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삼. 세라를 가르치다
그러다 문득 어떤 소리를 들었다.
아아아. 아아.
동시에 그녀의 허리춤에 매어진 검이 웅웅하고 울었다. 그것은 어쩐지 서로를 부르는 노래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그 소리에 일어서서 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았다.
“대장! 뭐해?”
“노래 소리 안 들려?”
하지만 그녀 외에는 소리를 들리지 않는 듯 하다. 그제야 이 소리가. 이 노래가 자신에게만 들린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의문섞인 시선으로 노래가,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보았다.
그곳에는 불이 켜진 한 공방이 있었다. 다들 잠을 자는 이 시간에 왜 저곳에만 불이 켜져 있을까? 그런 의문감에 그녀는 걸음을 옮겼다.
“대장 어디가!”
뒤에서 동료가 물어 온다.
“볼일!”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불이 켜진 공방으로 다가간다. 쌀쌀한 새벽의 공기가 그녀의 피부를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서 그대로 걸음을 옮겨나간다. 그 씩씩한 걸음걸이로 그녀는 불이 켜진 공방으로, 노래가 들려오는 공방으로 다가갔다.
따앙! 따앙! 따앙! 따앙!
그 안에서 누군가 망치를 두드리고 있다. 밖에서 들었을 때는 망치 소리는 나지 않았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안으로 들어섰다.
그 안에 있었다. 낮에 그녀에게 백요白妖라는 이상한 이름의 검을 준 사내가. 그 사내의 그 기이한 미소는 익히 기억한다.
그건 그녀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백요白妖가 웅웅 하고 울었다. 그녀는 백요白妖를 쓰다듬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따앙! 따아앙!
망치소리가 크다. 이런 소리가 왜 밖에서는 들리지 않고, 노래 소리처럼 들렸던 걸까? 그렇게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그녀는 그 노래 소리를 들었다.
낮지만 부드러운 허밍이다.
아아아. 아아.
그 허밍은 사방에서 은은하게 울려온다. 마음을 침범하는 따뜻한 물과 같이 허밍이 사방에서 울려왔다.
공방이...노래 하고 있어?
“이런이런. 손님이 오셨군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때 워크라는 이름의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사내가 그녀를 돌아보지도 않고 말을 걸어온다. 나를 알아챘어?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닌 듯 다시금 침묵하여 망치를 두드리고 있었다.
집게를 돌리고, 망치를 두드린다. 불꽃이 튕기고, 화광이 번쩍인다. 그것은 어쩐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 모습을 지켜 보았다.
따앙! 따아앙!
망치질 한번에 불꽃이 한번.
따앙! 따아앙!
망치질 두 번에 노래가 된다.
따앙! 따아앙!
망치질 세 번에 모든 것이 춤을 추었다.
이건...뭐야? 내가 보고 있는 게 뭐야?
마치 춤을 추듯, 노래를 부르듯, 모든 것이 흔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바라보면 볼수록 빠져들어가는 그 풍경에서 그녀는 그 풍경의 일부가 되어 간다.
그러다 분득 허리춤에서 무언가 부르르 떨었다. 그 진동은 점점 커져 그녀의 정신을 일깨운다.
“아.......”
그녀는 정신을 되돌렸다. 그리고 망치를 두드리는 이색적인 사내를 바라보았다. 검은 눈에 검은 눈동자. 약간 유약한 인상의 사내의 등은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그 무엇을 가지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지?
“고마워 백요白妖.”
어려운 발음의 검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는 성큼. 한발자국을 걸어 나갔다. 그것은 그녀에게 큰 걸음이었다.
“성격이 급하신 분이시군요. 거의 끝나가지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사내는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그런 사내에게 에이란은 왠지 오기가 치밀었다. 그녀의 가슴에서 솟구치는 이 오기는 뭘까?
“흥! 당신이 그렇게 잘났어? 사람이 왔으면 고개라도 돌려 봐야지!”
동료들이 봤다면 본래 성격 나왔다며 손가락질 할 모양이었다.
“하하하하. 검을 익힘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듯. 쇠를 두드리는 장인에게도 다른 생각은 필요가 없으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워크라는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는 망치를 크게 내리쳤다. 쩌어어엉! 드디어 마무리에 들어간다.
그것은 마치 태산이 짓 누르는 것 같은 압력이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워크라는 사내를 향해 오기를 부릴 수 없었다.
이 기운은 뭐지? 너는 누구냐? 당장이라도 백요白妖를 꺼내어 그를 두동강 내고 싶어지는 마음을 억눌렀다.
생사대적을 만난 듯이 그녀의 몸에 식은땀이 어렸다. 이 거대한 기운은 대체 무엇이지? 그런 생각이 그녀의 뇌리를 맴돈다.
치이이익!
수증기가 피어 오르고, 그가 검신을 들었다. 그 검신을 본 순간 무언가 거대한 것에 압도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음.....과연. 너는 군제軍帝라고 해야 겠구나.”
사내가 검신을 쓰다듬으며 말하자 그 검이 웅웅 울며 가공할 위압감을 뿜어내다가 그쳤다.
“하하하하! 알았다 알았어. 녀석 참 자존심이 드세구나.”
사내 위크는 무언가를 알아 듣는 듯 군제軍帝라고 명명한 검의 손자루를 만들고, 검집을 만들며 군제軍帝라는 이름을 검신에 새긴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그 모습을 에이란은 한시간이나 그저 조용히 지켜 봐야 했다. 그가 이윽고 검을 완성하고 검집에 검을 넣자. 그 태산과도 같은 기운이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나는 꿈을 꾸었나? 방금 그건 뭐지?
“당신...정체가 뭐야?”
그녀의 입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그제야 사내는 몸을 돌려서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낮에 보았던 그 평범한 얼굴이다.
그 노래도, 그 울림도, 그 환상도, 그 기운도 모두 자취를 감추고서 그녀의 앞에는 이제 단지 한명의 이국적인 사내뿐이었다.
“저는 그저 대장장이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요.”
워크의 대답에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워크를 노려보았다.
“아 토르. 마 타라.”
후욱!
주변의 마나가 일렁이며 그녀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 힘은 그녀의 모공을 통해 그녀의 전신으로 스며들고, 그녀 내부에 잠자고 있던 마나가 일어나며 전신을 내달렸다.
오랜 시간 수련하여 얻어진 힘이 그녀의 몸을 감싸올렸다. 모르는 것은 일단 두드려 본다! 그것이 그녀가 용병생활을 하며 얻은 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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