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에도성 전투
순도 100% 픽션입니다
도쿠가와가의 전국 소집령.
오사카 서쪽 영주들은 히메지 성에 모이고 오사카 동쪽 영주들은 이가성에 모았다.
각 영주들이 모두 모인 후 오사카성을 점령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조선이 재침해 왔다. 이번엔 해전만 하는 게 아니라 육지로 올라와 약탈했다고 한다.
오사카 서쪽 히메지성에 먼저 소식이 전해졌다.
“히로시마가! 히로시마가 약탈당했습니다. 히로시마 성이 불타고 전원 사망했다고 합니다.”
“뭐! 뭣! 내 가족은! 일가는?”
“그... 그게. 성내 생존자가 전혀......”
커헉.
병사들을 이끌고 왔던 후쿠시마 마사노리가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아카야마가 불탔습니다. 성내 모든 인원이...”
두 번째 전령이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바닷길을 이용하지 못하니 광해의 함대보다 느리게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빈집털이.
모여든 영주들이 웅성거렸다.
다들 정예 병사를 이끌고 이곳에 집합했다.
조선군이 자신의 영지에 침입하면 그대로 당한다.
오사카 동쪽 이가에는 9만 명의 병력이 모였다.
적대분위기의 오사카를 돌아오느라 소식은 더 늦게 전해졌다.
오사카에서의 포로 해방소식이 전해지고, 얼마 후 히로시마와 아카야마의 소식이 들어왔다.
“히로시마와 아카야마에 상륙한 부대는 최소 6만 명. 성내 모든 이를 죽이고 평야 전체를 불 질렀다 합니다.”
“조선군의 다음 목표는 슨푸, 에도, 센다이라 합니다.”
“다테가와 가토가의 영지에선 지역 모든 생명을 말살할거라 합니다.”
충격적인 소식이 연달아 들려왔다.
특히 이가로 온 쇼균 도쿠가와 히데타다의 충격은 대단했다.
에도는 도쿠가와 막부의 중심지이며 슨푸는 은퇴한 아버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있는 성이다.
“저... 전군. 방어하라. 군대를 돌려.”
“안됩니다.”
참모로 따라온 차야 시로지로가 반대했다.
“조선군이 오사카를 떠난 지 3일 째. 그들은 이미 슨푸에 도착했을 겁니다. 지금 출발해봤자 기병은 3일. 보병은 7일이 걸립니다. 에도 역시 마찬가지. 지금 회군해도 조선군이 전부 불태운 후일 겁니다. 회군하면 우린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며 영원히 이만한 군세를 모을 수 없을 겁니다. 우리는 오사카를 쳐야 합니다. 지금 오사카를 무너뜨려야 천하를 지킬 수 있습니다.”
수군의 가장 무서운 점은 기동력이다.
군대가 단순히 행군하는 것이 아니라, 군량과 가마솥, 화살과 화약 등을 가지고 이동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느리다.
하천 하나만 만나도 군량미 등이 젖지 않게 보호하면서 순서대로 도강하는 데만 하루가 걸린다.
바다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동하는 수군은 체력 소모도 없고 육군보다 다섯 배 빠르다.
쇼군은 주변의 아우성을 들으며 한참 고민했다.
“오사카를 치겠소. 전군 공격하시오.”
7만 명의 병력이 있는 오사카를 향해 15만 대군이 공격해 들어갔다.
이가 성에 소식이 알려질 때 쯤 동진한 조선군은 중경이라 불리는 나고야를 털었다.
오십만 명을 먹여 살리는 드넓은 평야가 불타고 교토 다음으로 역사가 깊은 나고야 성이 무너졌다.
도주하는 적은 쫓지 않지만, 남아서 저항하는 이는 철저하게 죽이고 약탈했다.
삼만 명 이상이 죽고 드넓은 평야가 약탈당했다.
나고야와 하마마쓰를 불태운 조선군은 슨푸성에 다다랐다.
슨푸성은 전혀 방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해안에 대함대가 나타난 순간 난리가 나더니 병력이 내리기 시작했을 때 결정을 내렸다.
“전원 후퇴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언뜻 보이는 병력이 5만 명 이상.
배에 남은 수병까지 내린다면 7~8만 될 것이다.
“어디로 후퇴합니까? 오고슈.”
서쪽의 이가에 주력 병사들이 모여 있고, 동쪽 에도는 도쿠가와가의 근거지다.
“동쪽으로. 최대한 빨리 에도에 파발을 보내라.”
조선군은 슨푸성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점령했다.
“성문이 열려 있으니 아무도 죽이지 않겠다. 대신 성은 불태운다. 모두 나가라.”
