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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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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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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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 - 7

DUMMY

“왜 인정할 수 없다는 겁니까? 저들은 이미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존재입니다.”


이상수 의원이 물었다. 그는 자신에게 적대적인 여러 의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항변하고 있었다.


“이상수 의원님, 인간은 어디까지나 같은 인간에게서 태어나야 합니다. 저들은 만들어진 로봇일 뿐입니다.”


“하지만 인간과 같은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인간이 아니더라도 동등한 지성체로 대우해야 합니다. 그들과 교류하면 한국은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경제적 이득 이야기가 나오자 의원들이 약간 솔깃해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들이 쉽사리 교류를 허가할 수 없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


아츠펠드는 전자제품을 만드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물론 이것은 그가 로봇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는 별도의 공부를 할 필요 없이 단지 인터넷과 연결하기만 하면 대량의 지식을 즉각적으로 습득할 수 있었다. 마리우스가 도시를 재건하는 사이, 그는 새로운 반도체와 휴대폰, 컴퓨터를 만들었다.


네오 아메리카에서 만들어지는 부품들은 한국이나 일본 기업이 만드는 부품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냈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교류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세계 곳곳에서는 몰래 네오 아메리카의 물건들을 구해왔다.


인간 정치인들은 이들이 자신들의 경제를 장악할 것이 두려웠다. 그들을 인간과 동등하게 대한다면 무역 조약에 있어서도 동등한 지위를 유지해야 했다. 즉 함부로 관세를 부여한다거나 수입을 막는다든가 하는 정책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런 문제에 사사건건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더 좋은 컴퓨터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반겼을 뿐이다.


심지어 네오 아메리카는 자체 개발한 무기를 판매해 괴수 퇴치에 도움을 주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더 이상 세계 각국은 미국과 교류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본격적인 교류가 시작되자 미국의 물건들은 본격적으로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한편 이들은 폐허가 된 중국에 자신들의 식민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는 무주지이니 자신들이 가져가도 상관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규모가 더욱 커진 네오 아메리카는 국가의 이름을 우르크로 바꾸었다. 자신들이 최초의 기계 국가를 만들었다고 선포한 것이다.


세계의 경제는 1년도 되지 않아 우르크에 서서히 잠식되어갔다. 일자리를 잃은 시민들은 우르크의 물건을 부수는 등 극단적인 시위를 벌였으나, 대다수의 국민들은 더 좋은 물건을 사는 데에만 집착했다.


*****


미네르바는 갈수록 더 우울해져갔다. 요 근래에 그녀의 국민 중 약 500만 명이 빠져나간 것이다. 우르크의 최대 구성원은 당연히 페어리 월드 출신의 사람들이었다. 공장에서 더 많은 육체를 찍어낼수록, 물론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여신보다는 레이 박사를 신뢰하게 되었다.


그녀는 매일을 술로 지새우며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더 이상 싸워야할 마족도, 괴수도 없었다. 부족할 게 없으니 일을 할 이유도 없었다. 이런 현실에 불만을 느낀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천계를 떠났다.


미네르바는 진심으로 레이 박사를 증오했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를 죽게 만들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한들 무고한 희생자를 내는 그의 방식을 미네르바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신은 자신이 이 국가를 이끌 역량이 있는지 스스로 의심하게 되었다. 가끔씩은 그냥 마리우스를 따라가는 게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여신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들여보내라.”


그녀 앞에 온 1렙 캐릭터는 자신을 한국의 국회의원이라 소개했다.


“제 이름은 김소현이라고 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을 도와드리려고 왔습니다.”


“저에 대해서 잘 아시나보군요.”


“물론입니다. 저희들은 모두 같은 목적을 지니고 있죠. 바로 레이 박사를 죽이는 겁니다.”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니까 여기에 왔죠.”


김소현 의원은 무척이나 침착해 보였다.


“물론 현실 세계의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제가 보기에 우르크와 싸우는 건 불가능합니다. 듣자하니 우르크 덕분에 괴수의 숫자가 크게 줄었다면서요? 이미 자국의 방어를 우르크에게 맡기고 있는데 어떻게 싸운다는 겁니까? 무엇보다 현실 세계의 사람들은 우르크를 싫어하지 않아요.”


“그런 것까지 알고 계셨군요. 하지만 두 가지를 빼먹었습니다. 하나는 우르크를 좋아하는 사람들만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겁니다. 그들에 의해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은 기계들을 몹시 혐오하죠.”


“두 번째는?”


“그들이 몰래 마약을 팔고 있다는 겁니다. 부작용은 기존 마약에 비해 비교적 적지만, 일단 중독되기 시작하면 헤로인만큼이나 빠져나오기 힘듭니다. 이는 그들이 명백하게 인류를 적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걸 알고 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잖아요.”


“당신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렇겠죠. 미네르바 씨, 우리는 오랫동안 당신을 지켜봐왔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달았죠. 우릴 돕는다면, 페어리 월드가 영원히 유지될 수 있도록 새 법안을 만들겠습니다. 물론 원한다면 바깥 세계로 나올 수도 있겠죠.”


“......당신을 무슨 수로 믿나요. 레이 박사가 보낸 첩자일지도 모르는데.”


“믿든 안 믿든 당신의 자유지만, 제 부모님은 3차 세계대전에서 킬러 로봇에 의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정말로......같은 일이 반복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건 명백한 기계의 반란입니다.”


*****


김소현 의원은 목적지로 향하는 도중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들의 수는 족히 천 명은 되는 것 같아 보였다.


“이들은 누구지?”


“저들은......기계를 신봉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녀의 부하가 대답했다.


“기계를? 레이의 영향력이 이 정도로 미쳤을 줄이야......”


