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로 씹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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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7.16 22:03
최근연재일 :
2020.09.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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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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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DUMMY

‘뭔지는 모르겠는데’


‘말하지 마라’


신재혁은 침대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을 끊어버렸다. 가족 중 아버지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민감한 해지는 게 종종 보인다.


대회 2등을 했을 때도 먼저 찾았던 건 메달도 아닌 아버지였다. 그로 인해 시상식에도 참여하지 않고 밖에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의 말을 듣고는 창문을 열고 2층 침대로 올라갔다. 더이상 질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베개와 이불에서는 특유의 지린내가 풍겨왔다. 그 내음은 코를 찌르는 것만 같았다.


안에 있던 방향제를 그리 쏟아부었는데 냄새는 일시적으로 사라졌던 것이였다..


열었던 창문에는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밑에 있던 신재혁은 핸드폰을 집어넣으며 ‘추워’라는 말을 남긴 채 문을 닫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 이후로 말이 없는 것을 보아 아마 잠이든 모양이다.


나는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잔다면 내일 일정에 맞춰 일어날 수 있을 것인데 잠은커녕 피곤하지도 않았다.


‘왜 이러지’


‘미쳤나’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식탁 위에 있는 전등을 켜고는 의자에 앉았다.


결국 옷을 갈아입었다. 산책이라도 할 생각으로 코트 하나를 몸에 걸치고는 지갑을 주머니에 넣었다.


가지고 있는 돈은 대략 3만 원 남짓 편의점이라도 들린다는 생각으로 밖을 나섰다.


불과 나간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았지만, 다리가 떨릴 정도로 극심한 추위가 몸을 뒤덮었다. 아까 창문을 열었을 때 하고는 별개였다.


정말 조용했다. 사람으로 빼곡하여 누가 어디 있는지도 판별하지 못하였는데 지금은 바람 소리만 들려온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머니에 넣었던 오른손으로 1층을 눌렀다.


‘내려갑니다.’


기계음이 들리고는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혼자 있는 엘리베이터는 무척 넓다고 생각이 들었다.


항상 만석이라며 우는 소리를 냈던 엘리베이터가 이렇게 넓었다니 양팔을 모두 벌리고도 자리가 남을 정도이다.


‘도착했습니다.’


문이 열렸다. 나를 맞이해 주는 건 바로 앞에 있는 계단과 차가운 공기였다. 숨을 쉬는 것뿐인데 온몸이 얼어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코트를 더욱더 부여잡았다.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향하고 정문 앞에 있는 편의점에 들렀다.


유일하게 갈 곳이 거기밖에 없다. 많이 마셔 본 적은 없지만, 맥주 한 캔이라도 사갈 생각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카운터 안에 서 있는 건 백발의 할머니였다. 지금 병실에 누워 있는 할머니와 많이 닮은 모습이 눈에 보였다.


일이 힘이라도 드는지 맥이 빠진 얼굴을 하고는 스캐너를 들고 멀뚱멀뚱 서 있었다.


‘네가 왜 여깄냐’


저기 의자에 김현민이 앉아 있었다. 옆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아 아마 혼자 온 것으로 보인다.


한 손에는 캔맥주 그리고 앞에는 마일드세븐이라는 담배 한 갑이 놓여 있었다.


‘저도 잠이 안 와서’


‘그냥 내려왔죠’


자연스럽게 맥주 작은 캔 하나와 육포를 하나씩 들고 자연스럽게 김현민 옆으로 앉았다.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한 손에 쥐고 있는 맥주캔을 홀짝거리며 마시는 소리밖에 들려오지 않았다.


맥주는.. 당연히 썼다. 그나마 같이 계산한 육포로 완화할 수 있었다.


‘내일..’


‘선수 한 명 데리고 온다..’


눈이 반쯤 감긴 채로 김현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외국인 선수’


‘옛날에 여기 와서 훈련했는데 그때 안면 좀 텄다.’


외국인 선수..


서양사람을 말하는 건가


동양인이라면 수도 없이 많이 해봤지만, 서양인은 도복에 깃조차 잡아보지 못했다. 어떨지는 궁금하지만 정작 기회가 없었다.


경험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굳이 외국으로 찾아가 시합을 청할 정도로 여유 있는 사람은 아니다.


지금 잡혀있는 일정표만 바라봐도 머리가 빠질 지경이다.


‘이름은..’


‘뭔지 모르겠네’


피식 웃음을 지으면서 다시 맥주캔을 입에 갔다 댔다. 내가 사 온 육포를 은근슬쩍 자신의 힘에 집어넣었다.


‘일단 개도 국가대표니까’


‘잘할 거야’


국가대표


생각해보면 발이 정말 넓은 것 같다. 은메달리스트이기 때문이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실업계 팀이나 외국 선수들에게 거리낌 없이 연락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 다리..’


봉합한 다리를 가리켰다.


지금은 괜찮았지만, 그때 김현민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충격이었을 것이다.


시합을 마치고 그 자리에 서서 피를 흘리니 나였어도 놀랐을 것이다.


