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호 공작의 예비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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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2MM
그림/삽화
두개의M
작품등록일 :
2020.07.22 09:06
최근연재일 :
2020.10.12 07:4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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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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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121

작성
20.08.2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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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부 - 9화 유니콘.

DUMMY

그렇게 아무도 없는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것은 조금 힘들었지만, 벽에 있는 돌을 발판 삼아 한 칸씩 올라가 겨우 도착한 관객석에서 내려다본 타파스켈의 시체를 보면서 생각했다.


‘저 정도의 괴물도 쉽게 죽인 정령의 최대 힘은 어느 정도일까.’


그렇게 유유히 관객석을 빠져나온 나는 제법 두둑해진 주머니를 보면서 생각했다.


‘이 정도 돈이면 괜찮은 무기랑 옷을 사고도 남겠는데, 일단 피 묻은 옷을 갈아입으러 가볼까.’


나는 그렇게 아침에 나에게 호객행위를 하던 가게를 들렀다. 나의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란 남자는 애써 태연한 척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저, 손님. 어떤 옷을 드릴까요.”

“알아서 주세요.”


알아서 달라는 말에 남자는 넉살 좋은 웃음을 지으며 내 생각이 변할까 싶어 재빠르게 행동했다.


“네, 손님 이리로 들어오셔서 앉아계시면 제가 손님께 딱 안성맞춤인 옷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호호.”


남자는 눈을 반짝이며 들어도 이해 못 하는 나에게 옷의 통기성과 소재에 관한 설명을 했다. 그의 언변에 결국 그 가게에서 제일 비싼 옷을 사게 되어 그 옷을 입고 한 바퀴 돌았다.


칼로 베어도 구멍이 나도 그 부분이 통째로 사라지지 않은 이상, 잘린 부분을 물에 넣으면 재생이 되는 물피라 소재로 만든 진한 녹색의 옷은 내 머리 색과 제법 잘 어울렸다.


‘이제 옷도 갈아입었겠다, 내 몸 하나 지킬 호신용 검을 사러 가볼까.’


방금의 타파스켈과의 싸움으로 인해 검의 중요성을 깊게 깨달아, 내 몸을 지킬 검을 사러 무기 상점에 갔다. 그렇게 들어가서 주변을 둘러보다 벽 한 곳에 걸려 있는 내 눈길을 끄는 제법 괜찮은 검을 발견했다.


“저건 얼마죠.”

“저건 팔지 않아.”

“무기를 취급하는 가게에서 검을 안 판다고요?”

“자네 같은 아직 살날이 많이 남은 혈기 왕성한 젊은 사내에겐 팔지 않아.”


팔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한 노인은 얼마 남지 않은 머리털을 만지며 기침했다.


‘이상하게 저걸 꼭 갖고 싶은데.’


하지만 이상하게 자꾸 눈이 가는 그 검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노인이 팔지 않는 이유에 관해서라도 들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고 노인에게 물었다.


“저 검에 무슨 사연이 있나요.”

“이건 자신의 주인을 죽이는 검이네. 지금까지 내가 수도 없이 팔았지만, 자신이 죽일 주인을 직접 선택하는 이 검은 다른 가게가 맡기를 거부해 결국 나에게 다시 돌아왔네. 내가 죽을 때 내 무덤 속에 들고 들어갈 날만 기다리는 검이지, 다른 칼을 추천해주겠네.”


나이가 지긋하게 든 노인은 엉거주춤 일어나 다른 칼을 건넸다.


“이걸로 하게나. 적당한 무게감이 자네에게 안성맞춤일 것이야.”


확실히 노인이 건넨 칼도 꽤 괜찮았다. 하지만 이미 눈길이 간 검은 마치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추천해주신 칼도 괜찮았지만, 저 검이 주인을 죽이는 검이라면 제가 가져가는 게 맞는 것 같네요.”

‘저는 어지간한 공격으로 안 죽거든요.’


그 말을 하면서 벽에 걸린 그 검을 뽑아 노인 앞에 들이밀었다.


“이걸로 주세요.”

“안 돼. 지금까지 그렇게 목숨을 버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젊은 사람에게 내가 그런 짓을 할 수는 없네.”

“제가 산다니깐요.”

“안 돼, 젊은이 자네는 이미 이 검에 홀려있지 않은가. 자네 같은 사람 많이 봤어.”

“저 검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요.”

.

.

.

그렇게 한참을 실랑이하던 끝에 지친 노인은 말했다.


“그럼 나도 미안하니 돈은 안 받겠네, 대신 이 말은 지켜주게나.”

“무슨 말인데요.”

“절 때 죽지 않겠다고 말이야, 내가 이 검을 처음 팔겠다고 다짐했을 때 젊은 청년이었지만, 지금 내 모습을 보게나 다 늙어 이제 죽기를 기다리는 노인이란 말이네. 내가 그렇게 간 뒤에 이 검은 어떻게 될지 그게 걱정이네. 또 누굴 죽일지 말이야.”

“영감님, 걱정하시지 마세요.”