“그뿐만이 아닙니다. 저 사람들은 자신의 육체를 기계로 바꾸고자 합니다. 정확히는 영혼을 뽑아 기계에 업로드한다면 자신들도 영생을 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게 가능하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는데.”


“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우르크와 교류한 이후로 실업률이 갈수록 늘어나자, 아예 자신의 소속을 우르크로 바꾸려는 국민들이 늘어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인간으로 살아봤자 2등 시민에 불과할 테니, 아예 몸을 기계로 바꿔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죠. 레이 박사는 기계화 가능성에 대해 부정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 사람들 역시 레이의 부하들에게 상담을 받기 위해 모인 겁니다.”


“기생충 같은 놈들이군. 어이, 준비는 됐지? 기회는 단 한 번 뿐이다.”


김 의원은 옆자리에 앉은 남자에게 말했다. 그는 안경을 쓰고 체구가 작았으며, 몸은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


“네, 네......”


“명심해. 들키지 않는다면 비례대표 국회의원 1번은 네 것이다.”


그 남자는 목적지에 내린 뒤 한 건물의 안으로 들어갔다.


“오, 왔군요.”


문 앞에서 몇몇 사람들이 그를 반겼다. 그들은 친 기계파들로, 우르크가 한국의 보호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었다. 전직 헤스티넘 멤버들 중 상당수가 여기에 들어와 있었다. 우르크가 설립되고 나서 헤스티넘은 극심한 분열을 겪었고, 멤버들은 우르크에 대한 태도에 따라 서로 갈라졌다. 강인과 유진은 이 문제에서 중립을 지켰다.


기계파 옆에는 우르크에서 만들어진 듯한 전투 안드로이드가 서 있었다. 작은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더 위축되었다.


“준비한 물건은?”


“여기 있습니다.”


남자가 USB메모리를 건넸다. 기계파들은 곧바로 그 메모리를 컴퓨터와 연결했다. 잠시 뒤 화면에는 한국 정부의 우르크 대책 회의에 관련된 내용들이 떴다.


“좋았어. 정부놈들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이걸로 다 알 수 있게 되었군.”


한국의 정치인들이 우르크에 맞서기 위한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자, 기계파의 멤버들은 아예 쿠데타를 일으키는 게 어떠냐는 제안까지 했다.


그때 순간적으로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켰다.


“어라? 이거 왜 이래? 이거 좀 봐봐.”


그러나 곧바로 컴퓨터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행이군. 뭔가 오류가 생긴 것 같았는데......”


하지만 그것은 오류가 아니었다. 해킹 코드가 잠시 컴퓨터를 무력화시킨 사이, 메모리 안에 담겨 있던 여신의 화이트 원정대가 움직였다.


*****


“통신선을 타고 움직인다?”


여신이 물었다.


“정확히는 전자의 형태로 이동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얼마 전에 저희들은 기계파에 들어가려고 했던 남자 한 명을 포섭했습니다. 국회의원 자리를 걸고 말이죠. 그가 메모리를 컴퓨터에 연결할 겁니다. 기계파 놈들은 그게 한국 정부의 기밀 자료인 줄로 알고 있을 겁니다. 그 컴퓨터는 미국에 있는 레이 박사의 본거지와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당신들은 태평양을 건너갑니다.”


“그거 재밌어 보이는데. 그 다음에는?”


“여기서부터가 중요한데......아마도 그들은 여러 겹의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을 겁니다. 그걸 뚫는 방법을 알려드리죠.”


*****


여신이 탄 함선은 엄청난 속도로 나아갔다.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케이다스가 외쳤다.


“버텨라. 그래야 한다! 내가 너희들을 보호해주겠다!”


1초도 되지 않아 그들이 탄 함선은 미국에 도달했다. 세계 곳곳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들이 공중에 떠다니고 있었다.


“위쪽에 우르크 정부의 서버가 존재합니다. 그쪽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좋다. 움직여라!”


“전방에 벽이 날아옵니다!”


선장이 급하게 외쳤다.


“벽? 그 김소현이라는 자가 말했던 것이로군......저 벽에 맞아서는 안 된다!”


벽은 순식간에 함선의 밑을 지나가 저 아래로 떨어졌다. 위를 올려다보니 수십 개의 벽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회피 기동! 전속력으로 오른쪽으로 움직여라!”


선장의 지시에 함선이 재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벽 몇 개가 더 쏟아졌지만 원정대는 가까스로 피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때 정체불명의 파란 생명체가 함선의 옆을 지나갔다.


“저건......대체 뭐지?”


케이다스는 그 생명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발이 달린 슬라임같이 생긴 그 생명은 함선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계속해서 위로 헤엄치듯 올라갔다.


“아마 다른 해커들이 보낸 바이러스겠지. 굳이 따지자면 우리와 한 편이다.”


그러나 그 생명의 비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벽들 중 하나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부딪히자마자 산산조각 나버린 것이다. 대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실수 한 번에 언제든지 산산조각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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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결전 - 3 20.10.19 4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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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결전 - 1 20.10.15 39 1 12쪽
» 새로운 세계 - 7 20.10.14 42 1 11쪽
95 새로운 세계 - 6 20.10.12 41 1 11쪽
94 새로운 세계 - 5 +1 20.10.09 45 2 11쪽
93 새로운 세계 - 4 20.10.08 43 1 12쪽
92 새로운 세계 - 3 20.10.07 50 1 12쪽
91 새로운 세계 - 2 20.10.06 5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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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각성 - 4 20.09.14 59 2 12쪽
77 각성 - 3 20.09.11 60 1 11쪽
76 각성 - 2 20.09.10 64 1 11쪽
75 각성 - 1 20.09.09 72 2 10쪽
74 엘리시온 탈환 작전 - 12 20.09.08 5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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