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령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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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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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18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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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령(美靈)2-(1)

DUMMY

“이슬이 잘 갔을까?”

“그럼. 누가 보겠다. 어서 가자.”

매섭던 추위가 가고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어느 봄날, 엄마 지은과 딸 영선은 오랫동안 키우던 애견 이슬을 인적이 드문 야산에 묻어주고 오는 길이다.

영선의 엄마 지은이 생후 40일을 갓 넘긴 이슬을 데려온 것은 영선을 임신하기 바로 전이었다.

지금 17살인 영선보다 1살 많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이슬은 사람으로 치면 여든을 넘게 산 셈이다.

영선이 무남독녀 외동딸이었던 탓에 늘 고독을 달래주었던 이슬은 친자매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고 3년 전 아빠를 하늘나라로 보낸 터라 이슬의 빈자리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생전에 작가로 활동한 적이 있는 영선의 아버지 영욱은 지은이 탄생할 무렵 출판계의 선풍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그 이후로는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그 한 번의 성공이 지은과 영선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밑거름이 되었고 뜨개질에 소질이 있었던 지은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작은 선물코너를 운영하고 있었다.

“엄마는 재혼 안 해?”

“엄마한테는 아빠가 마지막 남자야. 갑자기 그건 왜?”

“그냥.”

“싱겁긴.”

모녀가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 차는 어느새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지은이 주차구역에 차를 밀어 넣는 동안 차에서 내린 영선은 집에 남겨 둔 슬기 생각을 했다.

슬기는 고령인 이슬의 나이를 생각한 지은이 나중에 허전해 할 영선을 위해 새로 데려온 암캉아지였다.

이제 생후 6개월 된 슬기도 어미처럼 따르던 이슬이 죽은 것을 아는지 지은과 영선이 집에 들어서는 데도 멀뚱히 바라보기만 할뿐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역시 넌 골통이야.”

주인이 들오는 데도 나와 보지도 않는 슬기가 한심했는지 영선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이슬이 떠나고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

학교에서 돌아와 가방을 풀던 영선은 슬기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문득 다른 느낌이 들었다.

전에는 아무데다 배변을 해서 일거리를 만들곤 하더니 언제부터인가 욕실에 배변을 하면서 이슬이 생전에 했던 행동들을 따라하는 것이다.

슬기의 이러한 변화는 이뿐이 아니었다.

예전처럼 식탐을 부리지도 않았고 사람의 말귀까지 알아듣는 영리함까지 보여 주었다.

전에 슬기에게 했던 것처럼 걸레를 물고 오라고 시키면 쪼르르 욕실로 달려가 앙증맞게 물어왔고 학교에 가야하는 영선이 아침에 늦잠을 자고 있으면 이슬이 그랬던 것처럼 앙칼지게 지어대 깨우기까지 하는 것이다.

늘 말썽만 피우던 슬기의 달라진 모습은 신통하기 짝이 없었고 그 덕에 지은과 영선은 이슬을 보낸 허전함을 달랠 수 있었다.

“엄마. 얘 요즘 많이 똑똑해진 것 같아?”

“그러게. 신통하지 뭐니.”

그런데 슬기가 영리해지면서 영선은 가끔씩 자다 깨는 버릇이 생기게 되었다.

한번 잠들면 좀처럼 깨는 일이 없던 영선은 최근 들어 자신에게 찾아 온 변화가 낯설기만 했다.

“엄마, 요즘 가끔 밤에 잠이 깰 때가 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

“아직 사춘기라서 그럴 거야. 학교 늦겠다. 얼른 가자.”

“그런데 그때마다 누가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여긴 우리뿐인데 보긴 누가 봐. 밥 다 먹었으면 어서 일어나.”

영선은 가게 문 열기 전에 뜨개질 재료를 사러가야 한다는 엄마 때문에 서둘러 집을 나섰다.

하지만 영선의 궁금증은 하루 종일 떠나지 않았다.

그 바람에 틈만 나면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는 영선이 이상했는지 단짝 친구인 박혜진이 어디 아프냐고 묻기도 했다.

혜진은 고급룸살롱 사장인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직업은 달랐지만 둘 다 편모슬하인 점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것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던 것이다.

그러나 혜진은 엄마가 술집마담이라는 사실 때문에 수시로 놀림을 받고 있었다.