이걸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신재혁이었을 것이다. 넘어가고는 말없이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나는 내 다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죠’


의사 말로는 흉터로 남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안 좋은 기억이지만 다 잊기로 하였으니 그저 웃기만 하였다.


맥주를 전부 마시고는 한 캔을 사서 또 비웠다. 그제야 자리를 뜰 수 있었으며 취기가 달아올랐다.


그 반면에 김현민은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를 숙소까지 바래다주었다. 취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정신은 남아 있었다. 씻지는 않았고 옷만 갈아입었다.


빨래통에 집어 던진 다음 이층 침대를 간신히 올라갔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술 냄새가 풍겨온다고 생각했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



그때 이후로 기억이 없다. 눈이 떴을 때는 신재혁은 아직 잠을 청하고 있었다.


침대 맞은편에 걸려있는 9시하고도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만나기로 한 시간은 11시 지금부터 준비하면 늦지 않을 것 같다.


프로틴은 챙기지 않았다. 웨이트를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살만 찌우게 된다.


아침부터 가볍게 샤워를 하였다. 몸에 불순물들이 전부 씻겨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침에 하는 샤워는 나쁘지 않았다.


구강 그리고 세수를 하였고 생각보다 길게 나 있던 수염까지 밀어버렸다. 머리를 헤어드라이어로 말리고는 굳어 있던 몸을 풀었다.


나는 게으르다. 그래서 남들보다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늦는다. 만나기로 한 시간은 11시 지금은 10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도복을 잘 갠 다음에 띠로 묶어버렸다. 준비했던 가방에 넣고는 매는 것과 동시에 현관으로 향했다.


신발은 신재혁 것도 합해 총 4짝이 있었다. 매번 신고 다니는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몸도 풀 겸 귀찮지만, 계단으로 내려가기로 하였다.. 는 아니고


도저히 아래에서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계단을 이용하였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도저히 올라오지 않았다.


2층 단위로 빠르게 내려갔다가 천천히 내려가는 걸 반복하였다.


중간에 마주친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고 청소부 아주머니에게도 인사를 나누었다.


1층에 도달하자 보이는 건 공사 중 아직 11층까지는 사용금지가 걸려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숙소를 지나치자 큰 수영장과 함께 옆에 운동장이 나왔다. 그리고 운동장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있는 코치들이 있는 숙소


선수들보다 더욱더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고 한다. 안에는 들어간 적이 없지만, 상당이 좋다고 한다.


‘왔냐..’


헝클어진 머리에 반팔에 반바지 정말 아저씨 같았다. 물론 아저씨는 맞지만 잠도 깬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눈에는 눈곱이 잔뜩 껴있었고 곱상하게 나 있는 수염도 오늘따라 이상하게 보였다. 아니 이상했다.


같이 선수촌을 나가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세웠다. 기사도 피곤한지 하품을 크게 내뱉으며 우리들을 맞이했다.


‘어디로 갈까요’


설명은 잘 못 하였기에 김현민이 주소를 찍어주었다. 내비게이션을 보니 걸리는 시간은 2시간 정도라고 나와 있다.


나는 가지고 있었던 커피 두 잔을 같이 마셨다.


코치 숙소에 가기 전에 가까운데 있는 커피숍은 잠깐 들렸다. 밤에는 운영하지 않고 낮에만 잠깐 운영하기 때문에 빨리 갔다 올 수 있었다.


둘 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고 그걸 입에 쏟아부었다. 들어 있던 얼음이 커피를 시원하게 해주면서 눈이 떠지는 것만 같았다.


그가 피곤한 걸 알고 있었기에 딱히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창문을 열고는 풍경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뭐 풍경이라고 해도 전부 건물 아니면 공원이나 작은 강 정도였다.


도착지는 알 수 없었다. 이상한 건물이 찍혀 있기는 하였으나 그는 여기가 아니라며 단정 지었다.

옛날부터 이런 면이 항상 있었다. 남을 궁금하게 만들고는 결과를 알려주지 않았다.


‘잠깐’


‘여기서 내려주세요’


김현민이 택시를 멈추었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는 웃으면서 한 남성에게 다가가고는 포옹을 하였다.


외국인이었다.


나도 곧바로 내리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장신에 온몸이 근육이라는 갑옷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만 같았다.


‘혹시..’


‘저 사람이에요?’


그러자 김현민은 웃으면서 대답해주었다.


‘아니야 얘는’


‘근대 용케 여기서 발견하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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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주기는 월 수 금 일 연재 시간은 오후 8시 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변경됨) 20.07.16 57 0 -
» 41화 20.09.23 41 0 9쪽
41 40화 +2 20.09.21 36 3 10쪽
40 39화 +2 20.09.20 29 1 9쪽
39 38화 20.09.18 156 0 9쪽
38 37화 20.09.16 36 2 10쪽
37 36화 20.09.14 34 0 10쪽
36 35화 20.09.13 37 0 9쪽
35 34화 20.09.11 46 0 10쪽
34 33화 20.09.09 50 0 10쪽
33 32화 20.09.07 52 0 9쪽
32 31화 20.09.06 53 1 10쪽
31 30화 20.09.04 54 1 10쪽
30 29화 - 전국 대회편 종료 +2 20.09.02 7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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