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 붉은 바람3
순도 100% 픽션입니다
대서양 연안을 따라 올라가며 항구를 불태운다.
이 시대 항구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닌 나무로 만들었기에 불에 잘도 탄다.
작은 항구들을 불태우고 버려진 배를 나포한다.
칸국 함대 뒤를 따르는 오스만 제국의 함대는 수송물품과 예비선원으로 가득차 있다.
그들이 쓸모없는 배는 불태우고 쓸 만한 배는 선원이 올라타 자기함대로 만든다.
오스만의 힘이 강해지지만 괜찮다.
지브롤터를 막고 나면 외부세계로 나갈 수 없다.
지중해 호수에서 혼자 노는 건 무섭지 않다.
오스만은 타 종교에 관대하고 칸국과 굳건한 동맹을 맺었기에 광해소망교가 들어가는 걸 허용했다.
광해소망교가 교리를 퍼트리고 광해의 이적이 이어질 때마다 오스만에서 광해소망교의 힘이 커질 것이다.
오스만은 매우 자연스럽게 칸국의 속국이 될 것이다.
리스본에 가서야 저항다운 저항을 받았다.
육지 속에 쏙 들어간 만 안에 적함이 모여 있고, 육지에 대포 백여문이 배치되어 해군의 접근을 막았다.
“뚫을 수 있겠어?”
“육지에서의 정확한 포격을 맞으며 들어가 적함을 불태우는 건 손해가 막심합니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함포와 고정된 육상포격은 명중률의 차이가 크다.
그렇다고 무시하고 지나친다면 원정을 나온 의미가 없다.
“내가 나서야겠네.”
“송구하옵니다.”
“그러려고 왔으니까.”
광해가 기지개를 피며 일어섰다.
구름이가 따라 일어섰다.
“구름아. 전처럼 하늘을 날아볼까? 공중을 걸어가 배를 불태울건데.”
끼이잉.
구름이가 구석에 놓인 자기의 상자에 쏙 들어가 얼굴을 감췄다.
안 따라올 거면 여기 왜 온거니.
구름이를 버려두고 홀로 나섰다.
염동력으로 바다를 짚어 뚜벅뚜벅 걸어갔다.
콰콰쾅. 콰쾅.
포격이 날아올 때마다 방어막이 흔들리며 마력을 쏙쏙 빨아먹었다.
그래도 이젠 마력이 충분히 많다.
“신께서 페르난디트 2세에게 전하길 모든 항구와 배를 불태우고 바다에 나가지 말라 하셨다. 너희는 신의 말씀을 어겼기에 천벌을 받게 되었으며 죽어서도 지옥에 떨어져 영원히 고통 받을 지어다.”
마법진에서 완성된 불덩이가 항구 안 배에 부딪쳐 거센 화염을 일으킨다.
한척씩.
한척씩.
선원이 죽을 때마다 마력이 요동친다.
선한 이가 죽으면 마력을 빼앗고 악한이 죽으면 마력을 준다.
다행히 잃는 마력보다 얻는 마력이 더 많다.
이 시대의 선원은 대부분 살인을 즐기는 범죄자다.
소모한 마력보다 더 큰 마력을 얻었다.
불타버린 배에서 뛰어내린 선원이 개미떼처럼 헤엄쳐 육지로 나아간다.
그들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페르난디트를 믿고 주의 뜻을 따라라. 신 아래 모두 평등할지니 부자와 귀족을 죽이고 그 재산을 나눠가져라. 항구와 배와 온갖 사문난적을 불태우고 신학만을 받아들여라. 그리하면 천국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항구의 배터를 불태운 광해는 자신의 배로 돌아왔다.
“광해님 만세!”
“와아아~”
하늘을 걷는
광해님께 소망하세요~
적선을 불태우는
광해님께 소망하세요~
저 노래도 오랜만에 듣는군.
아무 피해 없이 적의 대함대가 불타자 병사들이 자발적으로 노래하며 만세를 외쳤다.
“시끄럽고 출발해라.”
딱히 너희 잘되라고 나선 거 아니거든.
리스본과 그 위 몇몇 항구를 불태우자 소문이 퍼졌다.
신의 뜻을 이행하는 부대가 해안의 모든 걸 불태운다.
스스로 하지 않으면 지옥 간다.
이보다 무서운 말이 있을까?
오스트리아와 함께하기로 한 스페인은 저 말을 믿었다.
이미 해상전력 대부분을 잃은 스페인은 저항할 힘도 없었다.
페르난디트에게 성직자로 임명된 스페인 왕과 귀족들은 지옥에 가기 싫어서 광해의 말을 이행했다.
해안가 모든 배터가 불타고 몇 안 되는 군함이 불탔다.
포르투갈 영역을 지나가니 스페인의 모든 항구가 초토화되어 있었다.
“좋군.”
“역시 현명하십니다. 한번의 전투뿐 아니라 그 뒤까지 보시다니요.”
“됐어. 방해하지 마.”
“예. 쉬십시오.”
지금껏 쉬었지만 더 쉰다. 계속 쉰다.
