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 헬조선2
순도 100% 픽션입니다
광해의 손짓에 간단한 주안상이 잔칫상으로 바뀌었다.
일곱 개 국가에서 고용한 요리사가 각자 자기네 문화 음식을 심혈을 기울려 내왔고, 덕분에 다채롭고 화려한 음식이 상에 가득 찼다.
술도 맥주에서 보드카로 바꿨다.
“내가 만약 돈을 받았으면 대구역에서 할복하겠다. 강원랜드 신입사원이 고위공직자 친척으로 가득하다. 국회의원 딸이 열다섯살에 외국어 논문의 저자가 되었다. 한심하지?”
“어. 답답하지. 정치권의 비리가 그렇게나 터지는데. 그런데도 한국이 최고라고?”
“전라당 경상당은 맨날 편 갈라서 서로 욕하고 몸싸움하고 표밭 만들려고 전라 경상 분단시키려 유도하고, 언론사도 중립, 진실은 개나 줘버리고 서로 대놓고 당의 기관지로 앞장서서 나팔 불고 인터넷에선 일배충들이 맨날 싸우고.”
“끔찍하지. 의식적으로 안 보게 되더라.”
“정치충들은 상관없는 온갖 글에 달려들어 상대정권 욕하고. 비가 와도 정치인 욕, 눈이 와도 정치인 욕, 집값이 올라도 정치인 욕, 집값이 떨어져도 정치인 욕.”
“에휴. 정치병자들.”
“그 덕에 민주주의가 발전한 거야. 상상속의 민주주의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그나마 한국이 가장 앞서있어.”
모현성은 대반전을 이끌어냈다는 듯 흡족한 표정으로 보드카를 마셨다가 켁켁 거렸다.
광해는 설탕물에 보드카를 칵테일하는 모현성을 보며 말했다.
“뭔 개소리냐? 일배충은 나라를 분열시키는 쓰레기라며.”
“어. 맞아. 그런데 정치충은 달라. 걔들은 사회발전을 돕고 있어. 둘을 분간해야 해. 자기 관종력 때문에 어묵이니 통구이니 하는 똥을 싸서 나라를 분열시키며 희열을 느끼는 게 일배충이고 정치충은 정치적 신앙에 빠진 광신도라서 상대를 죽이려 노력하는 놈들이야.”
“...... 차이가 있긴 있냐? 둘 다 병신 같은데.”
“형. 교회 어떻게 생각해?”
...... 병신으로 생각한다.
“교회의 교리. 한심하지. 그들이 역사기간 내내 해온 죄악. 끔찍하지. 목사의 비리, 교회 세습, 전도사의 성폭행. 열 받지. 그런데 그런 거 빼고 교회의 활동을 보자. 전에 말했던 것 같은데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자신의 취미활동에 수익의 20%를 쓰는 거야. 낚시에 빠진 사람이 낚시에 돈을 쓰고, 자동차에 미친 사람이 자동차 튜닝에 월급을 때려붓듯 교회 다니는 사람은 자신의 취미에 돈을 쓰는 것뿐이야.
그리고 그들의 취미활동, 구성원과 잘 지내고 사랑받으려는 노력이 사회에는 대체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줘.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돈을 모아 무려 급식을 해주고 고아원에 정기 방문해서 아이들을 돕고 물건을 사줘. 일부 정신 나간 놈들이 이슬람에 전도하러 가거나 전도한답시고 벨을 눌러서 빡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좋은 일을 해. 각자 만족감을 얻고 사회에도 힘이 되지.
정치충이 하는 게 그래. 자기 시간을 쏟아 부어서 상대당의 문제점을 찾고 그걸 복사해서 하루 종일 인터넷에 올려. 하도 많이 보니까 짜증나지만 이게 나쁜 일일까?”
“...... 자기시간을 허비해서 사회를 이롭게 한다?”
“전라당 광신도들은 경상당의 문제점을 파고들어 매일 매일 공개해. 경상당 광신도들은 전라당의 문제를 알기 쉽게 요점 정리해 매일 복사해 붙이지. 사람의 휘발성 기억을 계속 끄집어내서 잊지 않게 만들어 줘. 자기 시간과 돈을 버려가며 정치활동 하는 취미활동이 나라에 도움이 되는 거야.
종교인의 봉사활동처럼 의도치 않은 이득이랄까. 누가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준 덕에 사람들은 양당이 잘못한 걸 계속 기억하게 되고, 양당 또한 여론이 무서워서 예전 같은 미친 짓을 못하게 되고 정치는 점점 깨끗해지고.”
“야. 야. 예전보다 심하지. 장관후보자 청문회 봐라. 어디 깨끗한 놈이 있나.”
“그게 덜한 거란 생각은 안 들어? 이구만 땐 언론 통제할 땐 우순경 사건도 당시 사람들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잘 몰랐어.”
