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고장난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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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cal
작품등록일 :
2020.07.12 17:00
최근연재일 :
2022.01.0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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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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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 25화

DUMMY

“자, 이쪽으로 오시죠. 김검씨.” “이쪽에 앉아주시구요.”


형사님의 안내를 받아서 간 곳에는 그녀가 있었다. 그녀가 앉아있는 한 자리. 그리고 그 옆에 내 자리. 그녀는 무언가 나를 거세게 보고 있었지만, 울었던 흔적이 가득한 얼굴이다보니 영 꺼림칙했다. 정말로 죄인이 된 기분이다. 난 아무래도 죄는 짓고 살지 못할 것 같다. 뭐 밥이라도 먹었다가는 먹는 즉시 체할 것 같은 느낌이다.


“자, 그럼 안내해드릴게요. 김검씨 이쪽은 이지은 씨고, 이지은 씨 이쪽은 김검씨입니다.”


“아...안녕하세요?”


인사...가 맞는 거겠지? 일단 통성명 시켜주시고 하셨으니까?


물론 그녀는 그저 날 노려보고 있지만.


“그리고, 저는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이지은씨와 김검씨의 사건을 담담하게 된 형사 신호철입니다.”


사건이라고 하지마요. 그럼 진짜 내가 범죄자 같잖아요.


“자자, 이지은 씨, 진정하세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런 옷은 흔한 옷이라니까요. 당장 주변을 보세요. 완전히 똑같지는 않더라도, 이게 요즘 유행스타일이기도 하잖아요? 저도 오늘 경찰서 출근하면서 이런 스타일 못해도 10명은 봤다니까요.”


그녀는 형사님의 말에 아주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는 약간의 고개 끄덕임만 보였을 뿐,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는 무서운 눈으로 가끔 나를 보았다.


이번 기회에 알게된 게 있다. 사람이라는건 표정에 따라서, 그리고 상대방에 가진 마음가짐에 따라서 엄청나게 다른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나는 핸드폰 속의 그녀가 미쳤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무척이나 모든 것에 호의를 가지고 나를 대해주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러했다. 똑같은 그녀의 지금의 나를 대하는 것을 보고있자니 나는 확실히 알았다. 이것이 악의라는 것이고, 이것이 미워한다는 것이고, 이것이 증오한다는 것이구나.


“자, 그럼. 한 번 사건에 대해서...”


나는 무언가 느끼는 바가 있었다. 이대로는 안된다. 최소한 이사람에게 내가 스토커로 낙인 찍힌 상황으로서는 안된다. 형사님이 무언가 설명을 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법체계가 나를 지켜줄 수 있다 하더라도 이대로는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이것만큼은 해소시키고 가자.


“저, 형사님?”

“예? 왜 그러시죠? 김검씨?”


제대로 당당하게 말하려고 했지만, 누구 앞에서 크게 말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게다가 그게 형사님이라면 더욱이고, 여자라면 더욱이. 영 목소리는 떨렸고, 기어 들어갔다.


나에게는 지금 이토록 떨리는 게 느껴지는데 다른 이들에게는 어떻게 들리고 있을까? 울먹이는 소리로는 들리지 않으려나? 모양 빠지는 느낌이지는 않으려나? 귀가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말도 점점 빨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실제로 빨라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마와 머리에서는 식은땀이 흐른다. 하지만 내 결백을 증명하고 싶다.


“사실 이 옷은 그냥 입고 온 옷이 아니에요.”


“예? 그럼? 어떻게...?”


형사님의 표정이 좋아보이지 않는다. 점점 일그러지는 듯하다. 뭐지? 설마 내가 자수할 거라고 생각하는건가?


“제가 하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는데 그 곳에 남자 옷 게시물로 이 옷이 나오길래 똑같이 맞춰입고 나온거거든요.”


“인터넷 커뮤니티요?”


형사님의 표정이 좀 밝아지신다. 다행이다. 내가 살아날 확률이 증가한 듯 하다.


“혹시 그 인터넷 커뮤니티가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


고민을 해본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반은 거짓말이었다. 어쩌다 보게 된 것은 아니다. 그녀가 그대로 해줬을 뿐.


만약 다른 사이트를 말한다면 나의 거짓말은 바로 들통날 것이다. 확인을 해달라고 할테니까. 방법이 없다.


“아. 그게...저...허언증 갤러리라는 곳이거든요.”


“맞네요. 맞아. 아까 이지은 씨가 이야기했던 곳도 거기거든요. 자기가 거기 게시물을 올렸었는데. 거기랑 딱 맞춰서 나왔다고. 저도 봤는데 진짜 똑같은 옷이더라구요. 아. 그래서 같았던 거구나. 야. 진짜 세상 좁네요. 좁아.”

형사님의 표정이 밝다. 나의 마음도 따뜻한 빛으로 채워져오는 듯하다.


그녀의 표정이 밝아지지는 않았지만, 아까의 날 죽일 듯이 노려보는 눈빛은 아니다. 난 그것만으로 지금 족하다.


“형사님. 그런데 오히려 그 갤러리에서 저를 알아내서 저를 스토킹했다고 볼 수도 있지 않나요?”


오랜만에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까 우는 소리도 들었긴 하지만 그건 먼 옛날처럼 느껴질 정도로 내 마음의 고통이 길었었다. 물론 방금의 말도 내 마음에 고통을 주고 있다.


