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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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즈)
12월 30일.
밖에 눈이 내리고 잇다. 지금 현재 시각 오후 9시 반....밖은 너무나도 밝다. 하얀 눈이 세상을 비추어서 그런건가? 내 눈엔 밝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난 집에 갔다. 역시나 아늑한 곳이다. 참...내일 있을 전쟁을 생각해보니 이번 중학교 3학년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오츠네의 죽음을 보고 울고....꽤 오랜 시간동안 울었다. 이상한 곳에 떨어지고 이상한 녀석을 만나고 어쩌다보니 죽고 죽이는 데에 합류하고, 마법을 쓰고, 케츠를 만나고 헤어지고...이카리에게 고백도 하고...생각해보면, 사건을 보면 기쁜 일보다 슬픈 일이 많았네?...그런데..왜...난 좋은걸까?..어쨌든 난 만족한다. 내일 죽는다해도...진다 해도...이카리와 함께 하는 것이니..친구로 지내자고 했는데..친구로 지내고있다 생각을 하는데...역시 나한테는 그게 조금 힘이 든다..오히려...같이 죽는 사이라면...친구는 아니었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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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노스)
"흠...내일인가."
라노스가 저택 안에서 창밖에 보이는 궁을 바라보고 있다.
'내일이면......내일이면....세계를 가질 수 있다. 후우....세계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라노스는 작게 조소하다가 이내 숨을 고르었다. 흥분상태가 얼마나 컸는지..단순히 생각을 한 것 뿐이었음에도 숨이 찼다.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었다.
"후우...."
'그리고....세계를 버릴 수 있다....'
"큭큭...큭큭큭...하하...하하하하하핫!!"
라노스는 오른손으로 눈을 가리고는 크게 웃어버렸다. 입모양만 봐서는 웃는건지 우는건지 알아보기가 힘들 지경이었지만 허리가 끊어질듯이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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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카리가 방 책상에 앉아 웹서핑을 하고있다. 여러 인기 검색어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질렸는지 자기 이름을 검색해보고 로체의 이름, 코즈, 오즈, 딘 퀘이치 막 쳐보다가 이내 키보드에서 손을 떼버리고 머리 뒤로, 손을 놓아버린채 의자에 기댄다.
"아..로체....."
뒷쪽에서는 로체가 동화책 한 권을 읽다가 이카리가 부른느 소리에 의자쪽을 바라본다. 표지문양으로 보아 인어공주인 듯하다.
"우리....내일 이길 수 있을까?"
이카리가 기댄채 천장을 보며 물었다.
".....그러길 바라야지."
"그렇겠지?...."
"뭐야?...싱겁게."
"........후우.....저기....로체?!..."
로체는 이카리의 부름에 대답없이 하지만 바라보았다.
이카리는 그저 의자에서 자신을 보지않고 말할 뿐이었다.
"이건 말이지. 내일 진다는 가정하에 하는 말이 아니라 지금이 제대로 된 타이밍이라 생각해서 하는 말이거든?...그러니까 들어줘..아주 짧게 말할테니까."
"......"
이카리는 잠시 숨을 깊게 내쉬고 들어마시며 뜸들였다.
".....저기, 나 너 좋아해. 친구로서 말고...결혼도 하고 싶다. 이런 것 까지는 아닌 것 같지만 사귀고 싶다고 느껴. 같이 손도 잡고 영화도 보러가고 밥도 먹으러 가고 싶다고 느껴. 비록...니가 딘 퀘이치를 좋아하는 것 같지만 말야. 후우..이건 정말 못난 말이긴 하지만 내가 미래의 딘 퀘이치인 거잖아. 나도 딘 퀘이치인 거잖아. 그런걸로는 안되나?"
이카리는 로체의 쪽을 보지 않은 채 붉어지는 뺨을 한 채로 말해버렸다.
로체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예감했었던 것인지는 모른다....가만히 눈을 감은 채 몇 번 숨을 내쉬고 들이마셨다.
"후....나도 좋아, 이카리 너가....아마 좋아하는 감정일 지도 몰라...그런데..넌 나에겐 항상 딘 다음이야. 가끔 생각해..딘이 없었더라면...내가 딘을 모르는 사람이었다면...널 좋아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고...하지만 아니야. 딘은 있어. 내가 아는 사람이야. 내가 오랫동안 말하던 사람이야. 내가 수년동안..바라만 보던 사람ㄹ이야. 지금도 적이지만 보고싶은 얼굴이야. 좋아하지만 한 번도 좋아한다고 말해보지 못할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이야. 너가 딘 퀘이치라고?...그래...미래의 딘 퀘이치지. 그럼 안되겠네..난 과거의 딘 퀘이치와 사랑에 빠진 과거의 로체니까...너도 좋아. 너를 좋아하는 것일 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딘이 없었어야해. 아니. 내가 딘을 몰랐어야해. 내일 우리가 이겨 딘이 죽는다 해도..난 그 고백을 받아 줄 수 없을거야."
"........헤....역시 그렇겠지?....왠지 그런 것 같더라니까..넌 딱봐도 외골수에 보수적인 여자 같았으니까..."
이카리는 기댄 상태에서 다시 마우스를 집으며 말하였다.
"...미안."
로체는 그 말을 남기고 방에서 나갔다.
"뭐야...저녀석..뭐 난 아무렇지 않은데..뭐, 예상했던 일이니까. 그래....다 알고 있던 일이니까..."
이카리는 무심한 듯 평소 즐겨보던 인터넷 웹툰을 보았다. 계속 고정시킨 채 보았다.
"........"
"........"
"........"
".....차인거구나..나...."
".........."
"...아팠구나.코즈...너무 아프네....."
이카리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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