“우순경 사건?”
“모르는 구나. 순경 하나가 무차별 살인한 사건이야. 현실 GTA지. 일인 최다 연속살인으로 기네스에도 올랐었어. 그런 사건조차 언론통제로 막던 세상엔 문제가 없었을까? 박정희 이승만 때도 공무원이 뒷돈 받으면 처벌받았어. 그럼 그땐 뇌물 받는 일이 없었을까? 현대와 비교해서 그때 그 사람들이 지금처럼 청문회를 했으면 대체 몇 명이나 살아남았을까?”
“...... 훨씬 심했겠지.”
“그러니까. 비리를 감춘다고 사회가 깨끗한 게 아냐. 모를 뿐이지. 모든 비리를 들어내야 깨끗해져.”
“그래. 무슨 말인지 대충 알겠다.”
광해는 씁쓸한 입맛을 가시려고 술잔을 들었지만 비어있다.
술병을 찾으니 저쪽에서 예서와 이초란이 서로 따라주며 깔깔대고 있다.
소유키는 둘째를 임신해서 입맛만 다시고 있고.
현대 같다.
콘크리트벽에 전구불이 밝혀지고 한강뷰가 시커멓게 보이는 고층건물.
문득 현대의 어느 아파트에서 친구 가족이 모여 술을 마시는 느낌이 들었다.
광해가 술을 찾자 멀리 있던 박상전이 새 술병을 들고 와 광해에게 공손히 따라줬다.
“무릎 꿇고 따를 필요 없어. 아니. 옆에 상 펴고 너희도 마셔.”
“아닙니다.”
대기하고 있던 박상전과 궁녀들이 손사래를 쳤다.
현대의 이미지가 깨져버렸다.
“명령이다. 마셔...... 라고 하면 더 불편하겠지. 삼켜지지도 않고. 모두 아래층에서 편히 있어라. 필요하면 부를 테니. 명령이다.”
“예. 대칸.”
“성은이......”
절까지 하려는 궁녀들을 박상전이 데리고 내려갔다.
그 사이 모현성은 보드카를 따라 설탕물에 칵테일 하고 있었다.
“광고는 광고일 뿐 세상은 광고대로 흘러가지 않아. 언론이 공정 중립했던 적은 없고 미래에도 없을 거야. 정치인이 국가를 위해 피 흘리며 봉사하지도 않아. 시민단체가 공익을 위해 움직인 적도 없고, 인터넷에 모두를 위한 여론이 형성된 적도 없어. 그저 사람은 각자 최대 만족을 위해 움직일 뿐이야.”
“각자의 이익이라.”
“정치인이 그 짓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야. 돈을 벎과 동시에 권력을 휘두르며 추앙받는 삶이 즐거워서 그 짓을 하지. 돈을 벌되 정치인 직을 유지하기 위해 몰래, 혹은 적당히 비리를 저질러. 죄 지어도 잡혀가지 않을 때는 과감했고, 감시기능이 강화되면 소심하게 죄를 짓지.
언론은 애초에 돈 벌기 위해 만들어진 집단이야. 광고로 돈을 받든, 약점을 취재해 정보를 팔아 돈을 받든, 사전 정보를 이용해 주식으로 돈을 벌든 어쨌든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졌어. 기업의 돈을 받아 뒷광고를 하고, 정치인의 돈을 받아 깨끗한 정치인으로 포장하고 연예인을 협박해 돈을 뜯어. 다만 구독자가 많을수록 뜯어내는 돈이 커지지. 그러니 신뢰라는 가상의 단어를 지키려고 최소한의 선을 지켜. 이 덕에 우린 무료로 정보를 얻지.
정치충은...... 자기가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얻기 위해 자기 시간과 돈을 허비하지. 덕분에 우린 잘 정리된 비리를 되새길 수 있고. 좋지 않아?”
“그걸 그렇게 포장하네.”
“정명정신. 모든 사람이 자기 일을 원칙대로 제대로 한다면 문제없겠지만. 내 생각에 모든 사람은 각자 자기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야. 각자의 이익이 사회 전체에 최선이 되지 않지만, 서로 경쟁하고 싸우면서 최선의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할 수는 있겠지. 그런 면에서 현대 한국은 가장 민주주의에 가까워.”
“에이 그래도 헬조선이......”
“일본보단 낫지. 성매매를 해도 자민당, 돈을 받아먹어도 자민당, 부동산 폭락해도 자민당, 잃어버린 30년이라 한탄하면서도 자민당. 선거의회주의의 가장 안 좋은 면이야. 나라를 팔아먹어도 자민당을 찍으니 정치인들은 다들 자민당에 들어가려고 돈을 쓰고, 내부 경쟁에서 이기려고 돈을 쓰고, 쓴 만큼 회수하고. 솔직히 일본보단 한국이 낫지.”
