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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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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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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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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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 - 6

DUMMY

마리우스는 자신의 방에서 눈을 떴다. 전날 밤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는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마리우스가 가장 먼저 간 곳은 화이트 원정대가 쓰던 집무실이었다. 케이다스는 누구보다도 일찍 나와 원정대 업무의 뒷처리를 하고 있었다.


“마리우스, 소식 들었습니다. 여길 떠난다면서요.”


“네......케이다스님도 함께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는 제 고향이에요. 가짜라고 한들 저에게는 모두 실제나 다름없는걸요. 다만......전 세계에 자신들을 알린 만큼 이곳 천계에도 레이 박사의 메시지가 도달했습니다. 어쩌면 당신을 따라가려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이제부터 뭐 하고 사실 겁니까?”


“글쎄요......일단 정리가 모두 끝나면 원정대를 일시 해산해야겠죠. 한국 정부의 협력할 사람들을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뭐 그런 일들은 대부분 여신님이 맡아서 할 테니......참, 과학자들 몇 명이 우리 세계에 관심을 갖더군요. 이곳에서 실험을 해 현실에 적용시킬 수 있다나......”


“그런가요, 잘 되길 빌겠습니다.”


마리우스는 결국 그를 설득하지 못했다.


그는 오랜만에 자신의 고향 아이넬에 들렀다. 그곳은 예전보다는 좀 더 북적거리는 것 같았다.


마리우스는 백마를 타고 아이넬의 입구에 도착했다. 이제 마을의 경비원들은 그를 보면 경례를 했다. 몇몇 마을 주민들이 마리우스를 알아보고 놀라워했다.


마리우스의 가족이 살던 집은 이제 다른 사람이 쓰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집이었던 곳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다시 말 위에 올라탔다.


“저기요, 아저씨!”


한 여자아이가 그의 말 옆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정말로 현실 세계의 사람들과 만난 적 있어요?”


“그래.”


“우와아......”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니야. 그들 역시 우리랑 비슷하게 생각하고 말한다. 어쩔 때는 우리보다 더 멍청해 보일 때도 있어.”


“저도 꼭 만나보고 싶어요. 엄마한테 들었는데, 지구라는 곳은 여기보다 훨씬 더 넓대요.”


“그렇겠지. 그 꿈을 꼭 이루길 빌게.”


마리우스는 마을 밖으로 나섰다. 다시 엘리시온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그의 팔찌가 강한 마력 반응을 일으켰다. 마리우스는 왠지 그 마나의 주인을 알고 있었던 느낌이 들었다. 마리우스는 무언가에 홀린 듯 북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폐허가 된 지 오래된 군트프리트의 영역을 넘어, 해변을 지나갔다.


그가 도달한 곳은 생귀니움의 신전이 존재했던 유적지였다.


한 여자가 유적을 조사하고 있었다.


“바이젤......?”


그녀가 뒤를 돌아보더니 마리우스를 보고 인사했다.


“앗, 안녕하세요......”


“당신이 어떻게......”


“절 아세요?”


“그쪽은 마족 계승자 아니었습니까?”


“맞아요. 원래는 천족이었지만......”


“여기서 뭘 하고 있었습니까?”


그녀는 갑작스러운 질문 공세에 적잖이 당황한 듯 했다. 그녀는 마리우스를 상당히 경외시 하는 듯 했다.


“신전 하나를 조사하고 있었어요. 특히 여기에는 과거 생귀니움이라는 이교도들이 쓰던 신전이 있는데, 천족과의 전투 중 파괴되었더라고요. 전투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비교적 상태가 양호해요.”


그녀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기, 바이젤......옛날 일은 기억나지 않는 겁니까?”


“옛날 일이요? 사실 수십 년 전에 있었던 일들은 저도 가물가물해요. 그래도 소중한 사람들은 확실하게 머릿속에 남아있죠.”


“군트프리트 같은 사람들 말입니까?”


“......그 이름을 알고 있었네요.”


“아이넬 주민이라면 모를 리가 없죠. 혹시 저에게 숨기고 있는 게 있습니까?”


“......미안해요. 사실 말 안하려고 했는데, 제 성은 아피우스가 맞아요. 그것 때문에 온 건가요? 옛 조상을 찾으러?”


마리우스는 자신의 팔찌를 그녀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마력이 아까보다 더 강하게 공명했다.


“어, 이건......”


