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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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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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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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납고 II (7)

DUMMY

드디어, 맞았든 글렀든, 집을 떠나 독립적인 객체가 되어 내 길을 가고 있다. 독립적인 인격체가 된다는 말처럼 개 같은 말이 어디 있나. 원래 인간은 각자 독립적인 객체지. 인격은 지 알아서 하는 것이고.


결정. 선택. 어차피 사람 가는 길이 다 맞을 수도 없고, 누가 미래를 알고 가나! 젊은이의 선택이란 대체로 엉망이고 실수 연속이지 않나? 난 ’선택‘을 피해 너무나도 안정적인 길로 고시를 준비하는 성격이 안 된다. 교복에 날 숨겼고 때를 기다렸다. 그래도 날 위해 노력하신 분들에게 내가 순간 자퇴할까 봐 학군을 걸었다.


다 놀랐지. 하지만 부모님까지 뭐라실 건 없었어. 왜? 난 아버지와 똑같으니까. 정말 똑같으니까. 다만 아들을 하나라도 더 낳으셨으면 어떨까 해. 그럼 더 하고 싶은 대로 할걸. 내가 초군반 끝났을 때 드디어 어머님이 깨달으셨어.


”네가 네 아빠와 그렇게 같은 줄 지금 알겠다. 까먹었었어.“


자신의 시간은 계속 늘었어. 부대에 와서도 내몰았지. 니가 해봐. 니가 증명해봐. BOQ 헬스장에 개인 운동 필사적으로 하는 소위 중위가 다 모여.


OK. 맘에 들어.

그거야!


청춘의 빛나는 별. 노란색 모표에 빛나는 내 계급장.


난 믿는다. 모자라지만 역할은 기능한다. 이 뜨거운 피와 인생의 분노. 짧지만 내 인생을 평가하는 분노. 대학과 학군으로 자기 인생이 끝났거나 자리를 잡았다고 착각하는 동기들이 있었지. 아니, 시작일 뿐이야. 아무것도 해결된 건 없어. 돈으로 따지만 난 100억이 필요해. 그때까진 번 것도 아니야.


하지만 그게 돈이 될지 다른 무엇이 될지는 나도 몰라. 흔히 말하는 학교 창업센터 선배들처럼 되고 싶지도 않아. 오직 아이디어. 아이디어. 단타. 치고 빠지기 창업. 상장. 한몫 쥐기. 벌었다. 성공했다! 대한민국은 그런 단타 게임에서 뭘 쥐느냐의 싸움. 난 그런 거 아냐. 난 그런 거 재미 없어.


타격. 가자. 내가 결정했다. 간다.


혼자이고 TOT도 이미 지났으니, 더는 필요없다, 생각이 들 때까지 목표를 관측하고 수단을 강구한다. 길은 있다. 혼자라도 가능하다. 완파 반파는 못 해도 하면 되는 거다. 인간을 지켜보면 방법이 나온다. 인간은 항상 실수와 허점이 있다. 무리가 모이면 더 멍청해지는 일도 생각보다 많다.


특전조끼 단독군장으로 가기엔 기초무장이 너무 부족해. 안 되겠다. 군장 내용물을 숨기고, 군장에 작전요으로 필요한 것만 담자. 침구 같은 걸 지고 가기엔 너무 둔해. 다 빼고 작전군장만. 아, 정말. 있어도 없어도 머리 복잡한 이것. 폭약은 어디다 써. 비전기식 뇌관과 도화선만 있다면 좋을걸. 군장 배분할 때 폭파 사수에게 혹시 모르니 한두 개 달라 걸 그랬나. 이 폭약은 어쩌지. 버리거나 내버려 둘 물건이 아니잖아. 이게 싼 것도 아니고.


가장 손쉽게 만나는 뇌관은 지뢰. 만약 적성 지뢰 하나만 인계철선과 같이 있어도 뭐가 만들어지는데. 아쉽다. 역시. 내가 특수전학교 초급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역시 폭파였다. 특수폭파까지 배우진 않았지만, 공병에 가야만 배우는 그 과목이 가장 흥미로웠고 특수전 배우는 것 같았다.