그렇게 씩 웃으면서 돈 한 푼 쓰지 않고 칼을 들고나왔다. 그렇게 허리춤에 영감님이랑 한참을 말싸움 끝에 얻은 검을 차니 전리품을 얻은 것 마냥 기분이 좋았다.


‘달라진 건 겉모습밖에 없는데, 든든하네.’


그렇게 나를 스승님 집까지 데려다줄 말을 하나 구하려고 수소문 끝에 가게를 찾아 들어갔다. 마차가 아닌 말을 빌린다는 나의 말에 불친절한 남자의 모습에 빠르게 근처 괜찮은 말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 말로 할게요.”

“집을 알아서 돌아오는 녀석이지만, 신분이···.”


그렇게 나의 위아래를 훑어보던 남자는 말했다.


“안 물어봐도 뭐 어느 집 도련님이신가 보네. 마차를 탈 것이지. 쯧.”


툴툴거리며 불친절한 남자는 말했다.


“그럼 7일분 만 내고 가요.”

“저는 3일 쓰는데 7일분을 내라고 하시면···.”

“말 처음 빌려봐요? 하긴 그동안 사용인이 해줬겠네.”


남자는 나를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처럼 한심하게 쳐다봤다.


“3일을 빌리면 저 말을 여기 다시오는데, 3일이 걸릴 것이 아니겠습니까, 도련님.”


그 말을 하면서 손을 내미는 남자의 모습에 발끈했지만, 돈을 주고 말 위에 올라탔다. 살면서 처음 타본 말은 내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몸부림쳤다.


몸부림치는 말을 보고 밑에 남자가 고삐를 잡고 다급하게 말했다.


“아니, 그냥 마차를 타시라고요. 싸게 해 드릴게.”

“제가 가는 곳이 마차가 안 들어가서요.”


그렇게 말 위에 버티는 나를 보고 그 남자가 말했다.


“그럼 느리지만, 다른 말 추천해줄 테니 내려와요.”


그렇게 남자의 안내를 받고 간 곳은 쇠약한 늙은 말이 축 늘어져 있었다.


“이 말은 이제 얼마 못 살긴 하는데, 족히 일주일은 살 수 있을까. 3일은 겨우 살 수 있을 것 같으니 그냥 3일분 만 내고 가세요.”


그렇게 나에게 돈을 받고 신난 듯한 말에게 다가간 남자는 말의 코에 박힌 쇠를 제거하곤 말을 쓰다듬더니 말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듯 말했다.


“병에 걸려 고기로도 처분 못 하니깐, 여기서 죽지 말고 멀리 가서 죽거라.”


늙어 병에 걸릴 때까지 사람을 실어 나르는 그 말은 마지막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았을 때,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닌 버려지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불쾌해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7일분, 다 낼 테니 이 말의 소유권 장을 주세요.”


남자는 나의 말에 눈을 반짝였다.


“일주일도 못 사는 말인데 괜찮겠어요, 도련님.”

“네.”


나의 단호한 말에 그 남자는 땡잡았다는 듯, 빠르게 소유권 장을 가져왔다. 그 장에는 말의 품종 및 계보가 적혀있었는데, 품종을 보니 그냥 말이 아닌 유니콘이었다.


“이 말은 유니콘 아닌가요. 뿔도 없고 이렇게 볼품없이 늙을 수가 없는데, 왜 모습이 이런 거죠.”

“말도 마. 어느 미친놈이 이 말의 뿔을 뽑은 뒤로부터 이래요. 한때 이놈 때문에 재미 좀 많이 봤었는데, 그날을 마지막으로 우리 가게에 있는 유니콘은 다 처분하고 병든 이놈만 남아있어요. 병 걸려서 어디 팔 수도 없고,”


남자는 그렇게 유니콘을 보며 툴툴거리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돈을 빨리 건네주시죠. 부자 도련님.”


돈을 건내기 전, 남자의 주머니에 있는 피어싱이 생각났다.


“그 코에 박힌 피어싱도 주세요. 그 정도로 세상 물정 모르지는 않아요.”


말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장과 마찬가지로 그 장에 표기되어있는 쇠 문양 그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지오바니에선 말의 완벽한 소유권을 가질 수 없는 것을 알아, 그 남자에게 손을 뻗었다.


“지금 병 걸려 3일밖에 못 사는 말을 내게 팔면서, 7일분을 받아놓고 이럴 겁니까.”

“아유, 물론 드려야죠.”


남자는 아쉬운 듯,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쇠 피어싱 또한 내 손에 올려놨다.


“이제 말 안 바꿀 테니, 돈 주고 이만 가시죠.”


툴툴거리며 가는 남자의 뒤로 말을 인도받아 유니콘 위에 올라탔다.


‘아까 말처럼 발버둥은 안 하네, 짐승이라 자신이 얼마 못 사는 걸 아는 걸까.’


말은 힘이 없는지 내가 올라타도 크게 발버둥을 치지 않았다. 단지 마지막으로 걷는 이 길을 슬픈 눈으로 보면서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수도에서 멀어져 처음 마부가 태워다 준 길을 다시 상기하며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점점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천천히 밤이 찾아왔다.