그러고 보니 바이젤에게도 같은 팔찌가 있었다.


마리우스는 괴수와의 전투에서 죽은 사람들을 개발자들이 다시 부활시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만약 그 범위를 넓게 잡는다면, 바이젤 역시 괴수에게 죽었다고 볼 수 있었다. 개발자들은 그녀를 다시 살려낸 것이다. 마리우스와 함께한 기억은 없는 채로.


“바이젤, 혹시 나랑 같이 가는 건 어떻습니까?”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현실 세계가 존재한다는 건 이미 들었겠죠. 저희를 각성시킨 레이 박사가 우리들이 현실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새로운 육체를 만들었습니다. 그걸 이용하면 진짜 세계로 나아갈 수 있어요.”


“미안하지만 그냥 전 여기 있을래요.”


“왜......왜 그러는 거죠? 당신도 그렇고, 여동생도 그렇고, 왜 현실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 겁니까.”


“물론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여기에 있는 것도 분명 현실이나 마찬가지에요.”


“이것들은 전부 개발자들이 꾸며낸 겁니다. 현실의 인간들이 놀기 위해 만든 놀이터라고요.”


“놀이터라 해도 그 경험은 진짜잖아요. 우리가 현실로 나간다면, 분명 현실의 인간들은 우릴 부담스러워 할 거예요. 각자가 태어난 곳에서 살아야죠.”


“당신은 좀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혹시 절 강제로 끌고 가려는 건 아니죠? 이래뵈도 싸울 줄은 알기 때문에......”


“아닙니다. 안녕히 계세요. 참, 그 신전이 파괴될 때, 바이젤 씨도 현장에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기억은 없는 모양이지만.”


그녀는 의아한 듯 떠나가는 마리우스를 바라보았다.


*****


엘리시온에는 마리우스를 따라가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모였다. 그 중에서는 아츠펠드 역시 끼어 있었다.


“함께하겠다고 결정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절 위해서 하는 건데요, 뭐. 언제까지 이곳에 갇혀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는 수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이끌고 엘리시온 외곽으로 향했다. 그곳은 과거 계승자 후보들의 계승 의식이 있던 곳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신호기를 작동시켰고, 곧 레이 박사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와 줘서 고맙습니다. 마리우스 씨.”


“저 말고도 숫자가 좀 많기는 한데......”


“음......한 500명 정도의 육체를 만들어놓긴 했으니, 이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그러면 이제 제단 위로 올라서 주십시오. 일단은 마리우스부터.”


그는 시키는 대로 제단 위로 올라갔다.


“잠시 울렁거릴 수 있으니 대비하십시오.”


순간 그의 몸이 하늘로 빨려들어 올라갔다. 마리우스는 이제 천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마리우스는 자신의 영혼이 무수히 많은 통로를 지나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것들을 전선이라고 배웠다. 이 전선을 통해 전류가 흐르며, 그 전류의 변화를 이용해 페어리 월드를 비롯한 가상 세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마리우스는 눈을 떴다. 그는 정체불명의 시험관 안에 갇혀 있었다. 곧 시험관의 문이 열리고 그의 몸에 붙어 있던 호스들이 떨어졌다. 잠시 후 의사와 공학자 몇 명이 들어와 그의 신체 상태를 체크했다.


“모든 수치가 정상입니다, 박사님.”


“잘 됐군요. 현실에 온 걸 환영합니다. 마리우스 씨.”


마리우스는 자신의 손과 다리를 보았다. 인간일 때와 신체적으로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지만, 주변의 감각이 훨씬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는 거울 앞에 섰다. 얼굴은 과거 마리우스의 얼굴이었던 것과 조금 달랐지만 마리우스는 새 얼굴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옷을 입고 실험실 밖으로 나섰다.


바깥은 생각보다 더 황량했다. 샌프란시스코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번영한 곳 중 하나였으나, 이제는 그저 먼지와 폐허뿐이었다.


“어때요? 현실에 온 기분이.”


어느새 레이 박사가 뒤에 와 서 있었다.


“뭐랄까......더 생생하군요. 미국은 전부 이 모양인 겁니까?”


“멀쩡한 곳도 몇 군데 있기는 한데......대체적으로 이럽니다. 여길 복구하는 게 마리우스 씨의 임무입니다. 당신은 이곳을 복구하는 프로젝트의 적임자에요.”


