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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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3.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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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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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슈어파이어

DUMMY

Sure. Fire.


우리 모두 위를 본다. 사이트와 함께.


선두가, 인계철선을 찾듯이 물체 윤곽을 따라 손을 돌리고... 기다란 철제 걸쇠를 수평으로 빠끔~~~ 날카로운 빛이 들어오고... 틈으로 밖을 내다보다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 선두는, 곧바로 왼손으로 OK 사인을 보내며 나가자고 신호했다. 다만 손이 명확하지 않다.


‘밖에 뭐가 보이는지 수기가 안 되나?’


왼손이 어서 밖으로 나가자는 재촉을 봤을 때 안도했다. 바깥 상황이 어떨지 모르지만, 최소한 총을 든 적은 안 보인다는 뜻이다. 이 도시가 지금 어떤지. 우린 웅크린 스네이크 대열을 풀어 문으로 올라간다.


내 차례가 되어 문을 나섰을 때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흐린 하늘에 암울한 사각형 콘크리트 덩어리들. 어디 중동의 전쟁에서나 있을 법한 검은 연기들이 여기저기 하늘로. 게임 장면 같다. 밝은 색이 없는 암울한 유화. 폭격의 여파. 영화 스탈린그라드를 보는 것 같다. 같이 날아온 여단이 지금 여길 부수고 때리고 죽고 다치고 생각 못 할 일들이 벌어진다. 이렇게 될 것이었다. 여기저기 사방에 연기가 하늘 가득히 자욱... 총소리도 멀리 사방에.


나왔으니 우린 뛰어야 한다. 하지만 팀장이 손을 들어 정지. 아무 데로나 뛴다고 될 것이 아니다. 문제는...


‘여기가 어디야.’


머릿속을 뒤져 도시의 전도를 떠올린다. 사진으로 기억하는 건물들 모양을 일치시키려 하지만... 모르겠다. 어디로 가야 돼? 확실히, 건물은 네 방향 사진을 모두 봐야 한다.


‘작계에 따르면 지금은 뭐지?’


[유보계획 : 유사시 여단병력 2대대를 찾아라.]


‘2대대 합류 다음에는?’

‘다시 길을 찾아 지하로. 우리 임무 안 끝났어.’

팀장을 보니 나와 같다. 입력된 지도와 건물들이 일치가 안 된다.

‘씨발 전광판 광고판이 없어.’


그렇게 우리 여섯이 압도하는 그림을 보며 5초?...

어?

뒤통수와 등이 근질...

뒤가 이상하다.


우린 야외 화장실 세 개를 연달아 세운 크기의 콘크리트 지상 출입구, 그 출입구 양 옆으로 세 명씩 서 있다. 개머리판을 어깨에 대고. 원래는 방진으로 자리 잡아야 하지만 눈에 보이는 그림이 너무 강하다. 그리고 5초도되지 않아 목이 뻣뻣해졌다. 예기치 못한 것을 눈으로 보기도 전에 우린 고개가 갸우뚱 ‘이상해.’ 눈이 가늘어진다. 작은 행동에도 서로 알아차리는 팀원. 옆 팀원의 돌아가는 고개에 연이어 내 몸이 돌아간다. 45도 거총, 허리를 굽힌 채... 발을 따로 딛지 않고 전술화 바닥을 비비면서 돌아...


많은 사람들.

사람들이 서 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

총을 걸친 군인들.


우리와 가깝게 서 있었던 그들도 우리를 본다.

최초,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우린 랜딩한 후, 2대대와 함께 약정한 건물로 들어갔고, 지하통로 입구를 찾으면서 대대와 이별하고 그리 진행했다. 그 이후, 듣고 온 정보로 보면 일치하지 않는다. 남에서 증언한 사람들 말을 다 믿을 것이 아니었다. 기억이 묘연하기도 하고 착각도 있었다.


코드 원을 찾는 임무. 그들의 기억과 우리가 암기한 요도... 다르다. 갑자기 터널이 여러 차례 갈라진다. 방향만 보고 가다 꺽쇠 벌림쇠가 안 되면 성형장약으로 문을 부수며 여러 번 돌파/진행, 터널 진입 20분 만에 교전이 시작됐다. 중요한 곳으로 가는 통로는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 ready 상태로 호위사령부 무장병력이 존재한다는 것부터 다른 뜻이지 않은가.


‘가는 이 길이 맞아?’


사람 형체가 보임과 동시에 천장의 조명 사격해 깨고 야간투시경으로 돌렸다. 그리고 차례차례 그들의 몸통에 우리 기관총알을 먹였다. 처음에는 긴장해서 몸통에 대고 쏘다, 쓰려져도 꾸무럭거리는 걸 보고 나서, 훈련대로 머리만 쏘기 시작했다. 북조선 철모는 없었다. 야투경과 레이저 포인터 앞에... 얼마나 잘 뛰든 행군을 잘하든 총까지 잘 쏠 지라도, 제 아무리 정신력 좋고 혁명성 좋은 군인이라 해도 무용지물. 내 눈이 보면 죽은 목숨. 내 조준경 앞에서 무성영화처럼 사람 모양들이 쓰러진다.