성내에 남아있던 백성들을 내쫓고 성내 재물을 모두 빼낸 후 성과 주변 평야를 불태웠다.
사흘 후 에도에서 대규모 군대를 만났다.
해안에서 500보 떨어진 곳에 삼만여 병사가 늘어져 있었다.
완만한 만이다 보니 서해바다처럼 너른 갯벌이 늘어져 있어서 병력이 내릴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
해안선 근처까지 깊은 수심이 유지되는 곳.
그곳을 에도 군이 선점하고 있었다.
이운룡과 개떡이는 적의 진형을 보자마자 의도를 깨달았다.
“부대가 상륙하는 순간 공격할 것입니다.”
“현재 위치에선 화포가 닿지 않으니 무용지물이고, 일부가 상륙했을 때 적이 일제히 돌격해 붙는다면 화포를 쓸 수 없겠지요.”
“대책은?”
광해의 질문에 개떡이가 빙그레 웃었다.
“대장선의 위용을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들었지? 이준형. 함영석. 배를 최대한 접근시켜라. 신의 힘을 쓰는 것을 허가하겠다.”
“감사합니다. 주상 전하.”
함영석은 난데없이 고맙다는 말을 하며 병사들을 지휘했다.
조선 함대가 길게 늘어져 지켜보는 가운데 대장선 홀로 전진했다.
괴물 같은 판옥선보다 두 배 길고, 부피로는 열배 이상 큰 배의 등장에 에도군 진영이 술렁거렸다.
현 시대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함선이다.
해안 100보까지 접근한 대형선은 마력을 이용해 앞뒤로 살살 움직이며 슬금슬금 전진하다가 정선했다.
“방포하라.”
콰르르릉.
배의 좌현 두개 층에 빼곡한 대포 50문이 동시에 불을 뿜었다.
쾅! 쾅! 쾅!
사거리 밖에서 조용히 구경하던 에도군 진영에 난리가 났다.
600보면 사람이 점으로 보이는 거리다.
그 거리에서 대포가 날아온다.
천자총통의 주먹만한 화포가 아니다.
애기 머리통만한 쇠구슬이 맹렬히 날아와 병사를 쓸었다.
직접 맞은 병사의 몸통이 터지고, 그 주위 병사들까지 박살냈다.
일제 사격이 끝나고 5분후.
콰르르릉!
다시 50발의 포탄이 날아왔다.
처음보다 명중률이 올라갔다.
대장선 홀로 싸우기에 물결이 심하게 치지 않는다. 첫발이 떨어진 위치를 보며 포각을 조종해 쏜 것이다.
삽시간에 40여명의 병사가 죽었다.
3만 명 중 40여명.
어찌 보면 얼마 안 되는 숫자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 저항도 못한 채 표적이 되어 서있는 이에게 그 숫자는 숫자 이상의 공포를 안겨준다.
콰르르릉!
세 번째 포격은 더 정확해졌다.
그 무엇도 막지 못한다.
목책에 부딪치면 목책을 박살내고, 방패로 막으면 방패를 박살낸다.
그리고 그 뒤쪽 진로에 있는 모든 것을 박살낸다.
자신에게 날아오면 죽는다.
“도...... 도망쳐라!”
“도망쳐! 안 돼!”
“자리를 지켜라. 멈춰라!”
“기다려! 자리를 지켜! 커헉!”
병사들 대부분은 전날 연락을 받고 급하게 끌어 모은 농민이다.
병사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더니 탈영병 수천 명이 생겼다. 뒤쪽에서 칼을 뽑고 준비하던 독전관도 막을 수 없는 숫자였다.
단 세 번의 포격으로 일본군 진형이 와해되었다.
“상륙하라.”
“전군. 상륙.”
콰르르릉!
대장선이 엄호포격을 하는 사이 수송선이 일제히 전진했다.
판옥선들은 대장선 앞으로 나와 전열했다.
홀수가 얕은 판옥선은 광해함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판옥선 이백여척이 해안선에 붙어 육군을 내리며 포격을 했다.
적진까지 닿지 않는다.
대신 수천 발을 일제히 쏘는 것 자체가 적에게 위협을 준다.
돌격할 생각 자체가 사라지도록.
아직까지 침착함을 유지한 에도 번 지휘부가 돌격 명령을 내렸다.
“돌격! 돌격하라!”
“전군 돌격!”
대포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고, 육상병력 일부가 내린 지금 돌격을 하면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지금 돌격하면 전투는 승리한다.
병사들이 용감히 돌격해준다면 말이다.
“미친. 저기로 돌격하라고!”
“니가 달려라!”
“니놈이 선두에서 달려라.”
