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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따윈 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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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둘기
작품등록일 :
2020.07.27 19:58
최근연재일 :
2021.05.31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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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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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3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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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히다

DUMMY

검문관이 초소로 돌아갔다. 그 뒷모습이 안개에 완전히 잡아먹히고 나서도 의구심을 풀지 않았다.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뇌물을 받고 범죄자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 저토록 크게 웃는단 말인가.

부자연스러웠다.

의도해서 신호라도 주는 게 아닐까. 준다고 한다면, 누구에게 향하고 있는 걸까.

관문에 다다르기까지 사람의 형상은 보이지 않았다. 그림자조차 비치지 않았다. 그러니, 누군가가 매복해있다면 문의 너머겠지.


‘심증밖에 없지만···’


말에서 내렸다.

아무리 그래도 직접 몸으로 시험할 담력은 없었다. 대문에 몸을 붙이고 표적이 걸어 나오기를 기다리는 암살자들의 술수에 넘어갈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다.

고양이가 아니다. 목숨이 아홉개씩이나 있는 게 아니다. 하나가 고작이다. 그 하나를 잃으면 끝난다.

그러니 돌다리는 두들겨보고 건너고, 대문은 그 너머를 확인하고 넘는 거다. 그 정도의 신중함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쯤 이미 죽어있겠지.

현상금사냥꾼들이, 기사가, 돈 없는 모험가들, 욕심 많은 범죄자들이 나를 노리고 있다는 건 경험하지 않아도 아는 사실들이다.


“거울, 있으십니까.”

“있어요. 조금 작지만요.”


하렐뉴가 가슴쪽 주머니에서 작은 손거울을 꺼냈다. 그것을 받아든 나는 가지고 있는 무기 중에서 사거리가 가장 긴 할버드의 창대에 묶었다.

허리춤에서 성기사의 철퇴를 뽑아, 하렐뉴에게 건네주었다. 날이 붙은 무기와 다르게 휘두르기만 하면 되니 무기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무게도 여성이 문제없이 휘두를 정도로 적당했고, 맡겨두면 괜찮을 것이라고 믿었다.


“매복이 있을지도 모르니 문 너머를 살피겠습니다. 뒤를 부탁드리죠. 사라진 남자도 주의하는 게 좋을 겁니다.”

“알겠어요.”


대답을 듣고 문을 향해 걸어갔다. 얇은 장벽과도 같은 대문에 기대고, 할버드의 창대를 틈새 사이로 밀어 넣었다. 위, 왼쪽, 그리고 오른쪽까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저 웃음소리가 클 뿐인 남자였던 건가···?’


뇌물을 받고 비리를 저지르는 군인이라고 하기에는 부주의했다.

걸리지 않을 거란 확신을 지니고 있던 걸까. 걸리더라도 문제없을 인맥과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걸까.


‘괜한 의심이었을지도···’


창대를 거둬들였다. 거울을 풀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하렐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만이 덩그러니 남아.

대답 하나 돌아오지 않는 그 이름을.

안개를 바라보며 불러놓고는.

멍하니 서있었다.


“농담이지···?”


농담일 리가 없다. 하물며 장난도 아니다. 같잖은 장난질을 주고받을 사이가 아니다. 언제 버리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관계다. 사라진 이 틈을 타서 도망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모를 리가 없는데, 모를 리가 없는 그녀가 사라졌다.

보이지 않는다. 안개, 그리고 그녀와 내가 타고 온 두 필의 말이 보이는 것의 고작이었다.

실종됐다.

어떻게?

알지 못한다.

모르겠다.

어디로 간 걸까.

화장실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말 한 마디 없이 사라지는 법인가.

감시자라는 사람이.


“···아무래도 좋아.”


흔적없이 사라졌다.

이제는 심리전을 벌일 수고도 없다. 의심하며 사고력을 소모할 필요도 없다. 누군가의 기분에 맞춰주지 않아도 된다.

아루아를 향해 나아가는 데에 집중할 수 있다.

잘 된 일이다. 내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으니까. 방해꾼이 퇴장했으니 기뻐해도 이상하지 않겠지.

무기 하나쯤은 없어져도 괜찮다. 그녀가 없더라도, 그림자 숲을 넘어갈 수 있을 거다. 처음부터 그럴 계획이었으니까.

구하지 않아도 된다.


“이걸로, 된 거야···”


말 위에 올라탔다. 고삐를 잡고, 발끝으로 녀석을 툭툭 건드렸다.