그러던 중, 갑자기 일이 벌어졌다. 3일을 버틴다는 말은 인적 하나 없는 어두운 길가에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 덕분에 굴러떨어져 바닥에 박아 아픈 머리를 만지며 그 말에게 다가갔다.


“뭐야, 이게.”


그 남자가 7일분만 받고 왜 이 말을 넘겼는지 알 것 같았다. 축 늘어진 말의 혀 안쪽으로 보이는 입천장부터 시작해 혀까지 곪아 있었다. 눈꺼풀을 뒤집어 보니 안쪽 살도 고름이 가득 차 있었다.


‘이건 그냥 아픈 말이 아닌데, 마치 저주받은 것 같아.’


그렇게 말을 보며 혼자 생각을 하던 도중, 정령이 말했다.


‘인간, 내가 안 보는 순간 또 이상한 걸 하네.’

‘정령아, 이 말이 왜 이런 줄 알아.’

‘이건 전도술이네.’

‘전도술?’

‘오래 사는 유니콘의 특징으로 매개체인 뿔을 이용해 생명을 갉아먹는 누군가가 있다는 말이지.’

‘그럼 그걸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 해.’

‘어지간하면 안 하는 게 좋을 텐데, 귀찮은 일이야.’


그렇게 안 할 것 같이 말하던 정령은 한참을 조용하더니, 앞에 가냘픈 숨을 쉬는 유니콘을 보고 말했다.


‘나를 유니콘 뿔 쪽으로 올려놔.’


정령의 말에 소울라이트를 잡은 양손을 깔끔하게 잘린 뿔 위치에 올려놨다. 흰색 빛을 뿜는 소울라이트 속 정령이 말했다.


‘인간, 피 한 방울 뿔에 떨어트려.’


정령의 그 말에 다급하게 오른손을 오늘 산 검으로 살짝 피를 내 그 뿔에 한 방울 떨어트렸다. 그러자 잘린 뿔 위에 엄청나게 커다란 마법 진이 그려졌다.


그 마법 진은 내 피에 반응하듯, 점점 빨갛게 변하더니 “파샥.”하는 소리와 함께 밤하늘에 흩뿌려졌다. 그 모습을 보고 정령은 말했다.


‘인간. 너의 피를 매개체로 그 저주를 끊었지만, 이 저주를 건 인간이 실력이 좋다면 인간 너를 찾아올 수 있어.’

‘내가 못 이길 것 같으면, 정령 네가 도와줄 거 아냐.’

‘인간. 나를 너무 의지하지 마.’


그렇게 다시 조용한 정령과 함께 뿔이 사라진 유니콘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런 나에게 가만히 머리를 맡긴 유니콘은 슬그머니 고개를 들더니 내 손에 난 피를 핥았다.


“야, 간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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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3부 - 11화 람소루 탑-1 20.10.12 48 0 11쪽
50 3부 - 10화 나비드 왕궁-4 20.10.08 33 0 12쪽
49 3부 - 9화 나비드 왕궁-3 20.10.05 28 0 11쪽
48 3부 - 8화 나비드 왕궁-2 +1 20.10.01 38 2 11쪽
47 3부 - 7화 나비드 왕궁-1 20.09.28 34 0 11쪽
46 3부 - 6화 해리-2 +1 20.09.24 43 2 11쪽
45 3부 - 5화 해리-1 +1 20.09.21 35 1 13쪽
44 3부 - 4화 카라반-2 20.09.17 44 0 11쪽
43 3부 - 3화 카라반-1 20.09.14 41 1 11쪽
42 3부 - 2화 잠입. 20.09.10 62 0 11쪽
41 3부 - 1화 나비드. 20.09.07 5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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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2부 - 19화 허무한 죽음. 20.09.05 68 0 13쪽
38 2부 - 18화 황궁-3 20.09.04 54 0 11쪽
37 2부 - 17화 황궁-2 20.09.03 53 0 13쪽
36 2부 - 16화 황궁-1 20.09.02 63 0 11쪽
35 2부 - 15화 처분의 기다림. 20.09.01 63 1 13쪽
34 2부 - 14화 제커리의 카터. 20.08.30 64 0 12쪽
33 2부 - 13화 조용한 일상. 20.08.29 76 0 12쪽
32 2부 - 12화 리사. 20.08.28 81 0 12쪽
31 2부 - 11화 우디-2 20.08.27 84 0 12쪽
30 2부 - 10화 우디-1 20.08.26 81 0 11쪽
» 2부 - 9화 유니콘. 20.08.25 83 0 11쪽
28 2부 - 8화 수도 아리아. 20.08.24 88 0 12쪽
27 2부 - 7화 은발의 여자. 20.08.23 105 0 12쪽
26 2부 - 6화 어머니. 20.08.22 107 0 12쪽
25 2부 - 5화 환영의 파티. 20.08.21 107 0 12쪽
24 2부 - 4화 그날의 진실. 20.08.20 1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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