배우고 나면 모든 군용탄약은 폭파 가능/불가능 두 가지로 나뉜다. 평상시에 천시당하는 비전기식 뇌관과 도화선. 그걸 반드시 예비로 많이 들고 와야 하는지 와보니 알겠다. 비전기식은 점화기가 없어도 된다. 점화할 때 잠시 불빛만 가리면 될 뿐. 라이터는 다 있으니까.


’묻어. 백팩 정도 작전 기능만 빼고 다 묻어.‘


하지만 이게 다네. 내가 가진 모든 것.


하지만 최후의 무기, 소텍 무전기와 내 호출부호가 있다. 잠시 까먹었구나 이 가공할 것을. 목표를 소텍으로 때려? 받아줄까? 그럴 수도 있지 않나? 그게 우리 대대, 우리 지역대, 우리 팀 목표인지 우리나 미국 공군이 알겠어? 모르지. 당연히 모르지! 1급 기밀인데, 공군에게 여기는 병력이 때리니 놔두라고 직접 말을 하겠어? 그냥 저길 공군 타격 목표로 안 주면 그만이지.


이론적으로 CAS 가능하다. 오, 가능해!

표적획득이 확실히 되면 무전기 개방해 보자.

분명히 항공중계 된다.

라인 어렵지 않아.

여기 아군은 우리뿐이니까.


암구어로 확실히 신원을 확인하고

’포로상태 강제송신‘만 아니면 된다.


제트기 소리는 상공에 계속해서 들린다.


다른 팀들도 때리고 있어. 왑스나 프레데터 같은 거 아니라도, 소텍으로 항폭요청하는 팀, 꽤 있을 거야. 당연해. 우리 공중경보기도 미군 것도 다 떴어. 이 무서운 걸 내가 간과하고 있었네. 오케, 삼단으로 묻고 내려가자.


’타격하다 죽는 거지. 타격하다 다 죽을 거야. 이런 말을 다른 부대가 들어도 이해를 하겠니? 이걸 못 보니 모르지. 체계 최고 최강 떠드는데. 하지만 이걸 봐. 죽음이야.‘


하얀색 회 석상.

거기 무엇이 있는가.

안방 책상 위에 항상 빛나던 것.

항상 초연하게 날 바라보던 것.

어머니만이 만지는 석회상과 치장물.

그리고 목에 꼭 걸라고 준 묵주.

날 보호해줄 것이라고.

못 가져왔다. 넣으려면 넣을 수 있었다.


우습다. 지금 그걸 목에 걸고 싶다니.

싫건 좋건 난 그 상징의 힘이 필요하다.

그 상징을 어려서부터 보고 자랐다.

남에게 떳떳한 믿음은 없지만

지금 그걸 목에 걸 수 있다면 좋겠다.

내 마음이 편안하겠다. 정말로.

상당한 의지가 될 것이다.


그곳 찬송가가 들린다.

그나마 내가 좋아했던 것.

고대의 제의의식처럼 볼만했던 것.

사제가 포도주잔을 하늘을 보며 높이 들고

찬송한다.


주님의 피

주님의 피

주님의 몸

주님의 몸


나는 예수가 될 수 없지만. 인간인지 신의 아들인지 난 확신할 수 없지만, 그의 삶은 진실했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용감했다. 목숨보다 이성과 자애를 택했다. 목숨을 걸고 진리를 지키는 인간. 그것만으로도 그는 숭고하지 않은가. 그가 그냥 인간이었다 해도 존경할만하다.


그의 말 안에는 인간 평등과 민주주의 기초 이념이 들어 있다. 그 인간세상 바탕에서 공산주의를 공산주의를 추출하는 놈들은 억지다. 공산주의처럼 되려면 지도자 국민 모두 ’선의‘가 바탕되어야 한다. 그런 게 되냐? 개나 물어갈.


예수는 인간을 알았다. 예수는 유다의 배신을 알았다. 인간은 유다이거나 유다의 방법을 쓴다. 우린 그걸 사회생활이라고 한다. 인간관계라고 말한다. 내가 사이비 냉담자라도 그건 안다. 그는 알면서도 인간을 포용했다.