나아간다. 앞으로. 사람은 뒤를 돌아볼지라도, 말은 돌아보지 않는다.

관문을 지나고, 길 위에 올라선다. 안개의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 이거면 되는 거다.

믿어봤자 좋을 건 없다. 자기 사정 좋을 대로 써먹히고 버려지는 거다. 이용당하고, 배신당한다.

선의는 어디에도 없다. 누구도 은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목숨을 구해주는 것도, 먹을 것과 잘 곳을 베풀어주는 것도. 전부 나에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가치를 이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잭도, 그리고 하렐뉴도 다르지 않다.

진정으로 믿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다. 진정으로 믿어주는 사람 또한 누구도 없다.

믿지 못한다. 믿지 않는다.

더는, 휘둘리고 싶지 않다.


...


‘버려졌으려나요···’


하렐뉴는 안개를 응시했다. 공백의 눈동자에 비춰지는 것 또한 공백. 버려졌다고 받아들인 심상에는 어떠한 원망도 차오르지 않았다.


“거친 짓은 하고 싶지 않아. 순순히 불어주면 좋겠는데.”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목을 감싼 옷감이 무척이나 거칠었다. 덜미를 쓰다듬는 칼날이 몹시도 차가웠다.

막히도록 조인 기도는 얕은 호흡만을 허락했다. 의문의 남자는 능숙한 솜씨로 움직임을 속박하고, 그녀의 호흡마저 조절하고 있었다.


“같이 있던 일행, 리시스라는 이름이지?”

“죄송하지만, 저는 협박을 당해서 어쩔 수 없이···”


이어지지 못한 변명.

멈출 생각은 없었다.


-푹!


한기가 어깨를 파고들었다.


“윽···!”


흘러나온 신음이 말을 가로막았다. 살을 가르고 파고든 이물질은 뜨겁게 물들었다. 주변으로 퍼져나가며 불쾌한 온기로 뒤덮는다.


“거짓말에는 상냥하게 대해줄 수 없어. 나도 나름 필사적이거든.”

“···믿어, 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서, 따르고 있었을 뿐이에요···!”


하렐뉴는 연기했다.

자신이 말한 거짓을 믿을 수 있도록. 버려진 자신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금쯤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게로 다가가고 있을 한 사람이, 그나마 평화롭게 걸어갈 수 있도록.

시간을 벌라고.

그렇게 부탁받았었다.

자신의 몸 하나 간수하지 못하고 붙잡혀버린 걸림돌이 그나마 무언가를 도울 수 있다면, 이것밖에 없다고.

알려주지 않아도 알고 있다. 때문에 망설이지 않는다.

폭력에 둔감한 몸이다. 닳을 대로 닳은 몸이다. 아끼고 싶다는 마음은 남아있지 않다.

이걸로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이걸로 잭이 목적에 한 걸음, 아니, 반걸음이라도 다가설 수 있다면.

······사실은 일말의 도움조차 되지 않을 텐데.


-푹!


“으윽···!”


두 번째로 칼날이 들어서도, 통하지 않는 거짓을 입에 담는다.

어째서 이토록 아파해야만 하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의미 없는 희생이라는 것도. 무의미에 의미를 부여하고, 무가치한 자신을 바라보며 자기만족하고 싶다는 억지라는 것도 어렴풋이 깨닫고 있다.

깨달아도 모른 체 한다.

뭐라도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모르는 사람이라고요···”


-푹!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이렇게나 잘못된 일인 건가요···?”


-푹!


비명도 내뱉지 못했다. 소리를 지르는 게 가능할 정도로, 숨을 들이마시지도 못했다.

희미해져가는 의식이 안 그래도 아득하게 떠나간다.

다음에 눈을 뜬다면, 그곳에는 누가 있을까. 뜰 수는 있을까.

그런 당연한 생각조차 해내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


로셸은 대거를 거두었다.

넘어지려는 소녀의 몸을 살며시 눕혔다. 피가 흐르는 어깨에 약초를 덧대고, 지혈해주었다. 머리를 조금 들어올리고, 가지고 있던 포션을 한 병 꺼내 소녀의 입안으로 흘려보냈다.

죽이고 싶은 게 아니다. 알아내고 싶은 거다. 구하고 싶은 거다. 지키고 싶은 거다. 약속을, 추억을, 더럽혀졌더라도 돌려받고 싶은 거다.


『더럽혀진 나라도, 좋아해줄 거야···?』


그리운 목소리를 떠올린다. 그리고는 닿을 리 없이 속삭인다.