“실탄 아껴!”


복면 속에 거친 숨을 코로 느끼며, 계속... ‘사람을 죽인다는 생각조차 없이’ 고깃덩어리를 타고 넘어 진행. 우린 여단이 아니다. 우린 오직 시간! 시간!


지하로도 지상의 폭발음이 울리기 시작한다.

난 후미를 돌아봤다.

‘이런. 아예 없어.’


들어온 건물이 진압되면 2대대 2개 팀이 뒤따라 내려오기로 되어 있다. 뒤에 아무도 따라오는 기색이 없다. 그리고... 막다른 통로에 들어섰다. 복잡한 미로. 애초부터 이럴 줄 알았다. 이 거대한 도시에 이 정도 병력으로 터널에 들어가 정확한 곳에 도달하라고? 차라리 지하철로 들어간 지역대를 따라가는 것이 현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


상황은 더욱 가중되었다. 세 번째 교전 혹은 일방적 사살의 와중... 연달아 들어오던 우리 팀 2조(6인)가 뒤에서 사라졌다. 팀장이자 우리 조장인 중대장 지시로 한동안 빽도했으나 안 보인다. 내가 난 빠른 걸음으로 복귀해 전하니 야간투시경들이 모두 중대장 얼굴을 향해 돌아간다. 팀장, 어떻게 해? 복면 천이 땀으로 축축해지고 - 입을 막은 이 기능성 천에도 내 호흡은 질식당하는 것 같다. 여기서 나갈 수나 있는 건지 불안이 엄습한다.


그때 조원이 슈어파이어(Surefire) 건 플레시를 켜 주변을 살피다 올라가는 계단을 발견했다. 야투경들이 충돌할 정도로 헬멧들이 모이고,


“올라간다. 지상에서 위치를 확인하고 밑으로 다시 내려온다. 그게 안 되면 지하철역으로 가서 통로를 다시 뚫는다. 샷건 GO!”


샷건을 든 김중사가 선두로 우린 뛰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서 있다.

많은 사람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

총을 걸친 군인들.

AK. AK. AK. AK.. RPG.


우리와 가깝게 서 있었던 그들도 우리를 본다.

최초, 우린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군복을 수위로 알고 고립무원의...’


사람이 많다. 너무 많다. 새~~~카맣다. 그때 팀장은 사라진 2조를 무전기로 호출하고 있었다. 리시버를 귀에 꼽고 있어 못 들었나? 소리를? 그들이 큰 소리 없이 조물거리는 웅성임인 것도 사실이나, 아무리 그래도 작은 웅성거림조차 내가, 우리가, 못 들었단 말인가. 정말로?


흑복에 두건, 귀 부위가 뚫린 FAST 방탄헬멧에 위로 꺾은 야투경, 방탄판이 든 뺀 전술수납조끼, 조끼 뒤에 솟은 안테나와 무전기, 한쪽 귀에 리시버. 성대 마이크. 9mm 기관단총, 허벅지에 권총, 검정 전술화와 검은 장갑. 팔굽과 무릎에 검정 보호대. 카멜백으로 된 임무별 백팩과 Door Open용 꺽쇠 벌림쇠. 그리고 여기는 평양...


우린 서로 본다. 봤다.

눈앞에는 익히 보아온 누리끼리한 조선인민군 군복 떼거리.


‘적이 우릴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어떻게 생각할까가 아니라 우릴 본 놈은 죽은 거지.’

‘아니, 우리가 쏠 수 없는 상황에서 조우했을 때,’

‘글쎄. 525특수작전대대?’

‘그게 뭐였지?’

‘총참모국 직할. 그 청와대 습격훈련 영상에 나온 부대.’

‘그렇지. 우리와 복장이 비슷하네.’


말은 말. 보다 추운 현실의 북쪽 땅. 도시 콘크리트...


눈앞에는 누리끼리한 조선인민군. 천 개라고 해도 표현은 다르지 않다. 적어도 기백... 명. 눈앞에 꽉 찬다. 시선들이 좌측을 향해 서성대는 분위기. 어디로 가려고 대기 중인가. 고개들이 점차 우리로 돌아온다. 저 왼편에서 총성과 폭발음. 지금 좌측 저기로 투입하려고?


가장 가까운 군복이 7미터?

그렇게 5초...


‘씨...이...발.’

내 입이 벌어진다.

얼굴은 못 돌리고 눈만 오른쪽 팀장에게 돌아간다.

그때,

팀장이 저 앞의 무리를 향해 보라고! 손가락을 입술에 대는 걸 봤다.

“쉬!......”


시작이 언제인지 모른다.

라이언일병 구하기. 상륙도어가 열린 LST로 쏟아지는 독일군 기관총. 도미노...

두루루루루... 펑!

두룩 두루루루루루루.... 펑! 펑! 펑!


