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전장으로
성황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지금 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제레미아 밖에 없었다.
만약 제레미아가 여기에서 회복이 되질 않는다면...
뒤의 일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를 원하지 않는 성황 입장에서는 당연히 제레미아가 한시라도 빨리 깨어나기를 바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더욱 간절히 신에게 기도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제레미아가 지금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여기 누구도 모르는 상황.
게다가 치유의 샘에 누군가 담가진 이상 당사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출입을 할 수 없었기에 안의 소식을 알 수도 없었다.
“아직입니다. 성황님.”
히르미안의 대답에 성황이 초조한 듯 이마를 타악 짚었다.
일순 비틀거리는 성황을 황급히 주변에 있던 고위 신관 한 명이 부축했다.
"정신을 차리십시오. 성황님."
"난 괜찮네. 제레미아가 걱정일 뿐. 신께서 우리를 굽어살피시길.”
“신성력을 너무 많이 사용하여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만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여지니 성황님께서는 너무 심려치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히르미안 자네의 말마따나 나도 그러고 싶네만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네. 2차 방어선도 얼마 못 버틸 것이라 하지 않았는가?”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분명히 회복하고 일어나실 겁니다. 신께서 저희를 항상 지켜보고 계시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자신을 안심시키려는 의도임에 분명한 히르미안의 말이었다.
하지만 말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아야 안심이 될 터.
성황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문 앞을 계속 서성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그들이 그토록 기다려 마지않던 문이 열렸다.
벌컥-
"후아.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었던 것이지? 그 이후로 기억에 없네."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문 밖으로 걸어나오는 제레미아.
그래도 이제야 혈색이 원래대로 돌아왔네.
그가 쓰러졌을 때에 비하면 지금은 아주 양호한 상태였다.
역시 빛의 신인 팔리스의 가호 덕분일까.
그리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성황의 얼굴에는 그제야 안도의 기색이 떠올랐다.
"제레미아 경! 괜찮은가???!!! 어디 뻐근한 데는 없나???"
황급히 제레미아에게 달려와 그의 몸을 이리저리 어루만지는 성황.
하긴 그가 저렇게 행동하는 게 이해도 가긴 한다.
성황에게 제레미아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이렇게 신전이 유지될 수나 있었던가.
그가 가진 유일하고도 필승의 카드가 바로 제레미아이니.
'하긴 성황님도 걱정을 안 하실래야 안 하실 수 없지.'
그가 지금 저리하는 게 충분히 이해가 가는 제레미아였다.
"괜찮습니다. 성황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거 참. 쪽팔리게. 으하하하하."
"자네. 단어 선택이!"
"아. 신께서도 다 이해하실 겁니다. 여하튼 괜찮습니다. 하하하하."
"역시 팔리스 님의 가호가 우리 신성교단제국을 지켜주시는 게야. 다~"
그리고는 갑자기 두 손을 모으더니 기도를 시작하는 성황.
그의 뒤를 따라 고위 신관들도 성황의 기도를 들으며 신에게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이...이거 같이 기도를 해야할 것 같은데...?'
멀뚱히 서있던 이튼이었다.
그도 엉겁결에 기도의 대열에 합류를 하고 갑작스레 신전 한복판에 기도의 장이 펼쳐졌다.
"...팔리스의 가호가 우리를 모두 감싸기를."
"...팔리스의 가호가 우리를 모두 감싸기를."
성황의 말을 끝맺음으로 기도는 끝이 났다.
잠시 옷매무새를 가지런히 한 성황.
"그래. 언제 출발할 텐가? 황제가 알기 전에 다시 출발해야 하지 않나? 2차 방어선 만은 사수를 해야하지 않겠나? 그 곳이 뚫리면 그 다음은 안 봐도 뻔하니까."
성황의 염려는 제레미아도 익히 알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몬스터의 무리가 템페이트를 넘어 전 대륙으로 번져나가는 것 만은 기필코 막아야 할 것이었다.