성경의 역사는 잔인하다. 구약은 분명 잔인하다. 그러나 그렇게 잔인하게 하지 않으면 인간사의 변혁은 불가능하다. 모든 종교는 멍청한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잔인한 방법으로 평정했다. 잔인해야만 미몽에서 깨어나 진리를 선택하는 인간들이 적지 않을걸.


이 땅의 사람들도 똑같지. 아무도 믿을 수 없어. 실제의 북한은 다르다고 말하는 인간들이 있어. 여기도 착한 사람 많다고 말하는 사람들. 틀린 말은 아니겠지. 그들도 인간이고 희로애락이 있다고 생각하는 애들, 민족의 특성. 홍익. 측은지심. 연민. 그래서 바뀔 수 있다고? 그런데 왜 자기 부모는 아무리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걸 증거로 갔다 대도 의사를 바꾸지 않지? 부모도 자식을 못 바꾸고 자식도 부모를 못 바꿔. 지도자가 인민을 바꾼다고?


여기? 안 바뀌지. 바뀔 가능성은 하나.


강력한 통치자가 새로 부임해야 한다. 강력한 룰로 적응시켜야 한다. 다시는 과거로 못 되돌아간다고 느끼는 순간, 대중 공민 사민은 바뀌기 시작한다. 점령해서 쌀만 준다고 끝나지 않는다. 강력한 통제력과 힘을 보여줘야 한다. 변화를 강제해야한다. 그걸 느끼기 전까진 아무도 믿으면 안 된다. 믿으면 곧 등을 칠 거다. 왜? 우리가 아직 통치자가 아니니까. 남한 드라마와 가요를 아무리 듣고 봐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습관적인 것에 복종한다. 드라마 가요로 남한에 동화되었다고?


뭔 바보 같은 소리. 그냥 그게 좋은 것이지. 보수와 진보가 양극화로 그렇게 싸우고 대립하면서도, 서로 씨알도 안 먹히게 격론을 벌이면서도, 북한 주민은 한순간 넘어가길 기대해? 좁은 우물에서 하늘을 단체로 보고 있는 사람들을? 넘어와? 미친 거 아냐? 텔레비전에 나오는 새터민들은 자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작가의 대본을 말하는 거다. 그들에게 진심을 물으면 답은 똑같을 거다.


[먹을 것은 주고, 강력하게 통제하라.]


[그 사회 습성에서 벗어나려면 시간 걸린다.]


우리는, 나는, 그걸 하러 온 거다.


당신들 세상에 새롭게 다가온 힘! 파워! 구부릴래 말래!


다만 이런 말을 할 때, 그 안에 [나의 희생], 나쁘게 말하면 내가 뒈지는 걸 넣으냐의 심리적 선택. 이것이 군인의 선택. 선택의 기로. 난 나 자신을 맹신하지 않으나, 넣겠다.


빛나는 젊음의 시간? 아니. 빛난 적 없어. 지금부터 빛나는 거야. 죽을 때까지 난 혜성처럼 빛난다. ’넣었으니‘. 다만 죽을 때까지 빛나다 꺼져. 인간 하나가 여기서 무슨 짓을 잘 수 있는지 잘 봐라. 난 용감하지 않다. 분석한다. 관측한다. 너희들 뼈아플 곳을 찾아 그렇게 해주지.


내 전공.


E=mc2


내 전공의 핵.

그리고 원자라는 하나의 단위.


나는 멀어지고 있다. 내 전공은 잠시만 멈추면 낙오된다. 정말 무서울 정도로 서점에 새 버전이 넘친다. 머리와 손으로 짜내던 것이 새로 나오는 프로그램과 업드레이드로 사람 바보 만들기 일쑤다. 거기서 쳐지지 않으려면 두 S나 L사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설계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기술적 방법이 나오니, 방식은 계속 무너지고, 그 속도를 대학이 따라가기 벅차다. 대기업 연구소에서 다음번 최신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그 변혁의 핵이 두 연구소 브레인들에게서 나온다. 두 회사는 항상 떠든다. 주문을 건다. 차세대. 차세대. 차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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