난, 우린, 이미 쏘고 있었다. 조준경 볼 틈 없다. 총 허리 수평. 총열 수평!!!


단발로 당기는데, 어? 옆에서 오토매틱이 들린다. 느끼는 순간 방아쇠를 정지하고 스위치를 자동으로! 다시 방아쇠 압착.


두룩 두룩 두루루루 재봉질 속에 펑, 펑, 샷건 때리는 소리.


기마자세로 내 허벅지가 내려가고 탄피들이 사선으로 날아간다.

그림자들이 떼로 넘어간다. 떼로... 와르르르...

귀에 가득 찬 소음 속에서 모기소리 고함.


“장전!!!”


새 탄창이 아니라, 붙여 놓은 2중 탄창을 아래위로 돌려 꼽는다는 소리. 이게 끝나면 다음은? 권총. 그때까지 내가 살아 있어? 그 다음은? 수류탄! 그 다음? 그 다음? 몰라. 어디로 가. 일단 쏴.


군복들이 비현실적으로 도미노처럼 넘어간다.

‘사람이 저렇게 쉽게 넘어져?’


왼쪽에서 철커덕 펑 철커덕 펑. 엽총 하단 장전손잡이를 당기며 쏘는 연속음. 제기랄. 저거 멧돼지탄보다 굶은 특수산탄인데. 지금은 새 잡는 작은 산탄이 최고지만, 손잡이 날리는 데 쓰는 거라 베어링 굵은 산탄. 제기랄.


내 앞에 쓰러지는 것이 누가 쏘는 건지 모른다.

드디어 철컥 신호가 오고,

‘아 썅.’


아까 한 탄창 쏘고 돌려 꼽았다. 이중탄창 모든 실탄이 끝났다.


총은 내 몸에 대롱대롱 매달리고, 손이 오른 허벅지를 훑으며 권총 파지! 권총을 들며 오른쪽을 보니 팀장이 앞굽이 자세로 갈기며 탄피들을 토해낸다. 팀장은 권총 대신 새 탄창을 꺼내 꼽았다. 팀장 복면의 구강이 복숭아처럼 부풀어, 오므린 입으로 숨을 길게 뱉으며 호흡을 통제하면서 쏜다. 팀장 안구에 인광!


‘뭐해. 쏴.’


내 권총 수평이 올라오고 난 그림자 큰 덩어리를 향해 격발.

드디어 슬라이드가 열리고 탄피가 튄다. 반동은 감각 없다.


“까고! 내려가!”


팀장이 손으로 올라온 출입구를 지시, 엽총을 던진 김중사가 자기 기관단총으로 돌아가면서 먼저 가라 손짓, 고함. “Six(후미)!!!" 무릎쏴자세로 내린 김중사 이중탄창은 아직 이빠이. 김중사는 지향이 아니라 조종간을 눈에 댄다. 대담한 새끼.


“빨리!!!!!”


김중사 기관단총이 재봉질을 시작하고,

옆 던지기로 수류탄을 볼링하는 팀원들의 그림자.

‘멀리 던지면 블록킹이 안 돼!’

다른 사람과 똑같이 나도 엉겁결에 까서 던지고 입구로 직행.

던지기 전에 이미 손이 알았다.


‘.... 스턴탄 던졌어.’


철판을 두드리는 다다다닥 다다다닥 발소리.

어? 갑자기 대열이 멈춘다. 한 층도 안 내려갔어!


위로 올라오는 다급한 발소리들이 들린다.

‘허!!! 씨발.’


팀장. “까.”


안전핀 뽑은 파열수류탄 두 개가 하강한다. 수류탄 표면의 글자가 보일 정도로 정지된 것처럼 천천히 돌면서 내려가는 수류탄... 입대하고 처음으로 수류탄이 안 터질까 눈이 커진다. 터지고 나면 우린 저 아래로 질주해야 한다... 이 모든 게, 문을 나가고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25초보다 짧았다. 부대에서 시험 삼아 했던 “몰리고 다수가 달려든다.” 자동화 연사... 자동으로 연사 두 탄창 15초도 안 걸린다. 디딤 발과 왼손 탄창교체가 더 중요하다.


적의 응사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저 앞 그림자들에서 감자만한 백색 주황색들이 번쩍이는 걸 봤다. 하지만 옆 대원 총소리가 더 시끄러웠고 누가 쓰러지지도 않았다. 맞았을지도 모르나 일단 모두 서 있다. 나도 모르게 조끼를 더듬는다. 어! 뜨겁다. 내 몸에 때린 것이 있다.


‘관통했나? 아닌가.’


다시 들어온 역순의 순서에 의해, 나는 탄창 갈아 끼고 상방 지상 출입구 조준. 자세를 멈추자 숨이 온다. 허... 허... 내 숨소리에 미치겠다. 허... 수류탄이 뭐 이리 길어...


얼굴이 너무 축축하다.

복면을 벗고 싶다.


이제 우리


내려가도 지옥, 올라가도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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