“앞으로 조금이야··· 조금이니까···”


나를 잊지 말고 남아 있어줘.


“오우! 로셸!”


기운찬 목소리가 골목으로 들어섰다.

로셸은 하늘을, 안개를 올려다보던 고개를 움직여서 걸어오는 남자를 바라봤다.


“···잘 어울리네, 그 군복. 이번 일이 끝나면 그쪽에서 일해 보는 건 어때? 아아, 성격은 잘 안 맞으려나.”

“그 말대로쓰! 게다가 무척이나 불편쓰!”


로셸은 실없이 웃었다.


“발리아도 없으니까, 편하게 있어. 나를 아들 같이 여겨주는 건 고맙지만, 그래서는 우리 부모님한테 미안해지니까.”


무안해졌는지 나타릭은 뒷덜미를 주물렀다. “그러냐.”하고 짧게 내뱉은 다음,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랑은 영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나름대로 노력해본 거다만. 싫다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맞지 않는다고 해서 가식적인 태도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네 말이 맞다 로셸.”


담백하게 수긍하며 나타릭은 스러진 소녀를 안아들었다.


“그래서, 얻어낸 건 있나?”

“인질과 협박범의 사이는 아니라는 것 정도. 여간 아픈 게 아니었을 텐데도 잡아떼니까, 거짓이란 걸 알면서도 믿어버린 뻔했어. 평범한 사이는 아니야.”

“그렇군. 이제 다음은 어쩔 셈이냐?”

“우선은 리더에게 보고해야겠지. 심문도 그 사람이 해줄 테니까. 그러고도 안 된다면, 그때에는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어.”

“마지막은 내키지 않는데···”


나타릭은 고개를 떨구었다.

시선에 안쓰러운 심정을 담아, 소녀를 내려보았다.

제아무리 마족이라고는 해도, 일단은 사람이다. 소녀이고, 여자이다. 감정이 있고, 기억이 있다. 괴로운 악몽에 죽을 때까지 시달리겠지.


“동감이야. 여자 다루는 게 거친 놈들이니까. 맡기고 싶지 않지만, 사사로운 동정심보다도 소중한 게 있잖아. 우리에게는.”

“···그건 그렇지.”

“필요한 일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다는 거, 알잖아.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는 이상은, 행복해질 수 없어··· 누군가는 겪어야만 하는 불행인 거야···”


허, 하고 짧게 웃는 나타릭이었다. 웃겨서 웃는 게 아닌, 어이가 없어서 나오는 헛웃음.


“너와 말하고 있으면 내가 나이를 똥꼬로 먹었다는 게 느껴지는군.”


로셸은 멈춰선 나타릭의 앞으로 나섰다. 곁을 지나치며,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안개의 색이 바래지고 있었다. 더는 잡담을 나누고 있을 여유가 나질 않았다.


“앞장설게. 곧 해가 뜰 테니 서둘러야겠어.”

“오우오우!”

“됐다니까, 그런 거···”


피식 웃고서는 발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가끔씩 핵폭탄을 떨어뜨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고는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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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녹빛의 검은 백화(白花)를 피워낸다. 21.05.04 21 0 12쪽
117 재생 21.04.28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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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정보상과 의사 21.04.25 37 0 17쪽
114 상실 21.04.24 22 0 9쪽
113 고정부(固定附) 21.04.24 17 0 11쪽
112 낙마 21.04.14 21 1 13쪽
111 구역질 21.04.12 29 0 11쪽
110 발자국 21.04.09 64 1 12쪽
109 발을 들이다 21.04.07 50 0 11쪽
108 아침에는 가재 21.04.03 58 1 11쪽
107 별들에게 호소하는 밤 21.03.27 31 1 13쪽
106 지우지 못한 단서 21.03.24 28 1 11쪽
» 붙잡히다 21.03.23 26 1 11쪽
104 주맥시(呪脈視) 21.03.22 30 1 11쪽
103 잭이라는 화제 21.03.19 32 1 12쪽
102 믿음, 극복, 퍼져나가라 21.03.17 30 1 13쪽
101 성당, 시체, 전투 21.03.13 29 1 24쪽
100 외전-사냥꾼들의 밤 21.03.12 26 0 22쪽
99 간단한 수수께끼 21.03.03 23 0 12쪽
98 이동계획 +1 21.02.18 41 1 11쪽
97 쥐구멍에서 +1 21.02.16 32 0 13쪽
96 촉수 21.02.08 39 1 11쪽
95 협력제안 21.02.08 68 0 12쪽
94 탄로 21.02.06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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