함대는 프랑스 연안을 불태우며 전진했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 바다가 가장 좁은 도버 해협.
도버 해협 프랑스 쪽 도시 칼레에 함대가 모여들었다.
잉글랜드 100여척. 프랑스 100여척. 네덜란드 200여척.
천톤급 이상은 100척 미만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판옥선 규모의 소형 평저선이다.
조선이 판옥선에 열을 올린 것처럼 연근해를 항해하는 배는 노가 달려있고 바닥이 평평한 게 유리하다.
함선의 화포수를 합치면 칸국 함대보다 많다.
광해 없이 싸운다면 승패를 장담할 수 없다.
광해가 없다면...
“광해님 부탁드립니다.”
“야. 너 왕 알기를 우습게 아는 거 같다. 개떡이 주제에.”
“신의 기적을 널리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싸우셔도 신의 힘이 줄지 않으신다 하셨으니......”
“새끼.”
출세 좀 했다고 이제 말대답도 하네.
같은 일의 반복이다.
하늘을 걸어가 신의 뜻을 전하고 배를 불태운다.
항구에서의 전투와 달리 바다 위에서 배를 잃은 선원은 대부분 목숨을 잃었고, 그 모습에 공포에 빠진 연합군은 금방 와해되었다.
도주하는 배 하나하나를 불태우니 희생자가 바다 위를 가득 메우고 있다.
그래도 미안하지 않다.
잃은 마력보다 얻은 마력이 훨씬 많다.
암본에서 원주민을 말살한 네덜란드 선원.
전 세계에서 진입하는 모든 곳을 학살한 영국 선원.
잘 죽었다.
해상의 저항은 이걸로 끝났다.
이 후 지나는 항구마다 대부분 파괴되어 있거나 비어 있었다.
광해는 느긋하게 경치를 관람하며 여행을 즐겼다.
-형. 페르난디트한테 편지 왔어.
스웨덴 말뫼 근처를 지날 때 모현성의 통신이 왔다.
“왜?”
-네덜란드와 프랑스가 뭉쳤대. 12만 대군이래. 그들을 막기 위해 페르난디트가 친정하겠다는데.
“알아서 싸우라고 해. 귀찮게 시리.”
-그래도 기적은 보여줘야지. 성좌 광해가 후원하는 프린스를 그냥 놔둘거야?
“에휴. 어디야?”
-브뤼셀 인근.
“알았다.”
함대는 휴가를 받아 정박했고, 광해 홀로 이동했다.
현재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한 나라다.
후에 스페인과의 독립전쟁 와중에 두 나라로 갈라진다.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네덜란드엔 붉은 바람이 불지 않았다.
모두 똑같이 나눈다면 가진 게 많은 자신들이 잃는 게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길드들은 돈을 풀어 용병을 고용하고 필사적으로 농민의 궐기를 막았다.
돈 많은 용병단도 재산을 나누는 게 손해이니 네덜란드로 모여들었다.
프랑스는 애초에 신성로마제국과 함께 할 수 없다.
오스만 제국이 신성로마제국을 공격할 때 모든 기독교 세력은 서로 싸우는 것을 멈추고 오스만에 저항했다.
오직 하나 프랑스만이 오스만 제국과 손을 잡고 신성로마제국의 등을 찔렀다.
오히려 비밀 동맹을 통해 오스만이 공격하도록 부추겼다.
유럽에서 그나마 중앙집권체계에 가까운 프랑스는 유럽의 패권을 잡기 위해 이슬람 세력 오스만과 손을 잡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프랑스가 페르난디트 2세에게 성직자로 임명되어 밑으로 들어가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소문이 들어오지 못하게 국경을 막아 다가오는 모든 이를 죽였고, 기적을 본 파리의 시민도 봉쇄했다.
붉은 바람이 불어오기 전에 페르난디트를 쓰러뜨린다.
그를 위해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전력을 다했다.
와아아~
죽여라! 죽여!
콰콰콰쾅.
네덜란드 브뤼셀로 가니 저 멀리서 전투가 한창이었다.
공중에서 이동하며 전황을 보니 신성로마제국군은 10만 이상이고, 네-프 연합군은 4만명 정도였다.
12만이란 숫자는 역시나 뻥튀기였다.
그러나 4만이라는 숫자는 정예병이고, 페르난디트의 대군은 공산당 비전문가다.
네-프 연합군이 전장을 압도하며 붉은 전사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4만이란 숫자로 세배 많은 적을 공격하는 것도 신기한데, 10만 대군이 쳐발리는 건 더 신기하다.
광해이포를 줬는데 왜 써먹지를 못하니.
광해는 하늘을 날아 자신의 아바타를 찾았다.
진형 후방 화려한 갑옷을 입은 기사단이 뭉친 곳에 페르난디트 2세가 있었다.
광해는 염동력으로 아바타를 끌어올렸다.
“으아아아아.”
황제가 비명을 지르며 하늘로 떠올랐다.
“신이 도우라 해서 찾아왔다. 병사들 사기 떨어지니 소리지르지 말아라.”
