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위쟁탈전(2)
“왕자님! 일단 작전은 대성공입니다. 저희의 작전이 제대로 먹혔습니다!”
기오스의 부관인 모스가 기쁨에 찬 목소리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말은 안 했지만 기오스의 마음도 기쁘긴 마찬가지였다.
매번 밀리기만 하더니 드디어 첫 승리를 거두었다.
예상대로 먹힌 작전에 게르도 군의 선봉이 꽤나 무뎌진 듯했다.
게르도 군의 기병들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역시 전쟁은 기세다.
작전의 성공으로 인해 기오스 군 측의 사기는 하늘 끝까지 치솟은 상태였다.
“이 기세로 그대로 밀어 붙여야 하네. 우리가 공성을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해야 한다.”
기오스의 목소리는 모스에 비해 훨씬 침착했다.
그는 이제는 절대 질 수 없다는 듯 전방의 상황을 끊임없이 주시하고 있었다.
“당연합니다. 왕자님.”
모스의 잔뜩 힘이 들어간 목소리가 기오스의 귀에 들려왔다.
모스는 지금이라도 당장 자신의 기사단을 데리고 뛰쳐나갈 기세였다.
한 번의 작전 성공으로 인해 자신이 가득 차 있는 그의 목소리.
하지만 방심은 금물.
아직 자신들이 완전히 이긴 것은 아니었다.
기오스는 다시 한번 자신들의 병사들을 둘러 보았다.
기오스 군의 병사들 또한 각 부관들의 지시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 쪽 수가 적으니 병사들의 의미없는 희생은 반드시 줄여야 한다. 빈 곳을 채워가며 싸우도록."
기오스의 명령을 들은 모스는 전력적으로 부족한 곳을 메워나가며 군사들을 앞으로 전진시켰다.
현재까지는 전황에 딱히 부족함은 없어 보였다.
수적인 열세임에도 분투하는 기오스 군에게 전황은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2% 부족한 상황.
그 부족함은 전장의 후방에서부터 벌어졌다.
한창 게르도 군의 기병들이 기오스 군의 책략에 당해 진탕에 나뒹굴기 시작했을 무렵, 피렌 백작은 휘하 기사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목표는 오로지 기오스 왕자의 목이다. 기필코 목을 잘라야 한다. 알겠느냐?”
“예. 마법병단 쪽은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까?”
"거긴 신경쓰지 마라. 알아서 할 것이다."
그가 데리고 온 기사는 약 200여 명.
모두 강화시술을 받은 기사들이다.
게르도는 잘 모르겠지만 흑마법으로 만들어진 마나홀을 보유하고 거기에 더해 마법병단의 강화마법까지 받은 그들이다.
그들은 이 전장에 있어 게르도 군의 최고의 히든카드였다.
피렌이 손을 저음과 동시에 이들의 출발은 시작되었다.
자신들이 누군지 알릴 생각이 없는 듯 그들은 온 몸을 옷으로 둘둘 만 채 최고 속력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표는 오로지 기오스.
"빨리빨리 움직여라!"
기사들의 최전방에서 달리던 피렌이 기사들을 재촉했다.
전장의 측면으로 돌아나가는 그들.
전장은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상태였다.
그렇기에 측면에서 한 무리가 움직이는 모습을 리네갈의 병사들은 제대로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덕분에 피렌 일행은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은 채 계속해서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갔다.
가끔씩 그들을 막아서는 기오스 군들의 저지는 있었다.
하지만 기껏해야 일반 병사들이나 직위가 낮은 기사 정도.
호기롭게 앞을 막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단 일검이었다.
가끔 그나마 실력이 있는 기사들이 있었지만 그래봤자 하급기사들.
그들 정도로는 피렌과 그의 기사들의 전진을 멈출 수 없었다.
어느 새 피렌 이하 기사들의 시야에 들어오는 기오스 군의 진영.
“모두 가면을 쓰도록.”
피렌의 말에 따라 모두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얼굴에 가면을 뒤집어 썼다.
“적이다!”
본격적으로 진입하자 기오스 군의 경계병들이 가면을 쓴 자들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땡땡땡땡-
기오스 군 전체에 특급경계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야?"
"아니! 웬 적이 여기까지!"
병사들은 황급히 각자의 무기를 들고 수상한 자들을 막아섰다.
하압-
순간 피렌의 뒤에 있던 한 명이 뛰쳐나가 그들의 습격을 알린 병사를 단숨에 베어버렸다.
