지 않았다.


피할 수 없는 공격은 공의 마력으로 막거나 잡고, 피할 수 있는 공격은 스치지도 않는다.

둘을 동시에 보고 있다면 한쪽 눈으로만, 그것도 애매한 시야로만 보일 터인데도 그의 반응은 빨랐다.


‘뭐야, 이 자식. 기술이나 무술의 움직임도 아니고, 그냥 눈으로 보고 피하는 거잖아?’

‘역시 어둠의 부하인가...... 투명한 마물을 베는 기분이군.’


파직!


투신의 주먹을 기다린 그가 주먹을 잡고 이동했다. 동시에 날아온 대검은 일렁이는 번개를 베었다.

퍽! 투신의 얼굴 바로 앞으로 점프한 그가 투신의 턱을 찼다.

쉬지 않고 단련한 투신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아무리 서로 호흡이 맞는다 해도, 어쩔 수 없는 건 있다.

그중 하나가 시야. 최강의 대검이 빗나갈 때마다 투신의 시야가 가려졌고, 최강도 마찬가지다.

물론, 둘도 그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기에, 그가 유도하는 것을 당해줄 수밖에 없었다.


이 대련의 규칙 중 하나. 그에게 하는 공격을 멈추지 않는 것.

즉, 최강과 투신 쪽에서 싸움의 구도를 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걸 그는 최대한 이용했다.


‘아이들한테 말하기만 했던 걸 내가 쓸 줄은 몰랐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노림수는 제대로 통했고, 투신은 갑자기 다가온 발차기에 대응할 수 없었다.

물론, 아픔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바로 몸을 돌려 착지에 성공했다.


“!”


투신은 착지에 성공하고 방금 떠올랐다는 듯이 인상을 구겼다.


‘믿고 있었어, 그 본능적인 움직임을. 손이 땅에 닿으면 아웃이었지?’


그는 투신의 손을 확인하자마자 몸을 돌리며 오른팔을 휘둘렀다.


“?”


그곳에는 분명 최강이 있어야 했지만, 없었다.

