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만들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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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카나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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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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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9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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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9화]

DUMMY

9구 초능력 연구소 내 대련장.

스톰의 초능력은 [파동화]다. 자기 자신이 의지를 가진 파동이 되는 것으로 강렬한 진동을 상대 몸에 주입해 내상을 입힐 수도 있다.


스톰은 곧바로 파동이 되어 스파이더의 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대련장 내에는 중저음의 낮은 진동음이 흘러내렸다.


“(이겼다!)”


스톰의 [파동화]된 주먹이 스파이더의 몸에 닿으려 하자 스파이더는 거리를 벌려서 스톰의 공격을 피했다.

이 모습에 스톰은 아까 자신에 대해 소개한 스파이더의 말을 떠올렸다.


“(아··· 파동을 볼 수 있다고 했지?)”


스파이더의 안구를 대신하는 ‘파동 시각화 의안’은 기계가 받아들인 정보를 즉각적으로 뇌로 전송하여 받아들인 정보를 뇌내 시각화 하기 때문에 스톰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은 뇌내에서 초스피드로 이루어졌고 반응속도 또한 인조인간이라 남다른 스파이더는 순식간에 피했다.

볼 수 있다 한들 음속으로 움직이는 파동을 피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쏘는 동시에 몸을 움직여 총알 피하는 묘기에 가까웠다.


“(그래봤자 음속으로 ‘계속’ 움직이는 걸 네가 어떻게 피한다는 거냐!)”


찬우 같은 신체 강화 초능력자 중에서도 초음속으로 달릴 수 있는 초능력자가 아니라면 스톰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

아무리 인조인간이라 해도 초능력이 없는 한 초음속으로 달리는 건 불가능하다.

이건 생물로서 정해진 한계이기 때문이다.


스톰은 자신의 [파동화]된 주먹을 거리를 벌린 스파이더를 향해 다시 내질렀다.

아무리 보이는 공격이라도 한 번 뒤로 크게 뛴 이상 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것을 노린 스톰의 공격이 스파이터에게 닿으려 하는 순간.


-시이이이잉···!


스파이더가 자신이 설치한 와이어를 손톱으로 긁자 일반인이 듣기에도 상당히 날카로운 소리가 되어 스톰의 공격을 튕겨 내었다.


똑같이 파동으로 공격한다면 음속으로 못 움직여도 상관 없다.

까놓고 말해서 기타와 앰프만으로도 폭음만 낼 수 있으면 스톰을 제압할 수 있다.


그렇게 되니 스톰의 초능력에 대해 시험해보기 위해 자신의 와이어로 ‘현악기’를 만들어 와이어를 긁는 것으로 스톰의 공격을 막았다.


그 상태로 자기가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간 스톰은 생각보다 성가시다고 여겼다.


“왜 그러십니까? 더 안 싸우는 겁니까? 전 싸울 건데 말입니다!”


스파이더는 자신이 대련장 전체를 뛰어다니 설치해 둔 와이어를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튕겼다.


스톰은 다시 한 번 [파동]이 되어 날아가려 하지만 초능력을 발동한 순간 온몸에 크고 작은 생체기가 일어난다.


“···?“

“제가 설치한 와이어는 그냥 설치한 게 아닙니다, 적어도 당신의 움직임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어요.”


이내 스파이더는 스톰에게 와이어를 날렸고, 스톰은 피하려고 뒷걸음질 치다가 미리 설치된 와이어에 걸려 넘어졌다.

그리고 Ai심판은 스파이더의 승리를 알렸다.


“|스톰 패배! 스파이더의 승리!|”


Ai심판의 간결한 심판이 끝나자 스파이더는 자신이 쏜 모든 와이어를 되돌렸다.

그리고 넘어진 스톰에게 손을 건낸다.


스톰이 이를 잡으려 하자 스파이더는 바로 손을 빼버렸다.


“···”

“제가 반말해도 신경쓰지 마세요··· 어떠냐 이 패배자새끼야! 이제 내가 하는 대로 말 들어! 하하하! 우선 엎드려 빌지 그래? 제일 먼저 너에게 내리는 명령이야! 하하하!”


스톰은 패배했다.

스파이더는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반말까기’로 스톰에게 굴욕감을 주었다.


반향정위로 상대의 얼굴을 시각화 할 수 있는 스파이더는 그 일그러진 표정을 보려 했다.


허나 스파이더는 스톰의 행동을 보고 무심결에 뒷걸음질 쳤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부디 용서 해주십시오.”

“···?”