그게 신호였던 듯 피렌의 부하들은 하나 둘 병사들을 처리해 나갔다.
순식간에 바닥에 시체가 되어 나뒹구는 기오스 군의 병사들.
“아니. 저 소리는 진영에 누가 침입했다는 건데. 왜 저 종소리가 울리는 것이냐? 어서 알아봐라!”
모스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전장은 한창 달아 오르는 중인데 뜬금없이 자신들의 진영에 적이라니.
황급히 주변을 돌아보던 그의 눈에 진영의 한 쪽이 어수선한 모습이 보였다.
헉헉-
한 명의 병사가 황급히 달려왔다.
“우회해서 돌아온 적이 있는 듯합니다. 왕자님. 얼른 피하셔야 할 듯 합니다.”
다급히 그 근처에 있던 병사가 달려와 어떤 일이 있는지 기오스에게 전했다.
“수는 얼마나 되지?”
기오스는 전방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수는 200여 명 정도입니다.“
"흠..."
수를 들은 기오스는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정작 가슴을 조리는 것은 모스.
"...왕자님. 조금 진영을 물리는 건 어떻겠습니까?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하지만 내가 도망을 간다면 군의 사기가 어떻게 되겠는가? 그건 절대 안된다.”
단호한 기오스의 말이었다.
내심 불안하던 모스는 재차 건의하긴 했지만 기오스의 생각은 굽혀지지 않았다.
“정 그러시다면... 일단 제 기사단으로 막겠습니다.”
"그래. 모스가 직접 간다면 충분히 안심이 되지. 나는 전장을 볼 테니 조심히 다녀오게."
"네. 왕자님."
모스는 기오스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자신의 기사단을 불렀다.
"왕자님. 그럼."
인사를 한 후 재빨리 모스는 자신의 기사단과 함께 재빨리 이동했다.
그들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도달해 있었다.
모스가 주위를 여기저기 둘러보니 누워있는 것은 온통 기오스 군의 병사들 뿐이다.
“이이...네 놈들은 누구냐!”
크악-
모스가 말을 하건 말건 그 와중에도 피렌은 또 다시 눈 앞의 병사를 한 명 베어넘기는 중이었다.
“우린 그저 지나가는 용병이오. 기오스 왕자를 좀 뵈려고 하오만 안내를 해주시겠소?”
정중한 말투였다.
하지만 칼에 피를 잔뜩 묻히고 있는 저 모습이 어디를 봐서 아군이란 말인가.
방금 전에도 자신들의 병사를 눈앞에서 죽이는 모습을 봤건만 기오스 왕자를 만나고 싶다니.
“제 정신이 아니구나. 가면부터 벗어라!”
모스가 일갈했다.
“이 곳의 모든 길은 모든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거 아니었소? 그리고 이왕 들른 김에 그 쪽 왕자에게도 용건이 있어 애써 발걸음을 했더니.”
피렌은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는 듯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미친 자로군."
모스는 가라앉은 눈빛으로 싸늘하게 말을 뱉었다.
이런 상황에 길을 열어달란다고 친절하게 열어줄 사람이 있겠는가?
더군다나 저렇게 수상한 자를?
으득-
모스는 그의 주위에 정렬해 있던 기시단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왕자님을 지켜라. 모든 적을 없에라!”
수는 모스의 기시단이 훨씬 많았다.
수적 우위를 앞세운 모스의 기사단이 모스의 명령에 따라 커다란 함성 소리와 함께 적에게 칼을 들이댔다.
모스 또한 자신의 칼을 뽑아들고 퍼렌에게 검을 맞대어 갔다.
그는 이 곳을 얼른 정리하고 기오스에게 돌아갈 생각이었다.
저런 오합지졸들은 보통 우두머리만 잡으면 바로 뿔뿔이 흩어지기 마련.
그렇기에 모스가 손수 검을 뽑아든 것이었다.
하지만 모스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실력이었다.
피렌과 기사들의 실력은 모스의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처음은 양쪽 진영이 기세좋게 부딪혔다.
하지만 몇 번의 칼질이 오가자 모스 측이 순식간에 밀리기 시작했다.
'으득. 어디서 이런 실력자들이... 이건 분명히 훈련받은 자들인데...'
모스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모스가 피렌을 이겨야 했다.
칼을 쥔 손에 다시 한 번 힘을 꾹 주는 모스.
하압-
모스는 피렌을 일격에 베어버릴 기세로 검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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