탈영병의 숫자가 더 늘었다.
삽시간에 만여 명이 도주했다.
명령을 따라 돌격한 병력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와중에 에도 번의 최정예인 기병 5000명이 먼저 도착했다.
5000 기병은 포화 속에 극히 일부를 잃고 상륙한 조선군 근처에 멈춰선 후.
일제히 말에서 내렸다.
일본군에게 기병이란 말 위에서 싸우는 병사가 아니다.
산과 언덕, 성이 많은 일본에서 기병 돌격이란 전술 자체가 없다.
일본의 기병이란 말을 타고 이동하는 기동력이 빠른 보병이다.
“정렬! 천인대별로 정렬하라!”
수송선에서 일제히 병사가 뛰어 내렸다.
허벅지 깊이의 물에 내린 병사들은 내리자마자 육지를 향해 달려야 했다.
“자기부대 확인해! 백인장! 계속 소리쳐라!”
“열일곱 백인대! 여기다”
“서른둘 백인대 모여!”
1차 상륙 5천명.
다섯 개 천인대는 개떡이의 지휘를 받았다.
가장 먼저 내린 개떡이는 이리 저리 소리 지르며 달렸다.
“진형을 갖춰라! 각 천인대 깃발 세우고! 5천인대는 옆으로 백보 더 가라고 해!”
선두 오천명은 정예병이다.
조선 수호군 출신 천 명에 갑사출신 4천명.
여름동안 부대는 일본의 중소형 섬을 점령했다.
적의 해상이동이 단절되었으니 대마도만한 섬들을 하나씩 점령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이것도 나름의 전투라서 군의 훈련도는 부쩍 올랐다.
그런 그들에겐 이번이 실질적인 첫 전투다.
목숨을 건 치열한 첫 전투!
“긴장하지 마라. 주상께서 지켜주신다. 밀집창진!”
천인장을 맡게 된 우진춘이 다독였지만, 병사들의 몸이 굳는 건 어쩔 수 없다.
“온다! 쫄지 말고 기다려라! 우리가 배운 게 뭐다?”
“요동창술!”
“그래. 배운 대로 찌르면 된다. 찌르면 죽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돌격해오는 일본 기병의 고함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온다.
말에서 내려 싸우는 보병이지만, 말을 탄다는 것 자체가 고급병과다.
갑옷도 번쩍번쩍하고, 투구가 없는 병사가 없다.
그 중 선두에 있는 자는 덩치도 크고, 물소 뿔 세 개를 투구에 달아 굉장히 위협적으로 보였다.
“온다! 쫄지 말고 준비!”
두 부대가 부딪치기 직전.
퍼엉.
선두에서 달려오던 장수의 머리가 터졌다.
목 위가 사라진 장수는 두어 걸음 더 달리다가 철푸덕 쓰러졌다.
“어?”
우진춘은 무의식적으로 돌아봤다.
200보 정도 뒤쪽 대장선에서 광해가 서 있다.
광해는 광해함 뱃전에 맥심기관총을 본딴 광해기관총을 설치했다.
기관총 무게의 90%를 차지하는 수냉장치를 없애고, 냉각마법진을 설치했기에 맥심보다 가볍고 날렵하다.
“자 봐라. 탄띠를 장전하고, 이렇게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기면.”
타다다당.
돌격하는 적장과 그 주위의 병사 서넛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이렇게 하는 거다. 알겠나?”
“옛!”
간삼과 임경업 등 근접호위병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조준하고, 쏘고. 조준하고 쏘고.”
타다당. 타다당.
기관총은 광해의 아공간에 넣었다가 광해만 쓸 것이다.
적에게 빼앗기면 무기혁신이 일어날 테니 극히 제한된 환경에서만 사용한다.
그렇다고 호위들을 놀릴 이유는 없지.
간삼은 탄띠를 잡고 있고,
“임경업. 잘 줍고 있냐?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잘 줍고 있습니다. 앗 뜨거! 사내 대장부는 안 뜨겁지 말입 앗 뜨거!”
호위들은 열심히 탄피를 줍고 있다.
탄약 가격에서 탄피가 가장 비싸다.
잃어버리면 단체 기합이다.
- 작가의말
포의 사거리에 대한 설정은 인터넷 스펙의 1/3로 잡았습니다
최적의 정비와 완벽한 화약을 넣어 쏜 최대사거리와 최대살상거리를 전투시에 적용시킬 수 없어유
요시대 철판을 구부리고 쇠테를 끼워 보강한 포에 전투중 포신 내부가 더럽혀진 상태에서 최대사거리 화약만큼 넣었다가는 그자리에서 폭발해 전멸할걸요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