“그런가.”
“미국은 어때? 민주 공화 번갈아 정권을 잡지만 대통령이 바뀐다고 미국의 노선이 바뀌는 거 본 적 있어?”
“음...... 미국은 초강대국이니까 그냥 달리면 되는 거 아냐?”
“미국은 당이 바뀌어도 정책기조는 그대로 이어나가. 대기업들의 힘이 국가만큼 강하고, 로비가 정식 인정되는 나라니 대통령이 자기 정책을 펼 수 없지. 물론 선두국가고 선두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이 하나라는 건 감안해야겠지만. 그리고 또 어디 있을까? 유럽? 공산당만 연이어 해먹는 발트3국? 이탈리아 정치가 얼마나 막장인지 알아?”
“... 몰라.”
“일부 도시국가를 제외하고 인구 좀 있는 국가 중에서 그나마 앞서 있는 게 한국이야. 전국민이 카메라와 녹음기를 들고 다니니 어디 가지도 못하고 아들 딸 사촌까지 샅샅이 찾아내는 게 인터넷 수사대야. 모든 대통령이 퇴임 후 감옥 갈 정도로 철저히 털어버리니 무서워서라도 몰래 몰래 찔끔 해먹지. 독일의 예전 총리가 비자금으로 물러난 건 알아? 비리는 모든 나라에 있고 감시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면 모든 이가 뒷돈을 받아.”
“...... 중요한 건 감시란 거지?”
“정치인을 믿으면 안 돼. 그들도 사람이고 돈 벌려고 정치하는 거니까. 그런 점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최고야. 관심이나 참여도도 높고 카메라나 녹음기 보유율도 세계 최고니까.”
......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민주주의와는 다른 결론이다.
모현성의 인간불신이 만들어낸 불신사회의 견제정치인가.
그런데 또 듣다보니 그럴듯해 보인다.
“치안 1위. 정치 1위. 한국이 밟던 방향을 발전시켜 더 낫게 만들겠단 거지?”
“어. 정확해. 에...... 그리고 한국의 경제 구조도 굉장히 훌륭해.”
“세계 2위의 평균노동시간이? 이거야말로 헬조선 아니냐?”
“자원은 고갈되지만, 제조업 강국은 쉽게 무너지지 않아.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는 석유값이 오르자 지지도가 오르고 미국에도 막말할 정도로 당당했지만, 미국에서 셰일가스가 터진 이후 베네수엘라는 제대로 박살났지.
하지만 두꺼운 제조업 기반이 있는 대만, 한국은 군사안보라는 치명적 약점에도 꾸준히 버텨내잖아. 제조업 자체가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많은 이가 회사의 이익을 월급으로 나누니 사회가 안정돼. 관광업으로 먹고살던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다 같이 손잡고 아이엠에프한테 달려간 거랑 비교하면 제조업 중심의 한국은 굉장히 안정적 사회야.”
“그래서 한국처럼 만들려고?”
“에에엑? 후손들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노동자가 갈려나가잖아!”
이 개새끼가.
“니가 그쪽으로 유도해놓고.”
때리고 싶다.
“한국의 장점을 말하는 것 뿐! 경제는 미국 따라가야지. 칸제국은 1등 국가잖아. 한국과 달리 자원도 많고.”
“하긴 그렇군.”
“한국은 사회적으로도 훌륭해. 일단 한민족, 칸민족 자체가 훌륭해. 교육열이 높아 비록 성리학 세속오계 따위지만 그거라도 열심히 공부시키고, 평균적으로 많이 공부한 만큼 미친놈 발생 확률이 적고 민족주의도 가장 먼저 눈을 떴지. 왕이 도주해도 스스로 일어나 게릴라 반군을 조직하는 민족주의. 이 지독함에 요나라, 몽골조차 직접 통치를 포기하고 자치 속국으로 만들고 끝냈지.”
“민족주의라. 칸제국과는 어울리지 않는군.”
“어. 이것도 미국식으로 가야지. 혼합된 하나.”
“...... 니 말 듣다보면 한국은 좋은 나라인데. 왜 헬조선이란 말이 나오지?”
“어? 그건 말이야......”
광해가 궁금한 게 생겨 먼저 묻는 건 굉장히 오랜만의 일이다.
그랬기에 모현성은 괜히 안주를 주워 먹으며 시간을 끌었다.
그래서 머리를 때렸다.
- 작가의말
저는 정치충 여러분을 존경합니다.
국가를 분열시키는 일배충과 달리 당신들은 국가발전을 위해 시간과 재산과 인생을 바치는 애국자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특정당 이야기 금지!
수정할 게 많을 것 같아요
실시간 연재라서 댓글로 지적해주시면 찾아보고 바로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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