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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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비스)
어둡다. 아니.....하늘만 어둡다.....땅은 밝다. 하늘에 달은 보이지 않는다. 달은 사라졌다. 태양 또한 보이지 않는다. 오직 별들 뿌이다...새벽이다. 난 새벽을 자주 본다. 항상 이 맘때의 새벽이다. 모든 땅은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시간...가장 어두운 시간, 태양이 뜨기 전의 새벽.....어둡진 않다. 땅이 빛나니까...아니 불타고 있으니까...온통 불이다. 온통 피다. 온통 고깃덩어리들이다...온통 부서진 것들 뿐이다. 기억이 몽롱하다. 항상 그렇다. 마치 꿈을 꾼 것 같다. 하지만 꿈속에서만큼은 더 예리하고 냉정한 판단을 내린다. 단지 꿈에서 꺠어났을 때 기억이 옅어진다. 덕분이라고 해야할까? 죄의식은 덜하다. 내가 죽였다는건 알지만 죽일 떄의 기억이 죽이는 순간에서의 기억보다 지금 더 옅으니까....이 마을 역시 죽었다. 없어졌다. 유적이 되어버릴 것이다. 시체를 좋아하는 쥐와 동물들이 가득한......
"카즈나!"
힘을 내어 불러보았다. 내 작은 숨소리가 울려퍼져....이 불밖에 남지않는 도시를 여행한다. 들려오는 또 다른 소리는 없다. 작은 신음소리조차 없다. 오로지....적막 뿐이고....불은 점점 작아질 뿐이다.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줄어들기만 할 뿐이다. 더욱이.....비가올 기세다. 워낙 큰 불이기에 하늘에 비구름을 만들어버렸다. 마을 전체에서의 불은 그 정도 효과가 있었다.
"뚝.....뚝....뚝....뚝.뚝..쏴....쏴아아아아아"
결국 비는 쏟아지고야만다. 오래 내리진 않으리라. 길어야 30분? 하지만 많았다. 내리는 비의 양은 많았다. 난 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좋아한다. 내 몸이 젖어 무거워지는건 싫다. 하지만 세상을 조용하게 만들고, 감상에 젖게 하는 이 기분은 좋다. 그리고 내 몸을 감춰준다. 이 더러운 몸을 감춰준다....그리고 이 순간 좋아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비가 내 마음을 침착하게 해준건지....세상을 냉정하게 만들어준건지. 손가락이 보였다. 허름한 담 옆에 뻗은 손....그 손에는 분명 그것이 있었다..반지......
"카즈나....."
뭐라고 말을 해주어야 할까?....이 사태를 어떻게 말해야할까. 고민한다. 너를 위해서 이렇게 했어...... 아냐...너를 필요치 않는 세상따윈....나에게도 이정도로 필요없어..... 아냐....너가 싫어하는 세상이 있으면...이렇게 없애줄게..다른 세상으로 가자..... 아냐.....좋아해..너가 웃길 바랐어....그래..이거다......
웃음이 나온다.....그녀가 활짝 지어줄 미소에....행복하다.....그녀가 답해줄 말을 생각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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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즈나..좋......!!"
난 손을 잡았다.....차가운 손을.....아니...차가운 손만..난 손만 잡았다.....그곳엔 손.....어깨까지 밖에 없는 손뿐이 있었다.
"크어어어어어어엉!!!!!!!!!!!!!!"
도대체 왜! 난 그녀를 죽인 기억이 없단 말이다!..꿈속 기억이라도 잊을 수 없다.
그런 장면따윈 잊을 수 없다. 분명 없다! 어째서!!!!
난 도망쳤다. 어떤 감정인지 모른다. 단지 생각했다. 난 그녀를 만날 수 없다. 그녀와 이야기할 수 없다. 카즈나와 손을 잡을 수 없다. 안을 수도 없으며 우린 결혼할 수도 없고 그녀를 웃게 해 줄 수도 없다. 그리고....분명...그녀는 마지막에 웃지 못했을 것이다....그 사실이 난 가장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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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비스,비스!"
"...응?"
"이 세계는 신기해. 별이 안 보여."
"응......"
"뭐야, 그게....별이 안 보이니까 싫잖아."
"그래?....난 달도 안 보였으면 좋겠는데....."
"뭐?....뭐라고?!"
"아..아냐."
"뭔데. 궁금해지잖아."
"별 거 아니었어."
"싱겁기는....비스!"
"?"
"나는 너가 너무 좋아. 넌 나 좋아?"
"그게 뭐가 중요해."
"그게 가장 중요한 거라구!!"
"됬어!"
"비스!!"
그냥 빨리 걸었다. 에키는 뒤에서 쫓아오며 뭐라 뭐라 화를 냈다. 사랑이 어쩌구 저쩌구...내가 어쩌구 저쩌구.....자신이 어쩌구 저쩌구...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난 좋아하면 누군가를 좋아하면 안되는 사람....사람이 맞긴할까?.......어쨌든 그런 존재다. 난 내가 좋아한 사람을 죽일까봐 겁이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난 에키가 살아있는 것 하나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 내 마음 따위는 중요한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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