광해의 말에 정신을 차린 페르난디트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오오. 주님이시어. 이 은ㅎ...”
“시끄럽고.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읊어 병사들에게 전해라.”
“예. 예.”
“대답도 하지 말고.”
아바타 주제에 제멋대로 움직이면 안 돼지.
광해는 페르난디트의 몸에 마법진을 그렸다.
“주의 은혜로 적을 물리칠 힘을 얻었노라.”
......
“따라하라고 머저리야.”
“아. 예. 예. 주의 은혜로 적을 물리칠 힘을 얻었노라.”
페르난디트의 목소리가 전장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목숨 건 전투를 벌이던 병사들이 큰 소리에 놀라 하늘을 봤다.
공중에 두 사내가 떠 있었고, 그 중 하나는 신의 메시아 페르난디트 2세였다.
와아아~~
황제 만세~
주의 기적이 또~
“주님의 적은 죽는다.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어둠을 버리고 빛을 받아들여라.”
페르난디트는 연설을 하며 공중을 걸어 전장 깊숙이 들어왔다.
염동력으로 자신과 아바타를 조종하던 광해는 전장 선두에서 지휘하고 있는 적의 기사를 찾았다.
염동력으로 집어 하늘로 띄운 후 그대로 놓았다.
아아아아.
콰직.
여기저기서 적의 지휘관이 공중에 떠올랐다가 화려하게 추락해 죽었다.
“저항하는 이교도를 죽여라. 가톨릭을 받아들인다면 살려줘라.”
페르난디트의 목소리가 울리는 와중에 지휘관이 꾸준히 죽어나갔다.
압도적으로 싸우던 네-프 병사들은 순식간에 사기를 잃어버렸다.
가톨릭공산당은 힘을 얻고 사기가 바닥난 적을 쉽게 물리쳤다.
적의 전열이 무너진 걸 확인한 광해는 페르난디트와 함께 적진 후방으로 날아갔다.
포병대와 기사단이 도열한 지휘부.
그 중에서도 유난히 화려한 인물들이 있었다.
“프랑스 왕! 저자가 프랑스의 왕 루이 13세 입니다.”
루이 13세. 모현성에게 들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부르봉 왕가 단 두 명뿐인 대왕으로 추존되고 그 사이 끼여 평범하다는 평가를 받은 녀석.
하지만 명재상 리슐리외에게 전권을 맡겨 프랑스의 절대왕권과 전성기에 기반을 닦은 훌륭한 녀석.
그러므로.
콰직.
죽인다.
“리슐리외도 저기 있나?”
“예? 그게 누구입니까?”
얼빠진 페르난디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신실한 것 말곤 아무것도 없는 머저리.
그래서 써먹기 좋긴 하지.
“됐다. 입 닫아라.”
프랑스 왕 주위에 있던 화려한 복장의 신하들을 하나하나 모두 죽였다.
그 중 리슐리외도 있으면 좋은 거고.
“말해라. 프랑스 왕과 지휘부 전체는 신의 벌을 받아 죽었다.”
“예. 프랑스 왕과 지휘부 전체는 신의 벌을 받아 죽었다.”
예 라는 말을 뺄 지능이 없니?
바보를 조종해 전장을 뒤집었다.
병사들의 사기가 오르고 적이 하나 둘 도주하기 시작하자 가톨릭공산당의 숫자는 이제 무서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광해는 페르난디트와 함께 네덜란드 지휘부까지 찾아가 갑옷이 화려한 이들부터 하나씩 죽였다.
“빛을 찾아라.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신교를 죽여라.”
“귀족과 특권층을 죽이고 모든 재산과 땅을 나눠가져라.”
“신학만이 유일한 빛이니 다른 모든 학문을 지워라.”
페르난디트는 하늘을 날며 꾸준히 교리를 설파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패잔병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페르난디트의 병사들 대부분은 농민으로 조직적으로 추격할 능력이 없었다.
적 대다수를 놓쳤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다.
이제 저들은 자신이 본 가톨릭의 기적을 말하고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릴 것이다.
“됐다. 신께서 허락한 힘은 여기까지다. 어서 유럽 전체를 정화하고 지브롤터 성지순례에 최선을 다하라.”
“믿고 맡겨주십시오. 모든 것은 주님의 뜻대로.”
브뤼셀 기적을 통해 페르난디트 2세의 힘은 유럽 전역에 알려지게 되었다.
말뫼로 돌아온 광해는 함대와 함께 네 달을 더 항해했다. 발트 해 구석구석을 방문해 항구시설과 정박한 배를 불태웠다.
소문을 들은 중소형 배들이 강에 올라가 숨었지만, 그것까지 일일이 잡아낼 순 없다.
“돌아가자.”
“예. 대칸.”
입부의 지휘 하에 함대는 그리운 고향 지브롤터로 기수를 돌렸다.
- 작가의말
복많이 받으세요
한국은 공식적으로 ‘만’나이를 사용하므로 한살 더 먹는 날 아닙니다.
에... 뭐... 그렇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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