다른 나라야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그들도 한 나라의 국민이기 이전에 대륙인 아니겠는가.
"암요. 걱정마십시오."
이번에야말로 필승이다.
그렇기에 제레미아는 만반의 준비를 갖춘 후 다시 북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제 무구를 가져가야겠습니다."
"그래. 그건 뭐 자네 밖에 사용을 못 하는 것이니."
성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얼른 가지."
그렇게 그들이 향한 곳은 신전의 어느 곳.
그 곳에는 빛의 신 팔리스의 동상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놓여져 있는 금색의 망치.
그걸 본 제레미아의 얼굴에 반가움이 활짝 퍼져 나갔다.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망취를 한 손에 움켜쥐는 제레미아.
순간 망치에서부터 황금빛이 마구 퍼져나오며 온 신전을 가득 메워나갔다.
"캬~ 역시 이 맛이지~"
제레미아가 든 것은 바로 자신의 전용 무기인 헤르파스의 망치.
빛의 신 팔리스가 직접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그것은 오로지 템플 기사단의 단장 만이 쓸 수 있는 무기였다.
자신이 가진 신성력을 공격력과 방어력으로 자동으로 바꿔줄 수 있었고 신의 무기였기에 팔리스의 힘도 어느 정도 끌어낼 수가 있었다.
말이 어느 정도지 현세에서는 거의 무한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신성력을 쏟아내는 것이 가능했다.
오직 제레미아에게는.
그리고 또 하나.
흑마법을 사용하는 흑마법사에게는 천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무기였다.
망치를 감싸고 있는 항마력.
그 때문에 제레미아와 동급이라고 할 정도의 인물이 아닌 이상은 손을 대는 것조차 불가능한 대륙에서 손에 꼽히는 무구 중 하나였다.
제레미아조차도 그 강한 힘 때문에 몇 번 사용한 적이 없을 정도의 무기였으니.
지난 번 통곡의 벽에 갔을 당시에는 사용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바로 허가 때문이었다.
그걸 사용하기 위해서는 황제와 성황 둘의 허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놈에 견제.
예전이야 황제와 성황 사이에 문제가 없었기에 괜찮았지만 지금은 뭐 알다시피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을 정도로 대립하는 그들이 아닌가.
이해는 한다만은 나라가 망한다는데에도 그걸 내주질 않는 모습은 참 정말이지 정나미가 절로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이번에도 물론 허가는 없었지만...
이미 들어버렸다.
헤르파스의 망치를 든 제레미아가 몸을 슬쩍 돌렸다.
마치 천신과도 같은 자태의 제레미아.
오오오오오오~~~~~~
그 모습을 본 모두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흘렀다.
역시 사람이 훤칠하니 무얼 입어도 참...
저 정도면 그냥 본인이 천신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훤칠함 아닌가.
“후후. 오래들 기다리셨습니다. 얼른 출발하시죠.”
손에 쥔 헤르파스의 망치를 만지작거리며 성큼성큼 걸어나오는 제레미아.
그를 따라 모두는 신전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신전 앞은 수도에 최후 방어를 위해 남겨둔 마지막 템플 기사단들이 정렬한 채 제레미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레미아와 마찬가지로 번쩍이는 금색의 갑옷을 입은 템플 기사단은 그 위용만으로도 대륙을 제패하고도 남을 기세였다.
“자~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이튼 경은?”
"전 나머지 귀족파들을 좀더 설득 후 최대한 빨리 따라가겠습니다."
"그러시죠 그럼. 저희는 급하니 그럼 일단 출발하겠습니다."
모두에게 인사를 한 후 출발을 위해 제레미아가 한 팔을 높이 들어올릴 때.
"멈추시오!"
신전 밖에서부터 들려오는 커다란 고함소리.
누군가 내지른 높고도 큰 소리는 제레미아의 움직임을 멈칫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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