스톰은 아까 전까지만 해도 꽥꽥 질러대던 목소리에서 상당히 차분하고 정적인, 마치 그 어떤 미련조차 남아 있지 않았고, 개똥을 밟고나서도 그냥 수돗가에서 적당히 신발 물로 털고 갈길 가는 사람이 연상될 정도로 무 감정 했다.


인조인간인 스파이더 조차도 이러한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처럼 자존심이 아주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 자존심이 꺾이니 스톰은 무 감정해졌다.


“(이건 도저히 패배를 인정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야···)”


스파이더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리 정당한 페어플레이 정신에 입각해 승부를 보았다 하더라도 내심 졌다는 것에 미련을 조금 두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자 아쉬움이다.


동네PC방만 가도 현실에서의 승부조차도 아닌 게임에서 진 것 가지고 열 불 내고 소리지르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스톰은 스위치가 껐다, 켰다 수준으로 사람이 바뀌었다.


“(혹시 자신의 패배를 알고 있었던 건가?)”


스파이더는 조금 생각한 후, 아니라고 판단했다.

왜냐하면 패배가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원하는 대로 되었다는 흡족함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톰에게서 그러한 흡족함의 편린조차 보이지 않았다.


촉각에 의한 진동에 민감한 스파이더는 스톰의 목소리에서 기쁨이나 분노 등의 감정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까지 깊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처음 내보인 태도에서 자신이 진다는 걸 알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스파이더가 느낀 바로 스톰은 분명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목소리의 진동으로 느껴졌고 스톰의 심장 박동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지고 난 후에 처음 만났을 때 이상으로 심장 박동도 그렇고 목소리에서 조차 그 어떤 희로애락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비정상적인 침착 함은, 스파이더 자신이 아니었다면 연기하는 것이라 격노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당신은 왜 그렇게 패배에 무덤덤하죠···? 수치스럽지 않은 건가요?”

“’나는 졌고, 당신은 이겼다.’ 그걸로 끝인 겁니다, 그럼 이제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알아서 하십쇼.”

“음··· 어 알았어, 어.”


스파이더는 일어나라고 말한 후, 뭔가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스톰을 바라보며 초능력 연구소에서 나왔다.


/


서로 호흡을 맞추기 위한 3일간의 시간인데 이를 주도해야 하는 입장인 스톰이 자신의 의견 따위 하나도 말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수동적으로 행동하니 스파이더는 답답했다.


마치 게임에서 적을 쓰러뜨린 후, 그 적이 동료가 된 것 같았다.

그냥 수집품인 것이다.


자신에게 명령해야하는 인간이 이렇게까지 비정상인 사람이라면 다뤄지는 도구인 스파이더 자신에게도 좋지 않다.


판타지나 만화가 아니다, 도구를 활용하는 이라면 그만큼 주도적으로 나서야한다.

칼은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반대로 음식을 만들거나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적어도 스파이더 자신은 자신을 도구라고 생각하기에 스톰이 좀더 주도적으로 나섰으면 했다.


스파이더는 잠깐의 고민 끝에 3일 동안 이러한 스톰의 멘탈을 케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람과 함께 임무에 나섰다가는 큰일 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끄러운 소리가 없는 도시 외곽에 있는 산의 숲과 가까운 곳으로 갔다.

자연의 내음과 함께 곤충과 개구리, 그리고 물소리 밖에 없는 평온한 곳이다.


자신이 이런 곳으로 이끌었음에도 스톰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찢어진 눈과 상어 이빨이 장식으로 보일 정도로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제가 봤을 때, 당신의 침착 함은 정상이 아니에요.”

“그런가요.”

“그도 그럴게, 누군가에게 지면 당연히 기분 나쁜 거에요, 아주 조금이라도 말이에요.”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 거죠?”


스파이더는 자신의 다리를 가리는 긴 치마를 살짝 접고 산의 흙 바닥에 깔린 진흙을 손으로 들어올렸다.


-챱!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들어올린 진흙을 철푸덕 스파이더의 면상에 붙였다.


“지금은 어떤 기분이시죠?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갑작스런 돌발행동에 진흙을 맞은 스톰은 조금 놀랐으나 행위에 대한 놀라움 뿐, 다른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별 느낌 안 드네요.”


스파이더도 슬슬 화나기 시작했다, 오히려 대신 화내 줘야할 것 같아 말했다.


“지는 것에 익숙한 예술가는 필요 없어요.”


그 말을 들른 스톰은 지금까지의 무표정을 벗어 던지고 스파이더를 노려보며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예술가 따위 필요 없다··· 아니 존재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예술의 근원은 뚝심이다.