그가 다시 몸을 돌리며 최대한 빠르게 왼팔을 휘둘렀고, 최강의 대검과 손이 충돌했다.

~~~~! 무색의 돌풍과 보라색 번개가 대련장을 가득 채웠다.


당연히, 어질러진 공간의 뒷정리는 다른 병사들의 몫이었다.


아무튼, 계속되는 힘겨루기를 먼저 끝낸 건 최강이었다.

지금까지는 봐줬다는 듯이, 그의 몸은 너무나도 가볍게 날아갔다.

손이 땅에 닿기 전에 벽까지 날아갔고, 최강이 돌진해올 거란 건 뻔했다.

그의 예상대로 최강은 달려왔고, 그는 왼손을 올렸다.


‘내가 더 빨라(내가 더 빠르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연하다면 당연하게 최강이 더 빨랐다.

평소에 최강은 그를 좋게 보지 않았고, 대련이라는 명분이 만들어졌으니 화풀이를 할 생각이었다.

추한 생각이라고 몇 번이나 되뇌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확실한 명분을 잡은 최강의 움직임이, 어둠도 사용하지 않은 그의 손보다 느릴 리 없었다.


파직!


“?!”


그와 최강의 사이에, 번개가 내리치지만 않았다면.


‘감지 못 했······ 여기까지, 계산한 건가?’

‘난 슈퍼컴퓨터가 아냐, 그냥 예상하고 타이밍에 맞춰 모든 벽에 깐 거지.’


둘이 시선만으로 대화를 나눌 때, 그의 검지에서 번개가 발사됐다.

단순한 속성마력도 아닌, 공의 마력이 담긴 번개다.

맞으면 빈사. 피하면 그에게 주도권이 넘어간다.

그가 최강에게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고, 최강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맞을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


그는 살면서 몇 번 의심한 적 없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최강의 눈앞에서, 번개가 방향을 바꿔 날아갔다.

대검은 물론, 최강의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번개는 갑자기 방향을 바꿨다.


‘마력도 안 느껴졌어. 그럼 왜······’


생각할 틈도 없이, 최강의 대검이 번개의 방어를 부수고 그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그만.”


~


중앙에서 보고 있던 황제가 나지막이 말했고, 최강의 몸이 멈췄다.

멈췄다기보다는, 굳었다.


“나와주시죠,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네, 네.”


계속 진행했으면 자신의 목이 어떻게 됐을지 알기에, 그는 황제의 곁으로 이동했다.


“투신은 돌아갔습니다. 다음에 한 번 더 하자더군요.”


그는 무시했다.


“그런데, 갑자기 왜 대련을 요청하셨죠? 그것도 최강과 투신에게.”

“보인 게 이 둘이라서요.”

“간단한 이유네요. 그럼, 애초에 대련은 왜? 이미 좋은 스승이 둘이나 있잖습니까.”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둘이 서로 신경전하고 있어서 상대를 안 해줘요.”


“어머, 인기 좋으시네요?”

“한 명은 자기만족이고, 한 명은 잠 깨는 용도로 쓰고 있지만.”

“그 둘의 성격을 생각하면 좋은 겁니다. ······최강? 언제까지 굳어있을 건가요? 푼 지 오래입니다.”

“아, 네.”


최강이 황제 앞으로 다가왔다.


“무언가 하실 말씀이······?”

“네, 있습니다. 굳이 모을 필요 없어서 편하네요. 제1위 기사와 0위 기사. 둘에게 공동 임무를 전합니다.”

“네?”

“폐하?”


둘의 반응이 재미있는지, 황제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둘의 사이가 안 좋은 건 압니다. 상황도 상황이고, 최강은 아직 여러모로 생각할 게 많으시겠죠.”

“······.”

“무리라면 다른 기사에게 맡기겠습니다.”

“전 상관없는데, 맡길 거면 천재랑 해주세요. 다른 둘이랑 가면 귀찮을 거 같거든요.”

“알겠습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어머.”

“?”

‘뭔 속셈이야?’


“내용을 알려주십시오. 바로 끝내겠습니다.”

“딱히 전투가 아닙니다. 보안상의 문제일 뿐, 누구에게 맡겨도 되는―”

“제가 하고 싶습니다.”

“······.”


최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건 황제도 그도 알지 못했다.

그와 조금이라도 친해져서 속이려는 걸까.

아니면 어둠과 빛, 언제 어느 쪽으로 돌아서도 괜찮을 밑 작업을 하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그를 노리는 걸까.


“전 상관없어요.”

‘뭔가를 노린다면 근처에 두는 게 낫고, 함정이면 걸려주는 게 나아.’


그는 어차피 싸울 거면 전쟁이 시작된 후보다는 전이 낫다고 판단했다.


“······네, 알겠습니다.”

“임무 내용이 뭐죠?”

“그렇게 무게 잡고 이야기하셔도, 정말 누구라도 좋은 내용입니다. 우선 마녀에게 가시죠, 준비물이 완성됐을 겁니다. 내용도 마녀에게.”

“네.”


경례하고, 최강은 그를 곁눈질하며 방을 나갔다.


“당신은 안 가시나요?”

“물어볼 게 있어서요.”

“?”


“최강의 마력인지, 무기의 능력인지는 몰라도, 어떻게 제 공격을 튕겨냈는지.”

“흐음?”

“예상되는 답이 몇 개 있긴 한데, 어느 쪽이든 상대할 때 귀찮아서요.”

“그 예상되는 답이란?”

“개념 마법.”


황제의 살며시 미소 지었다.


“일단 제가 감지할 수 있는 마력은 아니었어요. 그럼 빛도 아니라는 소린데······ 다 아니면 이거밖에 없잖아요?”


빛이나 어둠이 아닌, 다른 개념의 마력.


“시간이든 공간이든, 그런 개념의 마법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걸 제어하기 위해 신수까지 죽여서 무기를 만들었다면, 아까 그 현상이 설명돼요.”

“그게 아니라면?”

“그거 외에 제가 모르는 뭔가겠죠, 뭐. 그래서 물어본 거고.”

“최강이 빨랐기에 당신이 못 봤다고는 생각하지 않나요?”

“네.”


즉답이었다.


“보기만 하는 정도지만, 제 눈은 그 둘의 속도도 볼 수 있어요. 최강이 둘보다 빠를 리 없잖아요?”


그건 질문이 아닌, 확신에 가까운 말이었다.

그 확신에 황제는 웃음이 나왔지만, 겨우 참으면서 입을 열었다.


“네. 최강은 애초에 빛의 인간도 아니었고, 저와 만났을 때부터 특별한 마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황제는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생각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특별한 마력을 가질 수 있는 몸이라고 해야겠네요.”

“그럼 마력 자체는 무기에서 나오는 건가요? 무슨 신수를 잡았길래.”

“그건 마녀와 최강이 한 거라 저도 잘······ 등위기사들의 무기까지 신경 쓰지는 않아서.”

“네, 네.”


그가 문으로 다가가 손을 뻗으려는 그때, 고개를 돌려 황제를 바라봤다.


“어떻게 해요?”

“네?”

“회유시켜봐요, 아니면 완전히 적으로 돌려요?”

“······마음대로 하시면 됩니다. 결과는 바뀌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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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합의라는 이름의 협박(3) 21.01.11 71 1 11쪽
230 합의라는 이름의 협박(2) 21.01.10 78 1 12쪽
229 합의라는 이름의 협박(1) 21.01.09 7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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