“야, 오늘 우리아빠 모임이 있다는데 너네 엄마가게 소개해 줄 테니까. 디스카운트 해 줄래?”

이럴 때마다 고개를 들지 못하는 혜진을 감싸는 것은 영선이었다.

평소엔 순하기만 하던 영선도 이때만 되면 또 다른 면을 나타냈다.

또래에 비해 큰 키와 균형 잡힌 몸매를 지니고 있어 체격에서 위압감을 느끼긴 했으나 영선의 눈매에서 풍기는 묘한 카리스마에 누구도 감히 말대꾸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미안. 농담이었어.”

학급에서 반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남을 괴롭히는 애들을 제지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상하게 혜진이 당할 때만 달라지는 자신을 영선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런 영선에게도 라이벌이 있었다.

영선의 학교엔 현직 장관의 딸이 다니고 있었다.

학교에서 가장 문제아로 낙인찍힌 한교아는 교내 짱으로 군림하면서 온갖 못된 짓을 저지르는 악행을 자행 중이었다.

그동안 익명의 투서가 몇 번 들어가긴 했지만 교아의 아버지를 의식한 교장과 교사들은 방관만 할 뿐 누구도 교아를 제지하려고 하지 않았다.

민주화 시대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권력 앞에서의 교권은 무능하기만 했던 것이다.

하는 짓은 못됐지만 교아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월등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영선의 여신 같은 미모에 눌러 학교에서는 제 2인자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다 공부까지 잘하는 영선은 눈엣가시나 다름없었다.

어느 것으로도 영선을 이길 수 없었던 교아는 자기가 결성한 ‘화이브캣츠’에 영선이 들어오기를 희망했지만 돌아온 것은 냉정한 거절뿐이었다.

“내가 너희들처럼 할 일이 없는 것 같니?”

‘화이브캣츠’는 교아를 포함해 모두 다섯 명이었다.

이들은 항상 어울려 다니면서 학년에 상관없이 수시로 돈을 뜯어내곤 했다.

이처럼 안하무인이던 교아에게 영선이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는 소식은 자존심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그런데다가 자신들 밥줄이나 다름없던 혜진을 빼앗긴 뒤로는 더욱 눈에 불을 키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영선은 이들과 반이 달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자신들의 밥줄이나 다름없는 혜진을 빼앗겼는데도 이들은 영선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수적으로 우세한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손볼 수 있었다.

그동안 나머지 멤버들이 한번 손을 보자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교아는 함부로 나서지 말라며 제지하기만 했다.

교아에게도 교내 최상위 권을 유지하는 영선의 위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다가 영선에게서 풍기는 뭔지 모를 여신 같은 분위기에 은근한 압박을 느꼈던 것이다.

이런 배경 속에 영선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혜진은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었다.

“잘 가.”

“응, 오늘 고마웠어.”

“고맙긴. 어서 가. 갈게.”

혜진이 아파트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본 영선은 집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아침에 엄마와 같이 집을 나서면서 미처 슬기의 밥을 챙기지 못한 것이 생각난 것이다.

그런데 영선이 사는 아파트 건물이 보일 때였다.

무심코 아파트를 올려다보던 영선은 걸음을 멈추고 한 곳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뭐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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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84 단테스
    작성일
    12.01.04 18:05
    No. 1

    미령 전편을 정독하고 오늘2로 넘어왔습니다.
    집중해서 보느라 댓글도 하나 달지못해 죄송하네요^^
    작가님의 성실연재에 감사드리고 미령1편 재미있게 잘보았습니다.
    특히 등장인물의 현실적인 묘사가 맘에 들더군요..
    그럼 2편도 기대하고, 이번엔 가능한 댓글을 달아보고싶군요..
    그럼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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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미령(美靈)2-(79) +4 12.01.07 433 1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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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미령(美靈)2-(77) +1 12.01.05 405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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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미령(美靈)2-(73) +4 11.12.30 406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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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미령(美靈)2-(68) +2 11.12.23 263 7 7쪽
66 미령(美靈)2-(67) +3 11.12.21 399 7 7쪽
65 미령(美靈)2-(66) +2 11.12.20 415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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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미령(美靈)2-(63) +1 11.12.16 448 8 7쪽
61 미령(美靈)2-(62) +3 11.12.16 309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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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미령(美靈)2-(56) +1 11.12.05 309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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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미령(美靈)2-(54) +4 11.12.01 488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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