“흐음. 그렇게도 볼 수 있긴 하죠. 그쪽 사이트라면 보안쪽이 철저한 편이라 해킹하는 것도, 스토킹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만약에 게시글에서 이지은님의 여러 단서들을 추적했다면 불가능할 것도 아니죠. 하지만 역시 쉽지 않아요. 아까 저에게 보여준 바에 ᄄᆞ르면 이지은씨는 정해진 아이디로 글을 쓴 것도 아니고, 유동으로 글을 쓴 경우고, 그 유동닉네임의 경우에도 특별하지 않죠.”


형사님 아까 너무 표정 밝아지시고 일 끝내고 싶어하시는 것 같길래 생각없으신 분인줄 알았는데 능력은 나쁘지 않으신 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적으로 형사님의 표정이 밝아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햇살을 받는 기분이다.


그녀의 표정은 영 맘에 안든다는 느낌이지만 말이다.


“그럼 옷 사건의 의혹은 풀렸고, 그럼 하나만 좀 확인해볼까요? 김검씨. 혹시나의 경우란 게 있으니까요. 김검씨는 그 갤러리란 곳에 아이디가 있나요? 혹시 있다면 올린 게시글에 따라서 의혹을 완전히 제거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없으시다면 그대로겠지만요.”


있다. 있다!!! 하지만.....아이디를 알려준다는 것은...결국 아이디를 검색하고 게시글들을 확인하는 것과 같다. 허언증 갤러리다. 다른 갤러리가 아니고 허언증 갤러리다. 야구 갤러리라서 누군가 팀을 응원하는 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연예인 갤러리라서 연예인을 응원하거나 연예인을 비방하거나의 글이 있는 것이 아니다. 허언증 갤러리다. 허언증을 내뱉은 글이 있는 것이다.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을 받았다. 내 표정은 정말 지금 어떤 표정일까? 들켰으려나? 범죄를 저지른걸 숨키려는 의도로 보이면 어떡하지? 그런데 정말이지. 어쩌면 범죄자가 되는 게 이 게시글들을 보여주는 것보다 더 나을 정도였다.


“하핫. 김검씨 있으신가보네요. 아이디. 걱정마세요. 보통 그런 문제로 이야기하면 다들 표정이 그렇게 새파래지더라구요. 아무래도 그렇죠. 개인이 인터넷에서 올린 글들이 그리 멋진 내용일 리도 없고, 남에게 보여줄만한 것일 리도 없으니까요. 그런 걸 확인하려는 게 아니에요. 걱정마세요. 김검씨를 부른 건 악성댓글 문제거나 비방문제 그런 것과는 다른 내용이니까요. 오히려 김검씨도 그 갤러리를 이용했고, 이지은씨도 그 갤러리를 이용했다면 이지은씨가 스토커로서 의심이 가는 닉네임인지, 아니면 스토커가 아닌 것으로 생각되는 닉네임인지 알아볼 수 있는거죠.”


형사님이 알았다. 이제 숨길 수는 없다. 여기서 숨기려는건 정말로 오히려 내가 범죄자입니다. 내가 더 숨기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그런데...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저....그러니까....꼬....마...라는 닉네임을....쓰고 있거든요.”


“네? 뭐라고 하셨죠? 무슨 닉네임이요?”


시발. 왜 이런건 한 번에 알아듣질 못하지? 시발. 지금까지 모든 말 한 번에 알아들었잖아. 떨리던 말도. 기어죽어들어가던 말도. 시발. 근데 왜..시발..

“...꼬....마...요”


“꼬마요?”한번 더 반복하지마. 시발.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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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그 남자 - 55화 22.01.09 15 0 8쪽
54 그 남자 - 54화 21.12.22 40 0 8쪽
53 그 남자 - 53화 21.10.14 38 0 6쪽
52 그 남자 - 52화 21.10.11 46 0 6쪽
51 그 남자 - 51화 21.10.10 54 0 8쪽
50 그녀 - 50화 21.09.28 34 0 11쪽
49 그 남자 - 49화 21.09.23 21 0 7쪽
48 그 남자 - 48화 21.09.17 24 0 5쪽
47 그 남자 - 47화 21.09.16 47 0 5쪽
46 그 남자 - 46화 21.09.06 57 0 6쪽
45 그 남자 - 45화 21.08.25 24 0 7쪽
44 그 남자 - 44화 +3 21.08.23 34 0 5쪽
43 그 남자 - 43화 21.01.20 34 0 7쪽
42 그 남자 - 42화 20.12.17 35 0 7쪽
41 그 여자 - 41화 20.11.13 75 0 5쪽
40 그 남자 - 40화 20.10.23 47 0 7쪽
39 그 남자 - 39화 20.10.17 34 0 9쪽
38 그 남자 - 38화 20.10.14 34 0 8쪽
37 그 남자 - 37화 20.10.08 42 0 7쪽
36 그 남자 - 36화 20.09.28 34 0 8쪽
35 그 여자 - 35화 20.09.25 92 0 6쪽
34 그 남자 - 34화 20.09.20 68 0 5쪽
33 그 남자 - 33화 20.09.14 47 0 7쪽
32 그 남자 - 32화 20.09.13 34 0 9쪽
31 그 남자 - 31화 20.09.11 54 0 7쪽
30 그 남자 - 30화 +1 20.09.11 69 1 7쪽
29 그 여자 - 29화 +1 20.09.08 56 1 7쪽
28 그 남자 - 28화 20.09.07 49 1 3쪽
27 그 남자 - 27화 +1 20.09.07 42 1 5쪽
26 그 남자 - 26화 20.08.30 131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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