“자원이 꽤 많이 필요하겠군요. 여기서는 마나가 아닌 석유를 쓴다면서요?”


“석유라면 미국 곳곳에 깔려있죠.”


“서부 지역부터 시작하죠. 그런 다음 동서를 잇는 철도를 만들고......다시 예전의 미국을 돌려 놓는 겁니다.”


“말이 통하니 좋군요. 당신의 친구들은 결국 안 온 겁니까?”


“아츠펠드라고, 과거에 포스마린의 부관이었던 사람입니다. 그는 절 도울 수 있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곧바로 시작하죠.”


*****


레이 박사가 여러 게임을 돌아다니며 괴수를 뿌리고 사람들을 각성시키는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마리우스와 그를 따르는 1,500명의 로봇들은 본격적인 재건 작업에 착수했다. 마리우스는 전기를 비롯한 현대 문명을 습득하는 것이 빨랐다. 사실 현실의 물건들은 동력원만 달랐을 뿐, 작동 방식은 천계의 물건들과 비슷했다. 전기는 마나와 비교했을 때 더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최종 출력은 마나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마리우스는 그 점을 감안해 도시를 설계했다.


그의 부하들 중 한 명이 미국 안에 버려져 있던 원자력 발전소의 설계도를 가져왔다. 강철의 육체를 지닌 그들은 하루에 12시간을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었다. 발전소가 만들어지는 동안, 다른 한 쪽에서는 핵공격으로 인해 심각하게 부식된 옛 건물들을 허문 뒤 새로운 건물을 세우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새 건물들은 적의 공격에도 버틸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단단하게 지어졌다.


미국은 자원이 매우 풍부했다. 더군다나 전쟁 이후 미국인들이 버리고 도망간 자원들을 잘 활용하기만 해도 작은 마을 하나를 만들 수 있었다. 작업을 시작한 지 3달이 지나자 그들은 자신들의 임시 수도인 샌프란시스코를 재건할 수 있었다.


레이 박사가 아스트로 게임즈의 전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더 신속하게 각성 작업을 이행할 수 있었다. 그의 부하들은 팀을 이루어 괴수를 뿌리고 버려진 게임 속 캐릭터들을 현실로 끌고 왔다. 종종 그들은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으나, 현실의 지원을 받는 존재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오히려 현실 세계에 동경을 느끼고 레이를 따라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났다.


페어리 월드에도 네오 아메리카의 소식이 들려왔고, 그곳을 동경하게 된 사람들이 계속해서 현실로 넘어왔다. 여신은 그들을 붙잡고 싶었지만, 창조주에게 정면으로 대항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은 미네르바가 너무 구시대적이라고 느꼈다.


레이 박사가 네오 아메리카를 선포한 지 1년이 지나자, 그곳의 인구는 10만 명이 넘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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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결전 - 3 20.10.19 44 1 11쪽
98 결전 - 2 20.10.16 34 1 11쪽
97 결전 - 1 20.10.15 39 1 12쪽
96 새로운 세계 - 7 20.10.14 42 1 11쪽
» 새로운 세계 - 6 20.10.12 42 1 11쪽
94 새로운 세계 - 5 +1 20.10.09 45 2 11쪽
93 새로운 세계 - 4 20.10.08 43 1 12쪽
92 새로운 세계 - 3 20.10.07 50 1 12쪽
91 새로운 세계 - 2 20.10.06 53 1 11쪽
90 새로운 세계 - 1 20.10.05 58 1 11쪽
89 심판 - 4 20.10.02 50 1 11쪽
88 심판 - 3 20.10.01 54 1 11쪽
87 심판 - 2 20.10.01 55 1 12쪽
86 심판 - 1 20.09.29 95 1 12쪽
85 각성 - 11 20.09.29 60 2 12쪽
84 각성 - 10 20.09.24 69 2 12쪽
83 각성 - 9 20.09.23 68 2 12쪽
82 각성 - 8 +1 20.09.21 61 3 12쪽
81 각성 - 7 20.09.18 61 2 12쪽
80 각성 - 6 20.09.17 66 2 11쪽
79 각성 - 5 20.09.15 60 1 12쪽
78 각성 - 4 20.09.14 59 2 12쪽
77 각성 - 3 20.09.11 60 1 11쪽
76 각성 - 2 20.09.10 64 1 11쪽
75 각성 - 1 20.09.09 72 2 10쪽
7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2 20.09.08 5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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