본디 예술에서는 이겼다, 졌다, 라고 말하기 힘든 분야다.

이는 당연한 것인데 사람마다 느끼는 감성이 비슷하기도 또는 매우 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성이 다르기에 현대 예술에 가치가 부여되는 것이고, 반대로 사람마다 공유할 수 있는 감성이 존재하기에 대중 예술도 결코 질 낮은 것이라 폄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절대 다수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는 점에서 현대 예술보다 우월하지만, 반대로 해석하는 과정과 의도 그 자체를 유추하는 것 자체로도 예술이 될 수 있는 현대 예술이 행위 예술 분야에서는 압도적이다.


즉 뭐가 좋다, 나쁘다 할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예술이다.


물론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라 자기 만족에 불과하다.

단 자신의 그러한 뚝심이 먼 후세에는 인정받기도 한다.


그렇기에 예술가가 자신의 분야가 무엇인지보다도 중요한 것이 바로 뚝심이며 남들이 만든 지도가 아닌 자신의 몸에 달린 나침밤을 믿고 달려야 하는 예술가에게 있어서 계속해서 집중하고 통찰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렇기에 스파이더는 한 번 졌다고 무너질 뚝심을 가진 스톰은 예술가가 아니라 그냥 자기 만족에 불과하다고 까내 린 것이다.


“네까짓 게 무슨··· 예술에 대해···”

“그럼 승부··· 아니, 어차피 졌을 때의 당신이 너무 불쌍할 것 같으니 아예 하지 않을게요.”

“뭐?”


슬슬 스톰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

자신을 이긴 상대에게 머리를 조아릴 수는 있지만 자신의 정체성이나 다름 없는 예술이 폄하 당하는 건 참을 수 없다.

그건 스톰 자신도 참고 있다고 ‘착각’한 뚝심이기 때문이다.


“그럼 아까 이겼던 거 약속으로 이것만 말하고 더 이상 따라 말 안 할게요.”

“뭔데?”

“힘든 길을 걷는 다면, 져도 된다는 생각으로 행동하지 말아주세요.”


스톰은 순간 스파이더의 말에 눈이 확 뜨였다.


“그래.”


스톰은 마지 못해 대답했다.

자신은 혼자 일하는 사람이기에 기본적으로 타인의 말에 대해 무시했다.


어차피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스파이더의 말도 그저 무시한다는 뜻으로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스톰은 스파이더의 말이 자신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에 대해 몰랐고, 스파이더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전혀 알 수 없었다.



/



그 뒤로 3일간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저 좋아하는 음악을 같은 방에서 듣거나, 마신 차에 대해서 토론하거나, 적어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선에서 적당히 이야기를 주고 받을 뿐이었다.


스톰은 아직 집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다과회는 스톰이 신세지고 있던 독방 내에서 이루어졌다.


스톰과 스파이더는 자리에 앉아서 여러 종류의 차를 하나씩 시음하거나 여러 종류의 음악, 그리고 먼 과거의 음악도 들어가면서 서로 의자에 달린 인체공학적 목 받이에 자연스레 기대었다.


“그래서 이 차는 처음에는 그냥 쇳조각을 입에 대는 느낌인데 마지막에 목 넘김이 좋고 여운도 길게 남더라고요, 익숙해지니까 그렇게 나쁜 것 같지도 않고··· 차갑게 먹었을 때랑 뜨겁게 먹었을 때도 확실히 달라요.”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이번에는 반박 안하시는 건가요?”

“같은 생각인데 반박은 무슨···”


스파이더는 희미하게 웃었다.


“서로 통하는 게 1도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우리가 그 정도로 안 통하지는 않았나 보내요?”


스파이더는 스톰과 교감하는 과정에서 밑도 끝도 없는 태클을 받았다.

마치 스파이더가 틀리고 스톰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옳다는 것처럼.


보통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과 달리, 스파이더도 자존심이 강했기에 스톰의 밑도 끝도 없는 자기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해왔다.

그래서 차에 대한 감상 하나 서로 맞게 된 것으로 스파이더는 스톰에 대해 무감정한 사람이 아니라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가···? 차 마시는 거 하나로 이게 그렇게 되나?”


이제 9시간 뒤면 임무 개시다.

한 숨 자고 난 후, 아침 먹고 출발이다.


“그럼 차는 그만 마시고 내일 아침에 만나요.”

“그래.”


스톰은 나가는 스파이더를 배웅해주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결국 스톰은 오늘도 작곡을 하지 못했다.


작가의말

요즘 피곤해 죽겠습니다... 다음주 내로 완결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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